이 봄, 신명으로 어우러진 ′우담바라 풍물패′(글/백소애-편집기자)
우담바라는 삼천년에 한 번 꽃을 피우는, 매우 드물고 희귀한 꽃이다. 이 꽃은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상상의 꽃으로 불리는데 이 상상의 향기를 퍼뜨릴 꿈에 부풀어 있는 ‘우담바라 풍물패’를 봄비가 참깨처럼 톡톡, 막 떨어지기 시작하는 저녁에 만나보았다.
2000년에 조직되어 7년째에 접어드는 우담바라 풍물패는 지도강사 김영열(55)씨를 비롯 단장 김옥숙(55)씨 등 총 34명의 회원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저녁시간에 목성동 대원사 지하실에서 흥겨운 가락을 멈추지 않는 이들은, 안동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순수 풍물모임으로 설장구, 가락장구, 풍물놀이, 사물놀이 등을 다루고 있다. 안동에서 아마추어들이 풍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가락을 선보이는 예는 드물다고 한다.
우담바라 풍물패는 우리의 전통가락도 이어가고 그 흥겨움을 일상생활에도 이어가자는 취지로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있다. 예전 대원사 주지였던 정우스님의 배려로 대원사 지하실을 무상 대여하여 일주일에 두 번 마음 놓고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장소가 대원사이고 모임 이름이 우담바라이다보니 꼭 불교신자들의 모임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 중에 불교신자는 몇 안 된다. 불교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장소를 대여해준 스님의 뜻을 감사히 여기되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7년이면 퍽 자리가 잡히고 회원들 간의 우애도 남다를 시기이다. 김옥숙 단장을 비롯해 초창기 멤버들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건전한 취미생활을 가진 덕에 가족들의 성원도 대단하고 가끔씩은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남자 회원도 여럿 있었는데 지금은 여자 회원이 많아서인지 쑥스러워 하나둘 나오지 않더니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담바라 풍물패’혹은 ‘우담바라 주부 풍물패’로도 불린다. 하지만 남녀노소 따지지 않고 흥겨운 가락을 즐기고 함께할 사람은 누구나 환영한다고 한다.
작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공연을 한 우담바라 풍물패 회원들
우담바라 풍물패는 1년에 3~4회씩 공연도 갖는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나 장애인단체 행사가 있을 때도 어김없이 달려간다.
프로급 실력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함께 연주를 해 와서 이젠 웬만한 공연에서도 실력을 뽐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신명에 어우러져 춤추고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북채며 장구채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고. 대부분 풍물패 활동을 하며 달라진 점은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흥이 나 생활의 활력소가 생기고 더불어 매사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운영하기가 벅찬감이 있다고. 특히나 노후된 악기를 교체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가끔 둔탁한 소리를 내는 악기를 그 역사만큼이나 사랑하고 싶지만 재정이 활발해 좀 더 좋은 연주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한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으로 시작하는 신경림 시인의 시처럼 우리네 가락은 언제나 축제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했다. 흥겨운 가락 속에 서민의 고단한 삶을 노래했듯 오늘날 풍물가락은 인생장단을 뿌리며 어느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누구의 어깨에도 헛 흥을 심어놓지 않는 건실한 가락. 그 가락을 연주하고 즐거워하는 우담바라 풍물패의 봄 같은 연주를 뒤로하고 조용히 울리는 대원사 처마 끝 풍경을 한참동안 풍경처럼 쳐다보다가 빠져나왔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