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재사 이야기(글/윤천근-안동대 교수)
서애묘소
서애 유성룡은 1607년 2월에 병석에 눕는다. 3개월 후 5월 6일, 유성룡은 만년을 은거해 있던 향리의 초당에서 타계한다. 임진왜란의 전 기간 동안 국정의 중심에서 국난타계에 앞장섰던 유성룡은 그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북인들의 총력을 다한 탄핵을 받고 실각을 하게 된다. 남해바다의 해전에서 이순신이 전사하던 날의 일이었다. 유성룡은 삭탈관작 당하고, 향리로 되돌아온다. 유성룡의 직첩은 얼마 후 되돌려지지만, 유성룡은 다시는 조정에 나아가지 않고 임진왜란의 기억을 정리하며 조용히 만년을 보낸다. 그가 <<징비록>>을 완성시키는 것은 1604년의 일이다. 그리고 3년 후, 한 시대를 중심에서 이끌었던 유성룡이 숨을 거두는 것이다. 묘소는 수동에 만들어졌다.
풍산에서 안동 사이, 국도를 버리고 풍산읍의 동쪽 경계 부분과 안동시의 서쪽 끝 송야교 부분을 이어주는 길로 들어서면 중간쯤 되는 지점에 수동이 있다. 수동, 풍산들의 서북쪽 한 끝을 호선으로 감싸고 있는 산자락 끝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이다. 수동마을 앞 들은 넓다. 풍산들의 4분의 1쯤은 되는 넓이이다. 그 한 끝은 풍산들로 연결될 것이다.
수동마을은 길의 북쪽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마을의 뒷산에 서애의 묘소는 있다. 마을은 골짜기의 양편으로 펼쳐져 있다. 골짜기의 한복판으로는 좁직한 개울이 흘러내린다. 개천의 서쪽으로 붙은 마을의 한가운데를 종으로 관통하는 마을길을 따라 오르면 마을의 집들이 끝나는 지점에서 길은 산기슭을 향해 호선을 그으며 굽어 돌고, 바로 서애 묘소로 우리를 인도한다.
서애 묘소. 마을 뒤편까지 흘러내린 산록이 오똑하게 맺혀 선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서애묘소이다. 산은 높지 않고, 가파르지도 않다. 그러나 서애묘소에 오르면 안계는 넓게 멀리까지 펼쳐진다. 낙동강의 물길이 만들어낸 범람원의 끝으로 내려선 산록의 끄트머리에 묘소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좌도 우도, 야트막한 산들이 옹위하고 있다. 후산도 높지 않다. 산의 정상부분에 묘소가 자리 잡고 있으므로, 실제적으로는 낮은 지점이지만, 묘소에서는 시야에 거칠 것이 없다. 멀리 남쪽, 낙동강을 넘고 수동의 너른 들판을 건너 낙동강의 남쪽 한계선을 만들며 강의 흐름과 동행하는 산줄기가 건너 산처럼 눈앞에 몇 줄기 횡선을 긋고 있을 따름이다.
묘소는 소박하고 묘역은 조용하다. 바로 아래에 마을이 자리 잡고 있지만, 서애묘소 위에서는 마을의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조금 올라서 있고, 조금 시선 방향을 달리하는 것으로 마을과 묘소는 아주 다른 두 영역이 된다.
묘역은 3부분으로 횡단된다. 제일 위의 부분은 봉분과 묘비가 있는 곳이다. 이 부분은 묘역의 대부분을 장악한다. 묘비는 묘소의 동편으로 조금 치우쳐 서 있다. 묘비의 정면에는 ‘영의정문충공서애유선생지묘’라는 글씨가 오른편으로, ‘정경부인이씨부’라는 글씨가 왼편으로 크게 새겨져 있다. 나머지 3면으로는 자잘한 비석의 명문이 돌아가며 새겨져 있다.
“부군의 성은 유, 이름은 성룡, 자는 이견이니, 풍산 사람이다. 먼 조상의 이름은 백, 고려 충렬왕 조에 은혜를 입어 급제하였다. 6세의 조상은 이름이 종혜인데 조선에 들어와 공조전서를 하였다. 고조의 이름은 소, 호군으로 사복시 정에 증직되었다. 증조의 이름은 자온, 진사인데 이조판서에 증직되었다. 조부의 이름은 공작인데 간성군수를 지냈고 증직 의정부 좌찬성이다. 부친의 이름은 중영, 황해도관찰사인데 순충적덕보조공신 의정부 영의정 풍산부원군에 증직되었다. 모친은 정경부인인데 안동김씨인 진사 광수의 딸이다. 부군은 가정 임인년에 출생하여 만력 정미년에 타계하였다. 향년 66세였다. 부군은 어려서 퇴도 이선생의 문하에 들어 사문에서 전수해 내려오는 요결을 얻었다. 후학들은 사문의 종사로 받아들여 서애선생이라고 불렀다. 갑인년에 병산서원에 제향하였고 후에는 여강서원의 이선생 묘당에 배향되었다. 부군은 선조임금의 지우를 얻어 충심으로 이끌어서 임금의 덕을 넓게 펼쳐지게 하였다. 임진왜란 때에는 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여 중흥의 과업을 이루었고 왕실을 위해 큰 공을 세웠는데, 아첨하는 자들이 끌어내려서 물러나 한가로이 노닌 것이 10년이다. 거듭 불렀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숭정 기사년에 문충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공의 시호는 도덕을 법삼고 널리 들어 배운다는 의미의 문과 몸을 위태롭게 하면서도 왕을 받는다는 의미의 충이다. 부인 이씨는 거듭 봉해져 정부인이 되었는데, 용궁현감을 지낸 동의 따님이고 종실인 광평대군 여의 후손이다. 부군과 같은 임인년에 출생하여 만력 기축년에 부군에 앞서 타계하였다. 안동부 서쪽 수동 계좌정향의 산록에 합장하였다. 부군은 두 딸이 있는데 별좌 로 증직 승지인 이문영, 정랑으로 증직 참판인 조직이 그 사위이다. 4남을 두었다. 장자 위는 일찍 타계하였고, 차자는 여인데 찰방으로 증직 장령이고, 셋째는 단인데 세마이며 증직 장령이고, 넷째는 진인데 지평이고 증직 이조참판이다. 측실이 낳은 아들은 초가 있는데 생원이고, 첨이 있는데 학생이다. 딸은 변응황에게 시집갔다. 별좌는 2남을 두었는데, 창조는 현감이고, 홍조도 현감이다. 정랑은 3남을 두었는데, 수익은 대사헌이고, 수덕은 사부이고, 셋째는 수이이다. 6녀는 각각 이성익, 안진, 박만영, 윤정, 정석보, 정수광에게 시집갔다. 찰방은 1남을 두었는데, 이름은 원지이다. 현감은 3남을 두었는데, 장자 의하는 현감이고, 차자 중하, 삼자는 만하이다. 두 딸은 권증과 이재건에게 시집갔다. 세마는 1녀를 두었는데, 박선에게 시집갔다. 지평은 8녀를 두었는데, 각각 김시민, 신숭효, 금처겸, 이상일, 김종준, 정도응, 곽문용, 이재관에게 시집갔다. 2남을 두었는데, 천지는 익위이고, 차자 백지는 출계하여 세마의 후사를 이었다. 생원은 4남을 두었는데 익지, 연지, 택지, 희지이다. 학생은 2남을 두었는데 습지, 휘지이다. 부군은 임종시에 예장을 치르지 말고 사람들에게 비문을 청하지 말하는 경계의 말을 남겼다. 묘소에 비문이 없은지 60년이 되니 오래 되어 모든 것이 다 바뀌게 되면 후손들에게 보여줄 것이 없을 것을 걱정하여 그 세계와 자손을 위와 같이 간략히 적는다.
후손 통훈대부 행 진안현감 원지 삼가 씀.
숭정 기원 후 137년 갑신년 5월.
6대 손 통훈대부 전 행 의금부 도사 운 세움.
외 6대손 통훈대부 전 행 병조좌랑 한산 이상정 글.”
수동 뒤 산 발치에 나와 앉아있는 서애 묘소의 비석에 쓰인 글이다. 비문 속에 보이듯이 이 글은 정식의 묘비문이 아니다. 비문을 받지 말하는 유계를 염두에 두어서 행적과 평가는 뒤로 하고 간단히 세계와 후손만을 나열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 비석은 비신은 화강석이고, 비면의 글씨들은 뭉개져 알아보기 어려운 것이 여럿 있다. 평범한 직사각형 돌을 윗부분의 각을 둥그스름하게 처리한 바닥돌 위에 올라서 있다. 그렇지만 비석의 머릿돌은 빠짐없이 조각되어 있다. 두 마리 용이 구름 속에서 여의주를 다투는 형상이다. 자세히 보면 그 안쪽으로 또 두 마리의 용이 같은 자세로 맞서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용의 자세와 몸짓은 정태적이다. 그러므로 두 마리 용이 맞서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여의주를 중앙에 두고 두 마리 용을 대칭으로 벌려 세웠다고 보는 것이 옳은 설명일 것이다.
묘소와 비석이 있는 영역의 아래쪽으로는 좁직한 횡단면이 한층 낮게 가설되어 있다. 이 영역은 좁직한데 양쪽으로 망주석이 벌려 서 있다. 중앙에는 상석이 봉분의 아래쪽에 반절, 이 영역에 반절쯤 걸터앉아 있다. 상석 아래로는 향로석이 붙여 세워져 있다. 작은 사각돌의 표면에 향로를 새겨놓은 것이다.
망주석 영역 아래쪽으로는 망주석 영역보다는 세 배는 더 넓어 보이는 공간이 있다. 이 부분은 양쪽으로 살집이 두터운 문인석이 벌려 세워져 있다. 이 부분 아래쪽으로는 산록의 끝자락이 사선으로 흘러내려 마을 영역으로 수렴되어 들어간다.
수동재사
재사는 묘소 옆에 보이지 않는다. 묘소 동편의 산줄기를 넘어서서 따로 열려 있는 좁직한 골짜기 속에 재사는 위치한다. 재사와 묘소는 산 하나를 가운데 두고 동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나로서는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자료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재사로 가는 길은 마을의 입구 쪽에 따로 가설되어 있다.
수동마을 입구, 정자나무 그늘 위쪽으로 길은 동편을 향해 열린다. 비포장의 좁은 길이다. 산굽이를 돌아 동쪽으로 조금 나아가면 길은 또 둘로 갈라진다. 직진하는 길과 북행하는 길이다. 북행하는 길은 오래 골짜기 속을 파고 들어간다. 양편으로는 길보다 높은 밭들이 펼쳐져 있다. 길의 양편으로 올라서 있는 밭의 끝으로 키 작은 나무들이 늘어서서 성을 이루고 있는 탓에 마치 터널 속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길이 골짜기 한가운데를 가르며 낮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으므로, 비가 내리면 도랑으로 기능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터널 길(?)을 통과하여 골짜기 안으로 들어서면 길은 산기슭의 서쪽을 향해 휘돌고, 또다른 좁직한 분지 속으로 들어선다. 골짜기 안에 숨겨져 있는 골짜기라 하겠다. 수동재사는 바로 그곳에 있다.
풍산유씨 수동재사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127호
안동시 풍산읍 수리
이 재사는 서애 유성룡(1542-1607)의 묘를 지키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재실이다. 아들 유초가 지은 <<유선생유고>>의 <상로재기>에 의하면 유성룡이 죽은 후 5년이 되는 1611년(광해군 3) 승려 포우의 도움으로 재사를 짓고 ‘상로재’라는 현판을 달았다고 한다. 이 재사는 정면 8칸, 측면 7칸 규모의 홑처마 미음자 형 집이다. 1600년대 초반에 2칸으로 지었던 것을 1600년대 중반에 지금과 같은 규모로 증축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19세기 전후의 건축양식을 지니고 있는 재사건물로 옛 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다.
재사 앞에 선 안내판의 기록이다.
재사는 아담하고, 오밀조밀한 모습이다. 새로 단장하였는지, 황토벽의 색감이 정갈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수동재사의 건물구조
수동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높지 않다. 묘소가 자리 잡고 있는 산도 그러하고 재사가 위치하는 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재사도 묘소처럼 그 낮은 산의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므로 재사 주변의 산들은 더욱 낮아 보인다.
재사의 남쪽 건물은 정면 8칸 측면 1칸이다. 이 건물은 비대층의 자유로운 건물로 자유로운 미학적 특징을 갖추고 있다. 건물의 칸 수는 여덟이지만, 칸마다 넓이가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중앙에 대문을 두고 동편으로는 3칸, 서편으로는 네 칸을 거느리고 있으니, 그것도 좌우대칭의 비례를 갖추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대문은 두 쪽 나무판이다. 문턱은 가운데가 아래로 굽은 호선 형상의 목재이다. 두 기둥 사이에 사각형 목재 문설주를 세우고 문턱 역시 같은 규격의 목재로 가로질렀다. 문턱 위쪽으로는 좁직한 틈을 마련하고 목재의 살창을 박았다.
대문의 동쪽 세 칸은 각 벽면의 처리방식이 다르다. 벽면을 횡단하는 횡목이 자리 잡고 있는 위치도 조금씩 다 다르다. 벽면이 두 개의 횡목에 의하여 3부분으로 구분된다는 것만은 같다. 문의 바로 옆 칸은 벽면이 단순히 비슷한 비례로 3분되고 각 부분은 다 흙으로 메워졌다. 동쪽 3칸 중 가운데 칸은 문 옆 칸보다는 3분된 것 중 가운데 부분이 조금 높게 올라붙어 있고, 그 한가운데에 작은 창문을 가설하였다. 아래쪽 기초부분에는 두 개의 굴뚝이 보인다. 뜨락에 붙여 놓은 굴뚝은 대문 쪽으로 가설되었고, 배꼽 높이 정도로 돌을 쌓아 만든 굴뚝은 그 반대편 쪽으로 가설되었다. 동쪽 3칸 중 대문으로부터 가장 먼 쪽 칸은 3분된 벽면의 가운데 부분이 이번에는 셋 중 가장 낮게 내려앉아 있다. 기초부분이 좁고 처마 부분이 넓어진 셈이다. 중앙부분의 한가운데에는 두 쪽 나무문이 달렸다.
대문 서쪽 4칸도 칸의 넓이가 조금씩 다르고, 벽면의 꾸밈새가 다 다르다.
대문 옆쪽 칸부터 보자. 이 칸은 처마영역과 기초영역을 각각 1로하고 중간부분을 2로 하는 정도의 비례로 3분되어 있다. 이 벽면분할의 비율은 제 4칸, 그러니까 대문에서 가장 먼 칸의 그것과 같다. 이 칸 중앙 부분에는 작은 방문이 그 오른편 기둥에 붙여서 가설되어 있다. 창문보다는 크고 통상의 방문보다는 작은 쪽문이다. 이 칸의 뜨락 영역에는 대문 쪽으로 붙어서 눈높이 정도의 굴뚝이 만들어져 있다.
대문으로부터 오른쪽으로 제 2칸은 역시 3분되어 있지만, 제 1칸에 비해 중앙부분이 좁다. 아래 두 칸이 위 한 칸보다 조금 넓은 정도이다. 이 칸의 중앙부분에는 오른편 기둥 쪽으로 치우쳐서 조금 작은 규모의 직사각형 살창이 달려 있다. 살창과 같은 지점의 위 칸에는 머리통만한 크기의 원형 구멍이 뚫렸고, 간단한 살창이 박혔다.
제 3칸은 위쪽 횡목은 제2칸과 같이 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아래쪽 횡목은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낮추어져 있다. 이 칸의 중앙부분에는 두 쪽의 나무판 문이 중앙에 달려 있다.
제4칸은 제1칸, 대문 바로 옆 칸의 벽면분할과 같은 비례로 되어 있다. 중앙 부분에는 작은 정사각형 모양의 살창이 아래쪽 횡목에 붙어서 대문 쪽 방향을 향해 중앙으로부터 조금 치우쳐져 달려 있다.
이 여덟 칸의 벽면구성에서 보이는 일종의 미학적 불협화음은 다양한 음조를 지닌다. 그것은 칸의 넓이와 벽면의 분할비율, 횡목의 배치 위치, 창문의 크기와 모양, 주초석의 크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불협화의 미학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건물 정면 구조에서 특히 눈에 뜨이는 것은 기둥의 아래쪽 양편으로 기와를 끼워 넣어 벽을 만든 점이다. 이것은 아마도 아래쪽 흙벽이 물에 젖었을 때 목재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을 것이고, 건물의 주초영역에 바람이 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이 건물의 앞쪽 공간은 산록의 기울기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기울기는 중앙의 대문계단을 기준으로 해서 오른쪽이 급하고, 왼쪽이 약하다. 이렇게 차이나는 경사면 위에 건물의 기단이 올라서 있으므로, 계단의 오른쪽으로는 축담을 2층으로 쌓고, 계단의 왼편으로는 축담을 1층으로 쌓아 기울기의 차이를 극복하였다. 오른쪽 축담의 제1층 아래편으로는 마당이 마련되어 있고, 위편으로는 제2층 축담과의 사이에 뜨락이 가설되어 있다.
이 건물은 1선의 지붕구조를 갖추었다. 재사의 동편건물은 이 건물과 지붕이 서로 맞물리며 이어지고, 서편건물은 조금 떨어져서 중간에 또 다른 보조건물을 두고 연결된다. 동쪽 건물의 솟은 지붕 측면 고매기 영역은 아래채 건물의 용마루 너머로 걸터앉아 있다. 용마루 선 앞쪽으로는 아래채 건물의 사선을 그리며 앞으로 떨어져 내리는 지붕선이고 뒤쪽으로는 동쪽 건물의 지붕 측면이 올라서있는 형국이라고 하겠다. 안에서 보았을 때, 아래채 동쪽 끝 칸은 마구간의 쓰임새를 갖추고 있는데, 마구간의 지붕은 동쪽 건물채에 속한 것이고, 아래채 건물의 동쪽 끝 지붕은 안쪽에서는 동쪽 건물의 지붕선 아래로 파고들어 끝난다. 안에서 보았을 때 아래채의 동쪽 끝 칸은 이렇게 동쪽 건물채에 속한 구조를 갖추지만, 밖에서 보았을 때에는 아래채에 속한 목구조를 갖는다. 동쪽 밖에서 보았을 때는 지붕의 안으로 기우러진 서까래 구조가 동쪽 건물채의 지붕 아래쪽으로 복합적으로 가설되어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동쪽에서 보았을 때 재사 건물은 전체 7칸의 규모를 드러낸다. 그러나 아래쪽 제1칸의 목구조는 완전히 아래채 건물에 속한 것이므로, 동쪽 연결채는 전체 6칸 규모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재사건물 동쪽측면의 벽면구조도 불협화의 미학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중간에 똑같은 벽면 구성을 한 두 칸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것조차도 아래쪽 기초영역이 기울게 처리되어 있어서 통일적 미학을 드러내는데 기여하지는 못한다고 하겠다. 재사건물의 동쪽 기단면은 사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전체 7칸이 같은 각도의 기울기를 갖는 기단면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아래쪽 칸은 지붕까지의 춤이 높고 위쪽 칸은 그 춤이 낮다. 동쪽 연결채 건물을 통해 볼 때, 아래쪽 제1칸은 아래채 건물의 끝과 연결된 마구간 영역인데, 위쪽에 다락을 둔 2층의 구조이다. 춤이 높으므로 2층 구조를 갖출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동쪽 연결채의 아래로부터 제2칸과 제3칸은 방이다. 안에서 보았을 때 이 부분에는 폭 좁은 마루가 가설되어 있고, 간략한 형식의 난간이 붙어 있다. 이 두 칸의 위쪽으로는 한 칸의 마루가 있다. 바깥쪽 벽면은 흙으로 메워져 있고 중앙에 두 짝의 작은 나무판문이 달려있는 마루이다. 이 마루면은 난간 쪽과 높이가 같다. 이 부분 위쪽으로 두 칸은 북쪽 건물채와 동쪽 건물체가 뒤섞여 있는 모습이다. 그것은 남쪽 건물채가 동쪽 건물채가 뒤섞여 마주 붙은 것과 같은 양상으로 연결되어 있다. 목구조는 동쪽 건물채에 속하지만 지붕은 북쪽 건물채에 속하고 기능도 북쪽 건물채에 속한 모습이다.
안에서 보았을 때 이 부분 두칸 영역은 앞마루를 두고 있는 방으로 만들어져 있다. 앞마루는 바로 앞쪽의 마루 칸과 연결되어 있는데, 마루판의 높이가 서로 다르다. 앞마루 쪽이 마루 칸 쪽보다 20센티 정도는 높게 가설되어 있는 것이다. 앞마루는 북쪽 건물채의 마루판과 높이가 서로 같다.
북쪽 건물채는 정면 8칸 측면 2칸의 규모이다. 왼쪽 제1칸의 방은 앞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동쪽 건물채의 목구조를 갖추고 북쪽 건물채의 지붕을 이고 있다. 이 방의 위쪽으로 북쪽 건물채의 솟은 지붕 측면구조는 동쪽 건물채의 용마루 끝을 밟고 올라앉아 있다. 그것 역시 아래채 건물의 용마루 위로 동쪽 건물채의 지붕 측면구조가 솟구쳐 있는 것과 같다.
북쪽 건물채의 왼쪽 제2칸과 제3칸, 제4칸은 마루이다. 제5칸과 제6칸은 앞마루를 두고 있는 마루이다. 제7칸과 제8칸은 부엌이다.
부엌영역은 수동재사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이 부분의 미학은 불협화음의 미학 정도로 표현되기에는 너무 매력적이다. 그것은 무신경하고 편의적이며, 어떤 미학적 고려도 하지 않고 있는 것 때문에 어떤 다른 미학도 초월하는 미학을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물론 부엌은 오늘날에는 부엌의 용도로 Tm여지지 않는다. 공간은 휑하니 비어 있다. 불을 때는 아궁이와 북쪽 벽면의 한쪽에 중앙쯤 높이로 붙어 있는 선반이 이 공간의 쓰임새가 부엌이었다는 점을 알려줄 따름이다. 선반의 나무판은 마치 널뚜기 판과도 같이 두툼하고 길쭉하다. 그것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부분적으로 풍화되어 부 서져 나가는 모습까지 보인다.
부엌의 북쪽 벽면과 서쪽 벽면에는 나무판 문이 달려 있다. 안에서 북쪽 건물로 올라가는 부분은 바닥면에 자연석 판석을 하나 깔고 역시 자연석 판석을 좁직한 폭으로 덧쌓아 돌계단을 만들었다. 그곳을 통하면 북쪽 건물의 마루로 올라서게 된다. 부엌에서는 또 서쪽 건물채의 앞마루 밑으로 동굴 같은 형태의 공간이 열려있다. 어른 하나가 허리를 굽혀 빠져나갈 수 있는 크기이다. 이곳을 통하면 안마당으로 이르게 된다. 이 부분의 서쪽 건물 한 끝에 놓인 주초는 이 동굴 같은 통로의 허리춤으로 비죽 튀어나와 있기도 하다.
서쪽 건물채는 뒤쪽으로 4칸의 건물이 있고, 그 아래쪽으로 1칸의 건물이 지붕 높이를 낮추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아래쪽으로 또 지붕 높이를 낮추어 측문 칸, 그 아래로 조금 지붕 높이가 높은 아래 칸이 일선으로 늘어서 있다. 이 일곱 칸 영역 속에 4층의 지붕선이 어울려 있는 것이다. 측문 칸과 그 위쪽의 1칸은 아래쪽 건물채와 서쪽 건물채 사이의 틈을 메우는 역할을 담당한다. 뒤편의 네 칸 중 뒤의 두 칸은 북쪽 건물채의 부엌영역이다. 부엌영역의 돌계단을 통해 북쪽 건물채의 마루 위로 올라서면 그것이 동쪽 건물채의 마루와 맞물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북쪽 건물 마루의 끝 기둥을 축으로 삼아 양쪽 마루의 사각형 끝 한 점이 맞물리듯 닿아있는 것이다. 물론 두 마루의 높이는 서로 다르다. 서쪽 건물채의 마루는 동쪽 건물채의 마루와 같이 북쪽 건물채 마루와는 20센티 정도 아래로 가설되어 있는 것이다. 두 마루면의 꼭지점이 맞물리는 점에는 각재 기둥이 서 있으므로 두 마루 사이는 자유롭게 통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조심스럽게 기둥을 돌아 펄쩍 뛰어야 다른 건물채의 마루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북쪽 건물채의 뜨락을 통해 서쪽 건물채 마루로 올라서는 부분도 부엌에서 북쪽 마루로 오르는 부분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어 있다.
서쪽 건물채의 부엌 아래 두 칸은 반칸 규모의 앞마루를 두고 있는 방이다. 이 건물채 앞마루 앞선으로는 난간이 가설되어 있다. 직선의 형상에 둥근 굴곡을 세 번 만들어 놓은 약식 안족도 달려있는 난간이다. 이 건물채 앞마루에서는 부엌 다락으로 올라서는 사다리형 계단이 북쪽을 향해 설치되어 있다. 앞마루의 남쪽 끝은 그 아래채의 다락으로 들어가는 1칸 방문도 달려 있다.
안마당은 조금 크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통상의 가정집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거대규모의 재사에 비해서는 작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북쪽 건물채는 높을 축담위에 자리 잡고 있고, 축담의 중앙에는 제대로의 규모를 갖춘 계단을 배치하여 북쪽 건물채 뜨락으로 오르게 하였다.
북쪽 건물채는 중앙에 세칸 마루를 두고 좌우로 2칸 또는 1칸의 방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다. 마루 안에는 두 개의 현판이 걸렸다. 상로재라고 쓴 큰 글씨의 현판과 상로재기 현판이다. 상로재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만력 정미년(1607년)에 우리들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체를 수동 산에 모셨다. 이곳은 새로 잡은 터이다. --- 산 밑에 집을 지어 묘소를 수호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내가 평소부터 잘 아는 포우라는 스님이 우리의 생각을 알고 건축에 착수하였으나 힘이 부족하여 5년 만에 겨우 두 칸을 마련하였다. 공사를 마치고 나에게 이르기를, “집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옛날부터의 법도이니 그대가 이름을 짓도록 하시오” 하였다.--- 그리하여 서리(상)와 이슬(로) 두 글자를 써서 현판을 달기로 하였다. <<예기>>에 “봄에 이슬이 촉촉히 내리거나 가을에 서리가 내릴 때마다 그리워한다”는 구절에서 가져온 것이다. ---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