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관문(gate)을 여유있게 통과하는 사람들 <안동시 게이트볼 연합회>(글/백소애 - 편집기자)
남녀노소 쉽게 즐길 수 있는 가족스포츠
강변을 걷다보면 영호대교 부근의 게이트볼 경기장을 지나치게 된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골프도 아닌 특이한 운동을 하는 어르신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 스포츠가 바로 게이트볼(gate ball)이다. 일본에서 유럽의 크리켓 경기에 착안해 개발해낸 스포츠로, 안동에 들어와 활성화 된지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안동시 게이트볼 연합회는 원년멤버인 경북게이트볼연합회 감사인 권영택(74)씨를 비롯 안동시 협의회장 김종대(70)씨, 사무장 권상수(65)씨 등 11개 분회(용상, 지평, 영가, 연화, 태화, 목성, 농협, 풍산, 괴정, 풍천, 신성) 총 319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이다. 타 지역에는 최근 들어 젊은 사람도 많이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안동에서는 대부분 연세 지긋한 분들이 많다. 처음 안동에 도입될 시 안동시 노인회를 통해 들어왔고, 경기규칙이 쉽고 무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가벼운 운동이어서 더욱 노인 회원이 많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젊은 사람들이 선뜻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안타깝다고.
“여는 모두 나 많은 사람이 운동하고 있으이 그런동 젊은 사람이 안 들어와 글치, 전국대회 가보래요. 젊은 사람이 쎘어요.”
역시 원년멤버로 지금도 왕성히 활동 중인 김옥자(70)씨와 권금옥(70)씨가 옆에서 거든다.
“전국규모의 대회에 나가보면 할아버지-아버지-손자, 이렇게 삼대가 나와서 경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얼마나 보기 좋니껴. 젊은 사람들도 ‘늙어하는 운동’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젊은 사람 못지않게 또래 노인들의 선입견도 종종 있다고.
“아무래도 아직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 여 지나다가도 관심은 있어 하면서도 막상 들어와서 해보라카면 고갤 절레절레 흔들어요. 양반 체면에 이카고 있자니 민망시럽다나.”
건강한 몸에 건강한 사고방식 거기다 팀워크가 중요한 경기니 협동심도 기르고 뭣하나 빠질게 없는 스포츠라고 말하는 권영택씨.
“운동은 운동 자체로 즐겨야 되요. 이유도 많고 체면도 살릴려고 하면 어느 세월에 건강해지겠어요. 또 체면이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요. 운동이라는 게 내 건강을 유지하는 게 첫째 목적이고 두 번째 목적이 더불어 한다는 거고, 또 나도 뭔가를 한다는 것이 퍽이나 젊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닌가 싶으요.”
그러니 지나가면서 관심 있고 함께 하고픈 사람은 언제든지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기장 옆 컨테이너박스에 간이 사무실이 갖춰져 있어 그늘막도 되고 회원가입에 관한 문의도 가능하니 쑥스러워말고 찾아오길 바란다고.
게이트볼의 경기시간은 30분 정도. 정규 스타팅 멤버가 팀당 5인이고 교체선수가 3명이다. 입문 기간과 개인차에 따라 실력도 둘쭉날쭉하지만 어느 정도만 지나면 대부분 동일한 수준의 실력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11개 분회 중 영가팀은 작년 도민체전 여성부에서 우승을 할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보이기도 했다.
포시라운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 아일시더
노년층의 여가활용 스포츠로 각광받다보니 가끔 여유 있는 사람들이라 게이트볼을 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도 하겠다.
“저 사람들은 포시라워서 저렇게 그늘에서 공치고 있나, 하고 일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어. 그건 생각의 차이지. 우리가 돈 많고 할 일 없어 이러고 있는 거 아니거든. 여가생활을 즐기는 방법이래야 사람마다 다 다르잖어?”
권금옥(70)씨가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따지고 보면 스포츠 중에서 게이트볼이 돈이 제일 안 들어. 첨에 장비만 사놓으면 그담에사 그냥 나오믄 되잖아.” 장비는 각자 구입하는데 스틱은 5만원에서 20만원대까지 점수 득점기가 4~5만원선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점수 득점기를 팔뚝에 두르고 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점수를 기록한다.
“고스톱보다는 낫지 않을리껴? 애들도 다 크고 결혼해 각자 가정 꾸리고 그라는데 여 나오는 사람도 머리 희끗한 부부가 많애요. 우리도 부부가 같이 나와 하는데 뭘.”
“열심히 잘 해보라꼬 우리 아가 생일선물로 사줬는거래요. 건강하니 얼마나 좋니껴. 남의 말 할 일도 없고 애들도 건전타고 치매 예방된다고 좋아해요.” 나란히 앉은 김옥자, 권금옥씨의 게이트볼 자랑이 대단하다. 남 보기에 포시라워 보였다면 그건 스포츠를 즐기는 회원들의 표정이 그만큼 좋았던 것이리라.
게이트볼 전천후구장이 생기면 참 좋을시더
날씨가 좋을 때야 야외에서 게이트볼을 즐긴다지만 궂은 날에는 연세 지긋한 분들에게 불편함이 많을 듯하다. 그러자 이구동성, 현재 게이트볼 연합회 모든 회원들의 바람이 전천후 구장이 있었으면 한다는 거다.
“추울 때는 꽁꽁 싸매고 나와서 하고 더울 때는 그늘에서 좀 쉬다하고, 별달리 방법이 없어요. 의성에도 전천후 구장이 생겼다카던데 여도 얼른 생겼으면 좋을시더.”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평균연령이 높은 어르신네들이 젊은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전천후 구장이 건립되기를 희망하는 것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젊은 사람도 전천후구장 있으면 안올리껴? 여 오라그면 얼굴 끄슨다고 싫다네.”
관절이나 허리 아픈 사람들에게는 심하게 하는 운동이 아닌 반복적인 움직임이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한다.
“여 경기장 규격이 가로 세로 15메타에 20메타야, 하루 종일 공 치고 걸어 다닌다고 생각해봐요, 진짜 운동 되고도 남지. 만보기 차고 있으면 만보 넘게 나와요.”
거기다가 치매예방도 되고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을 하니 좋고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종목이라 더욱 좋다고.
“저거 뭐 운동되나카는데, 천만에. 자기가 해보면 알어요. 운동량이 얼마나 많은데.”
매년 신입회원이 총 인원의 10%정도 되고 연세가 있는 분들, 사정이 있어 그만두는 인원이 10%정도니까 대부분 인원의 큰 변동은 없는 편이다. 청소년대회도 생겼고 앞으로는 학교에도 보급하고 활성화되어서, 젊은 사람들도 편견 없이 활기차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한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