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특별법과 뒷북행정(글/조동진)지난해 경북북부지역의 최대 이슈였던 낙동강특별법은 논란끝에 지난해 12월 7일 정기국회를 통과한뒤 올 1월 14일 정식으로 제정·공포됐다. 환경부는 낙동강특별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1월 20일쯤 입법 예고하고 2월말까지 각 지역 시민환경단체의 의견수렴과 조정을 거칠 예정이다. 결국 낙동강특별법의 일부 규정은 3개월 뒤인 4월 15일부터 시행되고 나머지는 오는 7월 15일부터 지역별로 단계적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북지역민의 이해관계가 어떻든 깨끗한 수질보존이라는 국가적인 대의명분은 무작정 반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앞으로 시행령과 규칙에 지역민의 의견과 요구사항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지역민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문제는 낙동강특별법 제정과정에서 지역정치권과 자치단체, 시민환경단체, 주민 모두가 특별법에 대한 명확한 인식없이 대처했다는 점이다. 그 바람에 낙동강특별법 반대운동은 엉뚱한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면서 본질을 벗어났다는 지적은 충분히 반성의 기회로 삼아 한번쯤 되짚어 봐야 할 사안이다.
이 지면에서는 낙동강특별법 제정에 따른 반대운동의 전개과정과 자치단체의 대응자세, 향후 과제 등을 재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는 지역민의 생존권 차원에서 전개된 낙동강특별법 반대운동의 정당성과 명분을 훼손하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를 올바로 전달하는 일이라 보기 때문이다.
<<<생존권 차원의 낙동강특별법 반대 >>>
한여름 뙤약볕이 아스팔트를 녹이던 지난해 7월 2일 안동역 광장에는 경북지역민 1만5천명이 생존권 확보를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낙동강특별법반대·생존권 쟁취' 등을 적은 수백개의 만장은 하늘을 가득 메우고 환경부 모형의 화형식에서 시위는 절정에 이르렀다. 상여를 메고 가는 시위대의 구슬픈 곡소리는 지역민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해 주었고 낙동강에서 인간띠를 형성하며 물속으로 뛰어들면서 시위는 막을 내렸다.
'상류지역의 생존권 확보!'
'하류지역의 깨끗한 물확보!'
낙동강특별법의 실체는 이렇게 드러났고 상·하류지역의 물분쟁도 이렇게 시작됐다.
지역민들은 낙동강특별법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내용 파악은 없었지만 특별법이 제정되면 상류지역은 결단난다는 막연한 위기감은 모두가 뼈저리게 느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막상 낙동강특별법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그러한 위기감은 다양한 형태로 이미 조성됐고 이 날의 시위는 그 위기감이 극대화된 결정(結晶)판이었다.
그러나 낙동강특별법이 거론된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환경부는 지난 97년 이미 낙동강특별법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상수원수질개선특별조치법"을 입법예고 했다가 상·하류 주민의 반대로 폐기했다. 여기에다 주민지원 등에 관한 내용을 첨가해 다시 내놓은 것이 낙동강특별법이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역민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지역민의 주장에 손을 들어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환경부는 당시 물관리 정책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몇몇 환경단체와 토론회를 거친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공식적인 공청회 등은 한 차례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우호적(?)인 단체와 이상한 형식의 토론회로 의견수렴의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그러한 환경부의 자세도 문제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준 자치단체의 대응자세는 더욱 문제투성이며 일말의 책임에 있어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낙동강특별법이 주민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주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민과 자치단체는 특별법 내용은 물론 입안과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다.
낙동강특별법안이 나오기 전 환경부의 요청에 따라 경상북도는 법 제정에 따른 의견을 내도록 지난해 1월 도내 전시군에 공문을 보냈다. 21개 시군 가운데 안동과 영주, 문경 등 5곳은 의견서를 제출했고 상주시와 영양, 예천군 등 9곳은 의견없음으로 통보했고 나머지 의성과 봉화, 예천군 등 7곳은 회신조차 보내지 않았다. 의견을 낸 자치단체도 법안의 중요성에 대한 심각한 인식조차 없이 형식적인 제출에 불과했는데 안동시의 경우 2개 사안에 대해 몇 줄의 문구를 삽입하는데 그쳤다.
한마디로 낙동강특별법이 제정되는지조차도 무관심했고 환경과 수질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조차 빈약했던 것이다. 사전에 환경부 등 관련부처와 기관을 찾아다니며 지역의 입장을 전하고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의 노력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러한 과정속에 낙동강특별법이 마침내 지난해 5월, 의원발의안과 정부안이 국회에 상정되기에 이르렀다.
때 늦은 자치단체 대응에 반대운동 변질
법안을 받아본 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자치단체는 그제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반대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논란이 된 낙동강특별법 조항은 제4조 수변구역지정, 제5조 수변구역에서의 행위제한, 제6조 하천인접구역의 수질오염원 관리, 제7조 상수원 보호구역의 지정, 제9조에서 17조의 오염총량관리제의 시행, 제26조 주민지원사업 등이다.
의원발의안이나 정부안 모두가 한강과 금강 영산강 등 다른 4대강 특별법안과 비교하면 규제가 엄격하고 형평에 어긋나는 조항이 많다.
특히 수변구역의 지정과 행위제한 조항, 하천인접구역의 농약, 비료사용의 제한은 가장 논란이 심했고 반발을 샀던 조항이다. 분명 이 조항들은 형평에 어긋나고 문제가 있어 지역민의 반발끝에 상당히 수정되고 보완이 되긴 했지만 반대과정에서 크게 부풀려지고 와전된 측면이 적지 않았다. 이 조항은 낙동강특별법 반대운동의 원동력이 돼 지역민의 힘을 결집하는 요인이 됐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반대운동에 정략적으로 이용됐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낙동강특별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지역개발은 물론 농사조차 지을 수 없다는 식으로 지역민에게 확대·과장되어 전달된 것이다. 반대운동으로 그 조항들이 수정·완화 됐다기보다는 어차피 논의과정에서 충분히 조정될 사안으로 여겨지는 만큼 자치단체들이 이 조항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한 것은 사실이다.
안동시는 지난해 7월 2일 안동역 광장의 대규모 시위에 앞서 이 같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위기감을 극대화 시켰다. 또 시위 당일은 수천만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주민을 동원하면서 민선단체장의 위상을 한껏 높이는 동시에 지역과 주민을 위한 단체장의 투쟁모습을 극적으로 연출하는 효과를 조성했다.
예정에도 없이 안동시장은 삭발에 나서 투사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지만 함께 단상에 올라간 일부 집행부 간부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함께 삭발을 당함으로써 도대체 누굴 위한 시위인지 씁쓸한 자괴감을 지울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법안을 만들어 지역에 피해를 끼친다는 이상한 소문까지 나돌면서 지역정치권은 혼란속에 빠져 들기도 했다. 지역과 주민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선거전략으로 이용당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굴절된 모습에서 반대운동의 순수성은 일시에 박탈당해 버린 느낌이다.
안동시와 지역정치권이 지역민의 단합되고 결집된 힘과 역량을 어떤 이해관계를 떠나 생산적으로 분출하고 시민의 의식 속에 용해시키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우여곡절끝에 낙동강특별법은 수정되고 보완돼 이제 시행의 시기만 남아 있다.
합리적인 시행령 도출에 역량을 모아 낙동강특별법은 공포됐고, 이제 남은 것은 시행령과 규칙등 하위법령의 공포다. 사정이야 어찌됐던 지역민은 단합된 힘으로 지역의 목소리를 알렸고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할 산은 높고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았다. 당장 수계관리위원회 규정과 수변구역 지정을 위한 민관 공동조사단 관련 규정은 4월 15일부터 발효된다. 오염총량제도 낙동강수계의 경우 법 시행후 광역시는 2년뒤, 시는 3년뒤, 군은 4년뒤 시행되고 시·도지사의 상수원보호구역 직권지정제는 법 공포뒤 3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된다.
환경부는 차질없는 시행을 위해 이미 관계기관과 협의에 들어가는 등 단계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이제는 시행령의 종합적인 분석과 검토로 지역의 이익이 대변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자치단체와 지역정치권, 시민단체, 주민 모두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 과정에서 더 이상 특정한 이해관계가 개입돼 내부적 혼란이 야기되는 전처를 밟지 말아야 할 것이며 지역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내부적인 역량을 한곳에 모아 지역의 발전을 꾀하고 더 나아가 낙동강 상·하류 모두가 상생하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