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읽는 아이와 어른들의 모임 <물아낙>(글/백소애)
안동에서 책읽기 모임을 4년째 이어오고 있는 ‘물아낙.’ 어른들이 모여 어린이 책을 연구하고 좋은 책을 권장하여 어린이 문화운동을 해보고자 모인 비영리단체이다. 2003년부터 모임을 준비해 2004년에 정식으로 꾸려진 ‘물아낙’은 자녀교육관련 강좌를 비롯해 책읽기 프로그램, 문화체험, 좋은 어린이 책 전시, 그림책 강좌, 어린이 책 기증운동 등 각종 프로그램으로 알차게 꾸려지고 있다. 회원도 수시로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연중 1회 모집하고 일단 회원이 되면 공부하는 자세로 동화와 그림, 책에 대한 기본 교육을 병행해, 공부하는 엄마로,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엄마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와 기회를 마련해준다. 공부와 시간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선뜻 회원으로 가입하기가 망설여진다면 행사 때마다 참석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방법도 있으니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될 듯하다.
회장 김은숙 씨를 비롯, 처음 꾸려질 때부터 함께한 사무국 박남이 씨 등 2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 꾸려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동화’라는 공통분모 때문인지 회원 대부분이 30대 중후반의 젊은 여성들이다. ‘물아낙’이라는 이름은 물도리동 즉, 안동에 사는 아낙을 뜻한다. 모임 이름 때문에 남자들은 아예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다고 하자, 관심 가진 분들이 몇 분 있었는데 가입은 안하더라며 웃는다. 초창기 모임 때는 아이들이 어려서 다들 데리고 나오다보니 엄마들 보다 아이들이 더 많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린이집에 보낼 나이라 예전만큼 아이들로 북적이지는 않는다고.
물아낙은 매주 수요일 오전에 정기모임을 갖는다. 종합사회복지관과 용상동 도서관에서 공간을 내주긴 하지만 아직 사무실이 마련되어있지는 않다. 정기 모임에서는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책을 읽고 발제를 하고 토론을 한다. 대부분 회원들의 회비로 꾸려가지만 안동시가 평생학습도시로 지정이 되어서 약간의 지원금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도 있다고 한다.
지역 시민단체나 도서관 등과 연계해서 사업을 진행하면 장소나 홍보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도 해결되고 서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박남이 씨에게 물어보았다.
“연계해서 할 수 있는 고리가 아직은 잘 안 만들어지네요. 가능하면 연계해서 프로그램 진행할 때 더 원활해진다면 저희야 좋지만, 그럴만한 계기나 기회가 없었어요.”
올 2월부터 회장을 맡은 김은숙 씨가 모임을 꾸려나가면서 힘든 점 몇 가지를 들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점은 모임일정에 맞추다보니까 개인적인 시간이 좀 부족하고, 모임으로 보면 경제적인 역량도 부족한 면이 있고 사무실 공간을 위해 돌아다녀야하는 불편함도 있고, 도서관이나 공공장소에서도 여유 공간이 없어서 그런 점이 아쉽죠.”
이러한 모임을 갖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책, 독서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실무를 담당할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전문가 수준의 실무자가 있는지 물으니, 아이들 키우며 십년 넘게 동화 관련 자료를 모으다보니 다들 반은 전문가가 된 것 같다며 웃는다. 전통놀이나 염색 등의 가족문화체험은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에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놀이가 곧 교육이 되고 책읽기와 독서가 생활이 된다고 한다. 아이들은 체험활동이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엄마들은 지속적인 책 읽기를 하게 된다.
책에 대한 지역 내에서의 교류와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 사무국 박남이 씨의 말을 새겨듣지 않을 수가 없다. “가면 갈수록 책문화도 빈부격차가 나는 것 같아요. 집에서 접하지 못하는 책도 읽어보고 책에 대한 토론도 함께 하고 좋은 책에 대한 정보도 나누는 것으로부터 책문화가 활발해지는 게 아닐까요.”물아낙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되고 즐거웠던 기억을 묻자, 김은숙 씨가 빙그레 웃는다.
“복지관에서 여름방학 때 책 읽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책과 친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을 읽어주었는데 아이들 반응이 무척 좋았고 몰입해서 잘 듣더군요. 누군가를 위해서 하는 나의 행동이 나와 남을 같이 만족시켜준다는 것에 대한 보람이 남달라요. 또 좋은 책 전시회 할 때 좋은 일 한다고 격려해주고 주변의 친구들이나 가족들도 적극적이고 많이 달라진 모습에 기뻐할 때 참 보람되죠.”책읽기 활동을 하면서 책에 관심을 두지 않는 또래 어머니들과의 대화와 모습에서 공부한 보람을 느끼는 경우도 있어 자기 계발에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물아낙에서는 10월 24일~27일 탈춤공연장에 위치한 안동시관광정보센터에서 좋은 어린이 책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옛이야기 그림책과 글책을 전시하고 동극 ‘팥죽할멈과 호랑이’를 10월 24일 오후 2시, 10월 27일 오전 11시에 공연할 예정이다. 지역에서 이러한 문화운동을 하는 이들의 알찬 발걸음이 앞으로 어떤 발자국을 낼지 자못 궁금하다. 동화 읽는 아이와 어른들의 모임이어선지 마음까지 말갛게 개인 느낌으로 ‘물아낙’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이런 날은 어쩐지, 옛날 전래동화라도 한편 읽고 싶은 마음이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