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대 대학자 다이쩐의 고향 롱푸마을(글/임세권-안동대 교수)
일반적으로 황산시(黃山市)로 알려져 있는 도시는 황산시 툰시구(둔계구,屯溪區)이다. 황산시는 세 곳의 구(區)와 네 곳의 현(縣) 그리고 황산풍경구(黃山風景區)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전체 면적은 9807 평방킬로미터이니 대략 남한 면적의 십분의 일 정도로 보면 된다. 황산시가 탄생한 것은 1987년이며 금년은 시창설 20주년으로 지난 11월 4일 성대한 축제가 열렸었다. 황산시의 시정부가 있는 툰시구는 황산시가 창설되기 이전에는 슈닝현(휴녕현,休寧縣)에 속해 있었다. 툰시구는 헝지앵(횡강,橫江)강과 솨이쉐이(솔수,率水)강이 합류되어 신안지앵(신안강,新安江)강이 출발하는 곳이다. 신안지앵 강의 북쪽에 툰시구의 시중심이 있고 신안지앵 강 남쪽 그리고 솨이쉐이 강 동쪽에 툰시구의 양후진(양호진,陽湖鎭)이, 그리고 헝지앵 강과 솨이쉐이 강이 만나면서 삼각형을 이룬 곳에 리양진(려양진,黎陽鎭)이 있어서 툰시 양후 리양이 삼각형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길 이름에 남은 대학자 다이쩐(戴震)
내가 처음 황산에 도착한 후 거처로 삼은 곳은 하오셩(호생,豪生)호텔이었다. 호텔은 리양진의 중심에 위치하는데 호텔 앞으로 지나는 길의 이름이 다이쩐로(戴震路)였다. 호텔에서 백여미터 북쪽의 길가에 황산시의 유일한 대학인 황산학원(黃山學院)이 있다. 나는 다이쩐이라는 인물은 청대의 유명한 학자이니 대학이 있는 곳의 길 이름을 다이쩐의 이름을 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황산학원의 휘저우(휘주,徽州)문화연구소장을 지낸 팡리산(방리산,方利山) 교수에게서 황산학원 자리가 옛날 다이쩐 집안의 사당이 있던 곳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이 있는 뒤편의 마을이 옛날 다이쩐이 살던 고향마을임도 알게 되었다. 다이쩐로는 솨이쉐이강과 헝지앵강이 합류되는 지점에서 시작하여 롱푸마을 남쪽을 따라 서쪽으로 연결되는 길이다. 따라서 이 길의 이름이 다이쩐로인 것은 그냥 황산학원이 있어서 이 지역의 대표적 학자의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라 다이쩐의 고향을 지나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황산학원의 뒷문 바로 앞에는 짠추안허(占川河)라는 작은 하천이 흐르는데 하천 물을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큰 수문이 있다. 수구(水口)의 존재는 휘저우지역 마을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데 이 수구는 다른 마을에서 보는 것보다 규모면에서 월등히 크다. 수구 근처에는 거대한 장(樟)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서 이 마을이 오랜 역사를 가졌음을 알려준다. 중국도 한국처럼 오랜 마을에는 이렇게 큰 고목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임시로 지내던 호텔 방이 북쪽에 있었기 때문에 창가에 서면 롱푸마을 전경이 내다보이고 황산학원의 건물들이 마을의 아파트들 뒤쪽으로 높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유채꽃이 아직도 화사하게 핀 4월 어느날 북쪽으로 난 내 방의 창을 통해서 멀리 노랗게 빛나는 유채밭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을 가보고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어 다이쩐로를 걷게 된 것이 첫 번째의 롱푸마을에 들어간 경험이었다. 유채밭은 마을의 서쪽 끝에 이어져 있었는데 마을이 끝나는 곳에는 발전소 건설현장이라고 쓴 간판이 걸려 있고 공사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밭의 끝은 강으로 바로 이어지며 다른 한쪽 끝은 비행장이 보이는 자동차길로 이어졌다. 밭에 서서 북쪽을 보면 넓은 강 건너 아득히 슈닝현(휴녕현,休寧縣)으로 통하는 길이 보이고 강 중간에는 잡목들이 우거진 큰 섬이 보였다. 섬은 섬의 북쪽으로 흐르던 물길이 완전히 끊어지고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서 이제 섬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도시근교의 매우 쓸만한 땅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 곳에는 엄청나게 큰 건물이 하나 들어서고 있었는데 영화촬영을 지원해주는 건물이라고 했다. 황산시 지역은 많은 영화들이 촬영되는 곳이어서 이러한 지원센터가 오히려 늦은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 본 유채밭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내 머릿속에 남겨 주었다. 유채밭이 있는 강변 나무그늘에서 채소를 다듬는 아주머니들, 유채밭 사이에 심어놓은 배추를 수확하는 농민들이 노란 유채꽃 속에서 함께 아름다운 그림으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롱푸는 그렇게 유채꽃 풍경과 함께 나에게 다가왔다.
마을에 남은 옛 번영의 흔적들
그러나 그 때는 나는 롱푸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도 없고 그냥 유채꽃 풍경에 취해 있었으므로 마을을 살펴볼 여유가 따로 없었다. 내가 마을을 다시 찾게 된 것은 팡리산 교수가 잠깐 안내해준 황산학원 안의 다이씨(대씨,戴氏) 사당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사당은 기단부만 남고 건물은 오래전에 없어졌는데 지금은 기단 위에 학교 행정부서의 사무실 건물이 세워져 있다. 기단부는 높이가 1미터 약간 넘고 정면의 길이가 10미터 좀 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양쪽으로 계단이 있고 양쪽 계단 옆으로는 중국의 고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사자상이 있다. 팡리산 교수는 돌사자나 사자를 받치고 있는 좌대 측면의 조각 솜씨로 보아 이 건물기단이 명대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지금 다이씨 집안과 관련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유적은 이것이 유일하다고 한다.
학교를 나와 황산학원의 서쪽 담이 남쪽으로 꺾이는 곳에서 다이쩐 기념관이 있다는 롱푸정지에(융부정가,隆阜正街)길로 들어섰다. 지도에서 보면 롱푸정지에 길은 북쪽으로 헝지앵강을 향하여 올라가다가 다시 강을 따라 서쪽으로 꺾이고 있었다. 그런데 길을 가다 보니 롱푸정지에길이 어느새 롱푸중지에(융부중가,隆阜中街)길로 바뀌어 있었다. 롱푸정지에 길은 가던 길을 따라간다고 그리 쉽게 가지는 게 아니었다. 휘저우 지역의 마을들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도 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처음 가는 사람에게는 도무지 가던 방향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황산시를 소개하는 책자에 보면 다이쩐 기념관이 롱푸에 있다고 되어있고 다이쩐은 황산이 배출한 가장 걸출한 인물이었으므로 나는 무턱대고 마을로 가면 쉽게 다이쩐 기념관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시원찮은 중국어 발음 때문인지 아니면 마을 사람들이 워낙 중국 표준말인 푸퉁화(보통화,普通話)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다이쩐에 관심이 없는지 도대체 만난 사람마다 머리를 가로젓기가 일쑤였다. 겨우 어떤 노인과 의사가 통했는 듯 했는데 그는 강 건너 툰시에 다이쩐 공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도 분명히 인터넷 자료에 롱푸에 기념관이 있다고 되어있는데 다이쩐 공원에 있을리 만무하다고 생각하여 계속 땀을 흘려가며 물어보면서 마을을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다. 마을은 다이쩐로에서 보기보다 훨씬 예스런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명청대의 건물의 특징들을 간직하고 있는 고가옥들이 아직도 상당수 남아 있고 좁은 골목길은 홍춘(굉촌,宏村)마을이나 시디(서체,西遞)마을을 연상하게 해줄 만큼 고풍이 남아 있었다.
거대하게 느껴지는 상점건물의 나무문짝은 이 마을이 과거 상업적으로 얼마나 크게 융성했었는가를 보여주었고 잘 가꾸어진 정원을 갖춘 집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마을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마을을 점점 안으로 들어가면서 이러한 오랜 집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집들은 겉만 멀쩡하지 속은 이미 다 무너진 집들도 많았다. 휘주지역 건물들 대부분은 겉은 벽돌로 견고하게 쌓고 그 위에 회를 발라 흰색의 높은 담을 만들어 매우 견실하게 보이지만 내부는 모두 목조로 되어 있어서 오랜 기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오래 견디지 못하고 썩어 주저앉게 된다. 이 마을의 많은 집들이 그런 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대문 위의 전조(塼雕) 장식이나 석조(石雕) 장식은 이 마을이 과거에 얼마나 부유한 마을이었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셋집 공고 붙은 다이쩐 기념관의 대문
골목을 돌고 돌아 몇 번을 다시 물어가면서 롱푸정지에 118번지의 강변에 자리잡은 다이쩐 기념관에 다달았을 때는 이미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러나 다이쩐 기념관은 철로 된 대문에 큰 열쇠가 걸려 있었고 문에는 "세놓음, 다이쩐기념관, 집 전체 상하층, 방 넷, ? ? 긴 복도 있음, 연락처 전화, 가격은 만나서 상의해주세요. 우대해 드립니다"라는 알림글이 붙어 있었다. 이로 보아 기념관은 이미 폐쇄된 지 오래고 건물을 시에서 세를 놓는다는 내용이었다. 겨우 힘들게 찾아 왔는데 막상 들어가 볼 수가 없으니 아쉽기 짝이 없었다. 또한 시에서 문화재로 지정한 건물로 기록되어 있는데 허술한 관리는 물론이고 셋집으로 내놓았다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이쩐의 선조는 일찍이 당대에 셔센(흡현,歙縣)의 황둔(황돈,篁墩)에서 롱푸로 이주해와서 많은 사환인물을 배출하였으나 다이쩐 이후에는 점차 미미해졌다고 한다. 다이쩐이 살던 옛 집은 롱푸마을의 서쪽 산먼리(삼문리,三門里)이다. 다이쩐은 저작중에 에 남쪽과 북쪽의 강 사이에 "유예숙(游藝塾)"이라고 한 것이 있는데 황옌페이(황염배,黃炎培)가 "대동원선생독서처(大東原先生讀書處)"라고 하였다. 동원은 다이쩐의 자(字)이다. 그 옛집은 청말기 도광연간(道光年間)에 불타버리고 현재는 롱푸소학(小學, 초등학교)이 있다. 지금은 담장에 "고환원(古歡園)"이라고 새겨진 석비만 남아 있다.
현재 기념관으로 사용된 건물은 요벽루(搖碧樓)라는 다이씨(戴氏) 후예의 고가옥으로 다이쩐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집이다. 대지 108평방미터 위에 2층으로 세워진 이 집은 청나라 때의 휘저우 지역 전통적 주택형식을 취하고 벽돌과 목조구조를 하고 지붕에는 이지방 특유의 작고 얇은 기와를 얹었다. 건물 아래 로는 청당(廳堂)과 주랑(走廊)이 있고 주랑 아래로는 폭넓게 흐르는 강물이 광활하게 보이고 건너편에 화원과 대숲 청산이 건너다 보인다. 강쪽에서 집을 올려다 보면 집은 강을 향해서 개방형을 취하고 있는데 이층의 미인고(美人靠, 기대어 앉을 수 있는 난간에 붙인 의자)에 앉으면 흐르는 강물과 먼 산이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와 보는 이의 마음 속에 시정을 불러 일으킨다. 이러한 구조는 사방을 마치 견고한 성벽처럼 막아서 폐쇄적 특징을 보이는 일반 휘저우 건축과는 다르다. 이는 건물이 강을 향하고 있고 강쪽에서는 방범이나 방화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며 또한 자연과의 일체감을 건축에 적용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요벽루가 다이쩐 기념관이 된 것은 1924년 대진탄신200주년 기념에 다이쩐의 후손 다이친췐(대금천,戴琴泉) 등이 이 집을 구입하여 "롱푸동원사립도서관(隆阜東原私立圖書館)"을 세우고 대량의 다이쩐 저작자료와 관련자료를 모아 보존한데서 비롯된다. 이후 1957년에 국가가 관리하게 되었고 1983년 수리하여 다이쩐기념관이 되었다.
현재 다이쩐의 후예는 대부분 베이징 난징 랴오닝 샹하이 광둥 등지와 홍콩 타이완 미국 일본 카나다 유럽 등 외국에 까지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은 여러분야의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다이쩐의 학술을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다이쩐 고향의 문화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다이롱순(대룡손,戴龍蓀) 다이지에순(대길손,戴桔蓀) 등이 노력하여 다이쩐전집을 출판하고 다이쩐 기념관을 수리하여 옛 고향에서 다이쩐 정신을 널리 홍양시킨 것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바 있다. 기념관 안에은 휴게실 진열실 장서실 열람실 등과 다이쩐의 흉상이 있다고 하며 대진의 일생에 대한 소개, 대진저작 및 기타 고서적들이 만여책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 기념관이 빨리 더 훌륭하게 되어 일반에게 다시 다이쩐의 학술과 사상을 알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선착장에서 그려보는 롱푸의 옛 영화
기념관의 옆으로는 건물 밑을 통해서 강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고 계단을 내려가니 계단 끝은 바로 강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는 롱푸정지에 길에서 헝지앵강의 부두로 통하는 통로이고 계단을 내려서면 긴 장대석들로 계단모양의 석축을 쌓아서 배를 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러한 선착장은 롱푸정지에 길의 강변쪽으로 늘어선 건물들의 뒤쪽 강변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있고 골목에서 강변 선착장으로 나가는 통로들이 여러개 나 있다. 다이쩐 기념관 옆의 통로를 나가면 볼 수 있는 선착장 시설은 길게 뻗친 돌을 깐 강변통로와 배가 닿을 수 있는 선착장 시설들이 쓰레기 더미에 묻혀있긴 했지만 비교적 잘 남아 있었다. 선착장의 규모나 시설로 보아 이 마을이 당시 얼마나 많은 배들이 들어왔고 따라서 이 일대의 매우 중요한 물산의 집산지였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지금 롱푸로 들어가는 가장 큰 길은 다이쩐로를 통해서 황산학원 뒷길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옛날에는 툰시의 중심인 지금의 라오지에(노가,老街) 길의 남쪽 끝에 있는 라오다치아오(노대교,老大橋) 다리를 건너서 강변을 따라 들어가는 길이었던 듯하다. 롱푸 마을의 가장 중심거리로 보이는 롱푸정지에 길은 지금은 황산학원 뒤의 다이쩐로에서 시작되지만 다이쩐로에서 들어가다 보면 자연스레 롱푸정지에 길로 연결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롱푸정지에 길은 오히려 황산학원 북쪽의 밭둑을 따라 연결된 들길로 연결되어 강변을 따라 라오다치아오 다리로 연결되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이 들판에 여러개의 석패방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이곳이 마을로 들어간 주 통로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롱푸마을을 직접 다녀보면 이 마을과 툰시가 연결되는 주요 통로는 강변을 통했던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마을의 중요한 건물들이 강변을 따라 조성된 롱푸정지에 길에 몰려 있는 것이다. 이 강변길인 롱푸정지에 길이 중요한 것은 이 마을이 강변에 조성된 상업중심마을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타오싱즈가 세운 근대교육의 요람 롱푸중학
다시 롱푸를 찾은 것은 6월 말경이 되어서였다. 이미 황산시는 무더운 여름날씨가 시작되어 땡볕이 내려쪼이는 한 낮에는 밖에 나가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점심 후 세 시경이되어서 다시 다이쩐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갔다. 다이쩐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 마을의 서남쪽 끝에 이르면 롱푸중학이 있다. 중국의 중학은 한국에서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것이라 모두 여섯 개의 학년이 함께 공부를 하므로 생각보다는 규모가 크다. 그러나 롱푸중학은 보기에 자그마한 학교였으며 이것은 도시 변두리의 중학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내가 이런 롱푸중학을 찾아온 것은 이 학교가 중국 근현대 교육가의 큰 인물인 타오싱즈(陶行知)가 1922년 창설한 학교로 툰시지역의 초기 근대학교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타오싱즈(도행지,陶行知,1891~1946)는 현대의 중국을 대표하는 저명 평민교육가로 원명은 원쥔(문준,文濬)이며 셔셴(흡현,歙縣) 사람이다 그는 항저우의 의학을 공부한 후 1914년 미국으로 건너가 커럼비아대학에서 유명한 교육학자 듀이와 먼로에게서 교육학을 전공하였다. 1917년 귀국후 여러학교의 교장을 맡고 근대교육운동에 헌신하다가 1930년대 이후 항일투쟁에 투신하였다. 1946년 중공남방국지지 아래 중경에서 사회대학을 세우고 교장을 맡아 일하다가 그해 7월 25일 죽기까지 오로지 평생을 평민교육사업에 종사하였다. 마오저둥은 그를 위대한 인민교육가라고 칭송했다. 타오싱즈는 휘저우가 배출해낸 수많은 인물 가운데 교육분야에서 중국역사상 우뚝선 인물이니 그가 세웠다는 롱푸중학이 한번 가보고 싶었고 학교에 그의 자취가 남아 있는지도 궁금했다.
타오싱즈는 1923년 만리장성을 여행할 때 장성의 벽돌을 가져와서 학교에 기증하면서 "인재를 육성하는 것만이 국가가 공화국의 길로 매진하는 것을 보장한다"고 격려하였다고 한다. 수십년래 학교는 많은 인재를 배양했고 더욱이 일찍이 부녀인재를 길렀고 오랜기간에 걸쳐 유학사상의 영향을 받아 사회진출이 막혀있던 휘저우 지역 여성의 지위를 개방시킨 것은 탁월한 공헌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롱푸에서 자라고 지금 롱푸에 있는 황산학원 교수도 롱푸중학이 타오싱즈가 세웠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을 보니 이곳 사람들에게 타오싱즈라는 인물이 이제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이미 중국의 어느지역에서나 그 학교가 명문인가 아닌가는 학교가 가진 역사나 과거 얼마나 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는가에 있지않고 오직 이름난 대학에 얼마나 많은 학생을 진학시키는가에 있었다. 그것은 이곳 황산시에서도 다를 수 없으니 롱푸중학이 다시 옛 명성을 찾는 일은 이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학교에 옛날 초기의 건물이 혹시 남아 있지 않을까 하고 교문을 지키는 수위에게 물으니 여학생기숙사로 쓰는 건물이 가장 오랜 건물이라고 했다. 학교 뒤편에 서양식으로 지어진 벽돌 건물이 하나 있는데 본래는 붉은 벽돌집이었던 듯한데 표면에 흰 칠을 해서 하얀 색의 산뜻한 집으로 바뀌 어 있었다. 건물은 20세기초 중국에서 많이 지어진 서양식 건물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는데 학교의 역사를 알려주는 유일한 집처럼 보였고 앞으로 보존대책을 세워야 하지않을까 생각했다.
노인들과 운명을 함께할 옛 집, 옛 마을
롱푸중학을 나와 다시 롱푸정지에 길쪽으로 골목을 북쪽으로 접어들었다. 롱푸정지에 가까이 갔을 무렵 원지아오루 길에 들어섰을때 문화재지정 표찰이 붙어 있는 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표찰에는 "전구중점문물보호단위(全區重點文物保護單位) 우쩐싱댁(오진흥댁,吳振興宅) 툰시(둔계,屯溪) 인민정부 1982년 7월 20일 공포"라고 쓰여 있었다. 중국의 문화재지정은 국가지정문화재는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 성지정문화재는 "전성중점문물보호단위" 등으로 이름을 붙이는데 이 집은 구(區) 즉 툰시구 중점이니 중국 문화재 중에서는 최하 단위의 지정문화재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하부단위의 행정구역에서도 자체적으로 문화재를 지정하여 보존하는 것은 우리가 배워야할 점으로 보인다. 건물로 들어가니 나이가 매우 많아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대청에 계셨다. 할머니는 여든여덟이라고 하는데 매우 깨끗하고 기품이 있어 보였다. 집을 좀 구경하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보라고 허락을 했다.
집은 이층으로 되어 있고 이층 난간과 기둥의 공포부분은 화려한 조각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고 기둥을 잇는 창방이나 보 등에는 단청의 흔적도 상당히 남아 있었다. 아래층은 어느정도 변형이 되어 있는 듯한데 명말청초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주춧돌들이 있어서 이 집이 상당히 오랜 집임을 알 수 있었다. 집 뒤로 들어가니 바로 부엌이 나왔는데 아마 본래의 건물들이 상당히 훼손되어 규모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였다. 부엌은 지붕에 광창을 뚫어 채광을 하도록 했는데 이는 휘저우 지역에서는 흔하게 볼 있는 형식이다. 창문의 조각 장식 등이 매우 뛰어났으나 워낙 먼지가 많이 쌓여서 사진촬영이 용이하지 않았다. 할머니 혼자 이 큰 집을 간수하기에는 무리일 것인데 문화재로 지정만 되었지 실제로 집을 보존하기 위해 지원되는 것은 미미하다는 것을 후에 시 문화재담당자로부터 듣게 되었다.
이제 이런 집들은 그것이 지정된 문화재건물이든 아니든 내가 보기에는 노인들이 죽고나면 집들도 함께 사라질 것 같았다. 마을에는 이러한 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대부분의 집들은 겉은 그럴 듯이 남아 있어도 내부는 거의 썩어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아마 그런 집들은 집주인이 없어진 후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았다. 우쩐싱댁이 그래도 상태가 좋은 것은 그나마 문화재 지정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정된 몇 집으로 이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마을이 과거의 전통을 유지하기는 힘겹게 보였다. 아마도 서서히 집들은 무너져갈 것이고 그 자리에는 현대식 건축들이 들어서거나 아니면 현재 재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전통주택들이 아파트단지로 바뀌고 있는 양후진(양호진,陽湖鎭)처럼 여기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지도 모른다.
도시외곽의 이러한 마을들이 과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 현대적 생활을 편리하게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는 전통문화의 연구자들이나 현대도시 그리고 관광관련 연구자들 행정가들이 함께 머리를 맛대고 논의해야할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곳 황산시 툰시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안동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특별히 나에게는 느끼는 것이 많은 마을이었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