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 연구교수 된 안동청년 조문흠(글/백소애-편집기자)

오후 2시의 만남은 많은 걸 내포한다.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에는 편하지 않는 사이이고, 그러기에 차 한 잔 마시며 저녁 전에 일을 끝내야한다는 서로간의 암묵적인 약속이 담겨져 있다. 그런 만남이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과 자극을 남긴 자리가 되었다.
그를 만나기 전 그에 대한 짧은 자료를 훑어보았다. 알고 있는 거라곤 안동대학원 교육공학과 출신으로 미국 인디애나 퍼듀대학교 연구교수로 임용됐다는 사실 하나였다. 언어적 소양이 부족한 터라, 100% 영문으로 된 그의 웹사이트에서 어정쩡하니 아무런 자료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하건데 나는 그가 미주리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중서부의 명문 인디애나 퍼듀대학교 연구교수로 임용된 것에 대한 정보만을 가지고 있되, 만나기 전부터 그를 ‘대단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을 일단 접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의 이력에서 차포를 떼고, 있는 그대로의 조문흠(34)씨를 만나 보기로 했다.


안동토박이청년 조문흠, 미국에서 날개 달다
겨울비가 제법 쌀쌀하게 내리고 있었다. 조문흠 씨는 안동대에서 ‘쉬고’있는 중이었다. 미국에 있을 줄 알았던 그가 얼마 전 입국해 출국을 며칠 앞둔 시점이라 운 좋게 연락이 닿았다. 사범대 자판기 앞에서 접선(?)하기로 하고 기다리는데 캐주얼한 차림의, 안동대 학부생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젊고 수수한 청년이 다가왔다. 그는 최근까지 미국생활에 익숙해진 터라 영어를 자주 사용했는데 어색한 웃음을 짓는 나의 표정을 보고는, 의식적으로 영어단어를 자제하며 인터뷰하는 배려를 보여주었다. 2월 1일 첫 출근을 앞둔 그의 모습은 무척 편안해 보였다.
“말 그대로 쉬는 거예요. 재충전하는 거죠. 그런데 공부하는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다른 곳에서 쉰다고는 해도 사실 쉬질 못해요. 머릿속으로는 계속 구상 중이죠.”


2003년에 갔으니 미국생활도 4년 반이 되었다. 그는 고향이 안동이다. 영남초-안동중-경안고를 나와 안동대 독어독문학과, 안동대학원 교육공학과를 다녔으니 완전 안동 토박이인 셈이다. 군 생활 3년을 빼고는 꼬박 안동에 있었다. 2남 1녀 중 막내이고 아직 미혼이다. 봉화가 고향인 부모님은 현재 안동에 살고 계신다. 1년에 한 번꼴로는 한국에 들어왔던 터라 향수병을 느낄 새도 없었다. 8월말~12월중순이 가을학기, 1월말~5월초에 봄학기, 6월초~7월말 여름학기. 그러니 한 달의 시간 공백이 있는 셈이다. 그 한 달을 한국에 들어와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안동대에 나가 친구들도 만나고 공부도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안동대에서도 이번 부임을 두고 퍽 고무적이었겠네요? 현지 교수 부임이라는 첫 테이프를 끊으신 거죠?”
그는 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서울에서야 이런 경우가 많겠죠. 제가 현재 알기로는 아마도 그건 것 같아요.”
안동대 교육공학과 측에서도 오로지 안동대에서 학,석사과정을 거친 그가 미국으로 건너가 이루어낸 성과에 무척 기뻐했다. 그만큼 주위의 관심도 컸을 것인데 가장 뿌듯해한 사람은 누구였으며 또 부임소식이 본인의 인생에 있어 가장 기뻤던 일 중 하나는 아니었는지 궁금했다.
“당연히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이 가장 기뻐했구요, 저 자신도 제 인생에 이룬 성취감 중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기쁨이 됐어요. 더군다나 제가 갖는 첫 직장이기 때문에 그 감회가 더 남달랐어요.”


학부 때 전공은 독어독문. 그러나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교육공학으로 전공을 변경했다. 독일로 유학 갈 생각도 했었는데 취업문이 좁았고 언어학이 접근이 쉽고 독특한 면이 적어 진로에 애로사항이 많을 거라고 판단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가 찾아봤어요. 제가 남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서 교육 쪽으로 눈을 돌렸어요. 원래 꿈이 교수였으니까요. 구체적으로 많이 고민한 후 교육공학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다보니까 배울수록 좋고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았어요.”




교육공학, 효과적인 학습방법을 알려주는 학문
아직은 교육공학이라는 학문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다. 그에게 간략한 설명을 부탁했다.
“신입생들에게도 잠깐 얘기했는데 학교 다닐 때 이런 경험이 많을 거예요. 내가 초, 중학교까지는 수학을 잘했는데 고교 때 선생님이 잘못 가르쳐서 망쳤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학생이 많아요. 영어를 잘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의 티칭스타일이 나랑 너무 안 맞다. 이런 식으로 교사의 개인차에 따라 학생들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교육공학이란 학문이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거든요. 어떻게 하면 교수의 입장에서 보면 가르치는 것, 학생 입장에서는 배우는 것 즉 티칭을 효과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해주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똑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고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학생 참여 유도를 구체적으로 컨설팅 해주는 것이다. 그가 근무하게 될 인디애나 퍼듀대학교 교수학습센터는 그런 의미에서 연장선상에 있다.
“안동대에도 교수학습센터가 생겼어요. 학교마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존의 방식처럼 교수가 학생에게 설명하는 한 방향으로는 힘들어요. 학습이론 차원에서 연구한 결과 양방향으로 흘러가는 환경 즉 교수가 학생에게 단순한 지식전달을 해주는 역할이 아닌 학생 스스로 지식창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만들어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거죠. 기존의 교수들도 그러한 방식에 대해 공감을 해요. 본인이 많이 안다고 해서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거든요.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를 컨설팅해주는 곳으로 보시면 돼요.”
보통 CTL(Center for Teaching and Learning)이라고 하는 교수학습센터는 교수들이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학습이론 컨설팅을 해주는 일이다. 교육공학 이야기에 그는 눈을 반짝이며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었다. 특히 그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는 온라인 교육이다. 이러닝(e-learning)컨설팅 쪽에 관심이 많아 학습참여를 유도하고 가이드해주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미주리에서 500마일, 인디애나 퍼듀에 새둥지
그는 전액 장학생으로 미주리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생활비며 여러 가지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나 부모님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했다.
“학교에서 등록금과 의료보험을 지원해줬어요. 캠퍼스에서 일주일에 20시간을 TA(티칭 어시스턴트), RA(리서치 어시스턴트)를 해서 100여만 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어요. 생활하기에 모자란다면 모자랄 수 있었겠지만 절약해서 생활하면 것두 충분해요.”
일반 직장인의 노동시간의 반 정도를 일하고 학업에 매진했으니 그도 보통 악바리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사과정 들어가서 교수님과 프로젝트를 해서 커버가 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본인이 학비를 부담해야 되거든요. 미국은 시스템이 학교마다 다 달라요.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학생을 받는다고 하면 그 학생한테 장학금을 준다는 것을 전제로 하죠. 그래서 뽑을 때 신중하게 뽑고 대부분 장학금 혜택을 주죠.”
학부생들은 기숙사가 있지만 그는 학교에서 지급하는 방 한 칸, 거실 하나, 부엌, 화장실이 딸린 아파트에서 지냈다. 한국의 원룸촌과 비슷한 곳이다. 혼자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처음에는 도시락을 싸서 다녔으나 지금은 미국 음식도 입맛에 맞고 오히려 살이 쪄서 걱정이라고 한다.


그가 지냈던 미주리에서 인디애나 퍼듀 대학까지의 거리는 500마일, 자동차로 8시간 거리이다. 미주리대학원에서 교육공학박사학위를 취득한 그가 인디애나 퍼듀대학의 교수학습센터에 연구교수로 부임하게 된 경위가 궁금했다.
“잡 사이트에서 공고를 봤어요. 지역에 제한 없이 전국 공고를 냈더라고요. 구체적인 사항을 보고 제가 원하는 거랑 맞아서, 왜 내가 이 직업을 원하는지 내가 이 직업에 맞다는 것을 A4 용지 한 장 반 안에 내가 가진 역량, 열정을 다 담아내는 일종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첨부해서 1차적으로 보냈어요. 그 후 우리로 치면 대학교의 직업채용 담당자가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전화인터뷰 하죠. 작업했던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수 있냐고 해서 어떤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그걸 보면서 센터장과 한 시간 정도 전화 인터뷰를 했어요.” 
그동안 작업은 어떻게 참여했고 그 안에서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등의 세세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끝나고 나서 최종적으로 3명 정도를 캠퍼스에 부르는 것 같았어요. 미주리에서 그곳까지 엄청난 거리잖아요. 캠퍼스까지 가게 되면 관계 자체가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마음에 든다고 해서 뽑는 게 아니라 저도 조건이나 여러 가지가 마음에 들어야 해요. 공식적인 첫 직장이어서 돈 보다는 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에 포커스를 두었어요. 방문할 때 드는 숙식이나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학교 측에서 대요. 캠퍼스에 가서 우리식으로 치면 교무처장급 되는 분과 직접 면담을 했고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했어요.”
20명의 교수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캠퍼스를 둘러보고 온 일주일후에 오퍼가 왔다. 서로의 조건이 맞았다.
“그때 모였던 분들이 면접관인건가요?”
“그렇죠. 그리고 제 잠재 고객이 되겠죠. 제가 컨설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안동의 정, 미국의 교육시스템이 좋아요.”
4년 반의 미국생활 동안 문화적인 차이로 당황스러웠던 상황도 많았을 것이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하고 갔어요. 잘하는 건 아니지만 문제없이 할 수 있었는데 듣는 게 안 되더라구요. 우리가 들었던 것들은 주로 아나운서가 말하는 것처럼 정확한 발음이잖아요? 미국사람들 중에도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발음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소소한 것으로는 얼마를 줘야할지 고민되는 팁 문화나 샌드위치 하나를 주문할 때도 대여섯개 옵션을 시켜야하는 것들에서 문화적인 차이를 많이 느꼈죠. 일례로 감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포테이토가 아니라 후렌치 후라이라고 해요. 그런 여러 가지를 부딪치며 알게 되는 거죠.”


안동에서 공부할 때와 미국에서의 생활의  장단점을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주저 없이 말했다. 미국에서는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도 잘 갖춰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안동에서는 한계가 있었죠. 논문이나 자료를 받아보려면 신청하고 기간도 오래 걸리고 복사비는 또 따로 들죠. 미국은 학생이 30일 동안 그 논문을 빌려볼 수 있고 제반비용이 무료예요. 또 자료가 없을 경우에는 연계된 곳에서 자료를 찾을 수 있으니, 교육시스템은 정말 좋아요.”
공부 외적인 곳에 시간을 뺏기지 않아서 좋았다고 한다. 데이터베이스구축이 잘되어 있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그를 기쁘게 한 점은 자신이 공부하던 책의 저자와 한자리에 앉아 공부했을 때의 기쁨이다.
“간혹 책의 저자와 제가 같이 공부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느낌이 확 다르죠. 그런 것들이 무척 좋았죠.”
반면 미국은 한국과 달리 슈퍼에 갈려면 차로 10분 이상 가야 된다던가 생활편의시설이 한군데에 집중되어있지 않는 점이 있다. 또 안동 교수님들이 많이 인간적이라고 한다. 식사도 같이 하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개인화가 되어서 누구랑 같이 어울리는 게 쉽지가 않다. 학과 주체 파티에서나 어울리지 우리나라처럼 문 두드리고 들어가 편하게 얘기 나누는 분위기가 아니고 상담시간을 정식으로 예약해야 한다.


현재 안동대 교육공학과 출신 중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들과는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지낸다. 거리상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조문흠 씨를 포함해 4명이 나가있다. 1년에 한번 교육공학관련 컨퍼런스가 있으면 그때 만나서 서로의 안부도 챙기고 자료공유도 하고 맥주도 한잔 마시기도 한다.
지금이야 한국 사람들과 잘 지내지만 첫 3년간은 의도적으로 한국 사람들을 안 만나려고 했다. 바쁘기도 했지만 본인 공부에 몰두하기에는 미국에서의 적응이 우선이었다. 미국에 가기 전 여러 가지 원치 않는 상황을 생각해보았고 거기에 대한 확고한 선을 그어놓았다.
타국에서 때론 힘든 점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어떤 주어진 상황이었다기 보다는 자신과의 싸움 때문에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자신감이 없었을 때, 제 스스로 때문에 힘들었어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고민으로 지레 걱정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상대는 아무런 의도를 갖고 있지 않는데 나 혼자 오해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한국 언론매체를 접하다 보면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한국인이기 때문에 당했다거나 하는 뉘앙스 자체가 자극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한다.
“한국이 약소국이니 이런 억울함을 당한다는 류의 기사가 많죠. 저도 처음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하는 피해의식이 무의식중에 있었나 봐요. 그러면 움츠러들게 되죠. 지금은 미국인들과 더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는 미국 생활 중 직접적으로 인종차별을 느낀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끼리 뭉치고 좀 배타적인 면이 있다.
“대학이고 대학도시니까 가는 곳도 뻔하고 해서인지 몰라도 저 같은 경우에는 차별을 느낀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아요. 한국 사람이 강북에서 온 사람 보고 너무 기뻐하더래요. 나도 강북인데 너도 강북에서 왔구나, 이런 식으로요.”
그러나 미국생활에서 한인들의 인맥 또한 무시 못 할 것 같아 혹 종교가 있는지 넌지시 물어보았다.
“저는 미국교회에 다니고 있어요. 신앙이 아무래도 힘이 될 때가 많아요.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들도 많아요. 첫 회에 수업을 들으면서 하는 개인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클라이언트를 찾아서 그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분석하는 작업이었는데 미국에 처음 간 제가 어떻게 찾겠어요. 그런데 교회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지금은 제가 예배 볼 때 파워포인트를 만들어서 목사님 설교할 때나 찬송할 때 도움을 주고 있죠.”



전원적인 도시에서 그가 설계하는 앞으로의 삶
인디애나 퍼듀대학은 조용하고 넓은 캠퍼스에 도서관도 잘 되어 있어 마음에 든다고 한다. 전원적인 도시에서 그는 많은 기대와 삶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단언은 못하겠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5년 정도는 거기서 생활하는 게 제 경력에 도움이 되지 싶어요. 계약은 1년씩 하고 갱신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학생으로 있을 때와 직장인으로 있을 때의 미국이 또 다를 수 있으니까 굳이 미국생활을 지속적으로 한다고 못박아두고 있지는 않다. 이제 첫 직장생활의 걸음을 내딛고 있으니 거기에 충실할 따름이다.
앞으로 학교에서 강의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 계약 당시 그런 쪽으로 언급을 주었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다고 한다.
시간이 날 때면 별다른 취미생활 없이 드라이브를 하거나 학교에 가는 등 생활 자체가 단조롭다고 한다.
“10대 때야 음악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거 좋아하고 우표도 수집하고 그랬는데 대학 들어오면서 바쁘다보니 특별한 취미가 없어졌어요. 사실은 그게 문제예요. 아 제가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데 말이죠, 하하”
너무 앉아있다 보니 건강도 안 좋아지고 정신도 피폐해져 테니스 같이 활발한 운동을 앞으로 취미삼고 싶다고 한다.


학창시절에는 외교관, 교수가 꿈이었고 고교 때까지는 중상위권의 성적이었다. 그 스스로 고교 때까지는 좀 어중간한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뭐 하나 딱 부러지게 하지 못했다고.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진로를 고민하면서 제대로 공부를 했다. 그런 그에게, 오히려 흔히 말하는 스펙 위주가 아니라 오로지 능력만을 보고 인재를 발굴하는 점에서는 차라리 외국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궁금했다.
“글쎄요. 만약에 한국에서 공부를 했다면 좀 다를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은 들어요. CTL에서 직업을 잡는 건 큰 문제가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직업을 잡은 거죠. 그것보다는 제가 유학 갔을 때만해도 전 사실 무척 놀랬었어요. 그건 ‘아, 나도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졸업할 때도 나도 졸업이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하면 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니까 일이 계획한대로 잘 따라와 줘서 좋았어요.”


그가 지방 출신, 지방학교 출신이라는 꼬리표에 연연해하는 의기소침한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어 꿈을 심어줄 수 있는 모습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근 TV에서는 ‘공부의 제왕’이라는 프로그램이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공부에 어떠한 비법이 있다고들 난리지만 사실 공부는 진득하니 엉덩이로 하는 걸 모를리 없다. 그러다보면 조문흠 씨처럼 종국에는 저자와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안동 토박이가 미국의 명문대에서 연구교수로 우뚝 설 수 있는 비결은 좋아하는 것을 진득하니 하는, 바로 이 점에 있다 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목표를 갖죠. 그건 꿈과 희망을 갖는다는 건데 그걸 일관되게 어디에 있건 이루어 내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해요. 때론 진짜 환경이 안 따라 줄 수도 있어요. 환경이 안 따라 준다 해도 끝까지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다 이룰 수 있는 거예요.”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외국에 나가있는 터라 부모님의 걱정이 클 것이다. 그의 장단기 계획엔 이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단기적으로는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하니까 결혼도 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제가 공부하는 분야에서 ‘이 분야 하면 조문흠’을 떠올릴 정도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러닝을 한다고 다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 아닌 만큼 이러닝 분야의 자기조절 부분에서 두드리진 성과를 내고 싶다고 한다.
“꿈과 뜻을 가진 학생은 누구나 이렇게 성취할 수 있다는 안동대 교육공학과의 보도자료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조문흠 박사를 모델로 학업에 정진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 경우엔 목표를 이루는 시간의 차이가 날뿐입니다. 꿈과 희망이 일관되게 목표를 갖고 공부하다보면 자기 자신도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실제 저의 경험이기도 하구요.”


조문흠, 사막을 횡단하는 그 젊은 날의 초상
“이름 없는 말을 타고 사막을 횡단하네
비가 안와서 왠지 느낌이 좋아
사막에서는 이름 같은 건 안 떠올라
이름 따위 이러쿵저러쿵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70년대 밴드 아메리카의 노래처럼 그는 미국이라는 사막을 횡단하고 있다. 미국 생활에 익숙해진 청년은, 특별한 취미가 없어 걱정이지만 앞으로는 건강도 챙길 겸 테니스도 칠 예정이고 단기적으로는 결혼할 계획을, 장기적으로는 학문에 더욱 매진할 계획을 갖고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안동청년 조문흠. 그런 그가 사막을 횡단하고 돌아왔을 때 고향은 문을 활짝 열고 그를 맞을 것이다.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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