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과 건강(글/이성훈-한방내과 전문의, 체질의학전문 도규한의원장)21세기 최고의 화두는 웰빙(Well-being)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말이면 전국의 산들이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고, 공원이나 헬스클럽에서 건강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대중매체에서도 건강이나 웰빙에 관계된 프로그램이나 정보들이 범람하고, 마트나 쇼핑몰에서도 웰빙과 관련된 상품들이 봇물 쏟아지듯이 나오고 있다. 그 많은 정보와 상품들의 바다 속에서 진정 나의 건강을 위해 도움 되는 정보를 선별해 내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오가피, 홍삼, 산삼, 로얄젤리, 알로에, 복분자, 산삼추출액, 도라지, 석류, 복분자 등의 천연식품과 그 외에도 오메가 3,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식과 건강기능성 식품들이 우리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그럼 우리는 과연 무엇을 먹어야 할까? 참 어렵고 난감한 문제다.
하지만 정답은 간단한 곳에 있다. 바로 정확한 자신의 체질을 알고, 그에 적합한 음식을 먹을 먹고 섭생을 하면, 보다 더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질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된다.
10여 년 간의 임상경험에서 보면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 식품들을 장기간 먹으므로 해서 건강의 불균형이나 질병으로 고생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건강을 위해 많은 종류의 건강기능성 식품과 음식을 나름대로 찾아먹고 있지만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한 예로 만성 위장염으로 내과에서 치료받으면 나았다가 또 재발을 반복하던 30대 초반의 여자환자가 내원하여 진찰을 해보니 태음인 체질인데, 태음인과 반대인 태양인 체질에 유익한 오가피를 수년간 계속 달여 마셔 왔던 것이다. 진찰 결과에 따라 오가피를 금하게 하고, 위염에 대한 체질치료를 하고난 뒤 수년간 그녀를 따라 다니며 괴롭히던 위장병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또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홍삼이다. 홍삼은 체질에 상관없이 먹을 수 있다고 광고를 하고 있지만, 이는 지극히 잘못된 정보이다. 홍삼은 인삼을 여러 번 찐 것으로 인삼만큼 성질이 강하진 않지만, 인삼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인삼이 해로운 소양인의 경우 홍삼을 지속적으로 복용할 경우에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체질은 과연 무엇인가?
체질이란 각 개인이 지니는 정신적 혹은 육체적인 특징을 합하여 일컫는 말이다. 인간은 형태뿐만 아니라 체내의 구조와 기능 또는 재능과 정신상태 까지 모두 나름대로의 체질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체질이란 존재하는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이런 일들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같은 음식을 여러 명이 함께 먹었는데, 한 두 사람만 탈이 나는 경우나, 특정 음식만 먹으면 두드러기, 소화불량, 설사 등의 증세로 고생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왜 생길까? 물론 체질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은 사람은 우연으로 치부하고 싶겠지만, 체질의학적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유의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
체질에 대한 연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역사 속에 파묻혀 있다가, 1800년대 말 동무 이제마에 의해 사상의학이 성립되었고, 이후 동호 권도원 선생이 1965년에 8체질의학을 발표하여 세계 유일무이의 체질의학이 우리나라에서 탄생하였다. 사상의학이 4체질별 섭생과 체질한약에 대해 밝혔다면, 8체질의학은 8체질별 섭생과 체질침치료에 대해 밝혀 체질의학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다. 체질의학이야 말로 우리나라에서 꽃핀 한의학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체질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흔히들 손발이 차고 소화력이 약하고 마른 체형일 때 소음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진찰을 해보면 오히려 다른 체질(소양인 또는 태양인)인 경우가 더 많다.
진료를 하다보면 초진 시에 ‘제 체질이 뭔가요?’라고 묻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일반인들은 한의사라면 사람을 한번 보면 그 사람 체질을 바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숙련된 체질전문 한의사라 하더라도 체질의 감별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체질 감별이 쉽게 될 때도 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체질을 잘못 알면 차라리 모르는 것보다 못하다. 고로 정확한 체질을 찾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다. 일단 정확한 체질을 찾고 나면 웬만한 질환의 경우에는 적합한 체질치료(체질 침, 체질 한약, 체질 섭생 및 식이)로 쉽게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정확한 체질을 모르는 경우에는 건강한 마음으로 음식을 골고루 먹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길일 것이다.
각주
체질의학 : 19세기 동무 이제마 선생이 동의수세보원에서 밝힌 독특한 체질의학으로 사람을 타고난 천품에 따라(내장기의 편차에 따라 太陽人(태양인), 太陰人(태음인), 少陽人(소양인), 少陰人(소음인)의 네 체질로 나누고, 각 체질에 맞게 양생을 비롯하여 인격수양, 식이를 다르게 함은 물론 동일한 질병이라도 치료를 다르게 적용하는 맞춤의학이다.
8체질의학 : 1965년 동호 권도원 선생이 발표한 이론으로 선천적 장부의 강약에 따라 금양(Pulmotonia), 금음(Colonotonia), 목양(Hepatotonia), 목음(Cholecystonia), 토양(Pancreotonia), 토음(Gastrotonia), 수양(Renotonia), 수음(Vesicotonia)의 8가지 체질로 나누고, 체질적 개성(선천적 불균형)이 깨어진 불균형상태를 침요법으로 치료하고 각 체질에 적합한 섭생법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체질적 면역요법이다.
미병치지(未病治之)
한의학에는 미병치지(未病治之)라는 말이 있다. 병이 오기 전에 미리 예방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일단 병이 생기고 나면, 치료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운동, 건강식품, 마음의 수양 외에도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알고 그에 따르는 섭생과 식이를 겸한다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방편이 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知體質而知天命(지체질이지천명)
체질을 알면 하늘이 본인한테 내린 자기 자신의 그릇을 알고 자기 자신의 성격과 태어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나아가 다른 사람 그리고 우주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할 수 있다. -권도원
The doctor of the future will give no medicine, but will interest his patients in the care of the human frame, in diet and in the cause and prevention of disease. -Thomas A. Edison.
미래의 의사는 환자에게 약에 의한 치료가 아닌 그 환자의 체질, 식사, 그리고 질병의 원인과 예방에 따른 치료에 치중하게 될 것이다. -토마스 에디슨.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