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상, 양민희 부부의 외하리 흙집일기(글/이미홍)

생태적 삶을 꿈꾸는 여전상, 양민희 부부
많은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 도시에서 사는 삶이 삭막하다 말하면서도 생활을 위해 그곳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들을 그 도시에서 기른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늘 고향을, 시골을 꿈꾼다. 몸은 도시에 있되, 그 마음의 끝은 항상 시골을 향해 있다. 그렇지만 누구도 그 도시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 이미 우리 몸이 도시에 길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교육도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것 중의 하나다. 그 모든 이유들 중에 사람들이 쉬이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럴 용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익숙하게 누리고 있던 그 모든 편리함을 뒤로 하고 맨발로 흙 만지고 사는 농투성이의 삶에 선뜻 뛰어들 용기 말이다. 아마도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서 전원생활을 꿈꾸는 선에서 만족을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꿈꾸는 것에 머물지 않고 어느 순간 망설임 없이 전원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 터를 닦고 집을 짓고 그곳에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연 속에서의 삶이, 시골 생활이 좋기 때문이다. 길안중학교 국어교사 여전상(48) 씨가 외하리에 집을 짓기 시작한 것도 그저 그런 이유에서다. 



2년째 황토흙집 손수 짓고 있는 여전상씨
안동시 남선면 외하리를 찾아들었을 때는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 오후 세 시쯤이었다. 입구에 부인 양민희(43) 씨와 함께 마중 나와 있던 여전상 씨를 따라 들어선 황토 집은 외벽 마무리 작업 중으로 이미 거의 완공이 된 상태였다. 아직은 문이 달리지 않은 현관 입구 턱을 조심스레 넘어 들어선 거실은 반 넘게  외벽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벽에 장식용으로 박아둔 작은 항아리 구멍 안에 새집이 있었다. 초여름 한창 작업 중인 흙집에 어미 새가 먼저 둥지를 틀더니 사람도 타지 않고 새끼를 낳아 길러 나갔다고 했다.
“새끼가 잘못될까봐 한동안 공사를 중단했었어요. 새끼들이 커서 날아가고 나서 다시 작업을 시작했지요.”
새도 이 흙집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흙냄새를 풍기는 집안은 거실도 방도 원형이었다. 황토 집을 튼튼하게 짓기 위해서는 황토와 통나무 자른 것으로 벽을 쌓아 올리는 데 원형으로 쌓아야 가장 안정감 있고 튼튼하게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가구나 살림살이를 들일 걱정에 원형 집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는 그런 것들을 포기하더라도 이왕 황토 집을 지을 바에야 단단한 원형으로 짓기로 했다고 한다. 


“처음에 직각하고 원형 집을 놓고 고민을 좀 했어요. 그런데 이런 통나무를 넣어 짓는 황토 집은 공법상 원형으로 지으면 안정감도 더 있고, 사람에게도 원 자체가 직각 보다는 편안하고 더 맞고. 한 가지 기존에 쓰던 가구를 놓지 못한다는 건데, 이리로 이사를 오게 되면 지금 아파트에 있는 대부분의 가구들은 누구를 주거나 없애거나 하고, 최소한의 가구만 이 집에 맞게 구상을 해서 제작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원래 황토벽에서 나오는 좋은 기운을 받으려고 흙집을 짓는 건데 가구로 벽을 가려버리면 그 의미가 없어지니까 되도록 벽을 가리지 않게 할 생각인데, 앞으로 나름대로 연구를 해야겠죠.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이 쓰던 문갑이나 반다지함 같은 것들도 좋고, 새로 만들어도 좋고. 애들이 내년이면 고등학교 졸업을 하게 되는데 애들이 졸업을 하게 되면 아파트에 둘만 있기엔 집이 너무 넓고 해서 그때쯤 아파트를 정리를 하고 이리로 아주 들어오려고요. 그전까지는 왔다가며 이것저것 손도 보고 텃밭도 가꾸고, 이곳에 들어와서 사람들이랑 함께 할 수 있는 일들도 구상하고 하면서 나름대로 준비를 하려고요.”


물론 그 결정을 혼자 내린 건 아니다. 여전상 선생으로 하여금 지금, 시골에, 황토 집을, 직접, 짓기 시작하도록 강력한 동기를 제공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옆에 지어진 또 한 채의 흙집의 주인 김택현 선생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음양의 조화라는 게 있다고 할 때, 저 사람과 내가 그래요. 김 선생은 양적이고 제가 음적이고 서로 음양의 조화라고 해야 하나, 둘이 참 잘 맞아요. 집을 짓는 데도 집 짓는 기술이나 규격, 황토 흙 배합비율 같은 이과적인 건 저 사람이 다 하고, 저는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쓰임 새 같은 것들을 맡고, 저쪽은 체력도 강해서 우리 집 짓는 것까지 도와주면서도 지치지도 않는데, 저는 몸이 약하다 보니 집 지으면서 일이 힘에 부치기도 하고 그랬죠. 결국 작년 추석 무렵 다쳐서 팔에 깁스를 한 채 한 달 정도 쉬었죠. 덕분에 저 사람이 힘들었죠.”
마치 옆에 김 선생이 같이 앉아 있기라도 한 듯 김 선생이라는 말보다 ‘저 사람’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여선생이다.




2006년 가을부터 준비기간을 가져서 2007년 6월부터 터다지고 정화조 공사 등을 마친 후 흙집 짓기의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포크레인으로 황토를 이기고 벽채를 쌓았다. 혼자 하기가 힘에 부쳤는데 동네 어르신 한분이 일당을 받고 일을 도와주었다. 벽 쌓기 공정이 거의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을 때에도 기습 폭우나 강풍이 항상 불안했었다. 비설거지를 해 두어도 언제 비닐이 찢어지고 날려갈지 몰라 마음 졸인 날이 많았다. 벽이 마르지 않은 채 비를 맞으면 진국(황토의 매끄러운 감촉)은 사라지고 마사와 모래만 남아 황량하게 되기 때문이다. 요철통을 제작하고 벽쌓기를 완료했다. 종도리목을 설치한 후 지붕공사에 들어갔다. 부지런히 피죽을 올리고 덮었다. 황토 한 바구니를 손으로 반죽하여 숙성을 시킨 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을 때 손질을 하고 붓질을 했다. 처음에는 한 바구니 바르는데 4시간쯤 걸리더니 숙련이 되니 한 시간 남짓 걸렸다. 올해 3월, 외하리에 봄눈이 내렸다. 4월, 학교 개교기념일에는 지붕에 장독뚜껑을 덮고 벽 손질을 끝냈다. 천정 요철통에는 늘 마음이 풍요롭고, 평온하며, 영혼이 진급하는 삶을 살고 싶음을 담았다. 장식용 단지를 내벽에 만들었더니 새가 먼저 둥지를 틀었다.


 


막연하게 꿈꾸던 삶을 현재진행형으로
여전상 선생의 원래 고향은 참외로 유명한 성주다. 형님은 지금도 고향에서 참외농사를 짓고 있다. 시골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흙을 밟는 걸 좋아했다. 어릴 때 가난한 농사꾼 집안에서 징그럽게 일을 많이 하면서 자란 김택현 선생이 고향 쪽에 걸음도 하기 싫어하는 것에 비해 그는 고향집 흙냄새를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는 옮겨 가는 학교마다 흙을 일구어 텃밭을 만들고 씨를 뿌렸다. 고구마며 푸성귀를 심어 선생들과 나누어 먹었다. 포항에서 영양고등학교로 갔을 때 그가 제일 먼저 한 것도 학교에 텃밭을 일굴 마땅한 땅이 있나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 학교에서 평생의 지기라고 할 수 있는 김택현 선생을 만났다. 텃밭을 가꾸며 시를 읽는 국어선생 여전상과 한 번 생각한 일은 금방 행동으로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불도저 같은 수학선생 김택현이 만났다. 둘은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했다. 한 사람은 조용하고 한 사람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할 정도로 일도 많이 벌리고 술과 친해 서로 다른 두 사람은 그러나 산과 강이 어우러지듯 자연스럽게 마음의 지기가 되었다. 서로 다른데도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둘은 언젠가는 시골에 나란히 집을 짓고 살자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막연하게 이야기했던 언젠가를 ‘지금’, 현재형으로 바꾼 것은 역시나 김택현 선생이었다. 여기저기 집터를 찾아다니다가 발견한 곳이 지금 집을 짓고 있는 남선면 외하리의 800평 부지였다. 두 집이 나란히 이웃하는 집을 짓기에 적당하고 위치도 그만인 그들이 찾던 그런 곳이었다. 터를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집짓기에 대해 알아보려고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들락거리던 김택현 선생은 황토흙집 짓는 것을 가르쳐 주는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여름 방학을 이용해 흙집 짓기 학교에 단기코스로 등록을 했다. 그리고 며칠 만에 몸으로 배워온 그 집짓기 기술을 토대로 두 사람은 황토흙집 짓기에 돌입을 했다. 두 사람은 우선 시험 삼아 방 한 칸 부엌 한 칸으로 된 작은 사랑채를 짓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사랑채를 지어 올렸다. 사랑채를 지으면서 흙집 짓는 방법도 터득했지만 흙집이 주는 매력에 새삼 반했다.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집터를 닦고 내 집 짓기에 들어갔다. 2007년 5월의 햇볕 좋은 날이었다.


“체력이 약한 내가, 마라톤 종주를 하고 방학을 이용해 도보로 해남 땅 끝 마을에서 임진각까지 국토를 종단하는 저 사람을 따라 집을 지으려니 체력이 따라 주지를 않아서, 내 딴에는 그야말로 숨이 차서 나중에는 거의 탈진을 하다시피 했지. 그러다가 거의 탈진되다시피 한 시점에서 딱 사고가 난 거라. 작년에는 비도 참 많이 왔는데, 그 상태가 된 몸으로 쌓아 올린 흙벽에 비 가림 작업을 한다고 비닐을 들고 사다리를 오르다가 떨어진 거지. 욕심 부리지 말고 쉬엄쉬엄 하라는 신호인가 보다 하고 한 두 달 잘 쉬었죠. 꼭 필요한 공정은 흙벽 쌓을 때부터 일당제로 일을 해 주시던 동네 어르신에게 지시를 하고 감독만 하고요. 그때가 최대의 고비였지요.”
깁스를 하고 있던 그 두 달 동안 몸담고 있는 길안중학교의 교장, 교감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팔을 다쳐 운전을 못하다 보니 두 분이 차로 출퇴근을 시켜 주셨는데, 내 집 짓다 다쳤는데 엉뚱한 두 분이 수고를 하셨으니 참으로 큰 부조를 하신 셈이다.
“제가 집을 지어 보니까 황토흙집 짓는 일이 자재라든가 그런 면에서 돈이 많이 드는 문제는 아닌 거 같고, 우선 내가 시작할 용기가 필요한 거 같고, 이 집을 시작하고 2년 동안 다녀가는 사람이 엄청 많아서 관광 명소가 되었을 정도인데, 관심이 있어서 이곳에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다들 그런 꿈을 꿔요. 그런데 누구나 선뜻 시작하지는 못하지요. 일단 시작할 용기하고, 인건비하고, 그리고 일에 대한 자신감 그런 게 필요하죠. 일단 시작하고 보니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기면서 해나가게 되더라고요. 아마 내 혼자였다면 아마 시작하지 못했을 거예요. 같이 하자 하고 계속 함께 해 왔으니까 이렇게 같이 완공을 앞에 두고 있네요.”
집을 짓는 데 드는 경비 중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자재비하고 인건비다. 그런데 두 사람은 2년여에 걸쳐 자기 손으로 직접 집을 지어 올렸기에 인건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농지 구입비와 인건비를 뺀 자재비만 있으면 되니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큰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대신 직접 흙을 져 날라 벽을 쌓고 서까래를 올려야 하므로 튼튼한 체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므로 은퇴 후에 전원주택을 사서 살 생각이 아니라 직접 집을 짓고 살 생각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집 지을 체력이 받쳐줄 때 시작해야 한다는 게 직접 집을 지어 본 그의 말이다.




취향도 생각도 생김까지 닮은꼴 부부
부부는 닮는다고 했다. 복학생과 신입생일 때 친언니의 소개로 만나 첫눈에 닮은꼴임을 확인하고 평생의 짝이 된 두 사람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큰 다툼 한 번 없이 늘 같은 곳을 보며 살아왔다. 맑고 선한 웃음과 조용하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닮은 부인이 황토흙집 짓는 남편에 대해 하는 말은 이랬다. 
“다른 거는 잘 모르겠고, 옛날부터 땅을 좋아해서, 땅을 참 갖고 싶어 했어요. 저는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죠. 옮기는 학교마다 자투리땅을 찾아서 농사를 지어 오이, 고추, 호박 같은 거를 갖고 오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어릴 때는 그게 싫었어요. 그걸 하려면 햇볕에 얼굴이 새까맣게 타서. 그런데 제가 같이 나가 해보니까 ‘아, 이래서 채소를 심고 가꾸는구나 싶더라고요. 땅 좋아하고, 뭐 심고 가꾸는 거 좋아해서 전부터 나중에 시골에 가서 살자고 해서 남편이 집 짓는 거에 대해서는 별 반대를 안했어요. 자기 손으로 직접 다 짓는다고 해서 걱정이 좀 되긴 했었는데, 정말로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지 일일이 손수 집을 짓는 걸 보면서 믿음이 가더라고요.”


집 설계 도안 할 때 부엌은 크게 해달라고 부탁한 거 말고는 자주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자신이 한 일은 옆에서 지켜봐 준 것 뿐이라는 부인 양민희 씨. 아파트 앞 상가에서 요가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수련생들의 수업이 끝나는 늦은 저녁 시간이면 남편과 함께 선명상 요가를 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산이 있고 가꿀 땅이 있는 것, 이 두 가지가 제가 좋아하는 건데 다행히 지금까지 제가 옮겨간 곳 모두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었어요. 내 기질하고 딱 맞아떨어진 거지요. 이곳 안동에 정착하기로 한 것도, 대구에 정착하려던 것을 마음을 바꾸고는 경상북도 지도를 놓고 내 체질과 내게 맞는 곳이 어딘가 짚어보고 안동을 찍었어요. 포항에 있을 때부터 안동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그래서 용상동 현대아파트를 분양받아 안동에 적을 두고 안동에서 영양고등학교로 출퇴근을 하다가 몇 년 전에 안동으로 들어온 거지요.”



찰떡궁합 이웃지기 김선생 덕에 흙집완공 가능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아직 날 것의 흙냄새가 그대로 배어나는 황토벽을 바라보며 텃밭에서 땄다는 작고 못생겼지만 무공해인 수박을 먹고 있자니 여선생이 ‘저 사람, 저 사람’하며 자기 말을 하는 줄 알았는지 옆집의 주인장 김 선생이 들어선다. 여 선생이 이웃이야기 취재에 응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자 자기 얼굴은 찍지 말라고 미리 선수를 친다. 검게 그을린, 너무나 건강한 외모에 사람들이 직업이 선생이라고 하면 한 번 놀라고, 수학 선생이라고 하면 두 번 놀라는데, 거짓말하지 말라고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며 웃는데, 어째 그 말이 선뜻 수긍이 간다. 이참에 수학 선생에 대한 편견 하나를 또 버려야 할 모양이다. 김 선생이 털어놓는 흙집을 짓게 된 사연을 들으면서 나는 그가 수학선생이라는 사실이 다시 의심이 간다.


“원래는 통나무집을 지을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방학 때 통나무집 짓는 법을 가르쳐주는 데를 알아보니까 시간이 안 맞더라고요. 방학 중에 일주일이 시간이 비는데 저는 방학 때 시간이 비면 안돼요. 체질상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거든요. 그런데 알아보니까 마침 4박 5일 일정으로 황토 집을 짓는 법을 속성으로 가르쳐주는 과정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가서 4박 5일 동안 거의 개집 짓는 수준으로 집 짓는 법을 배워왔죠. 공정은 다 들어가는데 거기서 모형으로 짓는 집 크기가 딱 개집만 해요. 지어 놓으니까 개가 좋아서 막 그 안에 들어가고 하더라니 까요.”
그렇게 단기코스로 배워 와서 무조건 짓고 보자 식으로 사랑채를 짓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사랑채를 지으면서도 사랑채는 별채 개념으로 흙집으로 짓고 본채는 통나무로 지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랑채를 다 지어놓고 거기서 자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술 좋아하는 그가 술을 먹고 그 방에서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개운하고 술이 싹 깨더라는 것이다. ‘아, 흙이 몸에 좋구나! 이 집이 나한테 맞다.’고 직접 느끼면서 통나무집은 머리에서 사라졌다. 결론은 흙집이었다. 외하리의 두 황토 집은 그래서 지어질 수 있었던 거다.


안동시 와룡면이 고향인 김 선생은 어렸을 때 워낙 가난하고 배고프게 산 고향이라 진저리가 처져 나중에 고향 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옆에 있던 양민희 씨가 음과 양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어렸을 때 참 가난하게 살았다는 거라고 거든다. 두 남자가 툭하면 어릴 적 추억을 공유했을 터이다.




“집 지으면서 한 고생은 말도 못하죠.”
“집 다 짓는데 일 년이 넘게 걸렸는데 그동안 들었을 인건비를 생각해보면 이 집 지으면서 우리는 매일 그만큼 돈을 번거라니까요. 그리고 황토를 일일이 치대서 벽을 쌓아올릴 때 얼마나 힘이 드는 지, 멋모르고 시작해서 내 집이니까 했지, 이제는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지금 다시 짓자고 하면 못할 거 같아요.” 라고 김 선생이 고개를 흔드는 시늉을 하자, 
“우리한테 배워서 의담에서 흙집을 짓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인력시장에 가서 인부를 한 사람 데리고 왔는데 오전만 하고는 그만 뒤로 나자빠져 버리더래요. 돈이고 뭐고 간다며 가버리더래요. 그러고 보면 일당 받고 일해주신 동네 어르신들이 참 고맙지요. 내 일처럼 열심히 해주셨거든요.”
여 선생은 그 힘든 과정을 모두 거치고 온전히 집 한 채를 지었으니 뿌듯하고 감사하다 말한다.


이제 얼추 집이 다 만들어져서인지 집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의 얼굴은 말은 안하지만 벌써 이 집에 들어와 사는 자신들의 모습이 막 상상이 되는 형상인데, 아들들은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반대를 한다. 둘째가 내년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여 선생 네는 그래도 낫다. 이제 고1, 중1인 김 선생네 두 아들은 절대 안 된다고 결사반대다. 아이들 반대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는 완전히 들어와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도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웃이면서도 얼른 이 외하리에 들어와 형님 아우하며 살고 싶은 두 사람이다. 그렇다고 마음이 조급하지는 않다. 집을 다 지어 놓았으니까 언제든 때가 오면 들어오면 되니까 마음은 부르다.


외하리 흙집, 생태적 삶을 향한 그 꿈의 시작
집을 지으면서 여 선생은 ‘외하리 흙집일기’라는 카페를, 김 선생은 ‘흙집 고수’라는 카페를 만들어 집을 짓는 과정과 흙집을 지으면서 느낀 단상들을 올리고 있는데, 카페에도 두 사람의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흙집고수 김선생은 집 짓는 사진이 단계별로 잔뜩 올라와 있어 구조물의 특징과 용어와 더불어 집 짓는 과정을 한 눈에 알 수 있고, 여 선생의 ‘외하리 흙집일기’는 말 그대로 일기 형식으로 올린 짧은 단상들을 찾아 읽는 즐거움이 크다.


땅만 있으면 뭘 심어서 가꾸기를 좋아하는 여 선생네 집 옆에는 아니나 다를까 제법 큰 텃밭이 있었다. 오이며 고추며 토마토며 온갖 배추를 비롯해서 쌈 나물들이 여름 뙤약볕에도 잘 자라고 있었다. 작년에 오그라져 못생긴 오이를 보면서도 농약 한 번 안치고 키운 무공해 채소들이다. 다소 벌레 먹고 모양은 덜하더라도 우리 몸에 좋으니 됐다 싶다.
나중 이곳에 들어와 일구며 살고 싶은 삶도 텃밭 농사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산과 흙의 정기를 마시며 자연의 순리에 거스르지 않고 우리 몸에 이로운 삶을 부부는 꿈꾼다. 그리고 이 곳을 찾아드는 사람들과 더불어 그 생태적 삶을 나누며 살 것이다. 외하리의 흙집은 그 꿈의 시작이다.<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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