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정신 간직한 하회마을 출신 류시대 목사(글/천남희(경기도 하남 사는 안동사람, 주부))
전통을 지키는 서애 27대손 류시대 목사
오랜만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한 목소리를 듣는 것 같다. 올림픽 경기가 시작된 후부터 사람들의 생각이 한곳에 집중되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굳이 텔레비전을 틀어놓지 않더라고 갑자기 밖에서 함성소리가 들리면 분명 만리장성에서 우리 선수들이 뭔가를 해냈다는 신호이다. 이런 국제적인 경기는 우리 가슴저변에 있는 애국심을 자극해 한마음 한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친다. 올 여름 폭염과 경기침체에 시달려도 마음만큼은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나라사랑 즉 애국심을 지나치리만큼 강조하는 또 한사람이 있다. 필자가 만난 이 사람. 류시대(52세, 올해 ‘류시건’에서 ‘류시대’로 개명을 했다) 목사. 유가사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하회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목사안수를 받고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기에 관심을 가졌었는데 취재 내내 그는 나라사랑과 이웃사랑을 내게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질서가 파괴되고 문란해지고 이웃과 교류가 없고 아래위가 없는 것은 전통을 등한시 하고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통을 지키는 것이 애국심과 연관이 있어요. 지금까지 그래도 전통을 지키고 그런 것을 존중하는 집안일수록 애국자가 많고 국가를 더 사랑하는 법입니다. 전통을 버리면 질서가 파괴돼요. 전통 속에 우리가 있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애들에게 그런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밤낮 조상들의 살아온 이야기, 정치이야기, 정세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어요. 나라를 지켜낸 조상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자부심을 가졌죠. 그러면서 엄하지 않고 자유롭지만 질서를 지켜나가는, 남들이 깨닫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지적 재산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항상 전통을 이어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저도 11시 가정예배를 드릴 때마다 우리 애들에게 내가 자란 얘기나 어려서 들은 얘기들을 해 줘요. 그래서인지 우리 큰 아들은 꿈이 사학자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농담으로 사학자는 선생님이나 교수밖에 안되는데 부자가 되어야지 않겠냐며 웃었어요. 저도 어렸을 때 꿈이 정치가였어요. 맨날 듣고 자라서 그런지……. 아버지가 장사를 했으니까 돈 많이 버는 것도 꿈이었는데, 지금 이러고 있네요.”
그는 서애 27대손이다. 아버지대가 아들 다섯에 딸 둘로 대가족이다. 한집에서 살 수가 없어 첫째 큰아버지만 하회에 남고 둘째는 강원도로 셋째는 부산으로 넷째인 그네는 그가 아주 어렸을 때 풍산동에 자리 잡았다. 풍산동이래야 강을 끼고 둑을 따라 올라가면 하회로 연결되어 왔다 갔다 했기 때문에 생활권은 하회나 다름없었다.
“우리는 어려서 풍산이다 하회다 개념이 없었어요, 모든 생활이 하회였지요. 할머니가 계시니까 저녁때도 들락날락 했죠. 할머니 택호가 ‘모진댁’ 이었는데 오래사시기도 하셨지만 동네에서 좀 유명하셨지요. 친구들이 놀러 오면 할머니 계시는지부터 물어봤거든요. 할머니께서도 친구들이 오면 성이 뭔지 어느 집 자식인지 물어 보고 놀아라 말아라 했으니 애들이 무서웠나 봐요. 하회도 보면 서애 할배 쪽은 처음부터 하회를 떠나 공부도 많이 하고 돈도 벌었지만 겸암 할배 쪽은 거진다가 가난해요. 맏집이라 집을 지켜야 한다고 학교도 많이 안다녔거든요. 전통에 얽매여 살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전통은 지켜나가지만 시대 흐름도 따라야 하잖아요.”
노가다, 미장, 연탄배달에 신문팔이 젊은날 고생
그의 가족이 풍산으로 자리를 잡은 뒤 부친이 비단 장사와 광산을 해서 돈을 아주 많이 벌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 당시 하회에서 제일 큰집을 3백만 원에 사서 큰형님에게 주었다. 대구 형님과 함께 살아계신 그의 모친이 시집올 때 그 집을 짓고 있었는데 3년 동안 지은 집이라 좋기도 하고 크기도 해서 모친이 언제 저런 집에서 살아보나 내심 부러워하던 집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당시만 해도 아버지 형제가 돈을 벌면 큰형을 다 주었다고 한다. 옛날부터 집안이 잘되려면 맏이가 잘 살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고스란히 전해들은 형제들의 자발적인 행동이었으리라. 또 큰아버지와 막내 삼촌이 6.25전쟁 때 학도 호국단과 징용으로 끌려가 죽음을 당하여 조카가 집안을 이어가고 있었으니 그 애틋한 마음이 더욱 그러하였으리라. 지금은 그 집에서 조카와 형수가 하회에서 가장 큰 민박집을 하고 있다. 그 후에 부친이 친구에게 사기도 당하고 광산도 망하고 나일론 옷이 나오면서 비단장사도 사양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빈털터리로 다시 대구로 이사를 했다.
전통도 지켜야 하지만 공부도 해야 하고 세상 명예도 얻어야 한다는 것이 아버지의 평소 지론이었다. 아버지의 그 말씀이 힘이 되어 형님이 박사학위까지 받고 지금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대구로 나온 그네의 삶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것에 대한 허탈감인지 모친이 6년 정도 식물인간 상태로 자리보전을 했다. 아버지가 살림을 맡아서 했는데 3일에 한번 죽을 먹을 정도로 어렵게 살았다. 그때의 그 고생스러움이 더 사람답게 바르게 살 수 있는 교훈이 되었다며 위로하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하다가 겪는 어려움이란 겪어 보지 않고는 말도 말라는 옛말도 있지 않는가.
“그러니 돈을 내고 공부를 할 형편이 아니었지요. 형님이 집이 가난하니까 중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줄곧 장학생으로 다녔어요. 나는 어려우니까 일단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실업계 쪽으로 진로 방향을 바꾸었어요. 경북공고에 진학했는데 학교 다니면서 안 해본 직업이 없이 다해봤어요. 노가다도 해보고 벽지도 발라봤고 연탄배달도 해보고 신문도 팔고 공장에서 일도 하고 참 어려웠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영양실조로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썼을 정도였어요. 시력운동을 꾸준히 해서 지금은 눈이 다시 좋아 졌어요. 대구로 이사 가기 전부터 우리 집은 불교집안이었어요. 어머니 아버지가 결혼을 하고도 자식이 뜸했거든요. 7년 만에 큰 누님 낳고 또 7년 지나 둘째 누님 낳고 4년 후에 형님 낳고 4년 후에 제가 태어났어요. 그러니 집안이 산 기도에다 거의 절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저도 반야경, 법화경 등 불교 관련 책을 보며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대구 불교학생회 총무도 2년 동안 했어요. 제 성격이 어디 한곳에 빠지면 아주 깊게 빠지는 성격이거든요.”
아들을 위해 종교를 바꾸신 부모님
그의 말대로라면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안동을 개화시키려고 전략적으로 계획한 곳이 하회동네이다. 지금 하회동네 입구 주차장이 옛날에 경찰서가 있었다고 한다. 하회사람들이 독립자금을 대고 하니까 비밀 사찰도 해야 하고 해서 순사들이 많이 드나들었다. 그때 당시 하회동네에 가구 수가 8백호가 넘었고 학교 학생만 해도 천여 명이 넘었다. 지금부터 60여 년 전의 일이다. 하회에는 90여 년 전에 선교사가 개척한 교회가 있다. 그래도 그때당시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몇 사람 안 되었다 한다. 그의 집은 교회와 담을 사이에 둔 기와집으로 교회와 가장 가까웠지만 그의 부친도 어릴 때 할아버지 몰래 교회에 몇 번 갔었단다.
“궁금해서 가셨겠지요. 어릴 때 보니까 류씨 성이 아닌 다른 성을 가진 사람들이 교회에 다니더라고요. 그러니 집안 어른들이 젊은 남녀가 모여앉아서 연애를 한다고 예수쟁이가 나쁘다고 말씀 하셨어요. 전 하회에서는 전혀 교회를 다니지 않았어요. 다른 곳에서 성탄절이면 사탕 과자 같은 것을 주니까 그거 얻어먹으러 몇 번 간적은 있어요. 제가 하나님을 제대로 만난 것은 군대갔다온 후부터입니다. 둘째 누님이 세종로에 있는 전신전화국에 다녀서 저도 직장생활을 할려고 서울에 왔다가 군에서 다친 다리가 재발되어서 1년 동안 문밖출입을 못하고 있었어요. 그때 누님이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었는데 그 누님에게서 전도가 된 것이죠. 이종사촌이 장애인이었는데 누구에게서 전도용으로 받은 성경책을 저한테 주길래 기독교가 어떤 것인가 궁금해서 한번 봤어요. 창세기를 보는데 너무 복잡해서 대학노트에 족보를 만들어 그리면서 보다가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러다가 아픈 다리로 ‘조이 선교회’에 나가 제자 훈련을 몇 개월 받았는데 대표 목사님이 같이 사역을 하자고 해서 그곳에서 10년간 간사 일을 맡아서 했지요. 그러면서 신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서울신학대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 우습게 생각하고 시험 쳤다가 떨어지고 제대로 공부해서 수석입학해서 저도 4년 동안 장학금 받고 다녔습니다. 대학 입학할 때 형님과 싸웠는데 좋은 점수로 왜 하필 그곳엘 가느냐고 말렸습니다. 신학공부를 하는 것을 반대 한 것이 아니라 점수가 아까워서 집안에서 싸움이 난 것이지요. 그래도 저는 그곳에 입학할라꼬 공부를 했다고 끝까지 설득 시켰죠. 그러고 나니 부모님들이 뭘 결정 했는지 아들을 위해 교회를 가보자며 종교를 바꾸셨어요. 아들이 믿는 예수가 뭔가 있나 보다 그렇지 않고는 저놈이 저렇게 미칠 리가 없다고 생각 하셨대요. 그때 당시 집안에 제사를 지냈는데 아버지가 저를 참석하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아버지께서 집안일을 해야 될 때가오니까 사촌들을 모아 놓고 예배를 드리자고 회의를 했어요. 그러니까 하회 큰집 형님은 그렇게 못하겠다 하여 제사를 고수하고 나머지는 각자 방식대로 하자고 절충이 된 거지요. 이제는 서로 어떻게 이해를 했느냐 하면 뿌리의 전통은 지켜 주되 각자 방식대로 지켜나가자는 겁니다. 저도 조상을 귀신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을 놓고 절은 하지 않지만 절하는 자체가 우상숭배는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집안 일로 행사가 있어 하회에 가면 현지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제가 목사인거 다 알지만 그분들은 종교나 신앙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생활하면서 교육을 받아서 된 직업적인 것으로 보는 것 같아요. 교회에 다녀서 절을 안 해도 크게 문제 삼지 않으시니 일상적인 집안 대소사에는 큰 지장이 없어요. 또 저도 집안일에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의학 공부하며 대체의학으로 전도활동
그는 현재 서울 강남에 있는 사랑의 교회에서 ‘대체의학’을 강의 하고 있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 그가 한의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다. 둘째 누나가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아 늘 병과 가깝게 지냈다고 했다. 그가 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한 것은 누나를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학문이란 내속으로 들어와서 다른 사람에게 덕을 끼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그에게 의학 공부야 말로 하나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무기였다. 무엇을 하던지 한곳에 집중하면 깊게 빠지는 그의 성격대로 그의 한의학 공부도 독학으로 모두 했다고 한다.
“한의학을 공부해 보니 경락과 경혈을 알면 모두 다 통하더라고요. 그래서 풍수, 수맥, 발마사지, 스포츠 마사지 등 기본적인 모든 것을 관련된 사람을 만나고 책도 보면서 공부 했어요. 공부도 자꾸 하다 보니 속독도 되고 다른 것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응용력이 자꾸 생겨요. 책을 많이 볼수록 모든 것이 하나의 학문으로 통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애 할배도 문무와 의학을 겸하여 유명했는데 모든 것이 하나의 학문으로 다 연결이 되어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는 우리나라 재래 채침의 효과와 원리를 그대로 활용한 전기탐침요법을 개발했다. 재래 침을 전기침으로 바꾸어서 쉽고 빠르고 부작용 없이 치료하는 치료법을 개발한 것이다. 치료 용구도 직접제작해서 만들었다. 그것은 침이라기보다는 경락과 경혈을 전기(1.5V)로 신경에 자극을 주어 간단하고 빠른 시간에 쉽게 배워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현재 사랑의 교회에서 초급 중급과정을 1년 정도에 배울 수 있다.
“제가 목회 하면서 우리 교회 교인들을 전기침으로 치료해 주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2년 전 해외 선교사가 꿈이어서 그걸 준비하다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40여일을 입원해 있었는데 퇴원할 무렵에 사랑의 교회에서 전기침 요법을 강의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죠. 여러 사람이 훈련을 받아서 하면 더 많은 효과가 있지 않겠냐며 그짝 교회 교육프로그램 시간에 강의를 해달라는 겁니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교회가 점점 갈수록 전도의 턱이 높아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어요.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현대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이 많잖아요. 그래서 무료로 치료도 해주고 얘기도 하고 또 다음에 만날 수 있는 계기도 되니까 자연 전도가 되더라고요. 현재 사랑의 교회에서는 이 치료법으로 전도의 성공률이 높아 전도의 대안으로 인정되었습니다. 9월부터는 하남시에 있는 호스피스 교육자나 물리치료사 목회자에게도 강좌를 할 예정이고 길게는 노령화 사회에서 치료비 별로 안들이고 치료 가능한 ‘노인 치료 센터’나 복지관을 지어 치료선교사 훈련센터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배움이라는 것은 많이 배운 사람이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 나눠줘야 하고 우리는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사람이 평생 살아가는 인생의 길이가 거의 같아요. 욕심 부리지 말고 가진 것에 감사하고 이웃에게 베풀면서 살아야 합니다. 의학공부를 하니 사람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고 심리학을 공부해 보니 사람이 아름다워 보이더라고요.”
그는 또 그의 치료법을 설명한 ‘경혈도’, ‘경락’, ‘처방도해집’ 등의 책을 직접 썼다.
“한의학을 공부해 보니까 참 간단한 것을 복잡하게 글로 다 써놓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그림으로 죄다 그려 놨어요. 평생 살면서 걸리기 쉬운 병 500~600여 가지에 따른 치료법을 모두 그림으로 그렸지요. 그러니 크게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도 일정기간 공부하면 다 할 수 있어요. 다른 부황이나 뜸은 피부에 상처를 내지만 전기침은 침이라기보다는 피부에 접촉하는 마사지입니다. 경락과 경혈을 자극해서 치료하는데 전기를 우리는 못 느끼지만 신경은 높은 고압을 느낍니다. 앞으로 전국 교회를 다니며 세미나를 할 예정입니다.”
올곧은 길을 걷는 선비정신, 제 신념입니다.
그가 1993년 목회안수를 받고 목사가 되었을 때 갈등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선교단체에서 신앙생활하고 성장했기 때문에 교회 구조를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교단의 여러 가지 문제를 젊은 목사들끼리 연대 서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어 한때 목사직을 파직당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그러나 6년 가까이 혼자 법정 투쟁을 하여 무죄를 선고받고 다시 복직이 되기도 하였다.
“내가 지금도 생각해 보면 목사이면서 참 고지식했어요. 성격이 좀 외골수이기도 하고 때로는 편협하기도 해서 교단(대한 성결교)의 부조리를 그냥 못 보겠더라고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다 뚜드려 고쳐야 한다고 나선 거죠. 그래서 하나하나 다 파헤쳐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소만 28번 했어요. 교단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최종적으로 판결이 났는데 ‘류시대 목사의 일은 정의를 세우고 교단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서 나온 의협심에서 시작된 것으로 모든 것은 교단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로 류 목사는 무죄다’라고 결론이 났어요. 모든 것이 승리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우리 교단의 목사님들도 의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아이들이 3형제인데 재판을 지켜보면서 우리 아버지 하는 일이 옳은 일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러면서 저는 교단의 활동을 멈추고 다른 방향을 생각하게 된 것이죠. 지금은 바깥일을 많이 안다니고 집에서 주로 책을 쓰며 강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비록 목회자의 길을 가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올곧은 선비의 기본정신은 그의 몸속에 오롯이 남아있었다. 취재하는 날도 그는 하남시에 있는 그의 집에서 9월 달에 나올 ‘한의학 개론’ 책 교정을 하느라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었다. 컴퓨터 얘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더 보태야 되겠다. 그가 선교단체에 있던 1981년도에 8비트 엑스티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 그 컴퓨터를 직접 조립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선교 단체에서 컴퓨터를 가르치고 1991년 하남시에 와서도 성남까지 다니며 교단 관계자들에게 컴퓨터 사용법이랑 조립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물론 조립방법도 독학으로 배웠다. 책을 자꾸 보다보면 어느 내용이 어디쯤에 있는지 그림으로 다 그려진다고 한다. 책 자체가 통째로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가 공부 하는 모든 방법은 암기와 반복이다. 모르면 알 때까지 통째로 책을 외우는 것이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기가 힘들지 그 과정만 올라가면 모든 것이 다 통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 조상들의 학문방법을 그가 그대로 따라 행하는 것이다. 읽고 외우는 반복학습으로 모든 학문을 다 섭렵할 수 있었던 그 지혜를 그가 몸소 실천함으로서 깨달은 것이다. 그러니 그는 현대에 살지만 그의 생각과 깨달음의 방법은 그의 조상들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하회 고향에 대한 그의 생각도 일반인들과 다를 수밖에.
“하회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부락인데 제도권에 들어가다 보니 생계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내 땅을 내 맘대로 못하죠, 또 관광객을 상대로 일을 해야 하니 동네 인심이 나빠지고 관계가 나빠지는 거예요. 또 관광객들이 왔다 간 기념으로 뭘 자꾸 집어가니 자꾸 문을 걸게 돼요. 실제로 관광객이 하회에 오면 체험의 삶을 해봐야 합니다. 안동의 역사가 우리 민족의 역사이고 하회의 역사가 우리나라 일제 수난기의 역사입니다. 그 역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가지고 하회마을 건축물을 통해 우리 민족이 얼마나 지혜로운지 깨달아야지요. 그 건축 속에 깃들어 있는 한국의 미와 풍류를 배워야지요. 그냥 한 바퀴 돌고 가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학교 국사시간에 못 배운 것을 그곳에서 배워야 합니다. 삶의 현장이 되어야지요. 그래야 애국심이 생기고 내 것을 내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겠어요? 우리 사촌 한 명은 분실된 하회탈을 찾느라 자기의 돈과 시간을 모두 투자하고 있어요. 우리는 모이면 늘 그런 얘기해요. 어떻게 하면 전통을 잇고 복원을 하고 알릴까 고민합니다. 나라를 사랑하고 애국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요.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전통이고 역사인걸요.”
아무리 사회가 바뀌고 변화되어 서구화되어 가지만 우리 가슴속에 몸속에 흐르는 우리의 전통, 의식, 얼은 서양화가 되지 않는다. 그 어떤 변화에도 끄떡하지 않고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것이다. 어디 지켜야 할 것이 그뿐이랴. 멀쩡한 우리 땅 독도도 일본이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니 이참에 잘 단도리를 해서 다시는 얼씬도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겠는가? 그의 말대로 평소에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할 것이다.
앞으로 아이들 데리고 안동엘 가면 할 일이 많아 질 것 같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