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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문화의 현황과 발전방향(글/조영일(시인))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내일을 계획하고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 1988년「안동」창간호에는 특집으로 <내일의 안동을 생각한다>를 실었었다. 지역발전, 지방행정, 안동문화 등 5가지 과제로 나누어 내일의 안동에 관한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있으며 안동의 미래에 관한 모색 또한 계속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5회에 걸쳐 창간특집에서 다루었던 것과 같은 주제로 지난 20년을 생각하며 안동의 미래와 발전에 관한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 지역발전 2. 지방행정 3. 안동문화 4. 지방언론의 역할 5. 안동교육의 방향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안동’지 창간호에서 초대 예술총연합(이하 예총) 안동지부장을 지낸 계철순 박사는 내일의 안동문화에 대해 두 가지 좌표를 놓았다.
첫째는 내일은 오늘의 연장이란 점, 또 하나는 다른 지역의 문화와 구별될 수 있는 특성의 강조였다. 먼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안동문화에 대한 기대와 성과는 바로 지금 이뤄지고 있는 모든 문화 활동의 연장이라는 논거였고, 다음은 다른 지역의 문화와 차별화의 문제였는데 때맞추어 안동시가 내세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주장이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본래 문화란 인류의 이상을 실현시켜 나아가는 정신활동을 말한다. 삶의 새로움을 실현하려는 능동적 과정 및 차츰 형성되는 생활방식과 내용에 대한 내적 정신활동의 전체를 문화라고 할 때 그 범위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우선 이 글에서는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각종 문화행사, 예술 활동, 전통의 보존 노력을 통해 안동의 문화를 살펴보기로 한다.

문화행사
문화를 이어가는 일, 지역의 특성을 지켜내는 일. 이를 위한 가장 대표되는 행사로 안동은 지금 국제탈춤페스티벌과 민속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1997년 9월 시작되어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지난해 관객 100만을 돌파하면서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전국최우수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금년으로 38회를 맞는 안동민속축제 역시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저전농요, 성주풀이 등 특색 있는 지역의 축제로 가늠되면서 관 주도를 벗어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긍정적 측면과, 행사일정, 주민참여를 의식한 지나친 전통의 답습 등 안동문화의 역동성을 위해서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을 동시에 안고 개최되고 있다.

한편 안동시 주최 안동예총 주관의 안동예술제와 안동문화원 주관의 여성민속한마당 등 두 행사가 오늘의 안동정신을 불 지피며 미래로 나아가는 힘을 기르고 있다. 올해로 20회를 넘긴 안동예술제는 여덟 개의 예술단체들이 전시, 공연 발표 등 다채롭고 수준 높은 작품 활동으로 지역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안동시의 지원을 받아 안동문화원이 개최하고 있는 전국유일의 여성만의 축제인 ‘여성민속한마당’이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 고유의 생활문화유산을 잇고 발전시켜 가는 노력을 쏟고 있다.

예술 활동
안동에는 지금 예총을 중심으로 문인협회, 미술협회, 사진작가협회, 음악협회, 국악협회, 무용협회, 연극협회, 연예협회 등 여덟 개 지부에서 450여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동호인들을 합치면 800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20년 전 다섯 개의 지부에서 100여명이 맘 졸이며 출발한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고, 이런 성과는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되어 온 안동의 문화적 우수성과 유달리 강한 자긍심으로 쌓은 결과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문학 분야에는 안동문인협회, 안동작가회의, 글밭동인회, 안동수필문학회, 시조동인 <오늘>, 안동주부문학회, 샘문학회 등이 있고 미술과 사진분야에는 미술협회 안동지부, 안동미술인협회, 토전, 안동조각회, 이수회, 향미일요화가회, 명륜서도회, 경북청년작가회, 신세기청년작가회, 안동서예회, 안동서도회, 명륜서도회, 안동서예교육연구회, 사진작가협회 안동지부, 영가사우회, 안동영상회 등이 있다. 음악분야에는 음악협회 안동지부, 안동시립합창단, 안동남성합창단, 안동교향악단, 벨칸토성악연구회, 경북타악기앙상블 그리고 대중음악을 널리 전파하고 있는 지역 가수와 연주자들이 있는가 하면, 연극협회, 무용협회, 연예인협회 등도 힘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단체 또는 동아리활동으로 얽힌 이런 많은 모임들은 개성이 강하여 서로 반목하기도 하나 유기적으로 연결, 결속하면서 오늘의 안동문화를 이끌며 새롭게 창출시켜 가고 있다.

전통문화
안동향교, 안동유도회, 안동청년유도회, 안동여성유림회가 전통혼례, 성년의식, 경전암송, 서예전, 국역문집간행 등을 통해 유교문화의 계발과 전승에 앞장서고 있으며 차전놀이보존회,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놋다리밟기보존회, 저전농요보존회, 안동내방가사전승보존회, 하회마을보존회가 지역의 유 ․ 무형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이어가는데 전력하고 있다. 또 민족예술총연합 안동지부, 안동국악단, 전통예절진흥원, 안동예절학교청소년수련원, 놀이패 둥근, 안동다인회, 안동문화연구회,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등도 차원 높은 안동문화의 한 축으로 독자적이거나 내외 여러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기회를 확대해오고 있다.

양질의 문화생활 기회를 제공하는 안동문화 기대
조동걸은 안동문화의 특징을 “고려사를 밀고 이끈 안동, 유교를 일으켜 조선왕국을 건립하고 퇴계학으로 조선 성리학을 개척한 고장, 사족의 문중결속이 진행되어 문중조직이 발달한 안동, 향리를 중심으로 중인세가 남달리 강하고 상층문화와 민중문화가 별달리 존재하는 안동, 독립운동을 한 사람이 많은 가운데 보수와 진보가 병존한 안동, 수탈과 좁은 농지로 어려운 생활을 근검절약으로 살았던 지역‘이라고 언급하면서 이러한 안동은 좋은 역사를 생산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고 나쁜 역사가 전개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아무튼 역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에너지를 분출한 안동의 문화가 새로운 시대에도 빛나는 역할을 감당하는 힘을 모아야하겠지만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역문화창달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 양질의 문화생활 기회를 주민에게 제공하는데 있다는 근원적인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다. 그러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과 관련 단체들이 안동의 정신을 곧게 이해하고 펼쳐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