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에 대한 오해와 진단(글/이성훈(한방내과 전문의, 체질의학전문 도규한의원장))체질에 대한 흔한 오해
첫 번째로 체질에 대해 가장 잘못알고 있는 것은 소음인에 대한 편견이다. 대부분 체격이 마르고 손발이 차고 소화기능이 약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은 소음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진찰해보면 소음인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실재 임상에서 보면 각 체질별 분포는 비교적 고르게 분포한다. 오히려 소음인이 다른 체질에 비해 약간 더 적은 경향이 있다(물론 학자에 따라 이에 대해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지역적인 차이도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반대로 열이 많다고 알려진 소양인이 섭생을 잘못하고 생활 할 경우에 소화력이 약하고 손발이 찬 경우가 더 많다. 반대로 소음인 중에 손발이 따뜻한 사람이 더 많다.
일반적으로 일반 한약을 먹고 설사를 하거나 다른 부작용이 잘 나타나거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소양인이나 태양인일 확률이 높다. 이는 체질처방이 아닌 일반 한약처방에는 대부분 소음인과 태음인에 적합한 약재가 많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태양인에 대한 오해이다. 이는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에서 태양인의 수는 극히 적어 한 고을(대략 1만명)에 3,4명 내지 십여명에 불과하다는(太陽人數 絶少 一縣中 或三四人十餘人而己) 내용 때문에 보통 ‘태양인은 거의 없다’라고 생각해온 잘못된 관행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임상 중에 태양인으로 진단되는 환자에게 태양인이라고 말을 해주면 “내가 희귀하다는 태양인이라고요” “설마?”라면서 대부분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재로 태양인은 다른 체질과 거의 비슷한 분포로 존재한다. 육식이나 밀가루 음식 유제품을 먹으면 유난히 속이 불편해지는 일은 태양인에게 특히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본의 경우 섬나라인 특성상 항상 해산물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래서 일본음식을 보면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향신료를 적게 쓰고 시각적으로 예쁘게 꾸미고 깔끔하고 담백한 특징이 있다. 일본사람들 중에는 태양인이 상당히 많다. 이는 섬나라라는 환경적 요인 때문에 육식이 잘 맞는 태음인은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많이 도태되고 해산물이 몸에 이로운 태양인들이 많이 적응하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3면이 바다이고 대륙과도 인접해있는 지정학적 특징을 가진 우리나라에는 일본과 달리 체질이 비교적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우리나라와 일본의 민족적, 문화적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약재인데, 특히 좋은 보약으로 잘 알고 있는 녹용이나 인삼(건삼, 수삼, 홍삼, 장뇌삼), 동충하초, 구기자, 오미자 등도 모두에게 다 유익한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 누구에게나 다 좋은 약이나 음식은 아무것도 없다. 치료효과가 있는 모든 약은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마찬가지로 어떤 체질에 유익하게 작용을 하면 반드시 반대되는 체질에는 해가 된다. 고로 최고의 보양약으로 대접받고 있는 녹용도 체질에 맞지 않는 경우에는 부작용이 날 수 있다. 특히 태양인들이 녹용이 포함된 처방을 먹으면 설사나 복통이 일어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체질이 변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환자를 보다보면 여자환자의 경우 출산을 전후로 해서 몸의 상태가 현저하게 바뀌는 경우가 있다. 또 큰 병을 앓고 난 뒤나 대수술 뒤에도 몸의 상태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출산 전에는 몸이 매우 차고 땀도 안 나던 사람이 출산 후 몸에 열이 많이 나고 땀이 많아지는 경우가 단적인 예인데, 이는 그 사람의 몸 상태(證)가 바뀐 것이지 절대 체질이 바뀐 것이 아니다. 체질은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몸의 상태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때그때 환경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한다.
다섯 번째 “체질은 한 번에 바로 알 수 있는가?”하는 문제인데, 일반인들은 숙련된 전문가라면 단번에 모두 다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쉽게 체질이 구분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확한 체질을 찾아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흔히 있다.
체질의 진단
그럼 과연 어떻게 체질을 판별하는가? 이에 대한 연구는 한의학계에서 무수히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현대과학을 이용한 장비나 의학적 검사(유전자 검사...)로는 밝힐 수 없다. 한의학의 진찰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사진(四診 ; 望聞問切)이다. 현재까지는 이를 통해 체질을 가려내는 방법이 유일하다.
첫째, 망진(望診)을 위주로 환자의 체형이나 외모 밖으로 나타나는 기질(體刑氣像, 容貌詞氣)을 관찰하여 체질을 감별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자칫 주관적으로 빠질 수 있고 구분이 애매모호 할 수 있다.
둘째, 맥진을 통해 체질을 가리는 방법이다. 다른 방법에 비해 보다 객관적이고 오진의 확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맥진을 익히는 것이 매우 난해하여 오랜 기간의 숙련을 거처야지만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셋째, 문진 또는 설문지로 전반적인 신체적 특성이나 증상 등을 참고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 만을 가지고 체질을 감별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넷째, 체질처방 투여를 통한 약진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체질이 애매한 경우에 약물을 투약함으로 인해 뚜렷이 나타나는 반응을 관찰하여 체질을 감별하는 방법으로 매우 유의성이 높다. 이 외에도 오링테스트, 지문(指紋), 성문(聲紋) 분석을 통한 체질감별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이들은 합리적인 진단법이 아니다.
체질감별은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방법(특히 맥진과 약진)을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진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확한 체질의 확진은 건강한 상태에서 보다 질병(특히 내과적 질환)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여러 번에 걸쳐 그에 적합한 체질치료(침, 체질한약 또는 체질섭생법)를 통해 신속한 치료가 이루어 졌을 때 내릴 수 있다.
다년간 임상을 하다보면 초진 시 체질감별이 잘못되어 다른 체질로 치료하더라도 증상의 개선이나 치료가 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잘못된 체질로 치료를 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난다. 고로 섣불리 한두 번의 진찰이나 치료로 체질확진을 내리기보다 수차례에 걸쳐 치료하면서 확실히 검증한 뒤 확진을 내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책이나 대중매체의 정보만을 가지고 혼자서 섣불리 체질을 추측하여 음식을 가리거나 약재 등을 임의로 장복하는 것은 위험하며 자신의 정확한 체질을 모를 경우에는 소식(小食)을 하면서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오히려 해가 적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안동>
사진(四診 ; 望聞問切)
한방에서 환자를 진찰하는 단계로 망진(望診)과 문진(聞診)·문진(問診)·절진(切診)을 이르는 말이다. 흔히 사진(四診)이라고도 한다. 여기에서 망진은 시진(視診), 절진은 촉진(觸診)이라고도 한다. 진단정보를 통해 치료법이나 처방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4가지 진단법 모두를 관찰해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