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장 40년 역사 조금분 할매 이야기(글/이미홍-객원기자)
세상사 한데 모아 놓은 시장통 난전 사람들
살면서 때때로 세상살이에 부대껴 의욕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시장에 가 보라고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그 곳에 가면 삶이 있고 인정이 살아 있다고. 잔돈 푼 한 닢을 놓고 벌어지는 흥정과 하나라도 더 팔려는 장사꾼들의 다툼이 일상다반사로 벌어지는 시장 안 풍경은 아닌 게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사는 게 이런 거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한다. 이제는 지방소도시까지 진출한 대형 할인마트니 동네마다 들어선 편의점이니 해서 재래시장 경기가 옛날에 비해 많이 나빠졌지만 그래도 시장은 아직도 우리에게 대형마트가 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아낙네들의 수다와 주전부리가 있는 곳, 엄마 손 잡고 따라 나온 아이가 핫도그를 얻어먹는 재미도, 나물 한 줌 더 얹어 달라는 실랑이도,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다 남의 손님 뺏어간다고 이웃 상인들끼리 싸움을 붙인 격이 되는 손님도, 시장 초입에서 덥석 물건을 샀다가 저 안쪽에 들어가서 더 좋고 싼 물건을 보고 도로 물러달라고 부리는 억지까지 그야말로 천태만상 온갖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 시장이다.
그리고 시장에는 무엇보다 난전에서 장사하는 아줌마들이 있다. 이 난전 아줌마들이야말로 재래시장의 진정한 주인들일 것이다. 시장 안 난전에 자리를 잡고 한 곳에서 십 년 이십 년, 몇 수십 년을 하루같이 지켜온 억척 아지매들 말이다. 만약 난전 아지매들이 없이 반듯반듯한 상점들만 있다면 시장 가는 재미는 반으로 줄 것이다. 안동 구시장에도 그렇게 수십 년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지매들이 있다. 그래서 그 시장을 오래 다닌 사람들은 그 아지매들의 이름은 몰라도 중앙 통 어디어디쯤 앉은 아지매가 무엇을 파는지는 알고 있다. 과일을 사려면 어느 아지매한테 가야하고, 나물을 사려면 몇 번째 아지매네로 가야 싱싱하고 싼 지, 건어물은 시장통 쪽진 머리 할매한테로 가야 한다던지 하는 것들을 꿰고 있다.
구시장 건어물상 40년 비녀찌른 할매, 조금분
구시장 중앙 통에서 40년을 한결같이 머리를 쪽지고 앉아 건어물을 파는 조금분(80) 할머니는 단골들에게는 ‘비녀 찌른 할매’ 내지는 ‘구시장 쪽진 할매’로 통한다. 구시장이 처음 생길 무렵인 마흔 안짝에 난전에 자리를 잡은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그 때도 지금도 가지런하게 비녀로 쪽진 머리에 몽당치마에 365일 반듯한 차림새 그대로다. 이제는 난전 자리 앞에 번듯한 가게를 가지고 있지만 가게는 아들 부부에게 맡기고 난전 장사를 그대로 고집하고 있는 할머니다. 난전에 나와 앉았다가 취재를 위해 가게로 들어가 앉는데 신고 계신 투박한 앞코에 오래된 듯 보이는 까만 슬리퍼에 눈이 가자 옛날부터 뭐든지 안 버리고 오래 쓰는 습관이 들어서 이게 편하다며 자그마한 발을 들어 보이신다.
“옛날에는 신발이고 옷이고 몇 번씩 꿰매 신었는데 이제는 많이 좋아졌지. 그래도 뭐든 아껴 쓰는 버릇하다 보니 내한테 있는 건 다 오래 묵은 거뿐이지 뭐. 나는 시집올 때 짚으로 통신 하나 매서 주는 거 신고 왔어.”
신랑 얼굴도 못보고 시집을 왔다는 조금분 할머니의 고향은 남후다. 열여섯 들던 해 시월에 구담에 사는 평산 신씨 양반집으로 시집을 왔다. 해방을 전후한 그 무렵만 해도 아직 징용이니 공출이니 뭐니 해서 흉흉한 소문이 돌던 시절이었다.
박완서가 쓴 ‘그 여자네 집’에 이런 장면이 있다.
___ 1945년 봄에도 행촌리에 살구꽃 피고, 꽈리꽃, 오랑캐꽃, 자운영이 피었을까. 그럴 리 없건만 괜히 안 피고 말았을 거 같다. 그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만득이와 곱단이의 연애도 끝나고 말았을까. 만학이었던 만득이는 읍내 사 년제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징병으로 끌려 나갔다. 며칠간의 여유는 있었고, 양가에서는 그 사이에 혼사를 치르려고 했다. 연애 못 걸어본 총각도 씨라도 남기려고 서둘러 혼처를 구해 혼사를 치르는 일이 흔할 때였다. (중략) 일본 본토나 남양 군도에 가서 일하고 싶은 처녀들은 지원하면 나중에 집에 송금도 할 수 있다는 공문이 한바탕 돈 후였지만 그럴 생각이 있는 집은 한 집도 없었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문은 면사무소 서기들과 순사들이 과년한 딸 가진 집을 위협도 하고 다짜고짜 끌어가는 일까지 있다고 했다.___
조금분 할머니가 시집이라는 걸 간 것도 소설 속에 나온 그 시절의 끝자락쯤이었던 모양이다. 딸 가진 걱정에 친정아버지는 당연히 혼인을 서둘렀고, 중매 말이 나자마자 시아버지 되는 이도 아들이 총각 귀신은 면해야겠다 싶었는지 혼자 와서 선을 보고 그 자리서 바로 혼인이 결정되었다. 그리고는 변변한 식도 없이 시아버지를 다라 나서야 했다. 그런데 시아버지를 따라 간 시집에는 신랑이 없었다. 사형제의 막내이자 한량과 다름없었던 신랑 신도식은 어딘가로 유랑중이라 했다. 수소문을 해서 시아버지와 평양까지 가서 신랑을 데려왔다. 그래서 시월에 혼인을 하고도 다음해 정월이 되어서야 머리를 얹었다고 한다. 근방에서 알아주는 양반 댁이라는 말에 친정아버지가 혼인을 허락했는데 시집이라고 와서 보니 참 양반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볼 것이 없게 가난한 살림이었다고 한다. 먹고 살 길을 찾아다니다 고조, 증조부 때부터를 자리 잡았다는 충청도 단양으로 갔다.
“함지박 이고 나물장사로 식구들 건사했지”
단양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 데리고 보따리 장사를 해서 먹고 살았는데, 맏동서가 5남매를 남기고 일찍 가버려서 조카들까지 한 집에서 같이 살았다.
“그때 내 나이 27살이었는데, 재를 넘어 함지박을 이고 나물을 팔러 다녔어. 충청도가 산골이 깊어서 재도 얼마나 높던지, 나물 한 쟁이에 10원, 20원에 팔았지. 하루 종일 재 넘어 가서 나물을 팔고 어두컴컴한 저녁이 돼야 집에 왔지. 집에 올 때는 어른들이 계시니까 뭐 군것질할 거리를 하나라도 사들고 들어가는 데 문 밖에서 아-들 모르게 어머님 손에 건빵 한 봉지라도 따로 챙겨 드렸지. 안 그러면 아-들 등쌀에 어른들 먹을 게 없으니까. 애들은 많고 먹을 거는 부족하고, 우리 애들이고 조카들이고 똑같이 먹인다고 먹였는데 한 번도 배불리 먹이지를 못했어.”
쑥이며 나물을 뜯어 밀기욱 죽을 끓여 먹고, 술막찌에 송구에, 아이들은 많고 먹을 것은 부족했던 시절이었다. 일 년에 제사가 열네 번이었는데 쌀이 귀해 제사에 메밥 올릴 쌀을 박 바가지 속에 몰래 따로 매달아 놓았다가 제사 때마다 한 되씩 꺼내어 밥을 지었다. 없이 산다고 조상 모시는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그래야 되는 줄 알고 살았던 세월이었다.
먹는 것도 모자라는 판에 입성이야 두말 해 무엇 하랴. 새 옷 한 벌을 못 사 주는 형편이 미안해 장사하는 짬짬이 산에 가서 산 뽕을 따서 누에를 쳐 밤새워 무명 한 필을 짜 저고리 일곱 벌을 만들어 입히기도 했다. 나물 장사에 이어 어물 장사, 과일 장사 닥치는 대로 함지박을 이고 재를 넘어 장사를 다녔다. 내 자식이고 조카 녀석들이고 배부르게 먹이고 가르치고 싶었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 와중에 다행히도 아이들은 저들 스스로 알아서 잘 자라들 주었다. 많이 가르치지 못한 게 지금도 한이 된다.
내 자식들하고 똑같이 키운다고 키웠는데도 조카들은 눈치가 보였던 모양이었다. 유달리 똑똑했던 장조카가 열세 살 무렵부터 서울에 있는 야간고등학교를 가려고 당시 지도를 일일이손수 제작해서 학교로 면사무소로 가지고 다니면서 팔아 학비를 마련했다. 일찍 장가들어 열아홉 어린 조카며느리하고 같이 살았는데 그 장조카가 서울에 있는 그 어렵다던 야간 고등학교에 떡하니 합격을 해서 가던 날 시장에 가서 검정고무신 한 켤레를 사 신겼다. 서울 아이들한테 기 안 죽게 운동화를 사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그때는 검정고무신도 무리를 해서 큰마음 먹고 산 것이었다. 그래도 그게 두고두고 후회가 됐다.
“양반집에 시집오니 쪽진 머리 풀지도 못해”
20년을 단양서 살다가 40년 전 안동으로 올 때 짐이라고는 이불 보따리 두 개가 다였다. 구담으로 갔다가 벌어먹고 살기에는 안동 시내가 나을 것 같아 법상동에 자리를 잡았는데 방 큰 거 얻으려고 7남매를 데리고 여러 집을 다녔다. 당장 방이 없어 안동여중 밑에 길게 나 있는 한 칸짜리 방을 얻었는데 물 많이 쓰고 전기 많이 쓴다고 주인집 구박이 말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화성동으로, 화성동에서 다시 법흥동으로 안흥동으로 세를 옮겨 다니다 장사가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의 옥야동에 집을 마련했다.
잘난 한량이라 사시사철 유람에 국회의원 따라 다니느라 집안 살림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편이었지만, 잘난 서방님 둔 덕이려니 하고 원망 한 번 안했다. 남자가 밖에 나가 기 죽으면 안 된다고 배우고 자라 지갑에 돈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일 년이면 집에 들어오는 날이 반도 안 되었지만 고생한다며 거칠어진 손을 잡아주면 설움이 가셨고, 사이에 7남매나 두었으니 부부간의 정도 나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도 엄하면서도 자상한 아버지였지만 그러나, 돈을 벌어 와 할머니한테 건넨 기억이 별로 없을 정도로 집안 살림에는 무심한 양반이었다. 그런데도 원망도 안 들고 밉지도 않았다니 할머니는 젊었을 때부터 의외로 강단진 면이 있었던 모양이다. 바람 같은 지아비 붙들고 안달복달 하지 않고, 시부모님 모시고 조카들까지 열둘이나 되는 아이들 건사하며 그렇게 살았다.
사람 따라 시절 따라 평생을 전국을 제 집 삼아 다닌 한량이었지만 시부모님의 잘난 막내아들이었던 남편은 또한 둘도 없는 효자였다. 술 먹고 놀다 들어오는 늦은 밤이라도 부모님 밤참을 꼭 사들고 들어왔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땐 산소 옆에서 곡을 하며 삼년상을 지냈다. 한복 바지저고리에 두루막 차림으로 국회의원 뫼시고 청와대까지 드나들며 전국팔도를 내 집처럼 다니며 자유롭게 살았던 할아버지는 그러나 아내인 할머니에게는 현모양처를 바랬다. 그런 할아버지 뒷바라지에 일년이면 두루마기를 열두 번 새로 꿰매야 했으며 그 지갑에 돈 떨어질까 노심초사 했던 할머니는 정작 그 까다로운 할아버지 덕분에 평생을 긴 치마에 흰 버선을 신어야 했고, 머리는 쪽을 쪄야 했다.
“언젠가 한창 파마머리가 유행할 때 나도 파마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말 꺼냈다가 파마했다가는 성냥 가지고 머리 다 불질러버린다고 해서 그담부터는 아예 생각도 안 했지. 그러다보니 나도 이게 익숙하고, 우리 아들도 엄마는 이 모습이 좋다고 하고. 지금 이 비녀도 시집 올 때 마련한 은비녀니까 오래 됐지. 할아버지 덕분에 죽으나 사나 이 비녀를 꽂고 살았지 뭐.”
이제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없지만 할머니 입성은 지금도 할아버지 생전 좋아하시던 모습 그대로다.
구시장 난전에 장사치 열둘일 때부터 시작
안동시내에 일단 등 부빌 방 한 칸을 마련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시장 바닥에 뛰어들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나물 장사하던 경험을 살려 당시 조그맣게 형성돼 있던 구시장 난전에 명태며 멸치며 건어물 몇 가지를 놓고 자리를 잡았다. 그때 구시장에 난전을 편 사람들이 모두 열둘이었다. 너나없이 억척으로 살아내던 시절이었다. 하물며 시장 통에서 살아가려면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는 게 시장통 여자들이었다. 때에 따라서는 억지를 쓰는 손님과 드잡이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게 시장상인들이고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비녀를 곱게 찌른 조금분 할머니는 한참 젊었던 장사를 시작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시장에서 큰 소리를 내 본 일이 없다. 손님이나 이웃 상인하고 목소리 높여 드잡이 한 일 한 번 없다. 그런 고운 성정으로 어떻게 시장 난전에서 40년을 버텨냈는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집에서도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7남매와 한 때는 다섯 조카까지 키워낸 조금분 할매의 저력을 몰라서 하는 소리이지 싶다.
“옛날에 난전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중파(파출소)에 소장으로 있는 이가 찾아왔어. 주인(남편)한테 돈을 빌려줬는데 갚으라고. 그래 내일부터 장사를 해서 조금씩 갚을 테니까 받으러 오라 하고 매일 일수를 찍었어. 그 파출소 소장이 매일 난전으로 돈을 받으러 왔어. 그러면서 오며가며 술안주 한다고 노가리도 집어가고 오징어도 집어가고 그래도 아무 말 안했어. 우리 주인 얼굴 깎일까 봐. 남의 돈을 썼으면 갚으면 되지, 큰 소리 낸다고 될 일이 아니니까 아무 소리 않고 갚았지.”
천성이 싸움을 싫어하기도 하거니와 내가 조금 손해 보면 되지 싶어 참는다. 눈비 오는 날 우산 쓰는 거 외에는 햇볕 따갑다고 그 흔한 수건이나 모자 한 번 쓰는 일 없이 단정하니 머리를 쪽지고 나와 앉아 한결같은 태도로 손님들을 반기는 그 마음을 손님이라고 모를까? 할매네 손님은 대부분 단골들이다. 적게는 몇 년 된 단골에서부터 2, 30년 넘는 단골들도 많다. 멀리 이사를 가고도 부산, 대구는 물론이고 충청도에서까지 부러 안동 구시장 할매한테 전화로 주문을 한다. 요즘은 난전 장사가 예전만 못해 주문 받아 택배로 부치는 양이 난전에 앉아 파는 물건보다 많을 정도다.
“장사꾼이 자릴 비워 되겠나. 오늘도 나와야지”
이제는 다들 죽고 장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가고 그 사람들 중 남은 사람은 할매 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서넛이 남아 있었는데 재래시장 활성화니 뭐니 해서 지금의 모습으로 공사를 하는 3년 동안 다들 떠났다. 그날그날 장사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마냥 놀 수 없어 옥동으로 용상으로 자리를 옮겨 간 사람들이 많아 시장 겉모습은 좋아졌을지 몰라도 기존에 있던 시장 안 식구들은 많이 줄어들었다. 빈자리가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지고는 있지만 경기도 시장 안 활기도 그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할머니는 난전에 나와 장사를 하는 게 좋다고 한다.
“내가 여기 나와 앉아 있어야 손님이 오지. 장사꾼이 자리를 비우면 되나? 손님 기다리면서 사람 구경도 하고 명태 두드려서 찢고 다듬고 하다 보면 또 손님이 오고 그러지. 40년 동안 해 오던 일인데 힘들 것도 없고 심심할 것도 없어. 가게야 이제 내 없어도 우리 며느리가 알아서 잘 하지만 내 몸 건강할 때까지는 나와 여기 난전을 지켜야지. 내 보고 멀리서 일부러 오는 손님들도 있는데.”
현재 구시장 난전에서 파는 건어물 가게는 비녀 할매네 뿐이다. 그러니 건어물을 사려면 자연 할매네로 가야 한다. 그런데 명태나 멸치를 사려는 것도 아니면서 할매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비녀로 곱게 머리를 쪽진 할매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관광차 들른 외국인들이나, 사진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사진 촬영을 부탁하기도 한다. 할매는 별로 거절하는 일 없이 묻는 대로 대답해 주고 사진을 찍는 것도 순순히 그러라고 한다. 숨길 것도, 찾아오는 사람을 내칠 일도 없이 할매는 장사할 때 손님 맞듯이 그렇게 시장을 찾는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 취재를 하는 동안 할매는 으레 할 법한, 장사가 안 돼 죽겠다는 소리나 시장보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젊은 아낙들에 대한 있을 법한 한 마디 쓴 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장에 나와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할매는 성정도, 작고 가냘파 보이지만 강단지고 반듯한 모습 그대로였다. 시간이 가면서 시장도 옷을 갈아입고 겉모습을 바꾸어 왔고, 구시장을 찾는 얼굴들도 하나 둘 바뀌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40년 동안 난전을 지켜온 여든의 조금분 할매는 오늘도 여전히 아침 7시면 시장으로 나와 전을 펴고 저녁 8시면 전을 걷는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