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마을 신성리를 찾아서(글/사진/장완수_한국사진작가협회 안동지부 회원)
초겨울이지만 가을을 보내고 싶지 않은 감은 아직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나 보다. 하루 날 잡은 마을사람들은 주렁주렁 열린 감 따기에 분주하다. 상주가 곶감으로 유명하다지만 안동 신성리 곶감의 역사가 더 오래 되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마을담장 안팎이며 밭두렁에도 감나무가 즐비하다. 올 가을엔 태풍 한번 지나가지 않았으니 당연히 감농사가 풍년이다. 서리 맞아 빛깔이 고운 감을 따는 촌부의 손놀림, 오늘 만큼은 온갖 시름을 잊은 듯하다 .
마당 양지쪽에 자리 잡은 할아버지가 감을 깎고 있다. 다른 집들은 모두 기계로 감을 깎고 있지만 할아버지는 예전처럼 손으로 작업을 하신다. 기계에 대한 거부반응도 있겠지만 수확량이 그리 많지 않다보니 구태여 기계를 사용할 일이 없다. 통풍이 잘되는 곳에 넌 후 곶감이 될 무렵이면, 도회지에 살고 있는 손주 녀석들이 찾아올 것이다. 허허, 손아귀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매끈하게 깎인 감들이 황금빛을 발한다. 솜씨 좋은 할머니의 분주한 손놀림에 가지런하게 엮인 감들이 한 줄 또 한 줄씩 덕장에 매달린다. 바쁜 와중에도 감 홍시 하나 먹어보라고 자꾸 권하시는 할머니. 저리도 순박한 분의 얼굴에 왜 그렇게도 주름이 깊은지,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할매요! 할매 모습을 보니 우리 어매 생각이 나니더."
그 말씀을 들은 할머니 홍시 하나 손으로 쓰윽 문지른 후 내밀어 주신다. 두 손으로 얼른 받아들고 고개를 돌렸다. 나도 모르게 눈가에 맺힌 이슬을 보이지 않기 위하여......
우리 선조들은 추수를 할 때면 곡식을 남겨 두곤 하였다. 자연의 혜택에 감사할 줄 알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진리를 터득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자연의 이치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천리를 따른다. 다만 인간들은 가끔씩 이러한 천리에 무모하게도 도전을 하여 순리를 역행하려 한다. 이제라도 오만하고 무모한 짓들을 그만두고 자연에 순응하면서 더불어 살아간다면 자연 또한 인간에게 혜택을 돌려줄 것이다. 까치밥을 남겨두어 날 짐승들이 쪼아 먹도록 배려했던 아름다운 옛 풍속이 더욱 그리운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