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원기의 고향 난핑마을(글/임세권_안동대 교수)

 

황산시 이현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홍춘마을과 시디마을로 이름난 곳이지만 이 두 마을 외에도 많은 전통마을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난핑마을이다. 난핑은 이현의 현정부가 있는 현성에서 서남으로 4킬로미터 떨어졌다. 마을의 남쪽에는 난핑산과 진주산 린리산 세 산이 둘러쳐 섰고 북쪽으로는 우링시(무릉계,武陵溪)라는 개울이 흘러 풍수상으로도 빼어난 길지라 할 수 있으며 풍광 또한 아름답다. 무릉계라는 하천 이름이 시사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이곳을 타오옌밍(도연명,陶淵明) 시인의 도화원(桃花源)에 비교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삼십여리 떨어진 곳에 타오링(도령,陶嶺)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는 타오옌밍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타오 시인 본인은 휘주에 온 적이 없으나 휘주에서는 도처에서 도화원이란 시를 볼 수 있다. 그것은 타오옌밍이 이현에서 백리가 채 안되는 펑쩌현(彭澤縣)의 현령으로 왔었기 때문이다. 그는 본성이 본래 산을 사랑한다고 했는데 자신이 관직생활을 하는 곳에서 백리 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현의 아름다운 산천풍경의 소문을 들었을 것이고 도화원기는 그로 인해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즉 타오옌밍은 어부 한 사람이 이현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이현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그후 도화원기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오옌밍은 죽을 때까지 이현에 오지 못했는데 원나라 초에 그의 삼십오대손이 자기의 조상이 묘사한 아름다운 선경을 찾아 난핑산 아래 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타오옌밍이 이상향으로 여긴 그 생활을 실현하게 되었다.




젊어서 세속에는 어울리지 못했으나


본래 성격은 어진 덕과 산을 사랑했다.


잘못 올가미에 걸려 삼십년이 그냥 지났구나.




조롱 속의 새는 옛날 살던 숲을 그리워 하고


연못 속의 물고기는 예전 살던 늪을 생각하듯이


좁은 들판의 거친 땅을 갈아보자고


고집을 부려 전원으로 돌아왔네.




천여평 마당에 팔구칸의 초가집을 지었는데


버드나무 느릅나무는 집뒤 처마에 그늘을 드리우고


오얏나무 복사나무는 마루 앞에 늘어서 있네.




마을은 아득히 멀리 있는데


마을 연기 하늘하늘 오르네.


골목길 안에선 개들이 짖고


뽕나무 위에서는 닭이 운다네.




집안에 번잡함이 없고


빈 방안에는 한가함이 넘치니


오랫동안 새장 속에 갇혀 있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 왔다네.




이 글은 타오옌밍이 펑쩌현의 현령으로 있을때 쓴 ‘전원으로 돌아와 살다(귀전원거,歸田園居)’라는 시이다. 이현에 이주해온 타오옌밍의 후손들은 위의 시처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자 했고 난핑은 그 뜻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땅이었다. 도씨 후손들은 난핑에서 몇 년 동안 그러한 이상적인 삶을 살았는데 뒤에 다른 성씨들이 연이어 이곳에 내려와 정착하게 됨으로 인해서 타오씨들은 또 다른 곳으로 그들의 이상향 도화원을 찾아 떠나게 되었다.




 

데릴사위로 자리 잡은 예씨들


현재의 난핑에 거주하는 성씨는 예(엽,葉) 쩡(정,鄭) 리(이,李)의 삼성이 중심 성씨이다. 그중 예씨가 가장 많아 전 마을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난핑의 예씨는 명나라 초기 예보시(엽백희,葉伯僖)라고 부르는 청년이 난핑의 쟝(강,江)씨 사위가 되어 왔으며 그 후 예씨 자손이 왕성하게 퍼져서 이 지방의 가장 큰 씨족으로 발전하였다. 즉 예보시는 난핑 예씨의 시조가 된 것이다. 난핑예씨의 족보에는 예보시가 강씨의 데릴사위가 된 기록이 남아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예보시는 난핑마을의 쟝여우쑹(강우송,江友松)의 딸에게 장가들어 데릴사위가 되었다. 결혼 후 처가에서 함께 살게되었다. 그 때 그의 장인 쟝여우쑹은 나이 어린 아들 하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예보시는 그 집의 가업을 잇게 되었다. 쟝여우쑹은 토지와 집 등을 사위에게 주고 영구히 관리하도록 했다. 예보시는 스스로 쟝여우쑹 부부의 노후를 살피고 처남까지 돌보았으며 집안일과 토지 등을 잘 관리하여 은혜를 갚았다.




이 기록은 지주 쟝여우쑹이 예보시를 사위로 맞이한 것과 동시에 예보시가 강씨 집안에서 매우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예보시와 같이 처가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재산을 관리하는 것 같은 운 좋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명청시대의 휘주에서는 데릴사위의 지위가 예보시의 예처럼 높지 않았으며 따라서 데릴사위를 그리 좋게 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예보시의 경우는 당시로서는 특수한 예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씨 일족은 예보시가 누린 행운으로 후손을 크게 번성시킬 수 있었고 이후 명나라 중엽이후 난핑 최대의 씨족으로 발전하였다. 청조 이후에는 여느 휘주인과 마찬가지로 학문을 숭상하고 유교를 중히 여기는 전통을 받아들여 과거급제자를 많이 배출했고 동시에 성공한 상인들도 늘어 재원이 크게 늘어났다.


마을 전체는 인구가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상인들이 많은 재부를 축적한 결과 주택이나 사당같은 문중의 권위를 높일 수 있는 각종 건축물들이 크게 증가되었고 머리가 뛰어난 자제들의 교육에 힘을 쏟아 과거급재자들이 늘어났고 휘주의 명문 반열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전통마을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어느 문중이나 중앙의 고위 관료로 출세한 인물들을 집안의 대표적 인물로 내세우고 그들의 위패를 모시는 큰 규모의 사당을 지어 내외에 위세를 과시한다. 난핑마을에는 특히 여덟 채의 사당 건물이 남아 있어 이 마을 사람들이 과거에 얼마나 많이 출세하였는가를 보여주고 있으며 휘저우 지역에서는 많은 사당을 가진 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뿐 아니라 사당은 상당한 재력이 없이는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사당이 많다는 것은 사당을 지은 문중이 엄청난 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것이기도 한다. 이들 사당들은 문중 전체에서 건립한 족사(族祠), 한 집안에서 건립한 가사(家祠), 그리고 거기서 다시 갈라져 나온 지사(支祠) 등으로 나뉘어 지는데 이곳에는 이러한 사당들이 고루 포함되어 있어 가히 사당건축 박물관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이다. 민국시기에만 해도 난핑 마을에는 사당의 수가 20여를 헤아렸다고 하니 이 마을이 경제적으로 학문적으로 또 고위관직으로 출세한 자가 얼마나 많았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사당 건축 외에도 명청시대의 고가옥들이 300채 가까이 남아 있다고 하니 휘저우를 대표하는 옛마을로 손색이 없다 할 것이다.


지금 난핑마을에 들어가려면 마을 입구에서 입장권을 사서 정해진 길을 따라 관람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본래 마을을 들어가는 길과는 다르게 되어 있어서 마을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장애를 주고 있다. 휘저우의 전통마을은 대개는 마을 입구의 하천에 놓인 석교를 건너 하천을 따라 들어가도록 되어 있으며 마을에 따라서는 숲길을 지나기도 한다. 난핑 역시 마찬가지이다. 만송림이라는 울창한 숲을 지나 마을 앞을 지나는 우링시(무릉계,武陵溪)에 걸린 만송교 다리를 건너서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우링시 하천에는 마을에서 빠져나오는 수구(水口)가 있다. 만송교를 건너면 북두칠성을 모신 문창각(文昌閣) 관음보살을 모신 관음루(觀音樓) 우뢰의 신을 모신 뇌조전(雷祖殿) 등 마을을 지키는 신들을 모신 건물들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을 입구의 당집들인 셈이다. 이런 숲이나 다리 당집들은 마을의 등장을 알려주는 중요 표지물인 것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표지물들에서 고향마을의 냄새를 맡는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마을이나 마찬가지로 자동차가 들어가기 쉽고 주차공간이 있는 곳에 매표소를 설치하고 매표소를 통해서 마을로 들어가기 때문에 본래 마을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구조를 알 수 없는 것은 물론 마을의 본디 모습도 볼 수 없다. 이는 마을이 가지고 있는 정취라든가 나이든 사람이 고향에 돌아온 듯한 감동을 가질 수 없게 한다.


표를 사서 들어가면 마을을 대표하는 큰 건축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이 짜여져 있으며 안내인들이 배치되어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꼭 봐야 한다고 찍어둔 건물로 안내를 한다. 그렇게 몇 집을 돌면 사람들은 다시 표산 곳으로 나와 차를 타고 돌아가도록 되어 있으니 이 마을이 어떤 자연환경을 가졌는지, 자연과 마을이 어떤 관계로 얽혀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고 나의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에서 느끼는 정취 같은 것을 느낄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가 안동의 마을을 관광지로 한다면 사람들을 어떻게 마을로 들어오게 해야하는가를 잘 생각해야만 하는 대목이다.






 

조상보다 영화로 유명해진 사당들


어쨌든 표를 사서 들어가면 처음 찾는 곳이 엽씨지사(葉氏支祠)인데 예씨(엽씨,葉氏) 문중에서 갈라져 나간 지사(支祠)의 하나이다. 사당의 문 위에는 엽씨지사(葉氏支祠)라 쓰인 현판이 걸려 있고 다시 그 위로 처마 밑에 높직하게 “흠정한림(钦定翰林)” “어사한림(御赐翰林)”“흠점지현(钦点知县)”이라 금으로 쓰인 편액 셋이 나란히 걸려 있다. 이는 예씨 4대조 예퀴광(엽규광,叶奎光)과 명나라 성화2년(1466) 산시성(산서성,山西省) 란현(남현(岚县)의 지현(知縣)벼슬을 지낸 그의 손자 예팅시(엽정새,叶廷玺)가 사당 건립을 맡았기 때문이다. 사당의 문앞에는 조벽(照壁)이 서있어서 사당이 바로 보이지 않게 한다. 사당의 문루를 받치고 있는 사각 기둥은 나무가 아니라 돌로 되어 있어 매우 독특하다. 대문 안에는 86개의 큰 나무기둥이 수백 개의 크고 작은 들보와 인방 등을 받치고 있다. 기둥과 횡방에는 많은 편액이 걸려 있다. “공원(贡元)” “진사进士)”처럼 과거에 급제하거나 “송균조절(松筠操节)” “진체후생(津逮后生)”등 절조를 지키거나 후손들을 출세하도록 장려하는 뜻을 가진 것들이 많다.


사당에는 모두 80개의 큰 원기둥이 있어서 상 중 하로 나뉘어진 대청을 받친다. 대청은 형당(享堂,조상을 모시는 집) 중청은 사당, 하청은 악기를 연주하는 곳으로 연희무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 구조는 중국의 사당은 제사의 기능도 가졌지만 문중 회의를 하거나 명절날 연희를 하는 곳이기도 함을 말해주고 있다.


엽씨지사가 예씨 문중의 말단 상당이라 한다면 예씨 문중을 대표한 사당은 엽씨종사(葉氏宗祠) 즉 서질당(敍秩堂)이다. 이 사당은 난핑 마을에 현존하는 최대의 사당으로 명나라 성화년간(成化年間,1465~1487)에 사당을 짓기 시장하였다.  사당은 난핑 예씨의 시조 예보시(엽백희,葉伯僖)의 사당이며 마을에서 가장 일찍 건립되었다. 건물은 건립 후 여러차례 중수하였는데 지금의 모습은 청나라 가경년간(嘉慶年間,1796~1820)에 크게 중수한 상태가 그대로 남았다. 전형적 휘파건축의 사당이며 80개의 원주가 받치고 있을 정도의 방대한 규모인 이 사당에서는 일년에 네 차례의 제사가 치루어진다고 한다. 이는 휘저우의 일반적 관행으로 청명날 하는 청명제, 음4월15일의 하제(夏祭), 추석의 추제(秋祭), 12월24일의 동제(冬祭)가 그것이다. 제사 때는 전체 문중 자제들이 사당에 모여 문중 대표의 주제 아래 음악을 연주하면서 주희가 정한 가례에 따라 제사를 지낸다고 하지만 실제 어느 정도로 형식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중국에서의 이러한 전통 제례들은 공산혁명 이후 거의 사라지고 최근 부분적으로 다시 살아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의식을 치루는 절차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 살리고 싶어도 살릴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서질당의 대문에는 ‘노양가염방(老楊家染房)’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양씨 염색집’이라는 뜻의 간판인데 예씨 문중을 대표하는 사당이 염색집이라니 무슨 뜬금없는 간판인가?  이것은 이곳에서 장이모우가 감독하고 공리라는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국두(菊豆)’라는 영화를 촬영할 때 걸었던 것인데 영화가 전국적으로 크게 성공을 하자 서질당도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따라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사당 안으로 들어가면 처음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붉은 색, 노란 색, 파란 색 등의 염색한 천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듯이 밑으로 드리워진 풍경이다. 안마당의 천정(天井)이 있는 곳에는 염색을 할 때 천에 물을 들이는 시설이 만들어져 있고 영화 장면의 스틸사진들이 회랑을 돌아가며 전시되어 있다. 그 밖에도 영화를 찍을 때 사용했던 여러 가지 소품들이 여기저기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곳이 사당이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고 오히려 뒤쪽에 위패를 모신 단이 왜 있는지 어색하기만 하다.


조상을 모신 사당보다도 국두를 찍은 셋트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몇 백년전 잘나가던 조상보다는 공리라는 영화배우가 영화 찍은 사실이 훨씬 더 자랑스러운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돈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마을을 빛낸 인재의 요람, 서원과 사숙들


만송림 속에는 황폐한 속에 유명한 서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남양서원(南陽書院)이다. 서원이 남양으롤 불리운 이유는 예씨의 본향이 남양군에 속했기 때문이다. 이는 서원이 문중서원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남양서원은 지금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를 막론하고 누구나 돈을 벌면 자식 교육을 생각한다. 특히 휘저우 지역의 마을을 돌아보면 이런 현상이 매우 크게 두드러진다. 마을마다 있는 서원이나 가숙(家塾)들은 장사로 성공한 부유한 상인들이 고향의 자제들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건립한 것들이다. 난핑 마을은 그 중에서도 유명한 교육 마을이다. 남양서원 외에도 마을 안에는 많은 사숙(私塾)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곳으로 배란서옥(培蘭書屋)을 들 수 있다.


배란서옥은 남병의 이씨 중 가장 크게 성공한 상인 리진방(李金榜)이 출자하여 세운 것이다. 리진방은 청나라 말기 대표적인 휘상(徽商) 거부였다. 그는 재산이 엄청나게 많았으나 어릴 때 집안은 매우 가난했고 그래서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 늘 마음 속에 한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상업으로 성공한 후 가난한 집의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자금을 내놓았다. 또한 통링(동릉,銅陵)의 휘저우회관(徽州會館)을 건립하여 과거시험을 위해 남북을 왕래하는 휘주의 젊은이들에게 이곳에서 숙식을 하도록 함은 물론 시나 문장을 짓게하여 상을 주는 등 학문을 장려하였다고 한다.




 

리진방은 학자들이 저술한 저작물들을 판각(板刻) 간행하도록 재정적으로 후원하였으며 국자감(國子監)에 고금도서집성(古今圖書集成)을 기증하기도 하였으니 단순히 일개 지방의 학술후원자가 아니라 중국 전체에서도 학술장려에 매우 크게 기여한 인물이라 할 것이다.


그는 또한 중앙과 지방의 고위 관직자들과도 매우 친분을 두텁게 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가 집안을 일으킨 주요한 요인은 리홍장(이홍장,李鴻章)의 덕분이라고 한다. 리홍장은 태평천국의 난 당시 회군(淮軍)을 거느리고 태평군(太平軍)과 휘저우일대에서 격전을 치루었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리진방은 리홍장과 가깝게 지냈고 그 결과로 회하유역에서 나는 소금을 남쪽으로 운송하는 권리를 얻게 되어 엄청난 이익을 취하게 되었다. 휘상이 문화를 이용하여 자기를 과시하는 것은 권문귀족들과의 관계를 맺기 위한 필요에서 였음이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권문귀족과의 친교의 최종목적은 봉건사회에서 경영상의 독점적 이익을 취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실제로 휘상이 발전하게된 비결이기도 했다. 오늘날 중국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관시(關係)’라는 것은 매우 오랜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번 상인들은 당연히 마을 안에 학교를 건립하였다. 그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고향의 자제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것이다. 리진방도 그런 이유에서 배란서옥을 세운 것이다. 리진방은 배란서옥 하나에서 그치지 않고 난핑과 부근의 마을에 세 곳의 의숙(義塾)을 세웠다. 의숙이란 학비를 면제해서 가난한 집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을 말한다.


배란서옥의 교실이라 할 수 있는 관창(寬敞)의 문 위에는 겨울 찬 바람에 의연히 핀 매화가 조각되어 있다. 이는 이 마을의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한 겨울에 피는 매화처럼 굴하지 않고 공부하도록 각성시켜주기 위한 것이며 한편으로는 훌륭한 앞날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 배란서옥 외에 난핑마을에는 아직도 여러 사숙들이 남아 있는데 한 마을 안에 이렇게 여러 학교가 있다는 것은 19세기에 난핑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다른 마을에 비해서 얼마나 큰 행운을 가졌는가를 말해준다. 이는 지금 중국 전역에서 일고 있는 소위 희망공정(希望工程)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난핑을 돌아보면 휘저우 전통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것이 이 한 마을에 모여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세 가지 단계를 모두 장원급제하기를 기원한다는 삼원정(三元井) 우물, 이 지역 정원을 대표한다는 반춘원(半春園)과 의남별서(倚南別墅), 아름다운 그림으로 집 전체가 장식된 신사당(愼思堂), 북방 사합원(四合院) 구조를 가진 빙릉각(氷凌閣), 민국시기 로마식 서양건축 양식을 도입한 소양루(小洋樓) 그 외에도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정씨종사(程氏宗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이 마을이 이렇게 옛 모습을 그대로 남기고 있는 것은 개발 후진지역인 때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마을 주민들이 역사의 변동기에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다. 특히 신사당의 많은 조각작품을 보존한 이야기는 눈물겹다.


문화대혁명 기간에 신사당의 주인은 자기 집의 아름다운 옛 조각작품들을 보존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작전을 수행했다. 그는 나무기둥과 창문 벽체 등에 새겨진 조각 위에 진흙 바르고 그 위에 마오저뚱의 어록을 썼다. 문화대혁명 당시는 4구(四舊) 즉 구사상(舊思想), 구문화(舊文化), 구풍속(舊風俗), 구습관(舊習貫)을 몽땅 파괴하던 때였다. 그러나 이 집에 처들어온 홍위병들은 감히 마오저뚱의 어록을 뜯어낼 수 없어 그 밑에 있던 옛 조각작품들이 목숨을 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사실 마을마다 전하고 있어서 중국 사람들의 옛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이 얼마나 강했는가를 알 수 있기도 하고 마을을 찾는 젊은 세대들이 그들의 부모세대가 남긴 이러한 이야기들에 감동하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은 아직 옛 그대로 남았으나 마을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그것들을 옛 그대로 볼 수 없다. 이것은 지금 옛 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여 앞으로 전통을 보존하고 경제적으로도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우리 주변의 마을들이 유념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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