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흔적을 찾아서 -도산서원 도자기 가마터 복원(글/이희복_도예가, 안동공예문화전시관)안동은 우리나라 성리학의 큰 별 퇴계 이황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명현거유를 배출한 고장이다. 이황선생이 태어난 예안의 도산에 대해서는 조선 중기 사학자 이중환의 택리지를 보면 영남 안동 예안의 도산과 하회가 이 나라에서 가장 으뜸가는 길지라고 말하고 있다.
퇴계 이황선생이 다른 곳이 아닌 현재의 위치에 터전을 마련한 것은 선생이 50세 때인 1557년(명종 12년)이었으며, 산수가 수려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서원이 자리한 뒤쪽으로 아담한 산등성이가 감싸고 있고 앞으로는 낙동강이 굽이굽이 돌아 흐르며 저 멀리에는 푸른 평원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있어 절경 중에 절경이다. 그 아름다움은 현재 쓰이고 있는 1천 원짜리 지폐 겸제정선의 계상정거도가 말해주고 있다. 퇴계 이황선생은 이처럼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자리 잡으며 도산서당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수많은 이름 중에 왜 도산서당이라고 지었을까? 그 기록은 도산기 앞머리에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살펴보면 산중구유도조(山中舊有陶竈), 고명지이기실야(故名之以其實也) 즉, 산중에 오래 전부터 옹기 굽는 가마가 있었기 때문에 도산이라고 하였다고 쓰여 있다. 또한 도산잡영 첫수인 도산서당의 첫머리를 보면 대순친도락차안(大舜親陶樂且安) 즉, ‘순임금 몸소 질그릇 구우시니 즐겁고도 편안 했네’ 라고 노래하고 있다.
퇴계선생의 호는 퇴도(退陶), 도수(陶叟)이다. 이렇듯 선생께서는 흙이 불의 과정을 거쳐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질그릇 도(陶)자의 철학적 사유에 의미를 크게 두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도야(陶冶)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첫째는 도기를 만드는 일과 쇠를 주조하는 일 또는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 둘째는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몸과 마음을 닦아 기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므로 서당의 이름을 지을 때 매우 적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안동 지방의 옹기, 자기의 발자취
조선조 우리 조상들의 식생활 문화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관요와 개인의 지방 민요에서 제작한 백자와 옹기를 생활식기로 사용하였다.
조선시대 서민들의 생활 반경이 오십 리 내외였다 하니 각 지역마다 자기나 옹기를 제작하는 가마가 필수적으로 설치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지형상 당시 도산과 안동은 매우 먼 거리로써 크게는 안동 생활권이지만 양반 선비들과 달리 도산 인근 서민들의 생활권은 도산을 중심으로 생활권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자기나 옹기도 퇴계선생의 도산기의 기록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래전부터 도산에서 제작하여 사용하였던 것이다.
강경숙(전 홍익대학교 대학원교수) 저서 「한국도자기 가마터 연구」를 보면 도산서원 부근에 자기 가마터는 발굴되지 않았고 안동 남쪽 광음리의 자기 가마터는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지금도 광음리에 가보면 도자기 파편이 수북이 쌓여 있으며 조선시대 우수한 자기가마터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도산에는 옹기가마가 있었고 자기는 안동에서 조달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오늘날 도산서원 주변에는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하던 옹기 가마터가 있었다고 한다. 도산면 동부동 월천 다례의 조경식(86세)옹으로부터 도산지역 옹기 변천사를 들어 본 바로는 도산서원 건너편 부포 2동에서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다량의 옹기를 제작해 오다가 주변에 흙과 나무가 소진되어 건너편 개울 언덕 즉, 월천 다례로 이전하여 지속적으로 많은 양을 제작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성황을 이루어 오다가 1970년대 중반, 안동댐 준공으로 인해 가마가 수몰되어 보다 위쪽에 가마를 지어 잠시 맥을 이었지만 종내에는 문을 닫고 진보와 임하 추목으로 이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임하 추목은 1980년대 중반에 문을 닫게 되었고, 진보에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그것은 정부로부터 지방문화재로 지정받아 재정적 보조를 받게 됨으로 그나마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웃 문경은 현재 전통 가마에 의한 찻사발을 제작하여 전국적인 도자기 명소가 되었다. 1991년 안동 MBC문화방송에서 ‘문경 도자기의 역사를 찾아서’ 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였는데, 문경도자기는 단양 방곡에서부터 출발하여 동로를 지나 갈평, 하늘재, 즉 조선시대 한양 가는 길가로 가마가 옮겨져 제작하였고 일제강점기에 현재의 문경으로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문경에는 7대 도예가 진성이씨 이학천 명장이 살고 있는데 그의 선조 이명태 옹은 조선조 영조 때 단양 방곡으로 이주하여 자기를 제작하였으므로 오늘의 문경 도자기의 시조라고 볼 수 있으며, 문경 도자 원류는 안동 도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라진 역사적 무형자산인 가마터 복원 절실
안동이 2006년 7월 4일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으로 특허청에 등록되었다. 왜 안동이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인가?
안동은 퇴계 이황선생을 정점으로 한 영남학맥의 본산으로서 유일하게 유교문화의 원형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고, 이를 잘 살려 여러 분야에서 한국 정신문화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어 특허청으로부터 승인을 얻어낸 것이다. 바꿔 말해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은 퇴계선생의 도산서원 즉, 성리학이 근본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산서원 방향에는 퇴계 이황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귀중한 관광자원과 많은 관광명소가 있는데 그 중심의 도산서원을 가보면 주차장에서 차를 주차하고 경관이 수려한 진입로를 지나 서원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나오면 서원의 고즈넉한 분위기로 인해 마음이 겸손해지고 머리가 맑아져 상큼한 기분이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주차장에 당도하여 차를 타고 되돌아 나오려 하면 무엇인가 큰 아쉬움으로 발길이 무거워진다. 그 이유는 도산서원의 아름다운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으나 그것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너무 부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산서원 주차장 한편에는 기념품 매장, 퇴계관련 도서매장, 조촐한 먹을거리 매장으로 꾸려져 있는데 그 이미지는 우리나라의 6~70년대, 혹은 동남아 저소득 국가의 열악한 이미지 그대로이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은 오래 전부터 아주 조그마한 역사적 가치라도 있으면 그것을 성역화하여 문화재적 보존은 물론 부가가치 창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고 그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문화의 소중함, 민족 정체성 확립 의식이 확산되면서 문화재 개발과 관광명소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에 지자체가 되면서 앞 다투어 적극적으로 개발에 투자하여 그 지역 관광산업으로 연결시키고 재정자립도 증대를 꾀하고 있다.
조악한 디자인과 무분별한 개발은 지양되어야 하나, 문헌의 기록으로 명확히 고증되어 있는 도산서원의 가마터 복원은 사라진 역사적 무형의 자산을 되살려내는 참으로 값진 수확이며 도산서원 명칭의 유래가 담긴 문화재 복원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이는 오늘을 사는 후손들의 역사적 소명이다.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차근히 준비하여 가마터를 복원하여 도산서원을 찾는 각지의 청소년들에게 도산서원의 유래를 설명하고 도자기 체험을 통해 민족정기를 계승케 하며 국, 내외 많은 관광객들에게 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더욱 아름다운 추억을 갖게 해야 할 것이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