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설법(글/편집실)지난 2월, 성주군청에 관광안내책자를 요청했었다. 같은 시기 요청했던 다른 곳에서는 일주일을 채 넘기지 않고 도착했는데 성주군에서는 달을 훌쩍 넘기고도 우편물이 오지 않았다. 우편사고는 아니었을 테고 담당자의 무심함이 너무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 기다리던 안내책자가 왔다.
봉투를 뜯는 순간, 담당자의 센스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성추군청의 관광산업담당자는, 인사발령과 박람회 등이 맞물려 관광안내책자를 미처 챙기지 못한 점에 대한 사과와 함께 5월에 있을 성주참외축제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남겼다. 메모 한 장 없이 그냥 보내는 것과 포스트잇에 적힌 메모를 함께 보낸 우편물의 값어치는 분명 달랐다. 그러한 ‘배려’가 퍽 마음에 들었다. 사실 그들의 업무진행상 일괄적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을 거라 이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해당 우편물만 보냈어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을 일이다. 하지만 이 메모 하나로 성주군청의 참외축제와 더불어 담당 공무원의 타성에 젖지 않은 자세에 호감이 갔다.
사소하지만 위대하다는 ‘배려’ 덕인지 그의 말대로 ‘좋은 하루’가 되었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커녕 해 끼치지 않으면 다행인 세상이다. 누군가에게 남긴 포스트잇 한 장이 파도타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봄, 솔직한 봄의 설법에 귀 기울여 본다. <안동>
경칩 지나서 며칠 뒤
지훈과 밀양 표충사 재악산 사자평을
한달음박질로 뛰어내려와서
계곡 바위에 앉아 헉헉 가쁜 숨 돌릴 즈음
올해의 첫 개구리 소리를 들었다
나는 작은 짐승처럼 귀 쫑긋 세우고
대지에 울려퍼지는 잔잔한 봄의 설법에 귀기울였다
그날 개구리가 무슨 설법을 했는지는
여기에 세세히 쓰지 않겠다
-이동순 <봄의 설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