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탄신 500주년기념 세계유교문화축제를 돌아본다(글/편집실)퇴계탄신 500주년을 맞이하여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공동주최한 퇴계탄신 500주년기념 세계유교문화축제가 10월 5일부터 31일까지 27일간 안동시 낙동강변축제장, 한국국학진흥원, 도산서원 등 안동시 일원에서 열렸다. 이 행사의 주제는 "새천년 퇴계와의 대화"이고 부제는 "또 다른 500년을 위해"였다.
조선조 수백년 동안 유교 이 념이 우리 삶의 지표가 되었기 때문에 유교문화는 우리 민족의식의 밑바탕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유교적 정서는 우리의 삶 자체에 배어 있는 것이다. 이 유교정신의 핵심은 "사람다움"인데 이는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21세기를 연 지금 이후에도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를 알지 못한다. 사람다움에 대한 기준이 여러 이유로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500년전에 태어나 유교적 정신으로 참다운 삶을 산 사람이 있었다. 그분이 바로 퇴계 이황이다. 그는 사람다움의 길을 모색하면서 평생을 살았다. 그 삶은 참되고 경건하였으며 그 사상은 정밀하고 깊이가 있었다. 그러므로 이 혼란의 시대에 다시 그의 참되고 경건한 삶과 사상에서 '사람다움'의 지혜를 찾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런 뜻에서 이번 행사의 주제를 "새천년 퇴계와의 대화"로 정하였다.
우리가 만일 퇴계의 삶과 사상 속에서, 유교문화의 정신 속에서 사람다움의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이는 바로 이번 행사의 부제인 "또 다른 500년을 위해" 사람이 걸어가야 할 바른 길을 찾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전통을 지혜롭게 이어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삶을 창조하여 가꾸는 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주제 설정의 의의 아래에 행해진 행사의 목적은 퇴계 이황의 학문과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하고, 유교의 가치를 새로이 정립하여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선생의 얼이 서려 있고 전국적으로 유교문화의 유형자산과 무형의 정신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안동을 비롯한 경상북도 북부권을 유교문화의 중심지역으로 육성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데 있었다.
이와 같은 행사의 목적에 따라 유교문화축제에서는 개막 및 기념행사 전시·영상 국제학술대회 퇴계기념공원 조성 등이 이루어졌다. 개막 및 기념행사는, 사전행사로 '인터넷 만인소 경시대회', '도산 12곡 창작발표회' 등 9종. 개막행사로 '개막행사', '퇴계숭모작헌례' 등 개막행사 8종. 본행사로 '입학의 재연' '궁중가례재연' 등 27종. 부대행사로 7종의 행사가 진행되었다. 전시·영상은, 퇴계선생 및 유교문화 관련 전시회가 한국국학진흥원 전시실에서 있었고, 영상물로는 퇴계의 삶과 사상에 대한 영상물이 제작되어 한국국학진흥원 영상관에서 상영되었다. 국학진흥원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는 '퇴계와 함께, 미래를 위해'라는 주제로 10개국 62여명의 학자들이 발표자와 토론자 및 사회자로 참여하였다. 퇴계기념공원조성은 퇴계종택의 인근지역에 총면적 2만2천245㎡(6천729평)에 이르는 공원 조성 1차년 사업이 실시되었다.
행사의 조직 및 진행과정
이번 유교문화축제 행사는 다음<그림>과 같은 추진체계에 의해 수행되었다.
<그림>에 보이는 바와 같이 원래 이 축제의 추진은 행정부지사가 위원장인 집행위원회와 경상북도가 주축이 되어 추진하였으나 축제장소 및 사무국의 위치(안동시)와 집행위원회의 위원장의 근무지(도청)가 다름으로 인하여 업무진행에 지장이 있었음으로 5월 이후 집행업무를 추진위원회에서 담당하였다.
추진위원회 아래에는 4개의 분과위원회(행사분과위원회, 전시·영상분과위원회, 학술회의분과위원회, 홍보·관광분과위원회)를 두어 분과별로 관련 행사를 기획하여 결정하도록 하였는데 추진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집행하기 위하여 사무국을 두었으며, 여기에서 예산과 결산 및 축제와 관련된 일체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사무국 등의 지원을 위하여 경상북도 유교문화권사업단과 안동시 문화관광과가 참여하는 행정지원단을 편성하여 사무국 등의 행정지원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모든 업무는 분과위원회를 통하여 결정되었다. 한편 사무국이 축제규모에 비하여 지나치게 적어(사무국장 1명, 사무차장 1명만 근무) 각종 행사의 집행과 지원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실제로 운영규정상에 명시된 모든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행정사무, 예산의 집행과 결산서 작성 등 많은 업무는 행정지원단에 속하는 안동시
문화관광과에서 수행하였다. 경상북도 유교문화권개발사업단에서는 9월 중순부터 현지에 직원 3명을 파견하여 행정지원을 하도록 하였다.
안동의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 마련
유교문화축제에는 수많은 방문객이 참가하였다. 유교문화축제의 평가를 담당한 측의 견해를 빌리면, 이 축제가 제5회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과 같은 시기에 개최되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행사들이 강변축제장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에 방문객 수를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과 분리하여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축제장의 방문객은 35만8천800명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무리를 무릅쓰고 나누어 본다면 세계유교문화축제와 관련한 방문객은 연인원으로 22만2천900명으로 추정되며, 순수히 유교문화축제를 관람하기 위하여 방문한 사람의 수는 15만9천600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안동 및 경북북부지방은 전 세계적으로 유교문화가 가장 충실히 남아 있고, 현실의 삶 속에 배어 내려오고 있는 전통문화의 고장이다. 이번 유교문화 행사에 대한 이 지역 주민들의 기대와 마음씀은 남달랐다. 이 행사는 주민들에게 지역의 유교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게 하고, 안동문화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 점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
나아가 이번 행사는 일반인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어려운 주제와 내용을 가지고 전국적인 관심과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였다. 이번 유교문화 행사는 시기적으로 퇴계 이황선생의 탄신 500주년을 맞아 개최되어 그 의미를 크게 부각시킬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특히, 퇴계탄신 500주년을 맞아 KBS, MBC 등 각 방송에서 퇴계선생이나 유교와 관련된 기획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됨으로 인하여 축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크게 되었다.
그러나 퇴계탄신 500주년이라는 특별한 계기가 동기가 되기는 했지만, 이번 행사는 퇴계탄신 500주년을 기리기 위하여 모인 유교단체의 숭모기가 200여개나 되는 등 전국에서 유교적 의식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음으로 해서 전국적인 유교문화 행사가 되었다. 나아가 유교의 창시자 공자가 태어난 중국 곡부시는 안동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이번 행사에 공연단을 보내는 등 적극 참여하였다. 이는 유교문화축제가 유교문화권 전체의 행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안동이 유교문화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언론의 보도, 시민들의 반응, 방문객들의 설문조사 결과 등을 고려하면 결론적으로 이번 유교문화축제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축제였으며 방문객들에게는 유교문화를 이해시키고 안동의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축제였다고 할 수 있다.
각종 행사들
<<<기념행사>>>
기념행사로 열렸던 향음주례, 양로연 같은 행사는 거의 사라졌던 가치있는 전통문화를 발굴·재현한 행사이다. 이 외에도 많은 행사가 원형대로 공연되어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방문객들에게 유교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였다. 또한 국악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도산십이곡, 판소리 퇴계 등 전통문화를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창작한 작품들은 향후 문화관광상품의 가능성을 보였다.
<<<국제학술회의>>>
국제학술회는 10월 12일∼13일 이틀 동안 개최되었다. 국제학술회의에서는 유교 및 퇴계의 삶과 사상에 대하여 2회의 기조강연과 19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세계 10여개국에서 50여명의 학자들이 논문발표와 토론에 참여함으로써 유교문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일반인들이 유교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학술대회에 참여한 학자들 일부를 유교문화의 체취가 배어있는 전통가옥에 숙박을 하도록 함으로써 이들에게 유교문화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였다. 이는 유교문화가 우리의 전통 생활문화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리고 안동이 숙박시설이 양호하지 못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앞으로 유교문화관광의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전시·영상>>>
전시·영상은 "유교문화전시"와 "다시 태어난 퇴계"라는 영상물이 상영이었다. 유교문화전시는 유교사상과 문화가 일반인들에게 복잡하고 딱딱하게 인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구성을 체계적이면서 간결하게 구성함으로써 관람객들로 하여금 유교가 무엇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한국국학진흥원의 전시인 퇴계 이황전과 영남학맥과 퇴계학전과 연결되어 그 효과가 배가되었다.
영상물은 디지털영상기술을 이용하여 유교문화를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하게 하였다. 유교문화는 한국인의 정체성의 근간이 되고 있음에도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기술로 다가서지 못하여 잊혀지고 있었다. 이번 영상작품은 퇴계를 3D 캐릭터로 제작함으로써 살아있는 실존인물처럼 생생하게 부각시켰다. 영상물은 유교문화와 같은 인문학적 문제를 어떻게 대중들에게 끌어내어 보이게 하느냐에 대한 선구적인 사례를 보여주었다.
전시와 영상행사가 개최되었던 국학진흥원은 안동시가지에서 20여㎞ 떨어진 도산면 서부리에 위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문화와 퇴계선생의 삶과 사상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호평을 받았다. 이 곳 전시장(영상관 포함)의 방문객은 축제 기간중 2만3천명을 넘었다. 그리고 축제가 끝난 다음에도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전시·영상행사는 금년에 개관된 한국국학진흥원을 홍보하는데 결정적인 기능을 하였다.
앞으로의 관광이 단순한 놀이 관광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면 유교문화전시와 영상 상영은 바로 인근의 오천 군자리 유교문화재 단지와 도산서원의 유교문화 유산과 연계되어 유교문화의식 제고와 관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견된다.
아쉬운 점, 개선할 점
이번 유교문화축제는 지역 주민, 참여자, 관광객, 언론 등으로부터 매우 성공적인 축제로 평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아쉬운 점이 행사 진행 과정에서 나타났고 이는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유교문화축제와 탈춤축제가 함께 같은 기간에 열림으로써 양 축제의 이질적인 성격이 관람객의 증가라는 시너지 효과를 보았다는 측면과 함께 축제의 정체성이 부각되지 못했다는 측면이 같이 드러났다. 앞으로 유교문화 행사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축제를 분리한다든가 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유교문화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전세버스로 찾아온 유림이 축제의 개막식에서 주인대접을 받지 못했다. 여느 행사와 같이 고위 공무원, 도의원, 시의원 등을 모두 앞자리에 지정 배치하고 각 향교의 전교를 비롯한 유림들에게는 별도의 지정된 좌석을 배치하지 않았다. 유교관련 행사라면 유림에 대해서는 최선의 대우를 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유교관련 행사는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이 행사의 유래, 의미 등에 대한 설명이나 안내 리플렛이 준비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 축제가 계속된다면 행사장에는 대형 스크린 등을 설치하여 문자로 행사에 대한 안내와 함께 행사별 리플렛의 제작과 배포, 안내 방송 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축제의 종합 팜플렛이 제작되었으나 충분히 배포되지 못하여 일반인들의 관람을 어렵게 하였다.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연인원으로 36만 여명이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 팜플렛은 3천부밖에 제작되지 않아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배포되지 않았다.
유교문화 행사에 앞으로 우리 문화를 이끌어 갈 젊은층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그들이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의 주인공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