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전용관으로 거듭나는 중앙씨네마(글/백소애_편집기자)
안동에 예술영화전용관이 들어섰다. 수도권 지역이 아닌 지방에서는 천안과 더불어 최초라고 한다. 문화관광체육부 소속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의 다양성 확보를 목적으로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을 통해 관객들에게 예술성이 뛰어난 좋은 영화를 보급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올해 전국 10개 영화관이 선정됐다. 지난 4월 6일에 심사결과가 발표됐는데, 안동 중앙씨네마도 포함되었다.
안동 중앙씨네마는 좌석수 144개의 단관극장으로 문화의 거리에 9년째 버티고 선 문화공간이다. 음식점과 유흥업소, 옷가게가 즐비한 중앙통의 유일한 영화관이다. 옥동의 멀티플랙스 영화관과 용상에 들어서는 영화관과는 규모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 구시장에서 진성극장을 20년 넘게 운영해온 안동토박이 김영희(55) 사장이 중앙씨네마를 9년째 꾸리고 있다. 안동의 극장 부흥기의 한 축을 담당했던 김 사장은 생기가 넘치던 극장에 관객의 발걸음이 뜸해지면서 3년 전 진성극장을 문 닫았다.
“그땐 한참 재미 좀 봤어요. 전에는 단골손님과 인사를 나누기까지 할 정도로 북적였는데 이젠 그러기 힘들죠.”
안동 극장가의 흥망을 겪어온 김 사장은 이왕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경쟁력에서 밀릴 거면 차별화를 두고자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눈을 돌렸다. 중앙씨네마의 존립을 위한 일이 지역 문화예술계에도 뜻하지 않은 문화공간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심사과정은 꽤나 까다로웠다고 말한다. 심사단이 실사를 나왔고 서울까지 가서 면접까지 봤다.
“심사단이 내려와 이것저것 꼼꼼히 체크해간 후 서울에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에 가서 인터뷰도 했거든요. 앞으로 어떤 식으로 꾸려갈 것인가에 대한 걸 묻더군요.”
사업수행능력과 지원파생효과, 상영장 시설 및 입지 등을 따져 지방에서는 드물게 선정이 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김 사장은 대학교가 많고 젊은이들의 수에 비해 문화공간이 여유롭지 않았던 부분이 선정에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았나 홀로 추측해본다. 그렇게 선정된 중앙씨네마는 년에 4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각 예술영화전용관의 규모에 따라 지원금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한번 선정되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지속적이라고 하지만 매년 적정하게 운영되고 있고 예술전용관으로서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재심사를 한다. 예술영화 상영쿼터일수는 연중 219일 이상이다. 또 그중 70일은 한국영화로 채워져야 한다. 즉 1년에 7개월 정도는 예술영화를 상영해야 하며 1/3이상은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 것이다. 지금은 크게 홍보도 되지 않은 상태라 발길이 뜸한데, 입소문을 들은 소수 마니아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관객의 대부분은 젊은 여성층이다. 현재는 초창기라 관객의 발걸음을 잡으려 <터미네이터>와 <마더>도 상영하지만 이제 예술영화관으로서의 일관성을 가지려면 예술영화만 꾸준히 상영해야 될 것이고 또 그렇게 해나가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관람료는 일반 상영관보다 천원 저렴한 육천 원이다.
그전에는 대구의 배급전문회사에서 배급을 받았다면 예술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와 예술영화협회에서 배급받는다. 간 김에 공효진, 신민아 주연의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포스터를 챙겼으나 이미 영화는 내려온 뒤였다. 단관이라 영화 상영기간은 보통 1~2주에서 반응이 좋은 영화는 좀 더 길게 걸리고 있다. 4월부터 시작해 이제 막 세달 째에 접어든다. 상업영화는 포스터도 있고 홍보가 잘되는데 예술영화는 전단지만 달랑 있으니 홍보가 쉽지 않다고 한다. 전단지 하나로 홍보하자니 몰라서 못 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영화진흥위원회에의 예술영화 선정기준은 무엇일까. 예술영화선정기준은 작품 가치가 뛰어난 국내외 작가 영화와 소재, 주제, 표현방법 등에 있어 새로운 특색을 보이는 작품으로서 창의적, 실험적인 작품 등을 말한다. 또한 예술적 관점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가치가 있는 재개봉 작품 등과 애니메이션(미국과 일본 제외),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실험영화 등 시장점유율 1%이내인 영화형식의 작품과 직전 3개년 평균 기준 서울 지역 시장점유율 1% 이내인 국가의 작품 등은 대부분 예술영화로 인정된다. 예를 들어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가 동시개봉 100개관을 넘지 않고 예술영화인정신청에 통과된다면 예술영화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영화의 범주가 모호한 면이 있지만 그 판단은 예술진흥위원회에서 하고 있다.
영사기사인 주상구(40)씨도 다양한 홍보와 예술영화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면 예술전용관의 입지가 살아나지 않겠냐고 말한다.
아직은 시민들의 관심이 적지만 지역에서 좋은 영화를 널리 알리는 상영관으로 활성화시켜 안동의 또다른 명소가 될 문화공간으로 더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