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의 역사, 안동초등학교의 어제와 오늘(글/편집실)
교육구국의 기치를 내세운 100년 역사 민족학교
1909년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 3년의 해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해이다. 잡지와 서적을 검열하는 출판법이 공포되고 한일합방 시행방침이 밀의되고 일본과 청 사이에 간도협약이 체결되는 등 대한제국의 주권을 일본이 이미 좌지우지하고 있던 격동의 시기였다. 그러한 시기에 이곳 안동에서 학교가 세워지고 병원과 교회가 생겼다. 100년의 세월을 딛고 남다른 감회에 젖은 안동의 대표적인 세 곳이 바로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성소병원, 안동교회, 안동초등학교이다.
100년의 세월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모두 시내에 위치한 세 곳 중 병원과 교회는 그 특성상 규모도 커지고 건물도 증축되었다. 하지만 옥동이 개발되고 정하동, 용상동 등지로 아파트가 건축되어 학생 수가 줄면서 안동초등학교의 규모는 예전보다 축소되었다. 그럼에도 100년의 세월은 수많은 졸업생과 지역민에게, 안동초등학교는 여전히 안동의 ‘중앙학교’라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남아있다.
1909년 지금의 시청 자리에 사립안동보통학교로 안동초등학교는 개교했다. 1911년에 공립보통학교로 설립인가가 나면서 1928년 지금의 남문동 자리로 이전한다. 그동안 바뀐 교명만 해도 사립 안동보통학교-안동공립보통학교-안동서부공립심상소학교-안동서부공립국민학교-안동중앙국민학교-안동국민학교-안동초등학교이다. 2008년을 기준으로 그동안 28,807명에 이르는 졸업생을 배출했고 현재 17학급에 430여명의 전교생이 있으며 31대 황준덕 교장이 재임해 있다.
안동초등학교가 개교한 1909년은 대한제국의 주권이 위태롭자 나라의 장래를 위해 신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서울에 배재학당, 이화학당, 보성전문, 연희전문 등을 필두로 전국적인 학교 설립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무력한 대한제국 정부는 재정지원이 불가능했고 이에 민간 유지들이 세운 사립학교가 주류를 이루었다. 안동에서는 제도권 비정규학교인 영가학교와 도명학교를 하나로 통합해 제도권 정규 초등학교인 안동초등학교가 탄생된 것이다. 1950년 한국전쟁 중에 교사 전부가 불타버려 그전의 기록물과 자료는 찾을 수가 없고 개교 당시의 자세한 설립배경자료 또한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안동초등학교의 졸업생들은 1907년 천전에 세워진 협동학교처럼 안동초등학교도 교육구국의 기치를 내세운 민족학교임에의 자긍심이 대단하다.
졸업생들의 추억 한자락
17회 졸업생인 권상철(안양과학대 설립이사장) 박사는 만9세가 되던 해인 1923년 안동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시에는 중간쯤 되는 나이였는데 15~6세 학생을 포함 심지어는 아버지와 딸이 같이 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학교 건물도 지금의 시청 자리인 명륜동(향교골)이었는데 졸업은 남문동 신교사로 옮겨서 했다. 쉬는 시간에는 새끼줄을 네트 삼아 나무판대기 라켓으로 공을 치는 정구와 공 하나로 족한 축구를 즐겼다. 봄에는 지금의 소풍쯤으로 되는 원족(遠足)이 있었는데 서악사, 봉정사, 고운사, 도산서원 등으로 갔다고 한다. 그때의 간식은 군밤, 군고구마, 땅콩, 엿 등이었는데 그나마도 형편이 넉넉한 집 아이들만이 챙겨왔다.
일본인 선생과 토론하여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정론탁견을 보인 4학년 때의 담임인 하선생님을 존경했다는 권상철 박사는 길안이 집이었기에 한 달에 한번 토요일에 50리 길을 걸어 길안에 갔다가 일요일에 다시 50리 길을 걸어 시내로 돌아왔다고 한다.
18회 졸업생 남재수(안동대 교수 역임) 교수는 더벅머리에 이가 버글거리던 때, 내의도 없이 솜바지에 동저고리를 입고 전날 밤 머슴이 만들어준 짚신을 신고 아버지를 따라 6km거리의 안동초등학교에 입학했다고 한다. 더우나 추우나 6년간 한결같이 6km를 걸어서 등교했으니 지각은 도맡아서 했고 성적은 중하위에 속했다. 아침 저녁 30리길에 집에 돌아오면 지쳐 곯아떨어지기 마련이어서 호롱불 아래 엎드려 공부를 했다. 진학상담 때 일본인 담임은 성적이 안 된다며 다른 친구들에게는 서울로 가는 기차 할인권을 1장을 줬지만 남 교수에게는 낙방하고 오는 길에 쓰라고 2장을 줬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에 합격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권 박사와 남 교수 모두 어린 시절의 먼 거리 등교가 건강을 지키게 해주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안동초등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발족
한 세기의 역사를 기념하고자 현재 안동초등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김길홍)가 꾸려져 있다. 학교 내에서는 학교 바로알기, 백일장, 그림그리기, 지역 선배들에게 편지쓰기 등의 교내행사와 학교를 알리는 홍보하는 등을 준비 중이고 가시적이고 규모가 큰 행사는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10월 17일 모교 운동장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불꽃놀이 행사 등을 치를 예정이다.18일에는 62회 동기회에서 체육대회를 주관한다. 매년 하는 체육대회지만 올해는 100주년을 맞았기에 부담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다고 한다. 안동초등학교 맞은편에 사무실을 마련해놓았다.
62회 졸업생수가 700여명 정도 되는데 인터넷 카페 회원만 300여명이 된다. 이미 지난 5월 9일 개교기념식 때 62회 기수에서 체육관에 3천만원 상당의 방송시설을 기증했다. 아이들도 키워놓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가진 나이 대라 그런지 단합도 잘되는 편이다. 62회 동기회 사무국장 박해준 씨는 초등학교 시절 축구부로 활동했다. 운동부에 있어 감독님께 혼도 많이 나고 공부를 등한시하여 성적도 시원치 않았다고 추억한다. 건설업을 하는 박해준 씨는 작년까지 안동생활체육축구인협회 회장직을 지내는 등 축구와 계속 인연을 맺고 있다. 고교 때 친구 얼굴도 가물가물한데 초등학교 때 친구들도 지속적으로 연락이 되는 원동력을 물으니, 중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초등학교 친구 간에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든 격이 없다고 한다. 또 남녀공학이 드문 안동에서 남녀 동기들이 시끌벅적 모이는 행사는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62회 동기회는 안동, 대구, 서울, 3개 권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별로 활발하게 모임을 갖고 있으며 산행대회도 월 1회 갖고 있다.
예전 안동초등학교 개교 50주년 행사 때는 시내퍼레이드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만큼 안동에서는 큰 행사였다.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이번 100주년 기념행사가 안동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날 있기를 바라며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기획은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 하고 주관 기수인 62회 동기회 등 안동에 거주하고 있는 동문들이 실무를 많이 맡아볼 것으로 본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선배들도 많이 배출 했는데 음악가 소천 권태호 선생을 비롯, 김경한 법무부장관, 국회의원 김광림, 김길홍, 권오을, 정동호 씨 등이 모두 안동초등학교 출신이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교육여건은 더 좋아져
1974년에는 58학급에 3천명이 넘었었다. 현재는 특수학급을 2학급을 포함한 17학급이다. 학생수가 430여명이다. 10년 전에는 31학급에 1,100여명의 학생이 있었다. 학구에 안막, 신안 현대아파트가 있고 부설초등학교가 있는 시내중심지다보니 학생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지금은 거의 이 수준에서 멈춰있는 상태이다.
10년 전 안동초등학교에서 평교사로 근무했던 박태호 교감. 다시 돌아온 감회를 묻자, “좀더 번창하면야 좋겠다는 그런 아쉬움이 좀 있지만 사실 지금 이 규모가 학생들 교육하기에는 참 좋은 여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안동초등학교는 안동시교육청 관할 유일한 초등학교 축구부가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축구부 역사가 33년. 옛날에는 영호, 영가 모두 축구부가 있었지만 지금은 안동하는 학생이 그리 많질 않아서인지 안동초등학교에만 남아있다. 하지만 여전히 축구전통 강호이다.
학구에는 안막동, 신안동 현대아파트가 있으나 부설초등학교와 맞물리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부설학교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터다. 하지만 적정 인구, 교육수준을 비교해보면 이제는 교육 여건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하고 안동초등학교가 갖는 전통의 상징성이 주는 자긍심도 대단하다.
현재 일반, 행정직을 포함한 38명의 교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1980년쯤 화재로 소실되고 지금의 건물은 세 번째 건물이다.
9월이면 안동초등학교로 다시 돌아온지 2년이 되는 박 교감이 10년 전과 비교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학생 수나 규모는 물론이지만 직접 가르치는 입장에서 학내 전반적인 행정을 맡게된 점도 있다. 학생 지도는 물론 행정도 하는 것도 사회변화 때문에 힘들다. 학생들 가르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면부보다야 시내학교가 일이 좀 많다.
학교를 나서는 길,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은행나무가 이제는 교무실의 채광을 막아서 장애요소가 되고 있었다. 담장이 없어지고 안동초등학교 출입구에는 지역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거나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다. 100년의 전통을 간직한 안동초등학교가 지역민들과 담을 허물고 함께 하고 있는 모습, 비단 자연적 환경뿐만이 아닐 것이다. 안동교육의 산증인으로 남아 시내중심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또 오랜 세월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안동초등90년사-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