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망졸망 육남매 성경이네 가족 이야기(글/이미홍_객원기자)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자연스레 아이들을 하나나 둘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 게 당연시 되고 있다. 아이를 적게 낳거나 낳지 않는 이유들은 다양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아이들을 마음 놓고 낳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 큰 이유 중의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경제적, 현실적인 요인과 더불어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없게 하는, 사회적으로 육아지원이나 교육적 지원, 아동보호 정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환경이 여자들로 하여금 아이 낳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다.
저 출산의 원인들로 거론되는 이야기들 중에 요즘 여자들이 이기적이어서 아이 낳기를 기피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도 없을뿐더러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가정을 이룬 대부분의 여자들은 두 사람의 사랑의 결정체인 아이를 낳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그때 직장이나 경제적 문제,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의 여부 등 여러 가지 사정들이 출산 결심을 흔들리게 한다. 저 출산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지금도 많은 부부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무릅쓰고 기꺼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쪽을 선택한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에 그 선택이 결코 쉬운 건 아니다. 더구나 하나도 잘 키우기 힘들다는데 여러 명의 자녀를 낳아 기르려면 여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요즘 같은 시절에 아이들을 여섯이나 낳다니! 한마디로 대책 없이 용감한 부부가 아닐 수 없다. 풍산읍 매곡리에 사는 이영일(40). 김미옥(35) 부부 이야기다.
풍산 매곡리 육남매집
지난 3월 10일 미옥 씨가 병원에서 여섯 번째 아기 성경이를 출산했다. 자녀가 여섯인 가구는 안동시에서 선경이네가 유일했다. 덕분에 복덩이인 성경이는 태어나자마자 안동시에서 다자녀 가구에 주는 출산장려금을 월 100만원씩 2년간 지원받게 되었다.
물어물어 매곡리 성경이네를 찾았을 때, 한 팔에는 육 개월 된 성경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위의 두 아이들인 유경이와 민경이 손을 잡고 마당에서 우리를 반기는 가녀린 미옥 씨. 세 아이 건사하기가 버거울 것 같은 데 전혀 힘든 표정이 아니다.
“하나도 안 힘들어요. 엄마 힘들게 안 하고 저희들끼리 잘 놀아요. 잘 먹고 잘 놀고 잘 커요. 유경이가 다섯짼데 다섯 살이라 어린이집에 다니는 데 어제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안 보냈더니 오늘도 안 가려고 해서 그냥 안 보냈어요. 애들 아빠도 애들이 조금만 아파도 보내지 말고 엄마가 데리고 있으라고 해요. 학교 들어가기 전에 실컷 뛰어 놀라고요. 그랬더니 아침부터 둘이 신나서 놀고 있네요.”
하는데, 보니까 두 놈이 고물고물 우리를 쳐다보다가 이 방 저 방 다니며 어지르다가 언니 오빠 책상에도 올라갔다가 소리 없이 저지레를 한다.
그걸 보면서도 미옥 씨는 큰소리 한 번 내지 않는다. 그냥 밥 먹어야지 하듯이 ‘이리 내려와’ 하고는 끌어내리거나 재촉하지 않고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준다. 그러니까 한참을 엄마를 보던 두 놈이 꾸물꾸물 기어 내려온다. 그러더니 동생을 안고 있는 엄마 등이며 옆구리에 얼굴을 비비듯 기대어 앉는다 했더니 어느새 일어나 장난감 바구니 안에 있는 인형들을 꺼내어 업고 안고 뒹군다. 어느새 옆방 하나 가득 장난감이랑 인형 천지가 된다. 다투지도 않고 잘도 사고를 친다. 그런데 내 보기엔 사고치고 있는 것 같은데 엄마인 미옥 씨 눈에는 오순도순 노는 게 예쁘게만 보인단다. 야단 칠 일이 별로 없단다.
“아이들한테 큰 소리 치는 걸 싫어해요. 되도록이면 조곤조곤 말하는 편이예요. 저녁 때 애들이 다 모이면 자연 시끄러워지기도 하지만 큰 애들한테 한 마디만 하면 잘 들으니까 밑에 애들은 언니 오빠 따라 저절로 되고요. 초등학교 5학년인 첫째 경헌이와 2학년인 둘째 상민이만 세 살 터울이고 그 아래 셋째인 희경이, 유경이, 민경이, 그리고 생후 6개월인 막내 성경이는 다 두 살 터울이에요. 터울이 고만고만해서 많이 다툴 것 같은데 전혀 안 그래요.”
젊은 부부에게 육남매가 주는 기쁨은 두배
아이 하나 키우기도 빠듯하다고 다들 죽는 소리를 하고, 축하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섯이나 되는 아이들을 어떻게 다 키우려고 하느냐고 하지만. 영일 씨와 미옥 씨는 그런 말들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아이들이 주는 기쁨 앞에서 그런 말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영일 씨와 미옥 씨는 결혼할 때부터 아이들을 많이 낳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만나 연애를 했는데, 특히 영일 씨는 팔남매나 되는 형제들 사이에서 자라 형제 많은 걸 좋아했고,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서 아이를 다섯 낳자고 했다가 능력되는 대로 낳아서 기르자고도 했다. ‘지 먹을 것은 다 가지고 태어난다’는 게 영일 씨의 지론이었다. 미옥 씨도 다섯까지는 생각을 안 해봤지만 셋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인천에서 식당을 하면서 첫딸 경헌이와 둘째 상민이를 낳았다.
그런데 둘째가 태어나고 얼마 안 있어 IMF가 터지면서 가게 문을 닫게 되면서 집을 정리해서 친정 부모님이 있는 이곳 풍산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수선한 주변이 정리되고 안정이 될 때까지 몇 달간만 있다가 올라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집까지 정리해서 주거가 마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냥 다시 올라간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러지 말고 이곳에서 생활하다가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해서 올라가더라도 가라는 부모님의 권유에 풍산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안동에서 그전에 하던 주방장 일을 찾아보았지만 불경기라 주방장을 쓰는 곳이 많지 않아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미옥 씨 친정 근처에 집을 얻어 수리해 들어간 후 영일 씨는 아는 분의 소개로 농산물센터에 취직을 했다. 그리고 셋째 희경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넷째 유경이, 다섯째 민경이, 그리고 막둥이 성경이까지. 부부는 아이가 생길 때마다 낳을까 말까 고민하지 않았다고 한다. 생긴 생명은 축복으로 알고 당연히 낳아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특별히 가족계획을 세운 것도 아닌 데 고만고만한 터울로 여섯 아이를 낳았다. 모르는 이들은 다들 아들 낳으려고 여섯이나 낳았나 하지만, 아들 낳으려고도 아니고, 누구 말처럼 종교 때문도 아니고 오로지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마음으로 여섯 아이를 낳았노라 했다.
이제는 성경이를 막둥이로 만들어야 할텐데?
미옥 씨는 성경이를 마지막으로 이제는 정말 그만 낳을 생각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너무 좋은데, 형편 때문에 그만 낳아야겠다고 영일 씨하고도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수입은 한정되어 있는데 올망졸망 아이들은 커 나가고, 먹는 것, 입는 것, 공부 시키는 것,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는데다가 부모 욕심에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까지, 쓸 곳은 많다 보니 저축해서 돈을 모으는 게 쉽지 않다. 돈을 모아서 집도 사고 아이들 좋은 학원도 보내고 싶은 게 미옥 씨의 소망이다. 그래서 봐도봐도 예쁘기만 한 아이들이지만 이제 그만 낳아야 할 거 같단다. 그러면서 또 미옥씨는 상민이가 여자 형제들 사이에 끼여 남자 혼자라 마음이 쓰인다고 걱정을 했다. 만약에 아이가 또 생긴다면 낳을 생각이냐는 질문에 이제 그만 낳을 거라면서도 그저 웃기만 한다.
마른 편에 비해서 건강한 미옥 씨는 다섯째 유경이때 젖이 잘 나오지 않아 분유를 먹인 것 외에는 모유로 아이들을 다 키웠다.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 한 것은 셋째 낳고 한 번, 나머지는 아이 낳고 이삼일 있다 퇴원해서 집에서 손수 몸조리를 했다. 처음 일주일은 영일 씨가 미역국 차려 놓고 출근했다가 와서 기저귀 갈아주고 몸조리를 도와주고 그 담부터는 미옥 씨가 아기랑 쉬면서 조리를 했다. 미옥 씨도 영일 씨도 그런 과정들이 하나도 힘들지 않고 당연하다 생각하며 했다. 부부가 같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들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섭리라는 걸 두 사람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성경이가 칭얼대며 잠투정을 하자 스스럼없이 젖을 물리는 미옥 씨다. 배부르게 실컷 먹고 성경이가 잠이 들었는데도 미옥 씨는 아이를 팔에서 내려놓지 않고 팔에 안고 재운다. 미옥 씨는 아이가 한 잠을 다 자고 일어날 때까지 종용히 앉아서 아이를 팔 안에서 재웠다. 제 몸처럼 아이를 한 시도 떼어 놓지 않고 그렇게 아이를 키우는 미옥 씨다. 다른 아이들도 다 그렇게 키웠다고 한다.
세 살도 되기 전에 철든 아이들
이곳이 고향이라 퇴직하고 고향으로 오신 부모님과 달리 미옥 씨는 인천에서 나고 자라 이곳에 친구도 없는데다가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동네엔 또래도 아기 있는 집도 찾아보기 어려워 말벗조차 귀하다. 간혹 학교 행사 때 만나는 학모들과 아이들 학원이나 교육 문제로 한 두 마디 나누는 정도다. 주변 여건이 미옥 씨를 집 밖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기도 하지만, 내 보기에 미옥 씨의 세상은 온전히 아이들을 향해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예 바깥에 외출도 거의 하지 않고 아이가 세상의 전부인 양 품에 안고 보듬어 키웠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지상의 가장 큰 행복인 듯 보이는 미옥 씨였다. 하나는 품에 안고 둘은 옆에 끼고, 셋은 앞에 뒤에 어우르고 그렇게 둥지 속에서 알을 부화시키듯 미옥 씨는 아이들을 품고 키우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매곡리 시골집에서.
영일 씨와 미옥 씨의 깊은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그래서인지 큰 병치레 한 번 하지 않고 서로 크게 다투지도 않고 잘 자라고 있었다. 첫째인 경헌이가 사춘기가 시작되려는 지 다섯이나 되는 동생들에 치여 자기 공부를 못한다고,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것에 대해 간혹 짜증을 부리기는 하지만 이제는 제법 바쁜 엄마 대신 언니 노릇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둘째 상민이는 집안의 유일한 남자 아이라 아버지인 영일 씨가 특별히 더 엄격하게 키우기도 하지만, 저 스스로도 집안의 장손이라는 책임감이 있는 듯 매사에 행동을 조심한다. 때로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지 않을까, 혹 여자 형제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자라는 건 아닐까 늘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셋째인 희경이, 희경이는 참 특별한 아이다. 순하디 순한 아기였던 희경이는 많은 형제들 사이에서 저절로 철이 든 아이였다. 한 번도 제 것을 먼저 욕심내지 않고, 투정부리지 않고, 제 것이 있으면 동생들에게 주고, 유치원에서 졸아오면 일곱 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 일을 도와주는 아이다. 동생 기저귀도 갈아주고, 빨래도 개어주고, 방 청소도 도와준다. 시키지도 않는 데 제 스스로 나서서 엄마를 돕는다. 형제들 틈바구니에서 사랑받는 법을 태생적으로 체득한 아이 같다. 너무 의젓해서 부모 맘을 찡하게 하는 아이 희경이다. 넷째인 유경이는 욕심도 많고 의욕도 넘치는 아이다. 무엇이든 다 하고 싶고 무엇이든 다 가지고 싶어 한다. 언니 오빠가 하는 공부가 하고 싶어 따라 하다가 사고치고 구박받기 일쑤지만 동생 민경이랑 편먹으면 부러울 게 없다. 그리고 다섯 째 민경이는 성경이가 태어나면서 엄마 품에서 밀려나 젖 먹는 동생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아직은 엄마 곁을 맴돌지만 어느새 단짝 유경 언니하고 놀면서 온 집안을 탐험하며 어지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세 살이다.
형제들하고 뒤엉켜 자라느라 아이들은 뭐든지 빨리 배우고 어릴 때부터 자기 몫은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 해서 혼자서도 잘 자란다. 세 살도 되기 전에 젓가락질을 능숙하게 하고,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보채지 않고 알아서 놀고 씻고 잔다.
누구 하나 모자라거나 미운 구석이 없는 아이들이지만, 그러나 아이들이 모두 모인저녁 시간이면 미옥 씨의 정신은 잠시 외출을 하곤 한다. 여섯 아이들의 입이 동시에 제각각 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바로 그런 때, 미옥 씨는 잠시 먼 곳으로 탈출하고 싶지만,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한다. 한 사람씩 차례차례로 말하라고. 때로 그 말은 효과가 있다. 그러나 때로는 아니다. 그래도 크게 개의치 않는 미옥 씨다. 여섯 아이 모두 품안에 꼭 품고 있으므로.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밤 열두 시가 넘어서야 아이들과의 하루를 마감하는 미옥 씨다.
한달에 쌀 40킬로, 젊은 부부 허리 휘어져요
아이들이 하나씩 학교에 들어가면서 그런 미옥 씨도 생각이 많아졌다. 지 먹을 것은 타고 나니까 품에 안고 사랑으로 키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교육은 품안에 안고 있어서만 되는 게 아니고, 타고 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다. 교육 문제야말로 세상 모든 부모가 갖는 가장 큰 욕심이자 가장 큰 딜레마가 아닐 까? 영일 씨와 미옥 씨도 아이들 교육 때문에 현실적인 고민을 한다.
“출산장려금 생각하고 아이를 낳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성경이 낳고 나서 시에서 출산장려금이라고 주니까 기운도 나고 기쁘더라고요. 솔직히 살림에 도움도 되죠. 올해 일곱 살인 셋째 희경이가 병설유치원에 다니는데, 셋째 희경이 부터 세 자녀 이상 가구 교육비 혜택이 있어서 유치원비가 면제되어서 그것도 다행이고요. 위에 둘 키울 때는 그런 지원이 없었는데 희경이부터 대상이 된 거예요. 위의 두 아이들은 대신 농어촌 학교 급식지원이 되는 학교라서 급식비 지원을 받아요.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교육비보다는 먹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에요. 한 달에 쌀 40㎏를 먹어요. 간식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요. 명절이나 새 학기 같은 때 옷 한 벌, 신발 하나라도 사 주려면 여섯 명을 똑같이 사 줘야 하니까 큰 맘 먹고 다 데리고 나가야 해요.”
남들은 시골에 사니까 생활비가 덜 들 거라고 이야기들을 하는 데 그건 사정을 모르는 이야기다. 요즘은 시골이라도 기본 가전제품이나 생활비 다 들어가고, 아이들 있으니까 컴퓨터는 필수다. 미옥 씨네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컴퓨터가 두 대다. 각종 공과금이나 세금 내고 생활비에 교육비까지 요즘 시골 생활은 기초 생활을 놓고 볼 때 도시 생활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도시에 비해 오히려 임금이 낮게 책정되어 월급이 적고,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딱히 할만한 부업거리도 없어서 다른 수입이 없다 보니 도시로 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다시 인천으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시골에서 뛰놀며 자라는 게 아이들에게 좋기는 하지만 현실적 문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어 조만간 어떤 쪽으로든 결말을 내야할 판이다.
육남매 앞세워 시내 나가면 세상 부러울 것 없어
영일 씨의 아이들 사랑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라고 한다. 어린이 날이나 무슨 축제나 행사가 있는 날이면 아이들을 나란히 앞세워 나들이 하는 걸 유난히 좋아한다고 했다. 풍산 읍내에서는 식당이나 마트에 가면 어느새 알아보고 반겨주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아이 여섯을 데리고 외출을 할 때면 영일 씨와 미옥 씨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부자가 된 기분이라고 한다.
“제가 아이들이랑 집에서 꼼짝을 못하니까 애들 아빠가 퇴근하면서 마트에 들러 장을 봐 줘요. 애들이 아빠 얼굴 보고 자려고 늦게까지 기다려서 우리 지은 아이들 취침 시간이 좀 늦어요. 일찍 자라고 해도 아빠가 애들을 워낙 예뻐하니까 아빠를 기다려요. 아이들도 알아요. 제가 혼자서 아이들 다 데리고 나가기 힘드니까 아빠가 노는 날이라야 어디 갈 수 있다는 걸요. 아이들이 아빠 쉬는 날만 기다려요. 그래서 자주 외출하지는 못하지만 아빠가 되도록이면 아이들하고 놀아주려고 노력해요. 한 번씩 나가면 아이들도 아빠도 말도 못하게 좋아해요. 그 날은 온 식구들 소풍날이죠. 저는 아이들한테 못되게 못 그러는데, 아빠는 놀 때는 놀아주고 혼날 때는 엄격하게 혼을 내요. 그래도 아빠가 제일 좋대요.”
가지 많은 나무에 열매도 풍성할 육남매집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들 하지만 육남매를 키우는 하루하루는 뭐라고 해도 기쁨이 가득이다. 어쩌다 아이들한테 조금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금방 다른 아이에게 더 좋은 일이 있어 같이 웃다 보면 그게 다 풀어지고, 늘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살자는 게 영일 씨와 미옥 씨의 인생관이다. 영일 씨가 늘 노래를 하다 보니 미옥 씨도 어느새 물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조금씩 물이 들었는지 웬만한 일에는 서로 다툼하지 않는다.
영일 씨의 엄격한 가르침 덕분인지 어디를 가도 예의 바르게 잘 자랐다는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이지만, 저녁이면 미옥 씨 앞에 모여들어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앞 다투어 재잘댄다고 하니 어미 품을 믿고 둥지 안을 쏘다니다 날개 짓을 한다고 한껏 폼을 재고 어설픈 흉내를 내는 새끼 새들 생각이 난다. 믿는 구석이 있을 때 새끼 새의 날개 짓에는 더 힘이 들어간다. 이 여섯 아이들의 믿는 구석은 영일 씨와 미옥 씨의 사랑이다. 그 사랑의 힘으로 여섯 아이들은 마침내는 세상을 향해 힘찬 날개 짓을 하게 될 터이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