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준 선생의 흔적, 검제-안교-신풍을 돌아나오다(글/한경희_본지 편집위원, 문학평론가)

1.
눈이 귀한 안동에 눈이 잦은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입춘이 지나도 춘설이 있으니 얼마나 눈이 더 내릴지 모를 일이다. 눈이 너무 많이 오는 남쪽 사람들은 겨울나기를 어떻게 할까 새삼 생각한다. 오늘 하늘도 아침에는 환한 햇살이 비추더니만 오후 들어서니 어둑어둑해진다. 못다 내린 눈이라도 있는지 곧 내릴 표정이다. 이제 눈이 반갑기만 한 게 아니다. 설날을 두고도 눈이 하염없이 쏟아져 걱정거리가 되는가 싶더니만 용케 날이 따뜻해서 다 녹았다. 날이 푸근해도 겨울 해는 짧아서 주변 산들은 하얗게 겨울산수화다. 오늘은 서후 금계를 첫 여정으로 잡고 길을 나서 본다. 이곳이 외가여서 출생지가 된 윤학준 선생(1933~2003)을 추억하려고 하지만 아는 바가 별로 없어서 역시, 길 위를 서성거려야 할 것 같다.


서후 금계동네로 들어서니 연휴를 치른 마을답게 차분하고 조용하다. 아마도 금계1리에서 3리 사이의 어느 집이 윤학준 선생의 외가일 텐데 ‘검제’라고 새긴 돌을 담는 것으로 많은 물음을 대신한다. 의성김씨 종택에는 차량이 많이 모여 있었고 대문을 약간 벗어난 옆자리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그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 선생의 고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선생이 일본으로 밀항하자 가족들은 예천 지보면 신풍리에서 풍산 안교리로 옮겨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먼저 안교리로 향했다. 이 동네는 그리 크지 않아서 쭉 걸어 나오니 끝이다. 길쭉하게 풍산들을 바라보고 집들이 옹기종기 줄맞춰 나란히 앉았다. 이미 집이 뜯겨나가고 풀이 무성한 집터가 있는가하면 오래되고 낡은 집도 쓰러지듯 겨우 서 있기도 한다. 안교리는 참 특별한 마을이란 생각을 했다. 집집마다 면면을 보면 다들 농사짓고 사는 사람으로 보인다. 가을에 수확한 곡물들의 찌꺼기와 볏짚 등이 대문 앞에 즐비하다. 이 몇 집 안 되는 동네 어디쯤서 선생의 가족들은 살았을 것이다. 물론 선생과는 무관한 터전이기는 하다. 아들이 도주하듯 떠났으니 숨어살기 위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교에서 풍산들을 지나고 구담도 지나니 예천군 지보면 신풍리가 나온다. 낙동강의 유유한 흐름이 이 땅의 여유로움을 불러오는 것 같다. 이 마을은 파평윤씨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고 선생의 유년기가 스며있는 곳이기도 하다. 선생이 조부와 함께 생활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간직되어 있는 공간이다. 이 동네에도 한 때는 장엄했을 기와집들이 폐가로 무너져 가는 곳이 더러 있었다. 파평윤씨 종택은 담도 없었고 키가 높은 나무가 그 모든 것을 대신한 듯 서 있었다. 대신에 한창 현창사업 중인 서원이 건립되어 그 웅장함에 놀라웠다. 신풍의 규모는 예천농협지소가 들어올 정도로 조그마하다. 도로가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니 과연 1960-70년대 시골점방이다. 그것도 딱 한 곳만 있다. 장이 서지 않은지도 30년은 족히 된다고 한다. 그 가게 뒤로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제법 많다.




2.
한국전쟁 중에 일본으로 떠난 윤학준 선생은 30여 년 동안 고향을 방문할 수 없었다. 신산고초를 겪으며 재일조선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고향은 단순히 따뜻한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감을 묻고 정치적인 결단도 필요했던 대상이었을 것이다. 대구대학(현재 영남대학교)을 다니다 전쟁을 만난 선생은 대구에서 고향으로 돌아와서 전쟁기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가지 않을 수 없어서 선택한 것이 밀항이었다. 고단한 삶은 일본 땅을 밟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또 일본 땅에서 당신의 이산 문제를 풀어내기도 했으니 다행한 일이기도 하다. 선생은 그 후 고향땅을 밟은 감회를 ‘고국의 산천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흥분을 느끼게 했다’고 썼다. 스스로 향수병이 심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리워하면서도 오지 못했던 고향과 소통을 이뤘으니 선생은 이산의 문제를 생전에 풀어낸 분이다.


다까야나기 도시오(高柳俊男) 교수는 윤학준 선생의 밀항과 일본생활을 다룬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글에 의지해 윤학준의 삶을 들여다보려 한다. 고유준남 교수는 법정대학 조선어학부 전임교원으로 함께 근무한 3년의 시간 동안 윤학준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에 반했고 거기에 더하여 한국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배경으로 윤학준 선생이 써 둔 글을 따라 선생의 일대기 가운데 가장 고통스러웠을 10년의 시간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이 끝나갈 무렵(1953년 4월28일)에 선생은 밀항을 선택했다. 확실히 드러나는 이유는 인민군이 점령한 지역에 배치되어 있을 때 적에게 협력했다는 죄명을 받을 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생은 밀항한 내용을 공공연하게 밝힌 글도 있다고 한다. 부산의 다대포항은 당시 밀항지역으로 유명했고 선생도 이곳에서 밀항선을 탔으나 20시간이 지나서 큐슈 바다에 도착해서는 일본 경찰에 체포되었다. 33명이나 되는 밀항자들은 선장과 함께 붙잡혔으나 심문 도중에 선생은 탈출을 했다. 뒤에서 권총소리가 들렸지만 필사적으로 도주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숲으로 도망치다가 택시를 타고 조선인이 모여 사는 마을로 탈출할 수 있었다. 이 마을에서 다행히 보호를 잘 받아 친척이 사는 동경으로 무사히 옮겨갈 수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등록증을 암거래해서 가지고 다녔으므로 늘 추방의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선생은 그로부터 23년 후 밀항을 자수해서 본명으로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윤학준 선생의 밀항과 탈출의 체험을 재일조선인 작가 김달수는 그의 소설 「일본에 남기는 등록증」으로 쓰기도 했다. 또 다른 소설 「밀항자」는 연극으로 상연되기도 했으니 당시 재일조선인과 밀항은 극복하기 힘든 현실의 무게에 매여 있었고 역사적으로도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었다. 밀항에 대한 당시 사정은 비단 선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식민지를 겪은 역사는 가족의 이산으로 나타났고 일본에 살고 있는 가족과 친척이 재일조선인의 역사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쓰라진 체험을 마산 출신의 작가 김달수가 담아냈던 것이다. 
선생은 메이지대학 법학부 야간을 다녔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1956년에 법정대학 문학부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했다. 한국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일본문학과의 비교연구를 시도한 것이다. 여기서 배려가 깊은 일본인 교수를 만나서 공부를 했고, 조선인 학생들끼리 재일본조선유학생동맹을 맺어 활동을 했다. 특히, 이 무렵에 윤학준은 현광수 등과 함께 잡지 『학지광』을 발행하였다. 법정대학 조선문화연구회 멤버들인 한국유학생에 의해서 발행된 것이다. 윤학준은 1975년 11월 창간호에서 편집을 맡았고 원고를 모집하는 주소도 윤학준의 하숙집으로 되어 있다.


윤학준은 법정대 졸업 후 소설가 김달수와 함께 잡지 『계림』을 창간하여 조선과 일본의 문화를 잇는 가교역할을 자임한다. 그는 이 잡지 2호에 「조선의 성씨 이야기」를 썼는데 양반의식, 개인과 문중에서 문중의 위상에 대한 글을 통해 조선의 문화가 전근대로 다시 되돌아간다는 비판을 하였다. 『온돌야화-현대양반고』는 일본어로 쓰여진 한국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선생은 스스로 향수병의 소산이라고 밝혔다. 전쟁 중에 일본으로 밀항했던 선생은 한때 사회주의 운동도 적극적으로 했지만 이념에 회의와 좌절을 느껴야했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상대적으로 더욱 커졌다고 한다.


1960년대 북한귀국사업에 협조할 정도로 북한식 민족주의를 깊이 추종했으나 잡지 『계림』의 출판을 저지하는 조총련의 의지가 정치적인 입장에 묶였음을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차츰 개인의 자유와 민족주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을 하였다. 그 후 조총련을 떠나서도 한반도 남쪽을 쉽게 찾지 못했으나 1982년 한국을 방문한 후 그에게 고향은 다시 되살아났던 것이다. 윤학준 선생이 그 심경을 쓴 글의 일부를 보자.
“재일한국인들이 자신의 주제가인 것처럼 부르는 <타향살이>라는 노래가 있다. 고향을 떠나 유랑민이 되어 타향살이의 비애와 괴로움을 담아 부르는 노래이다. 나도 타향살이 노래를 40여 년 동안 불렀지만 이제는 이 노래로 비애를 느끼지 않는다.”
이산과 정착 그리고 함께 사는 일을 용기 있게 실천한 의지가 눈에 띈다. 재일조선인이면서 공공연히 ‘나는 일본이 좋다’고 말하기 어려울텐데 윤학준 선생은 그렇게 말했다. 북쪽도 남쪽도 아닌 일본에서 삶을 산다는 것, 주변인이거나 실향민으로 살지 않고 재일조선인으로 살아갈 정체성을 그는 스스로 획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3.
선생은 1933년 예천군 지보면 신풍리 태생이 공식적인 호적기록이지만 실제 1932년 안동군 서후면 금계동에서 태어난 것이 사실이다. 검제라고도 불리는 외가에서 태어났다고 스스로 기록해두었다. 면사무소 호적은 잘못 기재되어 있으나 이 내용이 족보에는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전통과 가문의식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 속에 깊이 놓여있는지 알 수 있다. 1년 늦게 출생신고가 된 것은 당시의 근대적인 호적제도에 적응하지 못한 문화 때문으로 보인다. 초등학교는 예천에서 중학교는 안동에서 다녔다. 신풍은 안동과 의성의 경계지역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들도 적당히 있는 시골이고 당시만하더라도 소금 실은 황포 돛을 단 큰 배가 이 강으로 다녔다고 한다.


「시골유생 손자로서」유년을 보낸 내용을 보면 초등학교 졸업하기까지 조부로부터 엄하게 한문공부를 한 내력이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공부를 했고 종아리도 많이 맞았다. 유년시절의 놀이는 팽이치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자치기, 꼬지치기, 진뺏기 등이 있었다고 소개하고 있으나 잘 모르는 놀이도 더러 보인다. 이렇게 동네 꼬마들은 또래들과 어울리느라 소리소리 시끄러운데 그걸 모른 척 하고 조부 앞에서 무릎 꿇고 글 읽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특히 고서를 펼쳐놓고 글자찾기 놀이를 하는 대목도 나온다. 특정 글자를 정해서 먼저 찾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를 한다. 거의 동시에 찾으면 서로 먼저 찾았다고 다투기도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조부는 한 번도 야단치지 않으셨다. 아마도 손자의 글자찾기 놀이는 그저 놀이가 아니라 글 읽기의 연장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해가 늦게 뜨는 겨울아침에 일찍 조부로부터 글을 배우자면 어린아이의 몸으로 매우 귀찮은 일이었지 싶다. 추운 겨울에 마당에서 찬물로 세수하는 일은 온 몸이 떨리는 일이다. 마을 어귀에는 서당산이 있었다. 산이라 이름 불렀지만 높지 않고 평평한 바닥에 그릇을 엎어놓은 정도였고 그곳에 소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실제 신풍리를 돌아보니 산이라고 불릴 곳은 보이지 않았다. 1940년대의 신풍과는 너무 그림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강산이 여러 해 변했으니 어찌 무리가 아닐까. 대신 낙동강의 물길과 소나무의 풍모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일제로부터 해방 전에는 조부에게 글을 배우러 오는 사람이 없다가 해방이 되자 어른들까지 책을 옆에 끼고 찾아들었다. 일본의 식민지가 끝났으니 한문이 많이 필요할 것이란 판단을 해서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게 진행되지는 않았으나 조부가 돌아가시던 해까지 마을의 아이와 어른들은 열심히 글을 배우러 드나들었다. 그때 나무며, 물 기르는 일을 학동들이 거들었고 다른 집안일도 도왔다고 한다. 늘 외지에 계시는 아버지의 빈자리는 그렇게 또 대충 메워졌던 모양이다.


일제식민지 시절에 다닌 초등학교 복도에는 퇴계선생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1942~3년이면 일본이 어느 전선에서나 승리를 거두고 태평양 전쟁을 벌이던 때이다. 이때 학교 운동장 주변에 도리이(鳥居, 신사 앞에 세우는 거)를 세우고 신사도 지었다. 황국신민의 서사탑에는 학생들이 황국신민의 맹서라는 글을 써 그 탑 속에 묻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총검술 훈련까지 시켰다. 어디 신풍의 초등학교만 이랬을까만 식민지를 겪은 분들의 회고에는 뼈아픈 교훈이 묻어있다. 나라를 잃어버린다는 것의 끔찍함, 야만과 오만이 군림하는 시대를 견딘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느낀다. 그런데 일제는 왜곡된 역사를 어린 꼬마들에게 가르치고 우리의 역사는 아예 배제시켰다고 한다.


안동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을 돌아본다. 안동이 시로 승격되기 전 안동읍에서 중학교를 보낸 선생은 안동을 아담한 거리, 산자수명이 어울리는 목가적인 고장이라고 적었다. 어린 시절 서후 금계 외가에 방학이면 살다시피한 선생은 안동포 짜는 과정을 잘 볼 수 있었던지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삼이 다 자라면 나무로 칼을 만들어 삼에 붙은 잎을 다 쳐내고 낫으로 잘라 솥에 찐다. 찐 삼은 껍질을 벗겨낸다. 여기까지는 남자들이 주로 한다. 벗긴 껍질을 물에 담갔다가 삼칼로 겉껍질을 벗기고 속껍질을 손으로 가늘게 짼다. 이것을 한 오라기씩 비벼 실을 만드는 것을 삼을 삼는다고 한다. 삼을 삼을 때 끄트머리를 앞니로 두 갈래를 내서 다른 삼을 끼워 비벼 잇는다. 아래윗니의 이가 잘 맞도록 떫은 감을 씹으면서 했다고 한다.


윤학준 선생이 기억하는 한국전쟁의 풍경을 옮겨보면 이렇다. 전쟁이 나던 해 4월에 입학해 대학을 다니다 대구에서 전쟁소식을 듣는다. 삼팔선이 뚫렸다는 첫날의 대구풍경은 삭막했다. 헌병대가 시가지를 다니며 휴가 중인 군인을 모두 찾아 차에 태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학교에서도 수업이 진행되지 않아 고향마을로 내려갔다. 대구와 달리 신풍은 태풍전야처럼 아무 일 없이 조용하기만 했던 것이다. 8월 중순에 북한의 정치공작대가 파견되어 마을의 인민위원장 자리에 머슴 살던 사람을 앉혔다. 그는 단상에 올라 인사말도 못하고 주눅이 들고 말았다. 원래 심성이 곱던 사람이라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토지개혁도 별 양해 없이 소작인과 빈농을 모아 농민위원회에서 분배하는 형식이었으나 정치공작대원의 독단이어서 분배한 토지를 받으려는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같은 집안끼리 토지를 몰수하고 분배받는 형국이었다. 문중 토지를 분배받은 사람은 스스로 밤에 종가를 찾아가 개인 토지로 하지 않겠다는 서약까지 했다고 한다. 선생은 전쟁은 길어야 3~4개월에 끝날 것이고 어쨌든 통일은 이뤄진다는 긍정적인 기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현실과는 너무 먼 이상적인 생각이었다.




4.
윤학준 선생은 양반문화탐방기로 유명한 작가이고 문학평론가로 활약하면서 소설가 다찌하라 마사아끼(한국명 김윤규)에 대한 견해도 밝힌 바 있다. 당신 스스로 파평윤씨 양반가에 태어나서 양반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원래 의도와 달리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하니 더욱 불편한 일을 왜 자초했을까. 좋은 말만 보태도 충분히 문제없을 제3자의 입장에 놓인 선생이 왜 직접 문제제기를 했을까. 이것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향한 선생의 애정과 사랑을 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더 구체적으로는 안동문화 안에 놓인 전통성이 변화하는 미래사회 혹은 당대와 어떻게 조화를 찾을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인생살이를 길나서는 일에 비유하지만 윤학준 선생보다 다양한 길을 걸었던 분도 많지 않을 것이다.  역사가 급변하는 가운데 한 개인이 선택한 삶의 길은 새삼 역사적인 국면 안에 놓여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런 가정은 성립할 수 없다. 다만, 윤학준 선생이 한국전쟁을 만나지 않았다면 일제식민지 문학사에 중요한 평론을 쏟아내지 않았을까라고. 언젠가 전쟁을 두고 권정생 선생이 하셨던 말씀에 ‘영원히 부끄러울 전쟁’이 있다. 전쟁은 사람에게 염치를 허락하지 않고 이것이 없으면 사람답기 어렵다. 그래서 전쟁은 영원히 부끄러운 것이다.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겪고 재일조선인으로 살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당당하게 확인시켜주신 윤학준 선생의 한 때를 떠올려봤다.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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