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음식브랜드의 새바람, 쪼다 대표 하태진(글/이희수_프리랜서 작가)찜닭하면 안동, 안동하면 찜닭인 안동에는 안동찜닭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나 개인점포 등의 치킨 전문점도 많다. 그러나 안동 어디를 가나 닭 요리 전문점이야 흔하고 흔하니 ‘이제 더 이상은 닭 요리점이 생겨 봤자’ 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찜닭이 유명한 안동에서 ‘닭’으로 승부수를 던진 한 젊은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닭에 조림법을 이용해 조림닭, 일명 쪼다라는 메뉴까지 개발한 당찬 이다. 장차 1,000억 매출 달성을 꿈꾸고 있는 서른여섯의 젊은 사업가, 하태진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젊은 사장님의 검정고무신
2004년 안동대학교에 근처에 검정 고무신이라는 한 주점이 문을 열었다. 닭발과 구이, 찜닭 등 술 안주를 주로 팔았다. 하태진 씨와 그의 부모님이 함께 가게를 열어 운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상주대(현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 전자전기공학부를 나온 하태진 씨는 졸업을 하고 삼성리빙프라자에 취직하면서 한때 연봉 4,500까지 받았던 재원이었다. 하지만 2004년 지금의 검정고무신 자리인 건물에서 세를 들어 장사를 하고 계시던 부모님이 건물주의 부도로 인해 세와 권리금을 모두 잃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과감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는 부모님과 함께 안동대학교 논골에 검정고무신 사장이 되었다. 마침 닭 장사가 매출이 쏠쏠하다는 찜닭가게를 보고 부모님과 함께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가게 세라도 건져야 할 상황에서 어렵게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건물을 인수했지만 설상가상으로 당시 권리금에 대한 실효성이 없어지면서 어려움이 더 커졌다. 사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는 하는 가게마다 잘 되고 장사수완이 있어 프랜차이즈까지 이끌어낸 운 좋은 사장인 줄 알았다. 하지만 뭐든 절실해야 목표를 가지게 된다는 그의 말에서 그가 직장을 단박에 그만두고 식당에 뛰어든 절실함이 지금의 ‘쪼다’를 만들어낸 그의 밑천임을 알 수 있었다.
이익이 나야 장사를 한다는 그는 뭐든 거침없이 시원시원하게 이야기했다. 8년 전 검정 고무신에서 ‘장사’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만들어 나갔던 그는 이익을 두 배로 끌어올리기 위해 닭을 이용해 조림이라는 요리법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요리에 대한 아무런 이력도 없었고 식당을 해야겠다는 특별한 생각도 없었고 그 때는 그저 ‘돈’을 벌어야 하는 절실했던 이유뿐이었다고 한다.
객단가 얼마까지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던 그는 그냥저냥 먹고 사는 장사는 싫었다. 어떻게 하면 손님의 입맛을 확 사로잡을 수 있을까, 새로운 메뉴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하태진 씨의 고향은 예천이지만 중학교 때 안동으로 이사를 왔다. 자취 생활 8년이 그의 요리 경력 전부이다. 자취 8년이면 웬만한 요리는 다 하게 된다는 그는 거침없이 새로운 메뉴 만들기에 도전해 갔다. 그로부터 2년 간 숱하게 태우기도 하고 하루에 수십 마리씩 만들어 먹으면서 지금의 조림닭이 탄생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메뉴가 많았지만 ‘살아남은’ 메뉴가 ‘조림’ 이었다. 간장조림과 고추장 조림 등 같은 조림 안에서 다양한 맛을 만들어 낸 것이 지금의 정착된 메뉴이다.
대학가 인근이라 술안주로 인기 있던 닭구이, 닭발 등의 기존 메뉴로도 장사는 되었다. 하지만 2004년 검정고무신을 시작하고 1년 후에 가게를 넒혀 검정 고무신 2호를 개설하게 되기까지는 그의 메뉴 개발에 대한 의욕이 빛을 발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단층이던 검정고무신은 2층에 식당을 꾸미고 엘리베이터를 달고 계속해서 가게가 넓어졌다. 2006년에 들어서면서는 용상동에 지금의 ‘쪼다’ 라는 상호로 3호점을 개설하게 되면서 그의 사업은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가도에 들어서게 되었다. 조림닭 개발 2년 만에 그는 ‘쪼다’로 요식업계에 새로운 승부를 던지게 된 것이다.
특허 내는 게 즐거워요
‘쪼다라는 상호가 어떻게 생겨났습니까’ 하는 질문에 그는 ‘그냥 생겨났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뭔가 사연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물었는데 그에게 ‘쪼다’는 사실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기보다 2년간 조림닭 개발과 함께 하면서 몸에 밴 그의 일부가 아닐까 싶었다. 지금이야 사업성을 위해 쪼다의 어원이나 조림닭 탄생 배경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놨지만 그러한 것들은 일종의 ‘스토리텔링’ 을 통한 광고 효과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사실 ‘쪼다’라는 이름의 탄생은 ‘귀찮음’ 때문이었다. 검정 고무신 메뉴판에 조림닭 메뉴를 추가하면서 ‘조림닭 1인분’, ‘조림닭 간장맛’ , ‘조림닭 고추장맛’ 등 이라고 적었다. 메뉴를 계속 적다보니 말도 길고 길게 적는 것도 귀찮았던 그는 무심코 ‘쪼닭’ 이라고 줄여서 적었고 그것이 지금의 ‘쪼다’ 가 되었다. 그렇게 적어놓고 보니 쪼다의 의미가 새롭게 부여되었고 젊은 손님들에게 오히려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한 번 들으면 잘 잊을 수 없는 이름이기는 하다. 아직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 중에는 ‘쪼다’가 가지고 있는 경박함 때문에 이름을 바꾸라느니 하면서 싫은 소리도 많이 듣는다고 했지만 주 고객층을 2,30 대로 잡고 있는 그의 확고한 사업 마인드가 있기 때문에 그는 쪼다만큼 적절한 이름은 없다고 했다.
안동 찜닭이 익숙한 안동 사람들에게 그의 쪼다는 어떻게 도전장을 던졌을까. 일단 찜닭의 거한 양을 2분 정도로 줄였고 국물이 흥건하지 않고 조림으로 적절한 양념만 묻어있어 치킨식 포장을 가능하게 했다. 당면은 없애고 떡과 고구마와 같은 맛깔난 재료를 활용했다. 그가 연신 자랑하는 것 중에 하나가 그의 요리는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만든다는 것인데 닭은 반드시 냉장육이고 수입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부재료는 모두 지역에서 나는 농산품을 이용하는데 유기농 제철에 쓸 수 있는 농산물은 가급적 유기농을 쓴다. 무엇보다 미리 닭을 쪄 두어 핏물과 기름기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일반 찜닭이 15분 정도 조리시간이 걸린다면 조림닭의 경우 미리 쪄두는 사전작업을 빼면 단 3분 만에 조리가 끝난다.
무엇보다 각 소스는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숙성 기간을 둔다. 솔직한 젊은 사장님은 조미료를 아예 안 쓸 수 없는 게 식당의 현실이지만 정말 거짓말 같이 조금만 쓴다면서 내 아이부터 먹인다는 생각으로 늘 요리를 만든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 했다.
2008년에 들어서면서는 쪼다 4호점이 문경에 개설되었고 올 2월까지 안동 송현점과 중앙점 그리고 대구 성당점에 까지 모두 7개의 쪼다 체인점이 생겨났다. 보다 견고한 운영을 위해 경기도 광주에 있는 물류 단지와 협력해 전국으로 매일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 해 말에는 정하동에 본사 사무실까지 내면서 현재 예비 가맹점 19개 리스트를 보유하고 가맹점 넓히기에 힘쓰고 있다. 본사 사무실을 방문하면 약간의 서툰 서예로 쓰여 진 기업 정신 등의 신념이 액자에 넣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천의 아는 지인으로부터 받았다는 이것은 마치 그의 오래된 철학과 같이 느껴진다. 그래도 요즘 수입이 예전보다는 훨씬 낫지 않냐는 질문에 월급쟁이 시절보다야 낫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재는 재투자 단계라 적자라고 한다. 벌수록 계속 투자해야 하고 건강을 생각해 만드는 음식인 만큼 좋은 재료에는 돈을 아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젊고 솔직한 사장님답다.
그가 쪼다를 개발하고 프랜차이즈를 이끌어 내게 된 배경에 인복도 한 몫 한 것 같다. 현재 전무이사와 부장으로 함께 일하는 엄정식(40), 유일호(40) 씨 와는 8년도 더 된 인연을 맺고 있다. 게다가 모두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가 아니라 이 일을 추진하면서 알게 된 벗들이다. 특히나 유일호 씨는 하태진 씨의 검정 고무신에서 함께 일하던 막내 여동생과 결혼을 하여 매제지간이기도 하다. 현재 본사만 총 6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각 가맹점으로 매니저가 파견되어 매장 관리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가맹점들의 일정 수익을 보장하면서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사석에서는 형, 아우 하면서 지내는 믿을만한 지인들과 시작을 함께 했기 때문에 지금의 쪼다가 이뤄진 공을 모든 직원들에게 돌렸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직원 관리뿐만 아니라 현재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있는 하태진 씨는 지금의 안정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장님 기질이 다분하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위해서는 초기 경영서적까지 봤다는 그는 이후 특허만 6개에 창업스쿨을 수료 하는 등 계속해서 노력과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특히 그가 개발해낸 조림닭은 안동 오천군자리 출신의 김유에 의해 쓰인 수운잡방의 전계아법에 근거한 것으로 지역성까지 겸한 요리이다. 안동지역의 120여 가지 요리에 대한 다양한 요리법을 적은 수운잡방은 격조 있는 음식문화와 다양한 조리법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안동 양반 음식과 안동 지방의 고유 음식문화를 알 수 있는 것으로 ‘웰빙’ 그 자체이다.
그의 혈기왕성한 사장님 기질 중에 다소 특이할 만한점이 하나 있는데 ‘발명’을 즐긴다는 것이다. 조림닭으로도 이미 특허를 냈지만 그에게는 체중조절을 위한 식판을 개발한 이력도 있다. 특허도 받았다. 밥을 많이 먹거나 빨리 먹으면 조절을 위해 말을 해주는 식판이다. 시판 비용이 만만치 않아 판매는 하지 않지만 먹을거리와 건강에 대한 그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왕 돈을 벌거면 좋은 쪽으로 해서 벌자 이거죠. 특허도 제 마음이에요. 다른 사람들 보기에는 허황되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관심이나 노력이 제 마음이란 거죠.”
만삭의 아내, 설거지 시키다
요즘 말로 간 큰 남자다. 2004년 3월은 쪼다의 모체인 민속주점 검정고무신을 시작하던 때인 동시에 결혼 1달 만에 다니던 직장을 과감하게 그만 둔 새신랑의 신혼이었다. 적극적인 지지를 보여줬던 부모님과 달리 사실 처가와 아내는 걱정이 많았다. 만삭으로 애 낳기 전까지 식당에 나와 설거지며 식당일을 함께 거들었다는 아내는 그 때의 일로 지금도 가끔 한 소리 한단다. 사실 예전보다 수입이 훨씬 나아졌기 때문도 있다지만 요즘은 사업에 대한 생각을 같이하고 같은 미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아내의 지지율도 많이 높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지금은 20점짜리 남편이다. 주말도 없고 휴일도 없다. 또한 올해 6살인 민채와 1살이 갓 넘은 수빈이에 대한 양육은 사실 오롯이 아내만의 몫이기 때문이다. 보통 딸을 많이 낳는 집은 아내 기가 세서 남편이 공처가라며 넉살스럽게 얘기하는 그는 그래도 미래를 보면 100점짜리 남편이란다. 지금은 아내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대신 지금은 가족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의 아내 엄재숙(32) 씨는 결혼 전 문경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때문에 안동과 문경을 오가며 했던 짧은 데이트가 다였다. 게다가 하태진 씨가 직장에 다닐 때는 한 달에 한 번 겨우 쉴 때가 많았단다. 그러던 연애기를 뒤로 하고 결혼했더니 한 달 만에 직장을 그만 둔 그는 늘 새벽 세, 네 시에 귀가하고 아침 10시에 출근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수입에 대한 보장도 없었고 식당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며 보낸 신혼이었지만 어찌보면 ‘그’ 못지않던 ‘그녀’ 였기에 지금의 쪼다가 자리를 잡지 않았을까 무심코 부부의 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업가로서의 철학뿐만 아니라 하태진 씨에게는 생활 속에서도 그의 생각이 확고한 편이다. 결혼하면서 장만했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부부는 집 문제 때문에 티격태격이다. 인근의 좀 더 큰 아파트로 이사를 가자는 재숙 씨와 지금의 집이 나이에도 걸맞고 아직은 그런 큰 집에 가서 살 나이가 아니라는 태진 씨. 몇 년간 고생해온 아내 입장에서야 집을 넓혀가는 사는 재미도 누려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에 맞는 집에 사는 것이 옳다는 그녀의 남편 하태진 사장은 의외로 소박한 모습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같이 사는 아내야 이런저런 넋두리가 많을 것이다. 쪼다 역사와 함께한 그들의 결혼생활이야 말로 그들의 결혼에서 만들어낸 세 번째 자식이 아닐까 싶었다. 알콩달콩, 티격태격 사는 것이 부부이니 토라지고 달래주는 것이 결혼생활이니 사업하는 바쁜 남편이라고 특별히 점수가 나쁠 것도 없다. 어쨌든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에 의하여 보자면 기가 센 재숙 씨와 공처가 태진 씨는 예쁜 두 딸을 두고 있는 부부 아닌가.
지역농산물 고집, 매출 천억 달성하고파
하태진 씨가 장사를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강이다. 손님들이 먹었을 때 이로워야 장사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사람들이 먹었을 때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이 마지막까지의 바람이라고 했다. 국산닭과 유기농 재료를 우선해 쓰면서 우리 아이가 먹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다고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안동찜닭과의 마찰은 없었을까, 그래도 안동에서는 0순위 선호 음식인 안동 찜닭인데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쓰고 국산닭을 고집하는 것은 결국 한편으로 보면 내 장사 이익도 중요하지만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사는 결국 그렇게 되어야 하거든요. 제가 결국 잘되면 안동찜닭도 같이 잘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성공이 안동음식을 알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겠어요.”
안동대학교 근처에서는 쪼다라는 브랜드를 다 같이 쓰고 있다고 얘기하는 그는 이미 특허를 낸 자신 고유의 브랜드지만 그런 경쟁상대가 있다는 게 좋은 거고 지역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장사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우선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내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좋은 음식을 손님에게도 먹어야 한다는 건강에 대한 신념과 다 같이 함께 잘살아야 내 장사도 잘 된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쪼다’ 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원천이 아닐까 싶었다. 5년 안에 매출 1,000억을 생각하고 있다는 젊은 사업가 하태진 씨의 건강한 사업 마인드라면야 곧 천억은 문제없을 것 같다.
‘쪼다’에서는 몇 해 전부터는 고아원 아이들에게 조림닭을 무료로 주는 봉사도 하고 있다. 올해 어버이날을 맞이해서는 어르신 100분을 모시고 조림닭을 대접할 계획이란다.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안동 찜닭을 좋아하는 가족들을 모아놓고 전단지를 뒤져 ‘쪼다’를 찾아냈다. 가까운 송현점에 전화를 걸어 간장쪼다를 시켰다. 그를 만나고 온 터라 그런지 어떤 맛의 어떤 조림닭이 올까 더 궁금해진다. 왠지 쿠폰을 모으게 될 거라는 중독성이 예감되는 것은 왜일까.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