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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스토리셀러, 뮤지컬 ′450년 사랑′ ′락′ 총감독 김준한씨(글/이희수_프리랜서 작가)

주인 없는 대리석 집이 아무리 좋다한들 사람 사는 초가집만 못하다는 얘기가 있다. 안동에는 참으로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그것이 안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집 안에 사람은 많지만 정작 주인 노릇을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하회마을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휴가를 맞아 고향에 내려온 자식들과 함께 하회마을에 갔던 우리 시어른은 주위로부터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안동에 사는 사람이 무슨 하회마을을 보러가나’ 참 씁쓸한 얘기이다. 안동은 분명 지도상으로는 경상북도 안동시에 국한되어 있지만 그 문화와 정신은 세계 지도에 펼쳐놔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가치가 높다. 때문에 그러한 가치를 이끌어내는 사람들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것이 안동의 현실이다. 이러한 때에 마침맞은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 아닌가 싶다. 안동영상미디어센터 이사장, 김준한(62) 이다. 그는 안동에서 나고 자란 출향인으로 한국교육방송공사를 거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 센터 이사장실에서 마주앉은 그의 모습은 생기 있는 젊은이와 같이 소탈해 보였다. 물론 짙은 염색이 나이를 가릴 순 없었지만 예상할 수 있는 그의 나이보다 왠지 훨씬 젊을 것이라는 것이 김준한 이사장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 어린아이가 신이 난 것처럼 안동영상미디어센터의 홍보영상을 보면서 우리는 두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등재댁 막내, 동다헌 사랑방에 불을 켜다.

그의 전공이 농학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한국교육방송공사(이하 EBS)에서 만 서른아홉에 국장직에 올랐을 정도로 그는 방송계에서 일명 능력자로 통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이십대를 가만히 들춰보면 오히려 그가 농학을 전공했던 것이 방송으로 입문할 수 있었던 지름길이 아니었을까 싶다.

1974년 안동댐 건설로 본래의 군자마을이 물에 잠기기 전 등재댁 오남매는 외내에 살았었다. 지금은 자리를 옮긴 와룡면 오천리의 지역명을 붙여 오천군자리, 오천 군자마을이라고 부르지만 댐 건설로 수몰되기 전에는 마을이 있던 곳을 외내라 불렀다. 등재댁 오남매 중에서도 막내였던 김준한 이사장은 현재 오천군자마을 경내 유일하게 옛 지상물로 인정받은 거처에서 그의 아내와 함께 오붓이 살고 있다. 그것은 외내 군자마을이 안동댐 건설로 10여동의 정자와 종택만을 이전하여 복원했기 때문에 군자마을 사람들은 살던 집을 물속에 두고 이사를 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가난했던 지라 시내로 집을 구해 나갈 여력이 없던 김준한 이사장의 부모님은 마침 외내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쓰러져 가는 빈집 하나를 사서 살게 된 것인데 되려 지금은 그것이 행운이 된 것이다. 약간을 보수만 해서 그 이름을 동다헌이라 짓고, 서울에서의 모든 일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살리라는 마음을 먹고서 15년 동안 적을 두어온 곳이 현재 그의 집, 동다헌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축복의 선물이라고 했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동다헌은 그가 마구간을 개조해 만든 작은 쉼터이다. 곁에 부모님이 살던 작은 집이 있는데 그의 집을 머무르고 간 사람들에게는 동다헌이 그의 집 이름인 듯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을 적에는 드믄드믄 내려와 한 번씩 들렀다 갔더랬지만 이제, 사랑방에 불이 켜진 동다헌은 어느 새 접빈객의 장이 되었다.

이렇게 그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근 40년 만이다. 대학진학을 위해 서울로 가면서 안동을 나선 것이 안동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이니 말이다. 농학을 전공한 그는 경남 합천을 거쳐 부산 경상남도 농촌진흥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그가 담당했던 일은 다름 아닌 농가방송이었다. 이렇게 보니 인연이란 것이 참 묘하다. 공무원도 좋건만 그는 불현듯 EBS 부장급 PD 채용 공고를 보고 방송사에 정식으로 시험을 치게 되었다. 연가까지 내어 서울로 간 그는 결국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정도면 방송분야를 전공한 사람보다도 더 성공한 셈 아닌가 싶다.

입사 후 EBS에서 모든 국장 자리에 앉아 각 부서를 지휘했던 김준한 이사장은 프랑스 쥘베른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시베리아 호랑이’와 경제적으로나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기획면에서나 EBS의 위상을 높여준 ‘방귀대장 뿡뿡이’ 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2003년 방영되었던 ‘시베리아 호랑이’를 지휘했을 당시에는 교양제작국장으로 있었다. ‘방귀대장 뿡뿡이’를 만들 때에는 제작지휘국장으로 총괄했는데 뿡뿡이 캐릭터가 탄생하고 10년간 약 2조원을 벌어들였다니 효자 방귀인 셈이다.

이렇게 탄탄대로를 달리던 EBS에서의 퇴직을 5일 남겨두고 그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스카우트된다. 이후 대기업 출판사에서 사장자리를 두고 그에게 또 다른 제의가 올 때 쯤 안동에서도 그를 섭외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 그의 탄탄한 경력을 보았을 때, 정년을 앞둔 그에게 여러 곳에서 ‘모셔가기’ 위한 경쟁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미 그의 마음에는 답이 있었다.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안동으로 돌아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동시에서 안동영상미디어센터 이사장 자리를 제의받았을 때, 그 때의 마음을 그는 ‘짜릿했다’고 했다. 자석에 이끌리듯 당연한 선택이었다며 짧게 그때를 회상했다.

결국 고향인 안동은 나에게 어머니에요

김준한 이사장은 스물여섯에 결혼했다. 그때는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해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못해 위중해지자 큰 형님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필혼해야 한다며 막내인 그에게 결혼을 권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애인도 없는데 뜬금없이 결혼상대자를 찾아나서야 한다니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막막한 상태에서 영호루에 올라가서 고민을 하는데 그때 함께 영호루에 함께 오른 이가 지금의 아내이다. 사실 그와 연을 맺은 부인과의 인연은 중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끔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이어 오던 두 사람은 아마도 친구 이상 애인 이하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 함께 영호루에 가서 고민을 했던 것이 딱히 아내에게 결혼을 해달라는 청혼도 아니었으니 그다지 로맨틱 하지는 않으나 어쨌든 그것이 공식적인 첫 데이트가 되었다. 며칠 후 아내로부터 ‘그럼 나하고 결혼하는 것이 어떻겠냐’ 는 청혼(?)이 들어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살림 나설 때 형님한테서 돈 5000원 받아서 시작했지요. 안동예식장에서 5만원인가 얼마 주고 결혼했어요. 신혼여행은 문경새재 넘어서 시발택시라고 그때 경안택시였거든요. 그거 타고 수안보 관광호텔 갔는데 결혼식 사진이 있으면 무료로 초청하는 행사에 뽑혀서 갔죠. 횃대포 하나 걸어놓고 천하나로 가려놓고, 사과 궤짝 두 개 놓고....”

왠지 까마득하던 때의 얘기 같다. 가난했던 시절 어렵게 결혼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추억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황해도 사람이라는 그의 아내와 어떻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연을 맺어 왔는지 궁금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안동에서 만난 그의 아내는 이북사람이었다. 그의 장인은 당시, 지금 안동의료원의 전신인 안동도립병원에서 내과 의사를 했던 류혜성 씨라고 했다. 가족을 데리고 안동에 살려고 왔으나 정작 집 한 채 마련할 새도 없을 만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도움 주기에 바빴던 장인의 모습을 그는 아련히 기억하고 있었다. 경안중학교에 다니던 그는 가끔 선교부 숙소 아래 정구장에서 볼보이를 했다. 공을 주워주고 나면 조막댕이 만하게 딱딱하게 굳은 분유 한 덩어리를 얻어먹을 수 있었고 그 때만 해도 그것은 큰 영양보충이 되었다. 볼보이를 하면서 남녀 선교사들의 동등한 모습이 그에게는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한다. 스물여섯이 될 때까지도 그의 어매, 아배가 한 방에서 자는 것을 본적이 없고 밥도 물론 한상에서 같이 먹어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일이 그가 기독교인이 된 계기라면 계기랄까.

아내와의 첫 만남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렇게 돌아왔다. 아마도 중학교 2학년인 그와 그의 아내와의 만남이 교회에서 이뤄지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육남매중 넷째딸인 그의 아내는 남매 중에서 유일하게 안동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모두 나왔기 때문에 안동말을 한다.

그렇게 다져온 인연으로 부부의 연을 맺고 그는 서울에서 PD 생활을,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아내 역시 직장생활을 했다. 쟁쟁한 유명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참여했고 전국 점포에 배포하는 경영에도 참여했고 펀드와 창업투자까지, 재테크에도 능한 그의 아내 역시 능력자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아내는 남편으로서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늘 보완해줬기 때문에 그에게 상당한 용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부부의 연을 맺어준 것이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 아닌가 싶다. 눈을 감는 그 날까지 막내를 위해 어머니가 꼭 배필을 점지해준 것 같다.

“우리 어매가 하도 고생을 많이 하셔서 내가 돈벌어 가지고 우리 어매 호강시켜줄라고 했거든요. 근데 돌아와 보니까, 우리 어매는 안계시지만 결국 고향인 안동은 나에게 어머니인 거지요. 나는 어머니 같은 고향에 빚이 있는 것이고 그 빚을 갚으러 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경 뮤지컬 기획, 안동의 그린콘텐츠를 발굴하다

안동영상미디어센터 이사장으로, 대학교 강의로, 실경 뮤지컬 연출자로 PD의 현업에서 물러났지만 김준한 이사장의 일정은 여전히 바쁘다.

지난해 시작해 올해도 성공리에 공연되고 있는 실경뮤지컬 얘기를 무엇보다 먼저 해야 겠다. 아마도 실경뮤지컬이라는 형태를 도입한 것은 그가 최초가 아닐까 싶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그야말로 하나밖에 없는 실제의 경치를 무대로 펼쳐지는 뮤지컬이 실경 뮤지컬이다. 실경 뮤지컬을 기획한 것은 순수하게 그의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안동에서의 그린콘텐츠를 만들어가기 위해 안동시에서 지원금을 받아 시작한 것이다.

‘450년 사랑’은 퇴계와 관기 두향의 사랑을 그렸다. 처음에는 퇴계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이 의아스럽기도 하나 퇴계 선생 역시 사람이고 그 역시 사랑을 했음직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보면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지 알 수 있다. 퇴계선생 이름을 꼭 국어 교과서에서만 봐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물론 두 해째 상설공연 되고 있으니 성공여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뮤지컬의 배경이 되는 동산서원 앞마당이 비좁을 만큼 객석은 늘 만석이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찾고 배우와 스텝 하나하나까지 지역의 인재를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을 두고 모두 김준한 이사장이 두 팔 걷어 직접 발굴했다. 이것이 그가 지향하는 그린콘텐츠다. 대도시에서 만들어진 것만이 웰메이드가 아니란 것이다. 바깥에서 들어온 것 보다 더 풍부한 소재가 안동에 있고 그것을 만들 수 있는 인재 또한 안동에 많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인재가 없다는 한탄보다 인재를 찾고 그 인재의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투자하는 일이 사실 안동에 부재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학자로만 대접하는 퇴계선생을 한 인간으로서 그렸다는 점에서, 모두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내는 그의 안목을 보니 프로듀서로서의 40년간 역량을 느낄 수 있었다. 밑에 사람들 거느리며, 후배들이 하는 일을 관리만 하겠거니 하는 것은 그에 대한 오산이다.

‘450년의 사랑’에 이어 직접 극본까지 쓴 ‘락’은 뮤지컬에 대한 기대감을 한 층 더 높인 작품이다. 노래와 무용이 배가되었고 역동적인 구성은 실경에서 공연될 때 배로 빛을 발한다. 이 모든 작업을 하는 과정의 일선에 늘 그가 서 있다. 매 공연이 있을 때 마다 음향기기가 있는 뒤편 어딘가에서 검은색 등산 모자를 쓰고 ‘큐’ 하는 사람이 있다면 100% 김준한 이사장이다. 예순이 넘은 그를 보고 주위사람들은 나이 들어 고향에 내려와 폼 좀 잡아보려는 사람쯤으로 얘기한다. 하지만 소심한 질투쯤으로 여겼으면 싶다. 일에 대한 열정이나 매력은 그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그의 열정을 보면, 아직 그의 반평생 밖에 살지 않은 젊은 사람조차도 그의 열정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안동에 빚을 갚으러 왔다고 말하는 그는 기술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가르치는 것 외에도 어느 새 누군가의 롤 모델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40년간 방송계에 머물면서 그가 가진 재산이라면 인맥도 무시 못 할 것이다. 사실 그 덕을 많이 보고 있는 곳이 안동영상미디어센터이다. 서울에서 연봉 5억을 받는 강사 섭외와 방송계 인사까지 그의 말 한 마디면 차비도 안 남을 길에 올라 강의를 위해 늘 시간을 기꺼이 내주고 가기 때문이다. 마침 인터뷰를 간 당일에 그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 있었다. EBS에서 비영리 목적의 영상교육사업을 위한 불용 방송 장비 기증 확정 통보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노력의 결실이다.

그는 자신 있게 이야기 했다. 교육방송에서 몇 십억에 해당하는 장비를 보내준 것은 김준한 이라는 한 사람이 피디로서의 롤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경도 없이 오로지 능력 하나로 전 국장 자리를 다 도맡아 한 것만 봐도 그가 EBS에 재직하면서 이뤄온 많은 일들이 어느 정도였을 지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어쩌면 그가 지내온 시간만 봐도 EBS는 그에게 친정이나 진배없이 끈끈한 곳이 아닐까 싶다.

각 지방 단체와 영상기관, 대학 등에서 서로 기증 받기 위해 많은 경쟁이 있었지만 안동에 곧 도청이 오고 영상산업 등 문화진흥지구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그는 이번 일을 매우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 어쨌든 안동영상미디어센터는 이제 지역 어느 곳을 둘러봐도 이만큼의 교육용 방송장비를 구비한 곳이 없을 만큼 교육 여건에서는 선두를 달리게 되었다.

안동다운 것, 최고라는 자부심 가져도 됩니다

그는 영상과 문화를 연계하는 사업에 대해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지 잘 안다고 했다. 그의 경력에 대한 겸손함이 묻어났다. 그 동안 실패 사례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는 오히려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잘 아는 것 같았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에 있어서 그는 분명 크리에이티브 멘토임이 분명하다.

안동 특유의 근면함과 의를 가진 인재를 그는 안동의 가장 큰 문화적 요소로 꼽았다. 또한 안동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그것은 삶의 가치이기도 했다. 그리고 재능이 보이는 후배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했다. 가난이 재산이었고 가난도 괜찮은 유산이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과 현장 경험에서 얻은 것은 귀한 것이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고 얘기했다. 많은 사람들을 관리하고 봐오면서 그들의 뿌리가 드러나면 김준한 이사장은 흙을 덮어 뿌리를 더욱 단단히 북돋아 줬다. 지금도 그는 안동에서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도 있다. 가능성을 보고 사람들을 찾고 있는 그에게 안동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열패의식과 콤플렉스가 그를 유난히 화나게 하기 때문이다. 안동출신 보다 서울출신을 선호하고 안동에서 하는 공연보다 서울에서, 서울 배우들이, 서울 스텝이 와야 더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다고, 안동 사람들은 많이들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인즉 안동영상미디어센터에서 아무리 좋은 강사를 섭외해 강의를 열어도 사람들은 강사가 누구인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안동에서 하는 강의가 뭐 볼 것 있겠냐’ 라는 패배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동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것이 다름 아닌 안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음을 그는 오늘도 말하고 있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