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천국 꿈꾸는 ′안동껑꺼이′ 김병걸(글/김영희_경기도 과천 사는 안동사람, 객원기자)
2천여편의 노래 발표한 작사가 김병걸
‘한국전통가요협회’ 회장이고 ‘김병걸의 가요천국’을 운영하며 ‘전국 노래자랑’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병걸(55세) 작사가를 만나기로 약속한 종로3가역 5번 출구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는 사이 송해 아저씨를 만났다. TV에서 보던 모습과 너무 똑같아서 신기해하며 인사했더니 자상하게 웃어주셨다. 김병걸 작사가를 만나자마자 송해 아저씨를 만났다고 했더니 사무실이 바로 저기라고 가르쳐주며 자주 만난다고 대수롭잖게 말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찻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머그컵에 가득 담아주는 유자차를 보며 “먹을 게 있네! 촌놈은 역시 질보다는 양이야. 아직은” 하는데 ‘역시 안동 사람을 만났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얼마 전에 수상한 상 이야기를 꺼냈더니 “올해 제가 받은 상이 봄에 세계문인협회와 서울 성동일보에서 주는 올해의 인물대상 부분에서 작사대상을 받았고, 10월에 제17회 한국연예예술인협회에서 주는 대한민국연예예술상 작사가상, 창작위원의 날 예총 회장이 주는 공로표창을 받았고, 12월 20일날 한국문화예술대상 작사가상을 받아요. 올해만 작사가로 4개의 상을 받았어요. 그동안 받은 트로피가 한 백여 개 됩니다.”
상을 받을 때 마다 좀 더 알려지고 명성이 높아지겠다고 했더니 상이 스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창작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작품으로 말해야지 상이 그것을 대변해 주는 것이 아니라고. 새로운 작품이 탄생이 되고 대중에게 알려질 때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상이란 것은 물론 잘해서 주기도 하지만 다분히 비즈니스적인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이라고.
김병걸 작사가의 작품 중에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노래로는 다함께 차차차(설운도), 사나이 눈물(조항조), 청춘열차(서울씨스터즈), 사는 동안(이태호), 찬찬찬(편승엽) 등이고 지금까지 쓰거나 발표한 노래는 모두 2천여 편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가요 챠트 상에 나오는 노래는 한 천 3백곡으로 국내에서는 박건호씨 다음으로 많다고 한다. 작사 작곡을 통틀어 랭킹 2-3위 정도 되니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사가로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작곡가(아마도 전통가요)는 만 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데 작사가는 삼십 명 정도 된다고 한다.
“그것은 작사가 작곡보다 더 전문성이 있어야 하고 어렵다고 볼 수 있죠. 가요의 히트 요소의 80%는 가사입니다. 일반인들은 작곡가라고 알고 있는데 가요계에서는 작사가가 더 대우를 받아요. 멜로디에 어떤 가사가 붙느냐에 따라 노래가 달라지고 감동도 달라지니까요. 곡은 별로라도 가사가 절절하면 공감을 얻지요. 요즘은 가사를 너무 쉽게 쓸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여자들이 많이 쓰다 보니 가벼운 사랑놀음에 편중 되기도 하고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쓴 노래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얼마나 내구성이 있을지……. 특히 요즘 성인가요에선 함량미달인 가사가 굉장히 많아요.”
고교졸업후 상경, 작사가가 된 문학소년
지금까지 작사한 곡 중에서 특히 애착이 가는 것은 나훈아의 ‘분교’와 조항조의 ‘서글픈 인연’ 이라고 한다. 노래가 나온 지는 7-8년 되었는데 ‘분교’를 작사한 사연은 자신의 초등학교가 당시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육백 명 가까이 되었는데 지금은 열세 명으로 줄었더라고. 쇠락한 모교에 가서 느끼는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 추억을 좇아가는 향수 이런 것을 읊은 것이라고 했다.
작사가가 된 계기를 물었더니 얘기가 한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제가 엄마가 둘입니다. 아버지가 장가를 두 번 갔어요. 우리 엄마와 큰엄마는 열두 살 차인데 한 집에 살면서 싸우는 걸 본 적이 없어요. 큰엄마가 여섯을 낳고 우리 엄마가 셋을 낳아서 우리 형제가 아들만 아홉이었어요. 형제간에도 사이는 좋았어요. 넷째 형이 나를 업고 놀다가 덥다고 낙동강에 목욕하러 갔다가 아직도 안 돌아와요. 살았으면 한 칠십 가까이 되었을텐데. 강에서 뭐 물고기 잡는지 뭔 얘기 중인지 50년이 넘었는데 아직 안와요. 아버지는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그해 대학을 못 갔어요. 공부를 잘 했지만. 제가 안동 농림고등학교 축산학과를 나왔는데, 위에 위에 형이 안동고등에서 1,2등을 했는데 서울대 법대를 삼수를 해서 대학을 갔어요. 또 위에 형이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였는데 한 해를 늦춰서 또 대학을 가네. 한 집에 어떻게 대학생이 또 될 수 있나요. 제가 희생이 되어야지. 대학을 못 갈 것 같아서 일부러 학교도 농림학교로 갔는데. 우리가 졸업할 때 과에서 1등하면 서울 농대에 추천서를 써 줬어요. 서울 농대도 갈 수 있었는데 형편이 안돼서 못갔어요. 또 한 20등 까지는 농협, 농촌지도소, 군 농촌계 이런 데 학교장 추천으로 바로 5급 공무원이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57년생인데 59년생으로 호적이 되어 있어서 졸업하니 만 열일곱 밖에 안돼. 나이가 너무 어려 공무원도 안돼요. 그러니 대학도 못가고 공무원 취직도 안 되고 농사를 지을 줄 아나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서울로 올라왔지요. 동생 둘을 데리고 엄마하고 분가해 나와서 그때부터 제가 가장으로 식구들을 건사했어요. 처음에 엄마는 미사리로 밭일을 나가고 저는 집에서 시를 썼어요. 시는 고등학교 때부터 맥향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썼는데 잘 썼지요. 백일장 나가면 장원을 도맡아 했어요. 제 자랑 같지만 기타 잘치고 노래 잘하고 공부 잘하고 그림 잘 그리고 만능이었어요. 고등학교 때 가수를 할까. 문학을 할까. 화가가 될까. 세 가지를 놓고 고민을 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형편이 그렇게 되고 보니 시를 고집하면 자식 도리도 못하고 형 노릇도 못하겠더라고요. 자식 도리와 형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시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가난을 면하기 위해 다방의 디스크 자키로 들어갔어요. 좀 명성을 얻었죠. 그러다가 군대에 갔는데 군연예대 들어갔다가 제대하고 바로 모 잡지사 기자 생활을 잠깐 하다가, 오아시스 레코드사의 문예부장 자리에 캐스팅 되었어요. 가수를 캐스팅하고 전속을 결정하고 작품을 선택하는 막강한 자리였지요. 1년 반을 근무하고 프리 선언을 하고 나왔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작사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서 이제까지 오게 되었어요.”
작사가가 되었지만 사실 제일 자신 있게 잘 하는 것은 노래였고 가수가 될 기회도 있었다. 방학 때 서울에 와서 당시 최고의 작곡가인 박춘석 선생에게 테스트를 받았는데 바로 당신이 찾던 사람이라고 하며 음반 비슷한 것을 만들기까지 했는데 사장시켜 버렸다. 음반을 내고 홍보하는데 돈도 많이 들었지만 이런저런 개인 사정으로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가수는 포기해 버렸다. 노래를 했으면 아마 나훈아, 조용필 같은 최고의 가수가 되지 않았을까 자부했다. 작사가이긴 하지만 자신의 노래하는 모습에 반해서 팬이 된 사람들이 많다고. 가수의 길을 가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던지 곧 자신의 음반을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음반을 낼 계획으로 준비했지만 아직 모자란 부분이 있어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곧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좋은 가수 발굴, 좋은 작품 발표에 매진
오아시스 레코드사에 캐스팅 된 사연도 재미있다. ‘그대 먼곳에’로 강변가요제에서 상을 받은 <마음과마음>이라는 혼성팀이 있었는데 남자 가수 임석범이 군대를 가고 여자 가수 이순길이 자신에게 매니저를 부탁해 오아시스 레코드사에 전속가수를 만들기 위해 찾아갔다가 당시 사장이던 손진석씨를 만났다. 같이 일할 것을 제의 받았는데 왜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첫 번째 선을 본 곳이 안동인데 안동사람이라서 일단 마음에 들고, 안동사람들은 강직하고 올곧은 선비기질을 가지고 있는데 당신이 그런 것 같다고 일을 맡겨도 신뢰할 수 있겠다고 했단다. 그렇게 해서 오아시스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가수 이선희 하고도 인연이 오래 되었는데 1984년 ‘J에게’를 강변가요제에 나가 대상을 받게 하는 장본인이라고 했다.
“막역하게 지내던 송주호라는 무명 작곡가가 있었는데 동대문에 조그마한 사무실을 냈어요. 내가 거기서 작품을 콤비로 하려고 매일 갔는데 어느날 오디션을 보러 키가 작고 까무잡잡하고 배추머리를 하고 안경을 쓴 여식애가 하나 왔어. 그게 바로 오늘날 이선희야. 외모를 보니 그렇고 하니까 송주호가 퇴짜를 놨어요. 그런데 노래는 당차더라고. 비록 외모는 딸리나 노래는 잘해요. 그래서 이선희를 잡자고 했지요. ‘J에게’를 다듬어서 강변가요제에 내보내서 대상을 받았지요. 1집만 같이 하고 저하고는 바로 헤어졌지요. 1집에 있는 ‘혼자된 사랑’이 제 작품입니다.”
너무 당당하고 거침없이 말을 하고 또한 달변이어서 처음 들을 땐 자기 자랑이 심한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자꾸 듣다보니 오히려 유쾌하고 재미있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우리나라 가수 중에 노래 잘하는 가수가 많지만 제가 취입을 시켜본 가수 중에는 최진희가 노래를 잘하고, 장은숙이 색깔이 좋았고, 역시 이선희가 노래는 잘하고, 요번에 신곡 ‘그 다음에 나도 몰라’를 부른 주현미가 역시 노래를 잘하고, 남자 가수는 글쎄... 나훈아씨 조영남씨 다 시켜봤는데 그리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가수들이 아니예요. 남들이 뭐라든 저는 평점이 그리 높지 않아요. 남자가수는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92년도에 제가 만들어준 ‘심봤다’라는 곡을 가지고 강변가요제에 나가 동상과 특별상을 받은 주용하라는 가수가 100년에 한 번 나타날까 하는 가수였는데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아 아쉽죠... 느낌이 좋은 가수는 조항조예요. 남자 가수 중에는 ‘야~’ 하고 나를 화들짝 놀래킨 가수가 없어요. 그것은 저의 불만이기도 하지만 한국가요계의 허약함을 웅변하는 것이 될 수도 있죠. 좋은 가수를 발굴하는 일, 좋은 작품을 발표하는 일, 그 두 가지가 저의 사명감이고 영원한 소명이죠.”
“지금도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오죠. 가수가 되고 싶다, 작곡가가 되고 싶다, 작사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무수히 오지만 아직 반가운 사람을 못 만났어요. 제가 70년대 가장 유명한 작사가였던 정두수 작사교실 출신인데 그 분의 작사교실을 거쳐간 사람이 한 오백 명인데 그 중에 살아남은 사람이 딱 저 하나예요. 작사를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품평회 하고 이런 것이죠. 천하에 남의 머리에 들어가서 가르치고 배워서 안 되는 것이 노래하고 글이에요. 글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죠. 본인이 극복해야 되요. 타고나는 재주고 혼자 깨야 하는 것이죠.”
처음으로 작사해서 가수에게 준 곡이 히트는 안됐는데 ‘서울뻐꾸기’라는 곡이다. 가사 내용이 /너도 서울 나도 서울 떠나간 고향에/ 무너진 초가만이 세월을 말해주는데/ 소꼽장난 꿈을 찧던 돌담 밑에 앉아서/ 뻐꾸기 울음 따라 피는 꽃이여 /그시절 동무들은 어디를 가고/ 맨들맨들 맨드라미 너만 홀로 반기나/ 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거침없이 읊었다. 이농현상이 극심하던 시절에 추억을 두고 왔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로 당시 시대를 대변했던 작품이었다.
우리 형님이 가문의 영광이라 자랑합니다
처음 작사를 시작 할 때는 가수들도 잘 모르고 명성도 없어서 힘들었을 텐테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다.
“그냥 나름대로 잘나가는 작곡가들 주소를 알아내 찾아가서 노트 째 100편씩 맡겼죠.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그래 어찌어찌 하다 보니 오늘까지 왔어요. 근데 어느날 어떤 교수가 찾아와서 가사를 어떻게 쓰는지 꼬치꼬치 물어요. 백조가 호수에 노는 것만 보고 물 속은 보지 말라고 했어요. 사연 없는 일이 어딨겠어요. 그렇게 되기까지는 피나는 노력과 한과 눈물과 도망가고 싶은 세월과 버리고 싶은 일들이 무수히 많지요. 그러나 그것을 극복했고 그때의 눈물이 오늘의 밑거름이 되었죠. 저는 한 시절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후회 없어요. 돈도 벌만큼 벌었고, 매스컴도 타 봤고, 책도 내봤고, 폼도 있는대로 잡아봤고, 기부금도 낼 만큼 내봤고, 형제들과 동네사람들한테 자랑도 실컷 해봤고. 한이 없어요. 우리 셋째 형이 한 번은 그러더라고. 우리 아버지가 장가를 두 번 가서 그때는 미웠지만 저런 동생을 얻었으니 혜안이 있었다고. 우리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으니까요. 저는 제 일에 자부심이 있어요. 생산적인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만이 그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곡이 제게 돈을 제일 많이 벌어줬는지는 모르겠어요. 그건 생각해보지 않았네요. 돈을 벌었다고 하지만 뭐 재벌만큼 번 것은 아니지요. 저는 한 번도 재테크를 해 보지 않았어요. 제 친구들이 내보고 병신이라 하지만 후회는 안해요. 우리 살 집 있고 내 형제들 위해 쓰고 친구들 위해 쓰고 자식 공부시키고 어머니 잘 모시고, 그거면 됐다고 생각해요. 뭘 더 바라겠어요. 한 40까지는 타이틀을 움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곡해줘, 심사 좀 해줘. 뭐 좀 맡아줘. 할 때 일을 많이 욕심낼 필요가 있지요. 그렇지만 그 이후는 버리기 시작해야 해요. 버림으로 얻어지는 자유를 알아야 해요.”
고향에 관한 노래로 고향 브랜드가치 높일 터
그의 노래 가사는 특히 자연과 고향에 대한 향수, 옛 것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 많다. 노래도 문화라면 시대를 대변하고 휴머니티를 회복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비추는 노래여야 한다고 했다. 또 순정, 편지, 연애, 어머니 등 우리 스스로가 추방한 지 오래되었지만 회복해야 될 그것을 되찾고 싶은 생각이 있단다. 노래로 시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힘을 보태고 싶다고.
“안동에 관한 노래도 많이 썼어요. ‘안동껑꺼이’ ‘내고향 안동’ ‘부용대연가’ ‘안동역에서’ ‘제비원아지매’. ‘안동역에서’는 인터넷에서 음성적인 히트가 되었어요.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입니다. 3년 전 김휘동 시장한테 안동 노래가 담긴 CD 5천장을 만들어 헌정했어요. 안동 노래에는 안동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을 거기에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부족한 노래지만 만들어서 헌정했어요. 안동에 대한 또 다른 꿈이 있다면 제비원이나 안동역에 노래비를 세우고 싶어요. 그것도 안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동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예술 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자부심이 되기도 하고 글을 쓰는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특히 낙동강 마을에서 자란 것이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나룻배를 타고 중학교를 다녔는데 매일 아침 모래사장을 뚫고 올라오는 해를 바라보는 일, 저녁 집에 돌아올 때 낙조에 뛰어오르는 수 만 마리의 물고기떼 , 여름이면 어김없이 경계를 지워버리도록 일어나는 홍수, 홍수가 지나가면 정확하게 자기 땅을 찾아서 다시 씨를 뿌리는 농부들. 거기에서 저절로 배우게 되는 부지런함, 거역하지 않고 순명하는 지혜를 강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웠다. 또 아버지는 그 강을 건너 일본 탄광촌으로 끌려 갔고, 어머니는 그 강을 건너 수 십리를 걸어 장에 다니셨고 형들은 그 강을 건너 희망을 찾아 떠났고 넷째 형은 그 강으로 들어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제가 태어난 곳은 의성군 안사면인데 안동, 의성, 예천이 만나는 접경지역이예요. 어려서부터 전국구였지요. 생활은 주로 안동에서 했죠. 안동이 가까워요. 우리 마을에서 차로 예천은 10분 안동은 20분 의성은 지금도 한 시간. 초등학교는 의성군 쌍호초등학교를 나왔고, 중학교는 예천 지보중학교, 고등학교는 안동 농림고등학교를 나왔어요. 그러니 세 곳에서 모두 오라고 해요. 의성 향우회, 안동 향우회, 예천 향우회 세 곳에 다 가야하니 피곤하지만 기쁘기도 하지요. 그것이 오늘날 저를 있게 한 바탕이 된 걸요. 제가 대학은 대구예술대 방송연예학과와 세종대 경영학과를 나왔어요. 그러니 대구는 또 저를 대구사람이라 그래요. 대구는 군대 생활도 했고 대구의 많은 가수들도 배출했지요. 그래서 사실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지요. 말하자면 저는 경북사람이라 해야 맞지요. 자랑스런 경북인상도 받고 그랬어요.”
지금 계획이라면 준비하고 있는 음반을 발표하는 일일 것이고 긴 계획이라면 죽을 때까지 계속 노래를 발표하는 것과 시를 계속 써서 시집을 몇 권 더 내는 일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희망이라면 남매가 무사히 자신의 둥지를 트는 것을 보는 일인데 현재 딸은 토론토대 경영대 3학년으로 입학할 때 장학생으로 들어갈 만큼 수재고 아들은 서울예고 3학년인데 가수가 꿈이란다. 자신처럼 글을 쓰는 사람이 되면 좋겠는데 노래를 하겠다고 하니 재주가 다른 데 있는가 보다고.
가수보다 노래를 잘 한다고, 가수가 제일 자신 있다고 여러 번 말씀하셔서 노래를 꼭 들어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아쉽다. 음반이 나오면 꼭 들어봐야겠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