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 문화와 역사를 싣고 달리는 이야기 택시기사 남석주(글/이미홍_객원기자)
택시는 이야기를 싣고
어렸을 적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이야기 한 자락 듣던 기억을 우리는 다들 하나쯤 가지고 있다. 무더운 여름 한 낮이나 긴긴 밤에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들은 무서운 이야기에도 끄떡없도록 우리를 지켜주던 할머니의 따뜻한 살 냄새와 구수하고 정겹던 할머니 목소리와 함께 우리의 유년시절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들어앉아 있다가 살다가 불쑥 한 번씩 아련한 그리움으로 우리를 찾아든다. 지지리 가난했던 좀은 살만했던 지에 상관없이 그 시절의 이야기 한 토막은 우리의 뇌리 속에 깊숙이 각인되어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새롭게 재생되고 우리의 아이들에게로 이어진다. 아마도 그것이 이야기란 놈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효도해라 효도해라 백 번을 말로 해도 그것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것은 공염불이요 잔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외할머니가 들려주는 심청이의 애절한 이야기는 여린 아이들의 가슴 속에 때로 깊은 파장을 남기며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에 의해 뮤지컬로 오페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며 세상 속에 살아남는다.
안동에는 이야기택시가 있다. 안동에 내려 그 택시를 타고 원하는 곳을 신청하면 그곳에 얽힌 숨겨진 설화나 문화재나 유적지의 역사와 인물들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날 수 있다. 그런 이야기택시가 안동에 다섯 대 있다. ‘이야기택시’ 로고가 택시 옆면에 붙어있어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찾을 수 있다. 다섯 명의 이야기택시 기사들이 풀어내는 안동의 문화 역사에 얽힌 이야기는 안동을 찾은 이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고 집으로 돌아가서 그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줄까?
현장에서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의 힘
흔히 여행을 다녀오면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나없이 여행지에 가면 느긋하게 정취를 즐기고 잠시나마 단 세상 속에 잠길 겨를도 없이 일행들에 의해 사진기 앞에 서서 그야말로 인증 샷을 찍기에 바쁘다. 미니홈피니 블로그니 페이스북이니 개인미디어가 수두룩하다 보니 사진도 올리고 여행 후기도 올리고 해야 한다. 그래서 때론 자연 여행지에서의 느긋한 휴식보다는 여행후의 사진 한 장이 우리의 여행을 말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사진을 보며 그 여행을 떠올릴 때에 그때의 경치나 즐거웠고 아련했던 기분은 떠오르는데 그곳에 가서 본 유적지나 인물에 대해서는 잘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번은 수목원에 갔는데 숲 해설가가 숲을 처음 조성한 어른과 그 숲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가며 안내를 해줬다. 숲 해설가가 안내를 해줘서가 아니라 숲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 깊어서 아직도 그 수목원이 가끔 생각난다. 하회 마을에서 문화해설사가 들려주던 이야기 중에는 여름 한낮 처마 그늘에서 들었던 용마루 이야기와 그 집 며느리에 얽힌 이야기가 기억에 오래 남았다. 흔히 아무 생각 없이 들러서 기와집이나 초가집을 한번 슥 들어보고 성현들의 유물이 전시되었다고 하는 전시관 한 번 슥 둘러보고 와서는 솔직히 그 유적지에 갔다 온 것 말고는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게 한 가지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다녀온 곳이 우리의 기억 속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저장될 수 있을까? 그런데 퇴계선생이 산책길에 짚고 다녔던 지팡이에 얽힌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에게 그 지팡이는 더 이상 전시관 유리 속에 진열된 그냥 지팡이가 아닌 게 된다. 그게 이야기의 힘이다. 그래서 알고 보면 다르게 보인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본다는 건 그 유적지에 대한 지식을 말하는 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업적이니 치적이니 하는 것들은 여행지에 가지 않아도 자판 한 번 치면 알 수 있는 세상이고 어떤 문화재나 인물이 지니는 가치를 역설하는 것 또한 알고 보는 것의 극히 미미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내 나름대로 역사를 보고 느끼는 것, 거기에 얽힌 이야기 하나라도 내가 납득하고 받아들여 내 걸로 기억한다는 것 그것이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이야기택시 기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특별하다.
안동문화원 이야기꾼 수업 통해 인연 맺어
네이버에서 안동에 관한 이야기나 안동의 택시를 치면 곧바로 뜨는 안동이야기택시 카페가 있다. 남석주 기사가 운영하고 있는 이야기택시 카페다. 안동을 사랑하고 안동에 관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남석주(49세), 임성대(47세), 박기종(54세), 이재일(60세), 권순길(56세) 이렇게 다섯 명이 의기투합하여 동아리를 만들고 이야기택시를 발족하였다. 2009년에 안동문화원에서 하는 스토리텔링 문화강좌를 들으면서 처음 만나 같이 안동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 공부를 하면서 이왕이면 택시 운행을 하면서 안동에 관한 이야기를 손님들에게 제대로 이야기해 주는 그런 택시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같이 동아리를 만들고 준비를 해서 이야기택시를 정식으로 발족한 지 어느새 일 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조금씩 주위에 알려져 이렇게 잡지에 소개도 될 참이라며, 비가 오락가락 하는 초여름 오후 영호루 누대에서 남석주, 임성대 기사가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맞았다. 이야기택시의 이야기꾼 기사 아니랄까봐 영호루 현판이며 사방 누각에 새겨진 성현들의 글귀를 보며 이건 누구 글씨체고 내용이 어떻고 공부가 한창이었던 듯, 우리가 신발을 벗고 누대에 올라서니 누각을 쳐다보며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2009년 안동문화원에서 이야기꾼(스토리텔링) 양성교육을 하면서 여행객들을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택시기사들에게 우선적으로 교육과정을 들을 기회를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평소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던 남석주 기사는 일차적으로 신청을 했다. 거기에서 지금의 이야기택시 동아리 회원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같이 강좌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뒤풀이도 하고 자리를 자주 갖게 되다 보니 이 다섯 명으로 굳어져 부족한 공부도 하고 같은 업종이라 일하면서 느끼는 고충도 토로하고 술도 한잔 하면서 살 길을 모색하다 이왕지사 하는 문화재 공부에 스토리텔링 교육을 살리자 싶어서 생각한 것이 이야기택시였다.
다섯명이 꾸린 ‘안동이야기택시’
시작은 단순했다. 문화원에서 받은 스토리텔링 교육을 살려서 택시 영업에 조금이라도 활로를 더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바람에서 출발을 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야기택시’ 라는 타이틀을 달고 고객을 안내하려면 어중강한 얼치기 실력으로는 다른 기사들과 크게 차별화가 되지도 못하고 오히려 욕만 먹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회원들은 안동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나 유적지에 관해 따로 더 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회원들은 이야기꾼 1기 과정 수료를 한 이후에도 전통문화 아카데미 교육과정, 안동문화지킴이, 시민문화유산해설사 과정. 종가 컬처 텔러 양성과정 등을 함께 수료하며 현장답사를 비롯하여 스토리텔링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어느 한 회원만 특출나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닐뿐더러 다들 생업에 종사하느라 공부에 손을 놓은 지 2~30년은 되는데다가 택시 영업을 하면서 새로이 시작한 역사 문화 공부가 쉬울 리가 없었다. 그래도 이야기택시 타이틀을 걸고 하는 일이라는 책임감과 다 늦게 하는 안동에 관한 공부가 주는 즐거움에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한 달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모여 스터디를 하고 안동문화원에 강사 분을 지원해 주십사 요청을 해서 어렵게 강사 지원도 받고 해서 스터디 겸 강사님을 모시고 문화재 해설도 듣고 관광객을 상대로 재미있게 이야기로 풀어 설명하는 스토리텔링 실전훈련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이야기택시 로고를 맞춰서 택시에 부착하고 조촐하게 발족식을 했다. 네이버에 이야기택시 카페도 개설을 했다. 그 과정에서 안동문화원의 지원을 많이 받았다. 강사 지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야기택시 로고에 안동문화원 이름과 안내 전화를 착신될 수 있도록 한 지원은 두고두고 고마울 일이다. 참고로 이야기택시 신청이나 안내를 받으려면 카페나 이야기택시 로고에 있는 안내 전화로 전화를 걸면 남석주 기사의 휴대전화로 착신이 되도록 되어 있다. 물론 그 과정에는 문화원의 수료생들에 대한 관심도 한 몫을 했지만 문화원 교육과정 수료생들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도 그렇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도 여건이 허락되는 한에서 최대한 지원을 해 주시면 더 열심히 안동 문화를 알리는 첨병이 되겠다고 문화원을 찾아가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지원을 신청하고 열성으로 강좌를 수강하며 안동문화 공부를 하면서 설득을 거듭한 회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선례가 없다면 선례를 만들겠다며, 시민들에게 지원이 가능한 문화예술 지원 분야를 알아보고 필요한 자격요건을 찾아서 자격을 갖추어 가면서 도움을 요청한 것이 문화원측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문화원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공부를 하면서 공부에 필요한 고서나 자료 같은 면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강사지원에다 이야기택시에 문화원이라는 이름과 더불어 안내전화 착신 도움까지 그런 면에서 이야기택시는 공식적으로는 아닐지 몰라도 어떤 면에서는 안동문화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출발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래서인지 회원들의 안동문화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아무래도 남다르다고 고마운 속내를 털어놓는다.
명품 이야기꾼 꿈꾸는 남석주씨
남석주 기사는 안동시 북후면 오산리 맥현에서 농사를 짓다가 아이들이 크면서 돈 드는 일은 많고 가을에 농자금 갚고 나면 남는 건 얼마 없어 농사일을 노모와 부인에게 맡기고 택시 영업을 시작했다. 지금도 안에서는 농사를 짓고 있어 일이 없는 쉬는 날이면 농약통 지고 약도 치고 고추도 심고 하느라 바쁘다. 그 와중에 한 달에 한 번은 문화재 공부에, 밤이면 사진 찍은 거 올리고 자료 입력하고 이야기택시 카페와 개인적인 블로그 운영에,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한시도 쉴 틈이 없어 아이들이나 부인에게 늘 미안하다.
“저는 준비된 이야기택시를 만들어야 차별화가 되고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한 5년은 준비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더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동에도 시청에서 운영하는 관광택시가 있고 다른 시도에도 이런저런 관광안내 택시제도가 있지만 다들 비슷비슷하고 크게 특징적인 게 없거든요. 그냥 문화해설 해 주는 수준이면 유적지에 가서 문화해설사 안내 들어도 충분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택시로 손님을 안내 하면서 그 유적지와 관련된 역사에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설화나 그곳에 얽힌 비사나 인물들의 후일담이나 에피소드 같은 걸 발굴해서 버무려 이야기로 풀어내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려면 우선 기본기를 제대로 다져야지요. 탄탄한 기본기 위에다 실전에서는 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하나 밖에 없는 명품 이야기꾼이 되는 게 목표예요. 그러니까 아직은 걸음마 단계죠. 아는 게 많아도 풀어내는 재주가 없으면 손님들이 외면하거든요. 손님의 나이 따라서도 설명이 다르고 관심분야나 역사나 문화재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고 적음에 따라서도 달리 수위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 게 이야기꾼의 능력이죠. 저 같은 경우는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명품이야기꾼이 모는 이야기택시 기사가 되기 위해서 계속해서 우리 문화재와 역사공부를 해 나가야 된다는 거예요. 어느 수준에 이를 때까지.”
전국 제일의 명품 이야기꾼을 꿈꾸는 남석주 기사는 각종 문화관련 강좌를 섭렵하다시피 할 정도로 문화재 공부 자체에 푹 빠져 있는데 독립기념관에서 운영하는 문화해설사 수업도 받고 있다. 문화원에서 도움을 많이 받지만 더러 소장용을 개인적으로 구입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안동에 관련된 책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 그게 아쉽다는 석주씨다.
일찍 장가를 가서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 삼남매의 아버지이자 동아리의 총무이기도 한 임성대 기사는 이야기택시를 하고 있는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진다는 어투다. 어려서부터 남 앞에서 발표를 하려고 하면 떨리기부터 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부끄러움을 타 얼굴부터 벌게지는 지라 스토리텔링 교육을 받으면서도 발표 시간에 아무 말도 못하고 들어온 적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자신이 회원들과 일 년여를 같이하면서 같이 공부하고 남 앞에서 말하는 법이며 남에게 조근조근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서 들려주는 연습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손님을 모시고 가면서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기분으로 제법 손님들에게 이야기를 풀어낼 줄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터미널 앞에서 중학교 다니는 아들놈이 친구들과 함께 가다가 마주쳤는데, 친구들이 이야기택시가 뭐냐고 묻더라며 아버지가 이야기택시 기사라는 걸 은근히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라고 한다. 아버지가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도 하고 해서 이야기택시 라는 걸 운행한다고 하니까 아들도 아버지를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고 할까 그런 걸 느끼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저도 실력을 쌓기 위해서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된다는 우리 동아리 회장님 말씀에는 동의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이야기택시를 하면서 장기적인 측변에서 경제적인 면에도 충분히 가증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도 있어요. 우리가 하는 공부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홍보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일이니까요. 지역 택시업계는 정말 여러모로 어렵거든요. 옛날에는 야간에 술 먹고 행패 부리는 손님이나 차비 없다고 배 째라고 나오는 손님들 때문에 힘들었다면 요즘은 아예 택시를 타는 손님 자체가 없을 정도로 불경기라 힘든 게 많거든요. 야간에도 식당이나 학원 같은 데서 자체 운영하는 차량들도 많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야기택시에 희망을 걸고 있어요. 그래서 다 늦게 공부도 하고 답사도 하고 스토리텔링 열심히 배우고. 나이 들어 공부하는 재미도 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수익으로 연결되어 이야기택시가 사업적인 면에서도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지요.”
그리고 제일 연장자인 이재일 기사님의 경우 공부를 따라가기 힘들다고 하시면서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성을 보이시며 공부를 하고 노익장의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며 이야기택시 일이 있다 하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시고, 박기종, 권순일 기사님도 한자가 많은 문화재 공부가 쉽지 않아서 끙끙거리면서도 책을 놓지 않고 물어서라도 하나라도 더 익히려 애를 써가며 공부들을 해냈고, 중간에서 형님 아우하며 머리를 맞대고 힘을 보태서 이야기택시 알리기에 힘을 모아준다. 같이 실력을 키워가는 동시에 이야기택시가 잠깐 반짝하고 없어지거나 유야무야 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한 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며 가고 싶다는 게 발족 멤버들의 바람이라고 전화로 자리를 같이하지 못한 세 형님에게 전화로 인적사항을 확인하며 취재 이야기를 건너 전하며 남 기사와 임 기사가 새삼 확인을 거듭해 준다.
작년 여름 이야기택시 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카페가 통해 이야기택시를 이용한 고객들이나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들에 의해 아름아름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카페를 방문하는 방문자 수와 회원으로 가입하는 숫자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어 이야기택시 기사로서 기운도 나고 더 잘해야겠다는 의욕도 생긴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은다.
가장 안동다운 것 보여주는 게 최고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제일 안동하면 제일 많이 떠올리는 찾는 곳이 하회하고 병산서원이라고 한다. 영국여왕의 방문과 세계자연문화유산마을 지정,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유산 답사기 덕분에 밖으로 제일 많이 알려진 게 하회와 병산서원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하회마을이 유명한 줄은 알지만 하회를 제대로 알고 구경하고 가는 이는 많지 않은 게 또한 사실이 아닐까 한다고 남석주 기사는 말한다.
“하회 마을은 부용대에 올라가야만 왜 하회인지 그 참맛을 알 수 있는데 이를 알지 못하는 이들도 많고 여건이 허락되어 간혹 부용대에 올라갔다 하더라도 하회 마을을 휘돌아나가는 물돌이동의 전경을 보고 가는 데 그치는 이가 많아요. 그런데 한번은 외국인 손님이 하회마을 보고 싶다고 해서 나룻배를 타지 않고 산등성이를 타고 걸어서 부용대로 안내를 했더니 부용대에서 내려다 본 마을 전경에 한 번 탄복하고 통역을 통해 하회마을의 유래를 알고는 너무 인상 깊어 하는 거예요. 외국인 손님이 탑승할 경우에는 문화원을 통해 전화로 통역 담당으로 계신 전문 통역사 분들이나 자원봉사 형식으로 등록을 해 두신 분들 중에 연결을 해서 통역을 부탁드리는 데, 그날도 전화로 통역을 사이에 두고 설명을 하자니 아무래도 미진한 부분이 있었는데 마침 아들과 함께 고향을 찾았다가 하회에 들른 캐나다에서 온 교포 분이 있어 그분들이 자연스레 통역을 해 주셨는데 그분들도 하회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토역을 하면서 덕분에 하회를 정말 인상 깊게 기억하게 될 것 같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잊지 못할 고향 방문이 되었다고 덕분에 아들이 한국에 관한 좋은 기억 하나를 가지게 되었다고요. 그럴 때 솔직히 보람을 느끼지요. 다른 좋은 곳들도 많은데 하나라도 더 안내해 드리고 싶고 그분들이 원한다면 이야기 한 자락이라도 더 들려주고 싶고 그래요.”
“이야기꾼들이 먼저 이야기에 취해야죠”
이야기택시를 운영하면서 손님을 안내하면서 느끼는 건 그냥 일반 손님들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내려다 드릴 때하고는 또 다르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 안동 관내를 다닌다는 건 같지만 손님들에게 내가 안동의 곳곳을 한 곳이라도 더 보여드리고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늘 다니던 길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고 택시를 멈추고 그 흔적을 더듬게 되고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려고 절로 발품을 팔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하회나 병산 서원 말고도 도산서원 같은 서원 이야기며 그에 얽힌 퇴계선생 이야기도 그 후손인 이육사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투사와 열사들을 배출한 안동에 관한 이야기와 아흔아홉칸 종가를 팔아 독립운동을 했던 석주 이상룡 선생 일가 이야기와 임청각 이야기도, 퇴계선생 제자라는 이유보다 선조 임금의 명으로 임진왜란 전 사신으로 갔다 와서 했던 전쟁의 기미를 찾지 못했다는 보고로 더 유명해진 김성일과 의성 김씨 내앞 마을 운천종가 이야기, 오천 마을 사람들은 군자 아닌 이가 없다는 칠 군자로 유명한 외내 광산 김씨와 군자리에 얽힌 이야기, 그 외에도 골골이 숨어들어 있는 종가와 집성촌 양반들의 이야기도 이야기꾼의 흥을 돋우고 여행객들의 발을 잡는 이야기들이다. 농암 이현보와 애일당 이야기, 김계행의 묵계서원과 만휴정 이야기, 정하동의 400년 후 되살아난 이응태의 부인 원이 엄마의 애절한 편지와 머리카락으로 삼은 짚신 한 켤레와 귀래정 이야기, 안동시 길안면 산달리의 월성이씨 집성촌 마을의 몰락과 용소 이야기는 나그네의 마음을 흔들고 눈과 귀를 잡는다.
안동의 골골에 이렇듯 이야기가 들어앉아 있다는 것을 이야기택시 기사들도 스토리텔링 과정을 시작으로 안동의 문화유적지를 발로 돌아보고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안동에 살면서도 잘 몰랐던 이야기들이 많았다는 것에 놀랐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들어 내 걸로 만들어 손님들에게 들려주는 기쁨을 이야기택시를 몰면서 새록새록 몸으로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이야기꾼이 먼저 이야기에 취한 셈이라고 이야기택시 기사들은 말한다. 내가 놀 줄 알아야 남과 더불어 놀 수 있듯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가 이야기 자락 곳곳에 숨어있는 긴장과 재미를 알아야 굽이굽이 장단을 엮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할까 아마도 그런 말일 듯싶다.
한달에 한번은 현장답사
이야기택시를 이용하는 이들이 주로 외지에서 와서 택시를 대절해서 안동을 둘러보기를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주로 하루 단위로 예약을 해서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손님이 원하는 관심사를 위주로 하면서도 안동 일대를 의미 있고도 알차게 둘러보고 갈 수 있도록 코스 선정에서부터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오랫동안 안동 관내에서 택시 영업을 하면서 쌓여진 이야기택시 기사 분들의 경험과 이야기꾼으로서의 욕심이 잘 어우러진 코스를 개발해서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운영을 하고 있는데,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생각될 수도 있지만 외지에서 와서 자자용이나 버스가 아닌 관광택시로 관광을 다니는 분들의 경우 대부분 여유가 있는 분들이고 문화재나 우리 역사에도 관심이 많은 분들이 주가 되는데, 통상적인 하루 일당에 명품 이야기꾼의 재미난 이야기와 더불어 안동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다른 곳에서 운영하는 관광택시와 비교해 봤을 때 결코 비싼 것은 아니라는 게 이야기택시 기사들의 입장이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이야기꾼이 되고자 택시 운행을 하는 틈틈이 자투리 시간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야기택시 기사들은 어느새 안동의 다른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나서 은근히 자신도 이야기택시 기사로 입문할 수 없냐고 물어오는 이들도 있다. 이야기택시가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는 징조라 좋기도 하지만 아무나 진짜배기 이야기택시 기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새로운 회원을 받아들이기가 아직은 조심스럽다.
회원들의 경우 2009년 강좌 수강부터 시작해서 일 년 이상을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며 문화재 공부부터 시작해서 어느 정도 기본 실력을 갖추고 나서야 이야기택시 기사 발족을 하고도 막상 현장에 가면 공부가 부족한 점을 새롭게 느껴서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답사와 스터디는 물론이고 다들 개인적으로 안동의 지명유래를 다룬 책에서부터 안동의 근현대사 책까지 구해서 시간 나는 대로 공부를 해도 아직 명품이야기꾼이 되려면 멀었다 싶은데, 새로 들어오려는 이들도 어느 정도 기본을 쌓은 후에 들어와야 되는데 이야기택시라고 차별화해서 운영을 하는 것만 보고 막연히 나도 하면 괜찮겠다 싶은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몇 달째 같이 회원들을 따라 다니면서 답사도 하고 문화강좌도 수강하면서 나름대로 안동에 관해 공부를 하고 있는 동료 기사가 있다고 한다. 그도 옆에서 지며보면서 하루아침에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닌 과정이라는 걸 알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데 성과가 좋으면 언젠가는 이야기택시 기사 동아리의 일원이 될 지도 모른다고 임성대 기사가 말하자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초심 그대로 열심히 공부를 해서 어느 정도 회원들의 수준을 따라와야만 될 거라고 다짐을 받는다.
회원들 스스로가 초심을 놓지 않고 실력을 다지기를 바라는 남석주 기사의 동아리 장으로서의 깐깐한 기준이랄까 그런 게 느껴졌다. 조급하게 서두르다 동티날까 저어하는 마음 같은 것도 아마 있을 것이다.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오래 제대로 준비해서 정말 전국에서 알아주는 명품 이야기택시로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 그건 회원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미진한 점도 많지만 다들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고 궁리하고 열심히 발품을 팔고 다니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일 테다.
타지역에서도 벤치마킹, 뿌듯합니다
간혹 시내에서 이야기택시에 올라타다가 무심코 이야기택시 로고를 손님들이 이야기택시가 뭐냐고 묻는다. 그래서 설명을 해 주면 ‘나도 가는 데까지 이야기 하나 해 줘 보소!’ 하는 손님들도 있다. 그러면 손님이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길목에 있는 유적지, 예를 북문동에 있는 태사묘라든가 제비원이라든가 길안 산달리의 용소를 지나며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손님 입장에선 덤으로 이야기 한 자락을 얻어 듣고 내리는 행운을 얻는 셈이라 다들 즐거워한다.
발이 달린 이야기꾼을 실은 택시 이야기가 한 발 한 발 달리기 시작했다. 안동의 이야기택시 기사 이야기가 한 둘 개인 블로그나 검색을 통해 간혹 든다 했더니 얼마 전 남해군청에서 전화가 왔다. 남해군에서 문화안내 관광택시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야기택시 기사 분들이 어떻게 운영을 하고 있는 지 견학 겸 안내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담당공무원의 전화였다. 그리고 지난 6월 3일 남해군청 담당자들과 택시기사분들이 안동 임청각을 찾아왔다. 남석주 기사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임청각 이야기와 이야기택시 태동부터 지금까지 기사들의 문화재 공부와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돌아갔다. 아직은 시작이지만 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가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이야기택시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음이다. 10년 후쯤 명품이야기꾼으로 우뚝 선 이야기택시 기사 남석주, 임성대 라는 타이틀 기사가 뜬대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청하는 이가 있으면 또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게 이야기꾼의 생리이다. 이야기택시 기사들은 언제든 손님이 부르기만 하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기꺼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도 도깨비 이야기보따리 속에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이야기들을 가득 쓸어 담으면서 말이다. 안도 이야기 한 자락 듣고 싶다면 이야기택시를 검색해 볼 일이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