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콜레라의 공포, 애타는 농가(글/이정희)돼지콜레라 공포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한번 발생하면 해당 농장에서 사육하던 돼지가 수십마리든 수백, 수천마리든 모두 도살해야 하고 수출길도 막혀 버리기 때문에 축산업이 받는 타격은 엄청나다.
정부는 농가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돼지콜레라는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며 돼지고기 소비 촉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여전히 엄청난 양의 돼지고기가 수입되고 있고 음식점에서는 소비자들이 수입 삼겹살을 국산으로 속고 먹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현실이다.
정부의 방역체계 헛점
지난 3월 하순 전북지역을 시작으로 경남과 경북, 충북, 경기도에 이르기까지 돼지콜레라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3월 28일 현재 돼지콜레라 발생이 확인된 곳은 6개 시. 도 20개, 시. 군 42개 농장에 달한다. 경북 북부지역에서도 상주와 영주지역 축산농가에서 돼지콜레라가 확인됐다.
그런데 이번에 돼지 콜레라가 발생한 농장의 대부분이 한 농장에서 씨돼지를 분양받은 것으로 밝혀져 그동안 난리를 떨었던 정부의 방역체계에 큰 헛점을 드러냈다.
돼지콜레라는 현재 치료방법이 없고 감염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국제수역사무국이 지정한 A급 질병이고 국내에서도 법정 제1종 가축 전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일단 돼지콜레라가 발생하면 해당 농장의 돼지는 모두 도살 처분해야 하고 6개월 동안은 입식이 제한돼 사실상 휴업에 들어가야 한다. 발생 농장에서 반경 10km 이내의 위험지역에 있는 돼지는 최소 40일 동안 이동이 금지되고 10km 이내 경계지역은 최소 15일 동안 이동이 통제된다. 사람과 차량, 심지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물건조차 외부로 이동할 수 없다. 해당 농가는 돼지를 도살처분하면 시가로 보상받을 수 있지만 인근지역은 아무런 보상이 없다.
돼지 출하가 지연되면서 사료비는 늘고 육질은 떨어지고 자금 압박은 점점 심해져 결국 도산 위기에 놓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큰 재미를 봤던 돼지고기 수출이 한꺼번에 중단된다는 것이다. 지난 2천년 구제역 발생으로 수출이 중단됐다 이제 겨우 조금씩 재개되나 싶었는데 또 다시 돼지 콜레라가 발생해 수출길이 막히게 됐다.
돼지고기는 최종 예방접종 후 1년이 지나야 국제적으로 돼지콜레라 청정국 허가를 신청할 수 있고 이 과정을 통과해야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애타는 양돈농가
축산농가와 육가공업체의 타격은 엄청나다.농림부와 농협, 각 자치단체는 혹시 하는 불안감으로 소비부진을 우려해 돼지고기를 먹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돼지콜레라는 세균에 의해 사람에게 발병하는 콜레라와는 달리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인체에 전혀 해가 없어 돼지고기 식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출 중단으로 사육 마리 수가 급격히 늘면서 산지 돼지 값은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15만원 선에 불과하고 돼지고기 재고량은 전국적으로 만톤이 넘는다고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축산농가를 돕자는 것이다.
국내 양돈산업은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는데 이상하게 외국에서 들여오는 돼지고기 수입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무려 7만톤의 돼지고기가 수입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5천톤, 지난 2월에는 3천톤이 수입됐다. 이 가운데 3분의 2 정도는 삼겹살이다.
요즘 일반 음식점 가운데 상당수가 값이 싼 수입 삼겹살을 쓰고 있다고 한다. 판매가격은 낮추지 못할 망정 원산지까지 속여서 팔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돼지콜레라 파동을 겪고 있는 양돈농가의 심정이 어떨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