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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사나이,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권우성(글/천남희_객원기자)

사랑방 편집실에서 권우성 기자(오마이 뉴스 사진부 부장, 42세)가 안동사람이니 취재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혹시나 내가 알고 있는 후배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확인을 해 보았다. 지인을 통해 확인되는 순간 놀람과 반가움과 함께 참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기억들로 가슴이 설레었다. 필자와 그는 안동대 신문사 선,후배 사이다. 대학시절 우리의 젊음과 열정을 쏟아 부었던 신문사 기자 생활들, 최루가스 마셔가며 다녔던 취재들, 한참은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다. 그러고 보니 필자에게도 나름대로 정의를 외치고 사회모순을 비판하며 기사를 쓰고 토론하던 때가 있었다. 함께 했던 선배들과 동료기자들, 그리고 후배들, 지금의 삶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얼굴들이다. 전문 기자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가 있다는 사실에 우선 반가웠고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던 터라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정확히 22년만의 만남이었건만 신문사에서 막 편집회의를 끝낸 것 마냥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며 그도 나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세월을 되돌렸다. 대학 신문사에서 함께 했던 이야기로 한참 회포를 푼 후에야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 사무실이 있는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 비즈니스 타워에서 참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 이야기, 그의 회사 이야기, 안동 이야기……. 그러면서 느낄 수 있었다. 대학시절에도 패기와 열정으로 열심이던 그가 이제는 전문기자로서 사명을 가지고 끊임없이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며 소신을 가진 언론인이 되어 있음을. 이번 호에서는 그와 나눈 이야기를 필자의 의견을 달지 않은 채 그의 말투 그대로 옮기려고 한다. 그의 진솔한 삶의 모습과 생각을 독자들에게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제가 처음 기자의 길로 들어선 아니 사진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이 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러니까 1988년에 안동군청 앞에서 농민 집회가 있었어요. 율세동인 우리 집에서도 가깝고 아버지께서 군청에 근무하셔서 구경을 갔었는데 우연히 사진을 찍는 여기자를 보게 되었지요. 최루탄 터지는 전쟁터 같은 상황에서 용감하게 취재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그날 저는 최루가스 때문에 군청 앞에서 문화회관까지 거의 기어가다시피 했었는데. 그 무렵 텔레비전에서도 이미연이 학보사 기자로 나오는 ‘사랑이 꽃피는 나무’ 라는 드라마를 상영하기도 했었는데 그 영향도 받았었구요. 그 후 막연히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안동대학 화학과에 진학했었고 한 달 정도 대학생활을 하였을까 대학신문사 수습기자 모집 공고가 나서 지원했고 기자가 되었지요. 나중에 서울 와서 기자들 스터디 모임에서 그 여기자를 7년 만에 만났어요. 기억 속 인물과 모습이 일치해서 물어봤더니 그 선배가 자기가 안동 취재 갔었다고 얘기하더라구요. 그 당시 서울여대 학보사 사진기자였다고 하데요.

지금의 정보화시대와는 달리 산업화 시대에는 사진이라는 것이 어떤 행사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기념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빌려 찍었잖아요. 지금이야 핸드폰 하나로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모든 것이 해결되지만 필름을 사용하던 80년대에는 그래도 생활이 좀 여유로워야 카메라를 가질 수 있었고 저 역시 신문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사진을 찍어본 기억이 거의 없었지요 뭐. 신문사에 들어가서 사진부 선배가 ‘누가 사진 찍을래? 하기에 제가 하겠다고 했어요. 전공도 화학이고 그때 상황으로는 제 생각에 사진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사진을 배워보니 너무 재미있고 제 적성과도 잘 맞았어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겨 그때부터 나름대로 열심히 사진에 대한 공부를 했지요.

신문사에서 여러 가지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어 볼 수 있었고 필름도 무한정 쓸 수 있게 해줬어요. 신문 인쇄하러 대구 출장 갔을 때 필름을 넉넉히 사오고 현상도 신문사에서 암실을 만들어 놓고 했으니까 배우기에 좋은 환경이었죠. 3학년 때인 91년도에 민속학과 학생이 시위도중 분신을 한 사건으로 안동 대학에 세상의 관심이 집중 되었을 때 전국 대학생 기자연합회 영남지부 의장을 제가 맡았었어요. 그러면서 전국으로 의장단 회의를 다니며 다른 대학으로 취재도 가고 모임도 했었지요. 그때 당시 기자연합회 부서별 전국모임이나 사진기자 모임 등이 활성화 되어 일반 기자들 불러 놓고 강의도 듣고 견학도 백여 개 넘는 대학들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신문사에서도 활동비 지원 등 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만들어 줬고 조건이 여러 가지로 좋아서 많이 배웠어요. 비록 전문적인 강의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대학 기자들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나름대로 사진 기술들을 배웠지요. 사진과 관련된 책이 안동시내에 있는 서점에 들어오면 제가 다 샀고 없는 것은 서울로 와서 사서 보기도 했어요. 가끔은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때당시 제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대학입학 후 학과에 적응하기도 전에 신문사 수습기자가 되었고 학기 중에도 안동에 없는 경우가 많아서 학점 관리나 학과생활은 제대로 못했어요. 사진이 좋아서 사진만 찍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좋은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잃은 것만큼 많은 것을 얻었고 지금은 제가 사진부 기자 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때의 제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군대 갔다 와서 4학년 2학기 때 안동 KBS에서 구성작가 하던 아는 선배가 그만 두면서 해보겠냐고 권했어요. 기자가 되고 싶었으니까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했지요. ‘6시 내 고향’ 하면서 봉화, 영양, 청송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했었는데 계속 직장으로 삼기에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사진부 기자를 뽑는 몇 군데에 원서를 냈었어요. 전문적으로 하는 얘들하고 비교도 안 되니 쉽게 취직이 되지 않았었는데 경실련 시민단체에서 발간하는 ‘시민의 신문’ 주간지에서 사진기자를 뽑는 공고가 났어요. 그때 사무실이 종로 5가에 있었는데 안동에도 태화동 삼거리에 사무실이 있어서 찾아갔지요. 신문을 보니 내용도 시민운동하고 비판적이라 대학 신문사에서 했던 거랑 별 차이가 없고 다르지 않아 졸업 무렵에 원서를 내 보았는데 합격했어요. 작은 외삼촌이 잠실에 살고 계셔서 1995년도에 큰 여행가방 하나들고 서울로 올라와 그때부터 사진부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시국이 안정되지 않았을 때라 거의 매일 저녁 늦게 들어가고 아침 일찍 출근하며 헬멧 쓰고 방독면 쓰고 종로를 뛰어 다녔어요. 종로 2가에서 사진 찍다가 시위대와 함께 동대문으로 도망 나오기도 하고 거의 밖에서 살다시피 했지요. 입사하고 그해 6월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어요.

경실련에서 한 7년 정도 일을 했는데 그때 현장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사진부 기자가 자기 회사에서 사진기자를 모집한다고 ‘선배 같이 해보지 않을래요’ 라며 권해서 오마이뉴스 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일하다 보면 기자들끼리 현장에서 자주 만나니까 서로 잘 알고 지내는 편이에요. 1월에 입사했는데 오마이뉴스가 2002년에 2월 22일에 창간되었으니 제가 거의 초창기 멤버인 셈이죠. 현재 저의 회사원이 약 90여명인데 그중에서 제가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해요. 처음에는 결혼한 사람이 거의 없어서 주말에도 일하고 연휴에도 거의 일만 했어요. 그게 장점이 되었지요. 열정도 끓어 넘쳤고... 그때만 해도 신문은 다음날 아침에 나오고 방송도 저녁이나 되어야 나오니까 우리가 취재해서 인터넷에 올리기만 하면 특종이 되었어요. 사람들이 안 볼래야 안볼 수가 없었고 기자들도 우리를 주목했었지요. 또한 공무원들이나 기업체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웠어요. 인터넷 신문이라 내용만 정확하면 바로바로 써서 올리니까 누가 손을 대거나 여론을 조작하지 못하니 쓰는 것마다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더라구요.

사진부 기자라 사진 찍으러 현장에 다니는 게 때로는 참 많이 위험해요. 시위하는 사진 찍다 보면 돌도 날아오고 의자도 날아오고 그래요. 시위대들과 경찰들이 서로 던지고 하니까 어디에서 찍든 위험하긴 마찬가지지요. 건물 무너진 곳에 가면 기둥 사이로 들어가서 찍기도 해야 하고 화형식 현장에서 사진 찍다가 화상을 입은 적도 있어요. 또 97년에는 시위현장 취재하다 경찰지휘관 지프차에 깔려 발목 복숭아뼈가 부서져 지금도 큰 흉터나 남아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은 일간지 2~3군데 보도된 큰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사진기자 일이라는 것이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한번은 건물 옥상에서 시위대 쪽에서 사진 찍고 있는데 경찰이 주먹만 한 돌을 던져 헬멧에 맞은 적이 있어요. 헬멧을 안 썼으면 맞아죽었거나 떨어져 죽었겠지요. 나중에 보니 헬멧이 깊이 패였더라구요. 요즘은 물대포 쏘니까 시위 현장 나갈 때 비옷 준비해서 나갑니다. 위험하긴 한데 제가 찍은 사진이 일간지에 실리거나 인터넷에서 조회 수가 수십만 건인 것을 보면 나름대로 뿌듯하고 보람도 느껴요. 언젠가 여중생들이 미군 탱크에 깔려 죽었을 때 대학생들이 파주에 있는 미군 기지를 습격한다는 정보를 듣고 취재하러 갔었어요. 학생들이 탱크위에 올라가고 철조망을 넘어가자 미군들은 총을 겨누고 있고 위험한 상황들이었는데 그 모습을 찍어서 평소처럼 인터넷에 올려놨어요.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후배가 평양 취재하러 갔다가 ‘노동신문’을 갖다 줬는데 거기에 제가 찍었던 사진이 실려 있더라고요.

사진은 그래요. 취재기자는 멀리서 봐도 되지만 우리는 찍어야 하니까 현장 안에 들어가서 목격하니까 남들 보다 먼저 알고 깊게 알 수 있어요. 처음 사진 찍을 땐 많은 사람들 앞이라 사람들이 의식이 되었지만 이젠 ‘내가 뭘 찍어야 하겠다’ 그것만 생각해요. 몰입도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사진의 내용이 다르지요. 똑 같은 현장도 찍는 각도에 따라 내용이 확연히 다르게 부각 되는 게 사진이에요. 시위하는 사진을 찍을 때 경찰 쪽에서 시위대를 찍는가 아님 시위대 쪽에서 경찰을 찍는가, 또는 앞에서 찍는 것과 시위대 속에 들어가서 뒷부분을 찍는가에 따라 다르지요. 예를 들어 현재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FTA도 시장 개방으로 자동차 수출이 좋아진다고 자동차 공장가서 활기차게 일하고 있는 사람을 찍으면 긍정적인 시각이 되고 농촌에 가서 폐가를 찍거나 농민들의 깊은 주름을 찍으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춰지는 것이 되지요.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 매체 성격에 따라 찍는 각도가 달라요.

일반 사람들이 우리 매체를 진보적이라고들 말해요. 보수보다는 열린 진보적인 색깔을 가지지만 건강한 보수인사들의 목소리도 수용하면서 균형 잡힌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노력하지요. 제가 지금 여기서 팀장인데(12월 13일 부장으로 승진함) 월급은 다른 조중동 신문사의 3분의 1정도일거예요. 그래도 내가 일하는 직장의 성격이 연봉이 아니니까 보람을 느끼며 만족합니다. 기자는 기자 개인으로 일을 해야지 회사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니까 언론인으로서 공익적인 역할이 더 중요하니까 여기서 일하다 보면 후배가 선배에게 대드는 것도 다반사고 또 그렇게 해야 소신 있게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초반에 가졌던 열기, 용기라든가 정의감 같은 게 희석 되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눈치 볼 선배는 없고 눈치 볼 후배만 생기는 거 같네요. 사진기자는 몸으로 뛰는 거니까 한 5년 더 있으면 팀장자리는 후배에게 물려주고 그 연륜에 맞게 저만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할 수도 있겠지요. 사실 우리나라는 사진기자가 젊은이가 많은 데 가까운 일본만 해도 50~60대 현장기자들이 많아요. 나이가 들면 현장에서 뛰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남들이 못 보는 현장들을 찾을 수 있을 건데 글쎄요, 집사람은 언제까지 일할 수 있냐고 걱정하는데 일단 지금으로서는 계속 열심히 하는 거지요 뭐.

<화제가 되었던 권우성 기자의 사진>
* 위로부터 2003년 8월 7일 오후 한총련 소속 대학생이 경기도 포천군 영중면 영평리 미8군 종합사격장(영평사격장)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사진. 후에 북한 노동신문에서 그의 사진을 실었는 걸 북한에 방문한 후배에 의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 2008년 6월 10일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현장. 일본에서 한국의 이 운동을 다룬 책자가 발간되었는데, 이 사진을 표지사진으로 썼다.
* 이명박 서울시장 취임 다음날 히딩크 감독과의 기념사진.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룬 직후라서 히딩크 감독의 인기는 대단했는데 행사장 출입은 시청직원과 취재진만 가능했다. 행사를 마지막 순서로 시장 및 직원들과 기념촬영이 진행되려 했는데, 갑자기 이명박 시장 아들과 사위가 먼저 기념촬영 한 사진. 보도 직후 한나라당은 자기 당 소속인 이명박 시장의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게 되었다. 이 사진은 현재까지 이명박 대통령 아들이 제대로 촬영된 유일한 사진으로 당시에도 국내 대부분의 매체에 사용되었고, 현재까지도 게재되고 있는 사진이다.

저는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사진을 찍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제가 처음 사진기자로 활동할 때 본받고 싶었던 외신기자 선배가 있었어요. 그 선배는 현장에 자주 보이지는 않고 큰일 있을 때만 가끔 나와 카메라 메고 어슬렁어슬렁 다녀요. 우리는 진짜 몸싸움 하면서 상황 따라 뛰어 다니며 사진 찍기에 바쁜데 그 선배는 한번 쓱 훑고는 한두 장 찍고 그리고 들어가더라고요. 그런데 그 다음날 사진 나오는 거 보면 사람들이 모두 ‘와아!’ 그러고 전 세계에 다 실려요. 그러니까 열심히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찍어야지요. 내가 뭘 찍어야 할지 아는 게 중요해요. 그때 당시 우리는 열심히 찍었고 그 선배는 잘 찍은 거예요. 새내기 때 많이 찍는 거는 일단 뭘 찍을지 모르니까 또 선배가 뭘 요구하는지 모르고 내가 열심히 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열심히 찍은 거지요. 현장에서 오래 보내고 연륜이 쌓이니까 뭐가 필요한지 알겠더라구요. 작년에 한 후배가 ‘선배 사진 보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슬금슬금 하는 거 같은데 언제 이런 사진을 찍으셨어요’ 라고 말해 주었을 때 기분이 좋더라구요. 취재 하면서 상황을 공감하면서 찍은 사진은 보는 사람도 사진에서 뭔가를 느끼지만 그렇지 않고 찍은 사진은 ‘잘 찍었어 구도는 잘 잡았네’라고 말하지만 느낌이 없지요. 연륜이라는 게 사진에 그대로 녹아 나오는 것 같아요. 모든 게 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요즘 들어 직급이 올라가니까 안동출신 언론인 모임이나 동문 등에서 연락이 많이 오는 편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혀서 만나다보면 공사 구분이 흐트러질 수도 있고 껄끄러운 상황이 될 수도 있어서 좀 피하는 편입니다. 우리나라 사회 병폐 중에 하나가 그런 인연으로 서로 감싸주고 덮어주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많잖아요. 그래서 가끔은 아쉽다는 생각도 하지만 굳이 만나서 좋을 것도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만나는 사람이 다 시민운동이나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이고 재야인사이고 여당보다는 야당이 많지만 지금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안동도 도청도 가고 규모가 커지면 살기 좋아질 수도 있지만 옛날 같은 안동 분위기나 안동색이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외지인들이 많아지고 안동사람이 소수가 된다면 결국에는 뭔가 변화가 있을 거잖아요. 혼란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요. 안동도 자꾸 뭘 개발하려고 도로를 닦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가꾸는 정도만 해도 가능성이 참 많잖아요. 제주 올레 길처럼... 대학 1학년 때 하회마을로 MT를 갔을 때 비포장 길로 고갯길을 걸어가는데 안개가 자욱한 고개를 넘어가니 초가집이 나와서 꼭 타임머신타고 조선시대에 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진짜 하회마을은 외국인이 많이 찾고 다녀와서 만족도도 높은데 차라리 다시 흙길로 만들어 걸어가면서 느끼는 정취로 하회마을의 가치를 더 부각시키면 어떨까 싶어요.

아직도 안동하면 갓 쓰고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 외지인들이 안동가면 도산서원 갔다가, 하회마을 갔다가, 찜닭 먹고, 거의 그게 다잖아요. 양반도시라고 알고 있는데 별 특색이 없어서 지역 특색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안동의 손 솜씨 좋은 주부들 모아서 개량한복 만드는 공장을 시에서 운영하며 지역 특산물로 팔기도 하고, 안동시내에 개량 한복 입은 사람이 많이 다니면 어떨까요? 안동시민에게는 한복을 싸게 구입하게 해 줘야겠지요. 많이 불편 할 수도 있지만 교복도 개량 한복식으로 입고. 농협이나 지역사회에서 결정해서 할 수 있는 지역 특색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문제는 안동도 나이든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젊은 사람들이 많아야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은 데, 그게 문제겠지요. 저도 떠나온 사람입장이라 이런 얘기 하는 게 제일 부담스러워요. 안동에서 기자 생활하면 제일 좋겠지요. 헌데, 매체 성격상 대구 경북 정서와 좀 다른 것 같아요. 기자라서 비판적인 기사 많이 쓸 건데, 친척 친구 다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인데, 그렇다고 좋은 면만 쓴다면 그건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것이지 직업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달라야 하잖아요. 나중에는 저도 안동 내려 갈 겁니다. 서울에 있을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안동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서울 올라와서 아토피가 생겼어요. 큰 애는 천식 작은애는 비염증세가 좀 있고. 결혼해서 경기도 일산에서 살다가 둘째 태어나면서 하월곡동으로 이사를 했어요. 뒤에 산도 많고 홍릉 수목원 옆이라 공기 좋을 것 같았는데 어차피 서울 시내라 공기가 어쩔 수 없나 봐요. 서울 살아서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본래 저의 고향이 풍천 가일이고 거기서 4살까지 살고 안동으로 이사 나왔어요. 저희 부모님은 현재 안동에 계세요. 아버지는 공무원 퇴직 후 국학진흥원을 거쳐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서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교육을 받으러 오면 서당식으로 강의도 하시고 관리도 하시고 그러세요. 옛날에 도산서원 초대 관장을 오래하셨고 한문과 서예 같은 것에 관심도 많으셨는데 자식 교육에 그리 강압적이지 않으셨어요. 그러니까 학교 다닐 때 제가 하고 싶은 거 다 했죠. 어머니는 지금도 농사철이면 가일 가서 농사일하시는데 아버지가 안계시면 버스타고 다니시기 너무 멀어서 제가 운전면허 따시라고 말씀드리고 있는 중이에요. 직업이 이렇다 보니 안동에 자주 못가는 편인데 시민기자들 덕분에 명절에는 꼭 내려갑니다.

우리나라가 굉장히 역동적인 나라에요. 조용한 날이 거의 없죠. 좁은 땅덩어리인데도 불구하고 큰 사건사고도 많고 기자들이 쉴 틈이 없어요. 저희 회사는 기사를 쓸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시민기자들(12월 15일 현재 68425명)이 있어요. 그 기자들이 새 소식이나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들을 인터넷에 올리지요. 그럼 일반인들이 기사를 보고 마음에 들면 점수도 주고 1인당 최대 3만원까지 원고료를 지급하기도 해요. 기사를 보고 거기에 댓글을 달 수 있는 제도도 저희 회사에서 처음 시도 했어요. 이전에는 기사를 보기만 했었지만 이제는 기사에 대한 의견을 달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대중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감하고, 위로하며, 소통하고자 하는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지요. 새로운 소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남에게 전하고 싶은 모든 시민들이 시민기자들입니다. 전국 모든 곳에 주재 기자가 없어도 모든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시민기자들의 활약 때문입니다. 우리의 든든한 빽이기도 하지요.

언젠가 전문적으로 사진 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포기 했는데 일단 등록금이 비싼 것도 있고 이론 적인 것은 책으로 공부하면 될 것 같고, 내가 현장에서 하는 일을 거기서 강의로 듣는 것이어서 그것에 들이는 돈과 시간과 학위라는 게 제가 지금 하는 일에 크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았어요. 우리 사회에서 학위가 중요하지만 제가 20~30년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그 학위 한 장만큼 대접 못 받는 상황이라면 별로 미련이 없어요. 지금까지 찍은 좋은 사진들이, 앞으로 제가 현장에서 찍을 사진들이, 제겐 더 소중합니다.

안동이라는 작은 도시에서(서울에서는 서울 외에는 모두 시골이라 부르죠) 태어나 대학까지 다닌 어떻게 보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활을 하다가 서울이라는 큰물에서 활동하다 보니 많은 한계도 느꼈습니다. 스스로 익힘이 부족한 부분은 물론 말할 필요가 없구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쉽게 좌절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려가는 것이죠.
“행복해지길 두려워하지 말자!”
요즘 유행하는 말로 ‘쫄지마!’와 같은 뜻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