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들의 삶을 돌이켜 확인시켜주는 장, 제사(글/권두현)살아오면서 늘 의문이었던 것은, 왜 보이지 않은 대상에 대하여 그리 공손히 예를 표하는가였다. 보이는 것, 가까운 것에도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서!
민속학을 공부하면서 제사, 의례가 인간의 삶에 어떤 기능을 하고, 소위 대동사회에 어떻게 기능하는 것인가를 공부하였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최근 이러한 의문을 푸는 나만의 방향을 찾았다. 하나는 제를 지내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고 다른 하나는 보이는 대상이 보이지 않은 대상과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보이는 대상이 보이지 않은 대상과 다를 게 없다는 나만의 생각은 시작이 없는 나만의 질문과 답이므로 열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제를 지내는 사람에 대한 관심은 나에게 제사 그 현장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외경 - 문화라는 의미론적 이해로 순응
어려서는 알지 못했지만 안동에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참으로 제가 많다. 개인적인 발원에서부터 동제(洞祭), 성주 안택, 집안 신이라 할 수 있는 가신, 그리고 일을 할 때마다 지내는 고사, 기우제, 용왕제, 망자굿, 내림굿 등의 제(祭)와 유교적 의례라 할 수 있는 향사, 조상제사, 불천위제, 석천대제, 현빙제 등의 국가적인 제, 문중제사, 시사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실제 문화의 대부분이 제사에서 시작되어 제사로 끝난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리라.
이러한 제사현장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사를 목적으로 의식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 제사의 절차를 논하고, 제사의 형식을 논하고, 제사에 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가를 주목하여 본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면에 대한 잘 알지 못하기에 그저 보고 느끼는 것에 충실하고자 한다 -욕심을 부려 사진을 열심히 찍지만. 그리고 필자는 제사의 절차를 중시하여 이리저리 고민하시는 분들부터 시작하여 그저 마음만으로 깨끗한 물 한그릇에 신심을 다하는 할머니를 만나면서 제를 지내는 사람들에게 한결같은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굳이 그것은 표현한다면 그것은 외경(畏敬)이었다. 그것은 인간이 매우 보잘 것 없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자연(?)이라는 흐름속에 문화라는 의미론적 이해로 순응하고 함께 동승하고 싶은 바램인 것이다. 흐르듯 이루어진 무엇을 바라는 것이지 역류하여 거슬러 오르지 않으려는 시도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속에는 신중함이 있고 적절한 방만과 함께 오는 고요가 있는 것이다.
어떤 제(祭)가 더 경건하고 어떤 굿판이 덜 중요한 것은 없다. 제를 지내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나오는 형식과 표현의 다름이 있을 뿐이다. 동제를 보면 풍물을 치는 마을도 있고, 풍물을 치지 않고 제상만 두고 조용히 지내는 마을도 있다. 과거에는 풍물을 쳤지만 지금은 풍물없이 조용히 지내는 마을도 있다. 그러나 제를 지내는 사람은 모두 같다.
석전대제를 지낼 때도, 향사를 지낼 때도 불천위 제사를 지낼 때도 그들은 한결같이 삼베도포를 입고 담소를 나누다가 분정을 하고 조용하게 제를 지낸다. 절차상의 다름이 있지만 그것은 전체적인 흐름에서 볼 때 큰 차이가 아니다. 그것을 애써 주목할 때만 큰 차이일 뿐이다. 제를 지내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은 대상에 대한 외경은 언제나 같다.
제사에서 확인되는 그의 삶
상대적이지만 안동에는 다른 지역보다 제(祭)가 많다. 특히 유교적 의례가 많다. 그것은 왜인가. 처음 필자는 이것이 안동의 유교적 고집이라고 보았다. 안동만의 유교문화 속에서 생성된 처사(處士)적 관심에서 이루어지는 세계관적 실천이라고 보았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을 전체적인 성향으로 보편화 시킨다는 점에서 조금의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덧붙이고 싶은 결론은 제사를 지내는 사람 개개인은 제사를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며 제사는 그러한 장이라는 점이다.
제를 지내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그 제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 제사에 자신이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여전히 우리는 제를 이렇게 이어가고 있다는 점 곧 우리가 중시한 문화적 형식인 제사를 전통적 맥락에서 이렇게 지내고 있다는 점을 흐뭇해 한다. 제사가 가진 본래 의미보다, 유교문화 맥락에서 지켜져야 하는 고집을 통해 자신의 삶을 확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떤 문화이건 그 문화를 향유하는 주체들의 삶의 가치를 돌이켜 확인시켜 주는 작업이 없다는 그것은 독재의 문화이다. 다양한 삶의 형태속에서 자신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문화적 장치야말로 인간을 위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최소한 지금 안동에서 행해지는 많은 유교적 제사는 지금 안동사람들의 고집이자 그 고집을 지켜온 사람들의 삶을 확인시키는 장치라고 판단된다.
지금 제사에 젊은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이것 역시 변화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가꾸고 이어가고 싶은 의지, 흐르는 것은 흐르는 대로 두고자하는 관조, 안동문화의 고민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