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이 넘치는 도시, 안동에 반하다(글/마에카와 사유리_오사카 네야가와 거주)
한류로 시작된 관심
‘한국’이라 하면 흔히들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합니다. 바로 옆 나라이지만 저는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몰랐고 딱히 관심도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에는 지금도 본명을 숨기고 일본식 이름인 가명으로 생활하고 있는 한국 사람이 많다는 점,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서 일본어만 할 수 있는 교포 3, 4세의 사람들이 외국인 취급을 받아서 납세의무는 있는데 선거권은 없고, 공무원이나 교사가 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결혼이나 취직에 관해서도 차별과 편견이 있다는 점 등 이러한 현실이 일본과 한국의 관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고 느낀 것이 드라마가 히트하기 시작한 즉 ‘한류’바람이 불면서 부터였습니다. 처음에는 중년층의 여성들이 중심이었지만 요즘에는 전 세대에 걸쳐 퍼져있습니다. 저도 드라마와 영화를 보게 되면서 지금까지 알 기회가 없었던 닮은 듯 다른 한국 사람들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답니다.
한국어강좌를 통해 본격적으로 알게 된 한국
그 무렵, 제가 살고 있는 오사카의 네야가와시에 ‘언어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자’는 한국어 강좌가 개강을 했습니다.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한국어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일본과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면서 직접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처음으로 갔던 한국 여행은 아버지와 둘이서 3박 4일로 갔던 제주도 여행이었습니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만, 역시 한글을 읽지 못한 점이 낸 아쉬웠습니다. 이후에도 여동생과 조카에게 권해서 같이 한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공부하고 있는 한국어를 써보고 싶어서 자유시간이 많은 패키지를 택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에 같이 갈 사람이 없어지니 과감하게 혼자서 한국에 갈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혼자 여행하게 되면서 사람에게 길을 물어볼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그때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나 친절할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일본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대해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길을 물어보면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거나 직접 못가면 다른 분에게 부탁을 해준다던가 어떻게해서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분들의 친절을 잊을 수가 없네요. 저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런 경험을 했고 한국의 문화와 전통, 그곳에 사는 남을 헤아리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2년 전 4월, 처음으로 아버지, 여동생과 저 이렇게 세 명이 서울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이동할 때 택시를 이용했죠. 저의 서툰 한국어를 싫은 내색 하나 없이 들어주고 맛있는 고깃집도 소개해주고 참으로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서 아버지와 동생도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하회마을 풍경에 감동
안동 하회마을을 처음 방문한 것은 작년 7월입니다. 일본에서 취미생활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 민화’교실의 친구들 세 명과 하회마을 외에도 공주박물관, 부여와 서울을 돌아보는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고속버스와 고택의 숙박, 호텔의 숙박을 모두 예약해 두었었죠. 하회마을에서 민박을 하며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조용한 마을에 감도는 분위기에 마음이 씻기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부용대와 병산서원에서는 자연과 사람들의 삶이 공존하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안동에 갔던 이유는 한지와 안동삼베를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다음 날은 유성온천에서 머물 예정이었죠. 그런데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보고 난 후 안동시내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안내소의 사람이 택시를 불러주어 안동삼베를 파는 가게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때도 저의 서툰 한국말을 택시 기사분이 들어주었고 가게의 점원에게 통역까지 해주어 보자기용의 삼베를 쉽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고속버스 출발시간까지 조금의 여유가 생겨서 안동소주박물관에도 들렸다가 무사히 버스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여행정보가 많으면 더 즐거울 안동여행
그때의 친절이 고마워서 더욱더 안동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지요. 서울은 여러 번 간 적이 있지만 한국의 민화를 배우기 시작하고부터는 특히 전통과 역사를 느낄 수 있고 자연의 풍광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안동에 반하게 되어 혼자서 방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중에는 저처럼 서울 이외의 도시에도 흥미를 가지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다만 정보가 별로 없어서 가보고 싶어도 여의치 않는 사람이 많지요.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사람은 되도록 한국어를 더 많이 써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일본어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는 곳 즉, 일본 관광객이 적은 곳에 가고 싶어 합니다.
안동은 넓은 도시라서 당일이나 1박 정도로는 다 돌아보기 힘듭니다. 숙박시설에 대한 정보가 좀더 있었으면 2박 3일이나 3박 4일 정도로 천천히 돌아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도 안동에 대해서 모르는 곳이 많아 당분간은 계속 안동을 다녀볼까 생각 중입니다. 한동안은 안동의 매력에서 벗어나기 힘들테니까요.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40호>
마에카와 사유리
오사카부 네야가와시에 거주하는 마에카와 사유리 씨는 중학교 국어교사로 20년간 근무하다 명예퇴직 후 지금은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많은 현재의 생활에 무척 만족하며 산다는 그녀는 여행을 좋아하고 한국의 민화 그리기도 좋아한다고 합니다. 한국어 강좌를 통해 우리말도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하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기간을 포함 작년에만 1년에 여덟 차례나 방문할 정도로 안동에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방문 때마다 하회마을을 꼭 둘러본다는 마에카와 사유리 씨는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의 열렬한 팬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