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친구들과 함께 떠난 일본 시노모세끼 여행(글/문태현_안동시 금곡동)
여행을 출발하며
지난 3월 1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시모노세끼 주말여행을 떠났다. 고등학교 친구들로 구성된 토산회 회원 8명이 참여하였다. 저녁 6시 30분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훼리호에 몸을 실었다. 다음날 아침 8시에 시모노세끼 항에 도착하므로 아예 호텔에 숙박한다는 기분으로 느긋하게 승선했다. 훼리호는 평범한 여객선이지만 비교적 양호한 대중목욕탕을 갖추고 있어 그런대로 불편 없이 여행할 수 있었다.
시모노세끼는 야마구치현 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로 서부 일본의 육해교통의 십자로에 해당하는 곳이다. 1905년 일본에 의해 부관연락선(釜關連絡船) 항로가 개설된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일본의 한국 및 대륙침략의 통로가 되었던 곳이다. 시모노세끼는 일본역사 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유서 깊은 도시다. 700년간 일본을 지배해온 사무라이시대가 개막된 곳인 동시에 그 막을 내리는 명치유신의 시발점이 된 곳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곳은 일본인들로 하여금 한국침략의 단초를 제공한 시모노세끼 조약을 체결한 곳이기도 하다. 이 조약은 청 · 일 두 나라가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전쟁을 일으켜 청국이 패하자 청국의 이홍장과 일본의 이토히로부미가 체결하였다. 조약의 골자는 청은 조선의 독립을 인정하고 일본은 조선에 대한 정치적 · 군사적 · 경제적 지배권을 행사한 데 있었다. 이를 계기로 조선의 국운은 나날이 기울어져 급기야는 36년간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되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우리와는 지척의 거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얽히어 있지만 정작 필자에게는 일본은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었다. 한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록 짧은 여행이지만 일본의 한 구석이라도 들여다보고 싶어 이번 여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카마신궁과 죠후마을
시모노세끼에 도착하자마자 아카마신궁으로 향했다. 이 신궁은 안토쿠왕을 모시는 신궁이다. 안토쿠왕의 애잔한 역사는 바로 사무라이 역사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12세기 일본은 라이벌 관계인 다이라(平家)와 미나모토(源氏)라는 두 무사 일족의 싸움이 전개되었다. 이들은 교토의 황실 지배권을 두고 서로 다투고 있었다. 두 가문의 싸움은 겐페이(源平) 전쟁(1180~1185년)으로 확대되었다. 1159년 다이라 일족은 미나모토 일족을 교토에서 몰아내고 일본을 지배하였으나, 1185년 미나모토일족은 단노우라만에서 다이라 일족과 결전을 벌였다. 이 결전에서 다이라 일족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그 우두머리 대부분은 바다에 뛰어들어 자결했다. 이때 다이라 가문의 기요모리 외손자인 8살 난 안토쿠왕은 외할머니 품에 안겨 바다 속으로 뛰어 들게 된다. 당시의 모습이 동상에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그때 외할머니는 외손자를 품에 안고 용궁에는 아름다운 천국이 있으니 함께 가자고 말하였다고 한다. 당시 외할머니의 심정이 어떠하였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찡하다.
이들 두 무사집단의 대결이 바로 일본 사무라이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원래 사무라이는 귀족 출신인 무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12세기에 권력을 장악하여 1868년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때까지 일본 정치를 지배한 무사계급을 지칭하는 말이다.
사무라이들은 3가지 특권과 불문의 행동규범을 가지고 있었다. 3가지 특권이란, 일반인이 사무라이에게 누를 범하였을 경우 그 자리에서 목을 벨 수 있는 특권과, 칼을 허리에 차고 다닐 수 있는 특권, 그리고 성(姓)을 가질 수 있는 특권이 그것이다. 사무라이들에게는 이러한 특권이 부여되는 동시에, 특권을 누리는 자로서 지켜야 할 행동규범 또한 엄격했다. 이 행동규범은 뒤에 일본 무사도(武士道)로 정립되어 용기, 명예, 개인적 충성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무라이 정신으로 승화발전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불명예나 패배를 당했을 경우에는 할복자살을 택하는 것이 제도화되었다. 이러한 사무라이들은 1868년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 봉건제도가 공식적으로 철폐되면서 특권적인 지위도 사라지게 되었다.
아카마신궁을 나와 바로 죠후마을로 향했다. 이 마을은 500년 전 일본 무사정권시대 대표적인 사무라이마을이다. 메이지유신 발발의 무대가 되었고, 오래된 신사와 사원이 많은 곳이다. 이 마을 안에 있는 죠후모리저택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하며 한 때 메이지 천황이 사용한 곳이다. 일본 전통 가옥과 잘 정돈된 정원수 그리고 깨끗한 거리가 인상적이다. 정갈한 하천이 마을을 휘감아 돌고 청둥오리와 비단잉어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한마디로 맑음과 여유가 넘쳐나는 공간이다. 단아한 일본 전통 가옥과 잘 정돈된 정원수, 깨끗한 거리가 너무나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공산사가 나온다.
공산사는 일본 무인정권의 시작인 가마쿠라 막부시대에 창건된 일본의 국보급사찰이다. 이 사찰은 1800년대 시모노세끼 80명의 무사들이 여기에 모여 일본천황을 재 옹립하고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리고자 모의를 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 모의를 바탕으로 메이지유신이 시작되었고 일본의 근대화가 이루어졌다. 특히 이 사찰에는 메이지유신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 기병대를 조직하여 29세 젊음을 마감함으로써 불후의 이름을 남겼던 타가스키신사쿠의 동상이 있으며 그 뒤에는 모리가의 묘소가 있다.
도끼아공원과 보령산의 루리코지
도끼아공원은 도키아호수를 중심으로 100ha에 달하는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도시공원 100선’, ‘아름다운 일본의 걷고 싶어지는 길 5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이 공원은 유원지, 조각박물관, 호수, 열대식물원, 동물원, 켐프장, 석탄기념관, 산책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호수에는 공원의 상징인 백조와 펠리컨을 많이 기르고 있다. 특히 이 공원은 야생 조류가 날아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산새뿐만 아니라 바다와 가까워 바닷새도 관찰할 수 있다. 공원의 품격을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은 조각 작품이다. 1961년부터 시작된 조각전은 UBE비엔날레로 발전하여 세계 각국으로부터 많은 작품들이 출품되고 있다. 공원 내에는 입상작을 비롯한 많은 야외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도끼아공원을 나와 점심식사를 한 후 보령산 루리코지로 향하였다. 이 사찰은 야마구치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야마구치를 통치하던 오우치 가문의 전성기문화를 자랑하는 곳이다.
15세기 일본은 전국시대로 오사카를 중심으로 막부의 패권다툼이 치열하였다. 교토가 폐허에 이를 지경이 되자 교토를 중심으로 거주하던 지식인들이 지방으로 피난을 가면서 오히려 변방의 문화가 꽃피우기 시작하였다. 특히 야마구치는 따뜻한 날씨와 풍부한 물자로 수많은 귀족과 학자 예술인들이 모여들었다. 당시 최고 권력가인 오우치가문은 교토에서 온 학자들을 우대해 가끔 문학축제를 열어 정원에는 춤과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경내에 들어서니 오층탑은 일본 최고의 국보급답게 고색창연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루리코지의 오층탑은 오우치씨에 의해 15세기에 창건한 목탑으로 일본의 3대 명탑에 들어갈 만큼 아름답다. 이 탑은 오우치가의 모리하루가 죽은 형 오우치요시히로의 죽음을 애도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 탑이 우리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오우치가문이 바로 백제 성명왕의 제3황태자인 임성태자의 후예라는 사실이다. 당시 임성태자는 일본으로 건너가 오우치 마을에 거주하면서 오우치를 성씨로 하였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보령산(保寧山) 현판이 걸린 정문을 지나면 마당엔 멋진 소나무 아래 관세음보살상과 그 아래는 인간 윤회를 돕는 작은 지장보살상이 나타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108개의 염주가 도르래에 매달려 있는데 정성을 다해 염주알을 하나씩 떨어지게 하면 108번뇌가 하나씩 사라진다고 한다. 바로 곁에는 부처님의 발바닥이 그려져 있는데 그 위에 동전을 놓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들을 지켜보면서 일본불교의 특징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일본의 불교는 현세에 복을 구하는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이러한 성격으로 일본의 승려들은 내세를 중시하는 한국 승려와는 달리 고기와 술을 즐기고 결혼을 하며 사찰을 아들에게 세습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일본에 발을 딛는 순간 많은 신사를 만나게 되는데 이는 일본인들이 현세에 복을 구하는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진과 태풍 등 혹독한 자연재해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본인들은 자기를 도와줄 현실적인 신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일본에는 8백만에 달하는 잡신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필요할 때마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신을 필요로 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종교관이 루리코지의 곳곳에서 배어있는 것 같았다. 보면 볼수록 그윽한 멋과 향기를 간직한 루리코지를 나와 일본 최대의 카르스트지역인 아키요시다이로 향하였다.
일본 최대 카르스트 아키요시다이와 아키요시동굴
아키요시다이는 일본 최대 카르스트지역으로 국립공원 및 특별천년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 공원은 석회석으로 이루어져 오랜 세월동안 풍화작용과 빗물에 새겨진 기이한 형태로 가득하다. 이 대지를 이루는 석회암은 3억 년 전 바다 속 산호초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석회암은 빗물에 녹는 성질이 있어 독특한 카르스트지형을 형성한다. 석회암 표면의 신비롭고 기이한 주름들은 신비스런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
아키요시 대지의 남쪽에는 아키요시 동굴이 자리 잡고 있다. 차가운 느낌이 감도는 삼나무 숲을 지나면 동굴입구가 나타나고, 동굴 안에는 3단의 폭포가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강물이 되어 떨어지고 있다. 현재 개발된 동굴 안 관광코스는 1km이고, 온도는 사계절 섭시 17도를 유지한다.
동굴 안에 들어서니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수 만년 어둠 속에서 형성된 무수히 많은 천태만상의 종류석이 나타난다. 갖가지 동물 모습, 접시모양, 후지산의 모습, 논의 모습 등 실로 다양하다. 형형색색의 종류석들이 보는 이들의 눈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된다. 동굴 안을 흐르는 폭포수는 강물이 되어 요란한 굉음을 내고 있다. 동굴 안에는 암흑의 세계에 적응하는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 눈이 퇴화되어 있다고 한다.
유모토 사이쿄 료칸호텔과 가부키쇼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료칸에서 온천욕을 즐기는데 있었다. 야마구치를 대표하는 유모토온천마을로 향하였다. 이 온천마을은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오르레카와강과 다이네이지카와강가를 따라 여관과 호텔이 즐비하다. 강물소리가 이국 땅의 예스러운 정취를 한껏 더해 주고 있다.
호텔 객실에 들어섰다. 정갈한 일본 전통 다다미방이 반가이 맞아준다. 이 호텔에는 여성들에게는 알록달록한 기모노가 제공되고, 남자들에게는 유가타가 제공된다. 방문객들은 모두가 기모노와 유가타로 갈아입는다. 옷을 갈아입으니 서로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식당에 가고 목욕을 가도 모두가 기모노와 유가타를 입는다. 호텔 전체가 일본냄새로 코를 찌른다. 체험여행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이 온천에는 다양한 탕들이 준비되어 있다. 실내탕, 사우나탕, 노천탕, 족욕탕 등 입맛을 돋우는 다양한 탕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온천탕에 들어섰다. 신발이나 옷을 담는 바구니가 선반에 휑하게 열려 있다. 보안장치가 전혀 없다. 일본인들의 신뢰사회를 여기서도 느끼게 한다. 탕 안은 넓고 깨끗하다. 갖가지 온천탕이 손짓한다. 온탕, 열탕, 맛사지탕, 사우나, 폭포수 등 입맛을 돋우는 다양한 탕들이 유혹한다. 그 중에서 노천탕이 가장 마음에 든다. 주위가 삼나무 숲으로 깊숙이 덮여 있어 고요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알카리성 온천이라 피부가 금방 매끈매끈해지고 알맞은 수온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한꺼번에 확 풀린다. 목욕 후에는 모두가 기모노와 유가타를 입은 채로 레스토랑으로 직행한다.
저녁은 가이세끼 라는 일본특식이 제공된다. 식당 분위기부터가 이국적이고 이상야릇하다. 모두가 기모노나 유가타를 입으니 특별한 세레모니를 연출하는 것 같다. 함께 간 일행이라도 마주보게 하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만 줄지어 않는다. 왜 이렇게 자리배치를 할까? 식당에서도 일본식 집단문화를 성큼 느끼게 한다. 식당 메뉴는 풍성하다. 그 중에서도 즉석에서 끓여 먹는 해물탕이 별미다. 곱게 나이든 기모노를 입고 서빙 하는 사람은 전직 여자 교장선생님이란다.
이곳에는 온천만 즐기는 곳이 아니다. 갖가지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 있다. 탁구장, 당구장, 등 체육시설은 물론이고 저녁이면 지하 공연장에서 가부키쇼를 무료로 관람한다. 이 쇼는 17세기에 정립된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 연극으로 다른 전통극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쇼는 가부키 특유의 무대, 배우의 독특한 화장술, 여자배우가 없고 남자배우만으로 연기되는 점 등이 특이하다. 가부키 춤이 인상적이지만 무언극으로 대화가 없으니 답답하였다.
가라토시장
가라토시장은 일본 혼슈 최남단에 위치하는 시모노세키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시장은 1909년 야채와 과일시장으로 출발하였으나, 지금은 수산물 도소매시장으로 발전하였다. 이 시장에는 태평양을 비롯해 동해와 시모노세키 등에서 잡히는 다양한 수산물이 모이는 집결지며 복어로 유명하다. 일본 복어 유통량의 80%가 이곳에서 유통된단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시장은 생산초밥을 찾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인근 바다에서 갓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이 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의 인기품목은 생선초밥이다. 형형색색의 초밥들이 가게마다 길게 진열되어 있다
초밥가격도 천차만별이다. 100엔에서부터 500엔까지 다양한 가격대가 붙어 있고, 고객들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 도시락에 담아 계산한다. 가라토시장은 바다를 따라 길게 조성되어 있으므로, 공원에는 초밥을 먹는 사람들로 진풍경을 이룬다.
여행을 마무리하며
여행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과정이다. 따라서 여행은 언제나 새로움과 설렘으로 가득하다. 이런 매력으로 인간은 누구나 끊임없이 여행을 갈구한다. 인간 삶의 전 과정이 여행의 일부인지도 모른다. 여행은 동반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그 맛과 색깔이 천차만별하다. 친구와의 여행, 애인과의 여행, 가족과의 여행, 나홀로 여행 등에 따라 다양한 의미와 색깔이 부여된다. 이번 여행은 오랜 친구들과의 여행으로 3박 4일 중 이틀 밤을 선상에서 보내는 여행이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테마여행도 아니다. 그냥 일상을 훌쩍 벗어던지고 한 동안 자유를 만끽하는데 의미를 두었다. 인생을 살아보면 학창시절에 만났던 친구처럼 좋은 친구는 없다. 흉허물이 없어 좋고, 가식이 없어 좋고, 마음이 편해서 좋다. 이런 여행일수록 값이 저렴한 선상여행이 제격이다.
이번 여행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 것은 밤을 지새우는 선상여행이란 점이다. 선상은 여행객들에게 추억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선상에서는 누구와도 부담 없이 예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한다. 삶의 갖가지 애환들이 선상에 그대로 노출된다. 만남의 대상이 이성일 경우 그 맛은 배가된다. 인간에게 이성은 영원한 그리움과 동경의 대상으로 남는가 보다. 밤이 지새도록 웃음과 담소가 끊이질 않았으며, 새로 만난 사람들과도 어느새 모두가 친한 친구가 되어 버렸다. 지금도 소주잔을 들이키며 웃고 담소하던 그 순간이 그리워진다. 선상을 무대삼아 자신의 목소리를 자랑하던 아름다운 모습들이 생각난다. 우리들에게 이런 소중한 순간이 주어져 인생은 아름답고 삶의 윤기가 더해지는가 보다. 잠시나마 부담 없이 소통할 수 있었던 그 진한 감동의 순간들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