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매가 억수로 보고싶니더(글/사진/ 강재창_대구시 남구 대명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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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향수를 뿌려도 어매 앞치매 냄새보다 못하다. 소깝 때고 장작 때고 갈비 때고, 그 끄름 냄새와 설거지하고 꾸정물에 손 씻고 앞치매에 손 딱고 반찬 만든 그 냄새가 우리 어매 냄새였다.
옛날에 인사는 밥 먹었니껴? 우리는 국시 쌀머 먹었니더, 하곤 했다.
동네 친구 피철갑이랑 글마 동생 피투성이, 갑돌이 뿌뜰이 순돌이랑 마당에서 땅빼기, 공개놀이, 마때놀이, 때기치기, 숨바꼭질하면서 통시 뒤에 숨고 마구깐에 숨고 멍석 뒤에 숨고 옹가지 뒤에 숨고 봉태기 안에 숨고 하면 나는 안방 아랫목 실궝대 옆 모퉁이에 햇대뽀에 어매옷이 걸쳐있는 그 뒤에 숨어있으면 나는 그 어매 냄새 구수한 냄새가 그리워진다.
언젠가 이웃 아재가 장작을 지고 나무팔로 우리마당에 세워둔 지개 짝대기를 내 계다에 걸려서 넘어뜨리고 나는 겁이 나서 맨발로 줄행랑치다가 대래끼에 담아둔 무꾸말랭이를 쏟아버리고 통시뒤에 숨다가 통시옆에 막아둔 꺼적때기가 떨어져서 호박넝쿨을 모두 망가뜨려서 꼬직깨이로 매 맞은 생각도 난다.
여름비가 오면 나락짚으로 만든 우장을 쓰고 삭가래를 들고 논에 가서 물대다가 째진 껌덩 고무신으로 미꾸라지를 잡아 저녁 젯불에 굽어서 먹든 생각과 저녁노을이 질 때면 어매가 큰 안반을 누피고 국시를 칼로 써러서 대소구리에 담고 나에게는 “수바우야 !” 불러서 국시꼬리를 주면 그 국씨꼬리를 정지에 가서 부뚜막에 엎드려 아궁이에 부지깽이로 집불을 꺼내 그 위에 꿉어서 골목에 나가 자랑하면서 조금씩 뜯어먹든 기억도 난다.
그 옛날이 무척이나 그립다.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수바우” 잘되라고 새벽 식전이면 놋대접에 청수를 떠서 동쪽 담밑으로 가 손을 비비면서 무어라 말을 하고 합장절을 하고 난후 돌아오시는 어매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어릴 때 이름 어매가 부르든 이름 “수바우”는 목숨이 바우처럼 길라는 뜻이어서 그 이름으로 지금에 내 호를 “수암”이라고 했다. 그러시던 우리 어매생각이 억수로 나는 오늘, 아흔 세 살에 찍은 우리 어매 코스모스처럼 청아한 모습 자랑도 할 겸 묵은 서랍서 사진 한 장 꺼내 보니더. 어매, 어매가 억수로 보고싶니더.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46호>
글쓴이 강재창씨는 1936년 청송군 진보면에서 태어나 안동중학교, 안동고교 등을 졸업하고 오랜 세월 건설계에 몸담아 일해 왔습니다. 은퇴 후 블로그(http://blog.daum.net/sooam36)도 운영하고 배드민턴도 치면서 즐거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은 돌아가신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구수한 안동말로 풀어 쓴 글로, 맞춤법에 다소 어긋나더라도 이야기의 생동감을 위해 그대로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