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인 안동사람(글/박인수_본지 운영위원, 경희한의원 원장)지방선거 철만 되면 어김없이 ‘토박이’이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땅속에 묻혀있는 감자나 고구마를 수확 철이 되어 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책장에 꽂혀 있다가 뒤집어쓴 먼지를 연례행사로 털려고 꺼내는 헌책도 아닌데 후보자들 중의 일부는 이걸 마치 조자룡의 헌 칼 쓰듯 꼭 때만 되면 빼들고 나와서는 마구 휘두른다. 토박이란 조상대대로 그 곳에서 살았고 그 곳에서 태어나 거기서 오래도록 살았던 사람이라 안동처럼 지역폐쇄성이 강한 곳은 많은 편이다. 토박이란 말은 좋게 보면 안동에서 오랫동안 살아서 안동의 속성에 대해서는 잘 아는지라 오리지널 안동사람이라 할 수는 있으나 달리 보면 안동을 벗어나 객지생활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는 말이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고 세상물정 모른다는 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철이 되면 순수 안동사람이니 어느 동네 몇 대째 토박이니 하는 게 경력란에 한 줄로 버젓이 올라가 있다. 자랑할 게 따로 있지 이건 참 아니다 싶다.
안동의 토박이 수가 얼마나 될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고 선을 긋기도 어렵다. 하지만 현대사에 역사적 부침이 많았고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이 되면서 농촌인구수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안동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면 토박이 수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다. 1963년에 안동이 시로 승격되었으니 올해가 딱 50주년이 된다. 그 당시 안동인구가 24만 명이 좀 넘었는데 그 후 점점 인구가 불어나 1974년에 정점을 찍게 되어 시군을 통합하여 27만 188명이나 되었다. 그러다가 안동,임하댐이 들어서면서 엄청난 수몰이주민들이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탈농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인구는 급속히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줄어든 안동인구는 2012년 말 기준으로 16만 8천 302명이다. 그나마 이 숫자도 지속적으로 해마다 몇 천 명씩 줄어들다가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유치되고 나고 난 뒤로 매년 몇 백 명씩 늘어난 결과여서 그렇다. 그러니 당장에 급한 인구 감소문제는 어떻게든 막았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라고 본다. 안동이 흥하느냐 쇠락하느냐의 갈림길에서 부흥할 수 있는 계기가 도청유치로 마련된 지금 어떻게든 외지인들이 안동으로 많이 유입되어 인구가 늘어나야 지역발전도 되고 웅부안동으로 도약할 수가 있다. 그런데 덩그러니 도청만 들어오고 실제로 거주인구는 기대만큼 늘지 않으면 그야말로 낭패다.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려면 기존에 살고 있는 안동시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마음으로 하면 못할 것도 없고 시작이 반이니 일단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면 다 된 거나 마찬가지다.
대대로 안동에 뿌리내려야 안동사람?
안동시가 공식 행사에서 안동인, 안동사람의 수를 말할 때 50만 명이라 한다. 여기에는 성씨에 안동의 관향을 쓰는 사람들과 안동출신이면서 타지에 나가있는 출향민들과 외지 출신이지만 안동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수를 합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안동사람과 실제 안동에 거주하는 외지인들이 느끼는 안동사람과는 체감온도가 다르다. 안동토박이들이 말하는 안동사람은 조상대대로 적어도 3대가 안동에서 나고 살아야 안동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기득권은 세습이 되어 부모가 안동출신이면 타지에서 태어났더라도 안동사람이라고 인정한다. 이는 일종의 ‘혈연’을 기반으로 한 기득권인 셈인데 반면에 외지인들의 경우에는 안동에서 아무리 오래 살았다하더라도 안동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안동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안동시민이라는 것이 안동에 살기만 하면 얻을 수 있는 취득권인 반면에 안동인, 안동사람이라는 호칭은 혈연을 기반으로 한 기득권이라 안동사람이 되고자하는 외지인들의 의지와는 별개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안동사람으로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한 세대는 넘어가야 하고 적어도 3대에 걸쳐 안동 땅에 살아야하며 그 이후에 태어난 손자 세대들부터 안동사람으로 인정해준다는 말까지 있다. 외지인들이 안동에 살면서도 안동사람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다. 이래서는 안동이 발전할 길이 없다. 안동이 지역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낙후되면서 쇠락해가는 문제는 새로운 인구의 적극적 유입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낙동강 1,400만 명의 생명수를 담고 있는 곳에 공장을 짓는 것도 어렵고 경북내륙의 오지여서 교통이 불편하여 산업인프라를 갖추기도 어렵다. 결국은 교육, 문화, 관광도시로 발전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의 요체는 사람이다. 배우러 외지에서 학생들이 들어와야 하고 앞선 외부의 선진문물들을 받아들이고 교류해야 하며 안동을 보고 즐기러 타지 사람들이 와서 머물다 가야 한다. 그래야 인구가 늘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동의 우수성만을 내세우면서 외지사람들을 낮춰보는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어느 누가 안동으로 와서 정착하려 하겠는가. 내년 말로 코앞에 다가온 경북도청이전으로 인해 안동으로 유입되는 인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현명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토착민의 텃세와 새로운 인구의 유입
그 다음으로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것이 귀농정책이다. 요즘 베이비붐 세대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귀농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안동출신이면서 외지에 나가 살다가 은퇴해서 고향인 시골에 내려와 집을 짓고 살면서 노후를 보내려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마을마다 양지바르고 전망 좋은 곳에는 농촌가옥과는 대비되는 양옥들이 몇 채씩 들어서있다. 그런 분들은 은퇴한 뒤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지만 우리 눈에는 잘 띄지는 않지만 복잡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서 생업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려는 귀농인들도 꽤나 많아졌다. 그런데 귀농하러 오셨다가 포기하고 돌아가신 분들이 또 의외로 많은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시골의 텃세’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외지인의 유입으로 어떻게든 인구를 늘여야하는 우리 안동으로서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일이 아닌 것이다.
텃세란 먹고 살 것이 부족한 경우에 부리는 것이다. 식물의 세계에도 텃세가 있지만 자기 생존에 지장이 없으면 다른 곳에서 날아와 자기 옆에 뿌리를 내려도 자기가 죽지 않을 정도면 빈자리를 내주고 사이좋게 지낸다. 반면에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텃세가 아주 심한 편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가는 길목마다 자신의 배설물로 영역표시를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맹금류의 경우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상대가 있을 때는 그 영역을 지키기 위해 죽기 살기로 물어뜯고 할퀴며 싸우는데 자기영역을 지키려고 하는 쪽과 남의 영역을 빼앗으려고 하는 쪽 중에서 어느 하나가 죽거나 도망을 쳐야 끝나는 싸움이기 때문에 서로가 공존하며 같은 영역에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맹수는 늘 혼자이고 외롭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동물의 세계도 아니고 남을 잡아먹고 살아야 할 정도로 각박하게 살기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텃세를 왜 부릴까? 그건 다름 아닌 바깥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생겨난 못난 탓이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한 번이라도 살아 본 사람은 텃세의 설움을 겪어봐서 잘 안다. 그런 사람들은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외지인들을 잘 감싸 안아 줄 수도 있고 또 도와줄 수도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외지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성공한 사례는 많은데 대표적인 나라가 이민자들의 천국인 미국이다. 지금은 이민정책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문호가 개방되어 있는 편이다. 포용성과 다양성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이민정책은 다민족 다인종 다종교 국가의 성립으로 이어졌는데 이런 다양함의 유동성이 동력이 되어 눈부신 경제발전과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이 이민자들에게 관대했던 이유는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종교적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떠난 그들의 조상들이 최초의 이민자이기도 해서지만 그보다는 서부개척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고 본다. 1948년에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된 골드러쉬는 본격적으로 미국인들을 서부로 향하게 했다. 서부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참여가 필요했는데 그 이유는 서부개척의 역사가 토착인디언들과 서부이주민들이 영역을 지키고 빼앗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야만의 시대였기 때문이었다. 서부로 건너온 이주민들로서는 인디언의 영역을 빼앗고 그걸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과 같은 목적을 가진 이주민들이 많이 유입될수록 나았기에 그들을 따뜻이 환대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극복하기 힘든 아테네의 텃세
그렇다면 외지인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폐쇄적인 도시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도시와는 어떠한 차이가 생겨나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일본의 여류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그리스의 아테네와 이탈리아의 로마를 두고서 비교하고 있다. 그녀는 그리스의 아테네의 시민권이 기득권이었던 반면에 로마의 시민권은 누구나 노력하기만 하면 얻을 수 있는 취득권으로 그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득권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득권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 역시도 이 부분에서 만큼은 그녀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리스의 아테네는 부모 둘 다 아테네 출신이 아니면 아테네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기준으로 인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아테네 시민의 신분이었지만 그리스의 북동부 스타게이로스 출신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 시민이 될 수 없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보냈지만 늘 이방인이었다. 부유한 가문 출신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17세에 아테네로 건너가 플라톤의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아테네에 20년간을 머물면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대중들은 평상시 그에 대해 학문적 존경심을 갖고 있었지만 마케도니아와 아테네의 정치적 긴장이 고조될 때는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의 스승 플라톤이 죽게 되고 그리스 북동쪽의 오린토스가 마케도니아의 수중에 떨어져 아테네에 반反 마케도니아 정서가 팽배해지자 그는 아테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아테네를 떠나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가르치기도 했던 그는 반 마케도니아 정서가 잠잠해진 뒤에야 겨우 아테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뤼케이온(Lykeion)이라는 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아테네의 문화적 발전에 많은 업적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원전 322년에 영영 아테네를 떠나야 했다. 그 이유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사후에 불어 닥친 마케도니아에 대한 아테네인들의 도에 넘친 적개심 때문에 신변에 위협을 느꼈지 때문이었다. 그가 세운 학교 뤼케이온은 지금도 아테네에 유적으로 남아있지만 그는 끝끝내 아테네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diagogai)’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한데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그가 주장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는지도 모른다.
로마의 패자 동화정책에서 배운다
아테네의 시민권이 ‘혈연’을 기반으로 한 기득권이었고 폐쇄적이었던 반면에 로마는 주변 부족이나 국가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패자敗者를 복속시키기 위해 유력자와 일부 인물들을 로마로 이주시켜 그들에게 로마 시민권을 부여하고 원로원 의석까지 나눠주기도 했다. 로마의 패자 동화敗者 同和정책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나 아우구스투스 황제도 클라우디스 황제와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었다. 그들 모두가 로마에 패배하여 복속된 지역의 출신들이었는데 그들에게 시민권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이 복속지역민들에게 시민권을 과감하게 줄 수 있었던 것은 시민권이‘혈연’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닌 ‘의지’와 관련되어 있어서였다. 로마인들은 복속민이라 해도 로마를 발전시키고 지키는데 협력했다면 로마시민권을 얻어서 로마인과 동격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다. 그는 갈리아 전쟁에 협력한 북부 이탈리아 주민과 남부 프랑스와 에스파니아에 사는 유력자들뿐만 아니라 전쟁에서 패배한 갈리아의 유력자 계급에게도 로마시민권을 주었다. 특히 강력한 부족의 족장에게는 원로원 의석까지 제공했다. 피부색과 인종이 다른 교사와 의사에게 그 직업에 종사한다는 조건으로 시민권을 주기도 했는데 아우구스투스황제는 로마군 밑에서 보조병으로 15년간 병역에 종사한 속주민에게 로마 시민권을 부여하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렇게 로마시민이 된 속주민들은 로마인의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어도 로마시민과 같은 권리를 누리고 의무를 지게 되었는데 이러한 패자 동화정책은 로마제국을 운영하기 위한 정략이었고 이 개방정책 노선은 그 후의 황제들에게도 이어졌다. 로마인들은 속주민들을 힘으로 누르려하지 않았고 로마에 협조하는 속주민들에게 시민권을 나눠주면서 적을 친구로 만들었다. 나는 그들의 대승적인 자세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토착민과 이주민의 융화, 안동발전의 기회
안동사람이란 안동에 거주하고 있으면 과거에 어디에서 나고 자랐는지를 불문하고 다 안동사람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안동시민으로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사람들에게는 피선거권이 부여되어있으니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안동토박이들만이 안동을 대표할 수 있다는 의식이 안동시민의식 저변에 깔려있다. 그런데 안동 토박이는 아니지만 지금 현재 안동에 거주하면서 안동시민으로서 주민세도 내고 안동을 위해 일하며 봉사하고 살고 있는데 토박이가 아니라서 주민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좀 잘못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사고방식의 일단이 생겨난 것은 아무래도 조선시대의 향안鄕案이라는 것이 한몫을 했던 것 같다. 향안은 지방자치기구인 유향소留鄕所를 운영하던 지방 사대부들의 명부인데 일종의 양반 명부인 셈이다. 여기에는 재지사족在地士族들만이 이름을 올릴 수 있는데 향안에 이름이 들어있으면 양반 대우는 물론 좌수座首 별감別監직에도 선출되어 지배신분으로 행세할 수 있었다. 따라서 향안에 새로이 이름이 오르려면 그 절차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는데 한번 향안에 오르면 자자손손 양반행세를 할 수 있었고 특히 서북지방의 경우는 군역까지 면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향안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두고 재지사족들간에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향전鄕戰은 향외인(鄕外人 : 신향) 과 향원간 또는 향원 상호간의 문벌싸움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로 인해 결국 계속 작성되지 못하고 대부분 폐기되었다. 현재 남아있는 것들은 대부분 17세기 이후의 것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1530년 안동지방의 가정경인좌목嘉靖庚寅座目라 한다.
그 다음으로 안동사람들에게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이 핏줄이다. 혈연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어서 외지에 나가 살고 있더라도 같은 피를 나눈 형제들은 같은 안동사람이라 칭할 수밖에 없는 정서 탓으로 애향심으로 발휘되는데 가끔 안동시가 중앙정부에서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할 때 중앙의 고위관직에 있는 안동의 성씨를 가지고 있거나 출향한 사람들이 안동의 든든한 원군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안동사람의 정의에 이 분들이 그 다음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일리는 있다. 하지만 안동출신이면서도 안동을 떠나 살면서 안동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런 사람들마저도 무작정 안동사람이라고 품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
안동사람들이 배타적인 이유는 경북내륙에 위치한 자급자족형 농촌이다 보니 외지인들의 유입이 많지 않았고 직장 때문에 들어온 외지인들이 토착민들과 융화되지 못하고 대부분이 임기가 끝나면 떠나다 보니 외지인들을 그냥 잠시 머물렀다 가는 사람으로 인식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동이 북부지역의 중심도시다보니 주변의 농촌지역에서 자식들의 교육 목적으로 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안동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사람들에 대해 안동사람들이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더 큰 이유라고 본다. 토박이라고 텃세를 부리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보다 못난 사람들은 대놓고 무시하고 자기보다 잘난 사람들에게는 버릇없다고 손가락질 한다. 그러니 그러는 토박이들에게 먼저 머리 숙이고 잘 지내려 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인 경우에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래서 외지인들은 외지인들끼리 모여서 어울리면서 안동토박이들의 텃세를 질타하면서 따로 노니 안동시민이면서도 서로 알게 모르게 안동사람과 안동사람이 아닌 사람들로 편이 갈라져있다. 이렇게 해서는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가 없다. 외지인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수적으로 우세하고 많이 가진 토착민들이 넓은 아량을 베풀어야한다.
중국이 이민족들로부터 수많은 외침을 받았고 왕조까지 내주기도 했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서는 문화가 우수한 한족들에게 동화되고 말지 않았는가. 우리도 얼마든지 외지인들을 받아들이고 녹여서 하나로 할 수 있는 힘이 안동에는 있다고 본다. 오늘날 중국이 급속도로 경제적인 성장을 이룩하고 미국 다음의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가 ‘쪽수의 힘’이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케인즈 학파의 경제이론대로 중국은 13억 인구라는 거대 소비시장이 형성되어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안동이 발전하려면 어떻게든 인구가 많이 유입되어야 하고 소비시장의 규모를 키워야하는데 인구의 유입은 말로만 외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안동사람들이 외지인들을 끌어들여 따뜻이 하나로 융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야 하고 그들이 안동을 살고 싶은 곳으로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들어오게끔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지금 안동시민의 의식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 안동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느냐 아니면 눈 뜨고도 흘려보내고 말 것이냐는 그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미꾸라지를 그냥 손으로 잡으려 하면 놓치는 경우가 많지만 면장갑을 끼고 잡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4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