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바리스타를 꿈꾸는 ˝브라보! 시니어˝(글/이희수_프리랜서 기자)
고령화 사회의 노인일자리사업
우연히 한 광고 그림을 봤는데, 그냥 잠시 보고 잊기에는 서글픈 그림이었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왼손과 오른손에 각각 그의 노부모를 들고 걸어가는 그림이었다. 그들의 아들로 보이는 남자는 출근이라도 하는 듯한 무심한 표정이었고 부모의 등에는 가방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자식이 부모를 가방처럼 들고 가는 그림이었다.
‘책임’이라기 보다는 ‘짐’이었고 ‘사랑’이라기 보다는 ‘습관’처럼 보이는 그림 한 장이 말해주는 메세지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고령사회에 대한 문제를 자각하게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인구의 14%가 넘어서면 고령사회라 칭하는데 우리나라는 2018년을 고령사회 진입시기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현재도 고령화사회이지만 2030년 즈음이면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는 시점에서 고령인구 증가비율에 가속도가 붙은 것만큼은 사실이지 싶다. 실버타운이며 복지정책이며 많은 이야기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갖도록 하는 것이 고령사회에 대한 대비가 아닐까 싶다. 때문에 전국적으로 노인일자리 창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2009년 안동에도 노인일자리 창출 전담기관이 문을 열게 되었다. 이미 전국적으로 시니어클럽이라는 이름 아래 약 100여 개의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이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기관들이 기존의 일자리를 추려내, 알선만 해준다는 차원으로 본다면 큰 오해다. 노인에게 맞춤형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내어 그들 스스로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이 될 수 있게 교육적인 측면까지 담당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놀랄 것이 없다.
‘노인이 할 수 있겠는가’ 했던 선입견을 깨치고 있는 많은 직업군 가운데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카페 서비스 직군이 아닐까 싶다.
어찌보면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하는,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를 노인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그 동안 노인을 수동적이고 부양해야하는 대상이라는 틀 안에 넣어놨던 것이 바로 우리 사회 스스로가 자처했던 일이 아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안동시니어클럽에서 시장형 일자리로 올해 개소한, 정하동의 한 카페를 방문하는 일이 평소와 다르게 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행복한 고령화기업 꿈꾸는 커피빌리지
언뜻 보기에는 여느 카페와 다를 것 없이 가요가 흘러나오는 널찍하고 깔끔하게 단장된 실내였다.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단정한 유니폼을 입은 노년의 직원이었다. 흰색 상의에 검은색 바지로 통일한 유니폼을 입은 할머니들이 카페 곳곳을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니어 일자리에 대한 것임을 알고 갔기에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카페라는 장소의 특성상, 어르신들이 일을 할 만한 곳은 아니라는, 다소 예의 없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카페를 들어서는 입구에서 안동시니어클럽 시장형 사업장 2호점이라는 팻말을 볼 수 있었다. 나오면서 봤던 터라 간판이 작은 것이 이내 아쉬웠지만 그 의미를 알고 이 카페를 들어선다면 커
피 한잔에 여유를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커피빌리지가 문을 연 것은 올 3월이었다. 지난 해 다른 지역의 시니어 일자리 창출 사례를 살피고 안동에도 시니어 일자리 일환으로 들여오게 되었다. 안동시니어클럽의 정재현 관장의 뚝심으로 밀어부쳤다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정 관장의 남다른 열의가 들어있는 아이템이었다고 한다. 커피빌리지라는 상호를 정한 것도 그라고 하니 안동시니어클럽의 야심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커피빌리지로 파견되어있는 점장과 매니저 직책의 직원들은 사실 안동시니어클럽의 직원들이었다. 시니어 일자리의 특성상 교육이 단계별로 필요한 여러 가지 분야가 있기에 담당 직원들 스스로도 자기 교육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바리스타는 조금 얘기가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어르신들 스스로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구비해서 카페에서 일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우선은 직원들 먼저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직원들에게도 잘 하고 있던 사무직을 벗어나 생각지도 않았던 바리스타가 되어야 했으니 단박에 붙기는 힘든 직원도 있었을 것이다.
안동시니어클럽에서 파견된 직원 두 분이 점장과 매니저로 매일 근무를 하고 있다. 3월 오픈한 이후 현재는, 5월부터 어르신 세 분이 카페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커피 메뉴들을 아직 다 소화하지 못했기에 주문을 받거나 직접 커피를 내리는 일은 시간 마다 교육을 받으며 천천히 진행 중이라 한다. 하지만 교육이 없어도 세월로 버무려진 맛깔난 손맛으로 벌써 입소문이 났다는 커피빌리지의 팥빙수는 단연 할머니들의 손을 거쳐 나와야 하는 메뉴로 꼽힌다. 안동시니어클럽에 직접 재배한 재료를 사용해 어르신들이 정성껏 삶은 팥으로 만들어진 팥빙수는 할머니들의 담당 메뉴이기도 하다. 현재는 총 세 분이 근무를 하고 있는데 체력과 건강상 고려로 하루 세 시간씩 주 3회로 시간 안배를 해 출근을 한다. 때문에 오늘처럼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쉽지 않은 터라 짬을 내 많은 일들 중에서 카페에서 일하게 된 동기를 묻는 데에도 할머니들의 이야기보따리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우리 지역에서 남자 어르신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서빙을 한다는 것은 아직은 무리인가 보다. 모인 세 분의 어르신은 모두 여자분들인데, 보통은 남편들의 반대가 있기 마련, 집 밖으로 용돈 벌이하러 간다고 하면 여간 반대가 아니란다. 때문에 반은 농담으로 신랑이 없으니 외려 이렇게 나와서 일도 한다는 어르신들이다. 김옥순 할머니를 제외한 나순자, 박금화 할머니 두 분은 혼자되신 몸이라 적적함도 달래고 벌이도 할 겸 안동시니어클럽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나순자 할머니는 도서관 독서지도 도우미사업을 한 번 참여한 경험이 있고 박금화 할머니는 이번이 시니어클럽에서 구직한 첫 직장인데도 재미있고 자부심까지 든다며 즐거워하셨다. 무엇보다 자식들이 보기 좋아한다는 것이 만장일치의 의견이었다.
은빛 길잡이, 안동시니어클럽
안동시니어클럽에서는 노인 일자리 보급을 위해 몇 가지 부문의 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정 기간을 근무하고 나서는 한 회씩 쉬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쉬고 나서는 다시 등록이 가능하다. 한 사람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을 벗어나 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일자리에, 다양하게 참여코자 하는 목적에서 이러한 규정을 만들게 되었다.
보통 어르신들에게 인기 있는 직종이 공익형사업(공공근로 등)에 많이 포진되어 있는데 단시간에 쉽고 빠르게 일에 적응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기술이나 배움이 필요한 카페일의 특성상 사실 현재 근무 중인 세 어르신은 상당히 도전 정신이 있는 분들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서 있거나, 기존의 사업 분야와 다르게 직접 손님을 대하고 서빙을 하는 등 체력과 여러 가지 환경적인 면에서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 가서 이렇게 단정하게 꾸미고 시원하게 일할 수 있겠느냐며 사실은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자식들에게 은근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안동시니어클럽에는 시장진입형, 사회공헌형 그리고 특화사업 부분으로 구분된 총 8개형 사업 분야를 기반으로 약 30여 개의 직종을 두루 갖추고 있다. 때문에 현재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안동의 어르신들에게 분야의 다양성으로는 타 지역에서도 우수사례가 될 만큼 성취감이 높은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커피빌리지와 같은 시장형사업의 1호점인 은빛수라상 도시락배달사업은 안정되게 자리 잡은 우수사업이다.
2009년 안동시니어클럽이 경상북도 노인 일자리창출 전문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노년기의 구직 뿐 아니라 퇴직 후 일자리를 찾는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형 사업들로 확장되면서 현재는 교육소외지역에까지 복지를 제공하는 역할까지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중 주목받고 있는 사업이 1~ 3세대 블록놀이사업인데, 농촌지역의 병설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 파견되는 것으로 어르신들에게는 시간제 급여가 높은 고소득이고 제공을 받는 기관에는 무료로 사업이 진행되기에 사업의 인기가 높다. 특히 문화소외지역인 농촌 지역만을 대상으로 국한된 사업이라 시내 지역의 많은 기관들로부터의 불만 아닌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일하는 기쁨, 브라보 시니어!
일자리가 보다 다양화되고 그 수도 늘었다고 하지만 놀라운 것은 안동에서만 여전히 구직을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의 수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본래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기준으로 구직신청을 받고 있지만 교육형 사업과 같이 특화된 몇몇 분야에 대해서는 나이 기준이 완화되기도 한다. 또한 한 가정당 한 어르신만이 구직대상이 될 수 있고 재산 및 노령연금 수령 기준 등에 따라 분야마다 신청기준이 조금씩 달라진다.
매일 규칙적으로 스스로의 일터로 출근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경제적인 수단에서도 물론 일자리란 것이 중요하지만 실버세대에게 그 ‘자리’ 란 것이 조금은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리에게 사회에 속해있는 소속 여부를 좌석으로 표시할 수 있다면, 어느샌가부터 입석으로 서 있던 실버들에게 ‘일자리’란, 이제 편히 앉을 수 있는 ‘좌석’을 부여받은 티켓이 아니겠는가 싶다.
또한 이것이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우리 젊은 세대의 자리라면 더욱더 그 자리를 견고하게 다져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안동시니어클럽의 소신이 이뤄낸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 하루를 마주하고 있을 실버세대들에게 외쳐본다. ‘브라보 시니어!’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53호>
안동시니어클럽
안동지역 노인들의 사회적 경험과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일자리 창출과 사회참여를 통해 경제적, 사회적 기회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므로 노인들의 삶을 향상시키고자 만들어졌다. 노인의 사회경험과 전문지식 활용을 통한 시장 참여, 노인의 지식 극대화, 노인공동체의 조직활동을 통한 지역사회 연대감과 사회인식의 방향전환, 노인세대의 자아 존중감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빛 수라상’ 도시락 배달사업부터 농촌지역 일손 도우미 파견 사업, 실버공공지역 도우미사업, 복지시설 이미용 지원사업까지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참여 대상은 만65세 이상 노인 일자리사업 참여 가능한 자(단, 사업종류나 운영 형태에 따라 만60세 이상 참여가 가능한 경우도 있음)로 안동시 중앙로 41(삼산동) 신한은행 안동지점 2층 사무실로 방문하여 상담 후 참여 신청서를 작성하여 서류를 접수하면 된다. 사진1매와 신분증이 필요하다.
(문의:안동시니어클럽 T.054-859-6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