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친화적이고 주변과 어울리는 건축물을 만들자(글/김경호)건축가들은 아름다운 건축을 만들고 싶어하고 그 건축이 변하지 않는 강력한 이미지를 갖기를 목표로 해야 한다. 왜냐하면 건축은 결코 바라보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공간과 조형의 구성은 그곳의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하기는 그 메시지가 그 건축의 기능에 부합된다면 좋을 것이다. 아무리 작은 건축도 우리에게 결정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하물며 시민들의 출입이 잦은 공공건축물은 물리적인 기능 못지 않게 사람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고양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다. 길을 걸으면서, 입구를 들어가면서, 의자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면서, 휴식을 취하면서, 장난을 치면서 느낄 수 있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건축은 분명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할 것이다.
생명력있는 건축물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건축도 있고 회전하는 전망대 건축도 있지만 대부분의 건축은 움직임이 없다. 그래서 건축은 자칫 경직되어 보이며, 생명감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구조, 재료 등의 요인에 의해서 건축은 전통적으로 기하학적인 조형을 가지므로 그를 완화해줄 요소를 필요로 한다. 무한한 움직임의 가능성이 살아있는 물은 그를 충족시켜줄 아주 좋은 요소이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크고 작은 물을 이용함으로써 건축의 아름다움을 확대하였다.
물에 비친 건축의 그림자는 본래의 건축보다 아름답다. 옅은 바람에 곱게 물결이 일면 건축은 춤을 춘다. 건축은 또 다른 생명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세례에 의해 죽음을 극복하고 영원한 생명력을 갖게 되는 중요한 상징으로서 ‘물’은 건축과 함께 존재하여 그 가치를 갖게 된다.
우리 옛 건축의 하나인 마루는 바람의 고향이다. 앞뒤가 탁 트인 대청마루는 자연적인 바람의 상쾌함을 뼛 속 깊이 새기게 한다. 단지 바람을 잠시 머물게 하는 공간적 장치로서의 마루는 왜 우리를 깊고 편안한 잠에 빠지게 하는가? 마루는 바람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이다.
길의 개념이 없는 월영교 아쉬워
건너편을 건너는 과정은 밋밋하여 시민들이 느끼는 감흥은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고 중심에 자리잡은 팔각정은 벌써 기울어지고 있으니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다.
강 건너편을 건너는 과정은 밋밋하여 시민들이 느끼는 감흥은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고 중심에 자리잡은 팔각정은 벌써 기울어지고 있으니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다.
음악에는 높고 낮음이 있고, 소설에도 ‘기승전결’의 흐름이 있듯이 강을 건너는 과정에도 ‘길’의 개념이 살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시에선 최선을 다해서 작업을 하였겠지만 작품으로 남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건축하는 이의 철학과 경험과 지적수준을 가늠케 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고 이 번 경우를 거울삼아 시장과 관계자분들은 안동시의 도시 컨텍스트에 맞는 아름다운 도시 ‘안동’의 청사진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한 두 사람의 생각이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경우의 생각과 지혜를 모아 신중하고 아름다운 선택을 하여야 할 것이다. 단순히 기계적인 장치(물분수대)나 가장 큰, 가장 긴,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서보다 아름답고 자연친화적이고 주변정세에 어울리는 그러한 건축물을 하나 둘 만들어 나가 도시 전체가 문화가 숨쉬는 역사와 전통의 안동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