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개혁의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는 이유택 송파구청장(글/박명옥)새정부 출범과 함께 지방분권이 화두로 등장했다. 지방화, 세계화, 정보화로 국경이 없어지고 지방과 도시만 남게 된다는 21세기. 지역의 균형개발과 지방행정, 재정개혁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지방분권이라는 변혁의 시기를 맞으면서 지자체장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과 시민단체가 지방혁신을 주도하는 참여자라면 지방혁신의 가장 중요한 추진동력으로 작용하는 요인은 단체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유택 송파구청장은 2000년 보궐선거를 통해 구청장으로 취임한 후 2년간 송파를 전국 최우수 자치단체로 만든 지자체장으로 눈길을 모은다. 임기 2년에 대한 평가가 되었을 지난해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구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민선3기 구청장에 당선, 3년째 송파구청장으로 재직중이다. 그 동안 송파구는 경실련으로부터 행정개혁 모범사례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3년 연속 서울에서 가장 깨끗한 구로 선정되는 등 2002년에만 30개의 기관표창을 받았다.
탁월한 행정 전문가
1939년 안동출생으로 안동사범학교와 서울대사범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동대문여중, 청량중 교사로 6년간 교직에 몸담은 이유택 송파구청장은 1973년 제13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한 후 일반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에 진출했다. 강동구청 민방위 국장, 서울시 올림픽 지도담당관, 서울시 교통관리사업소장, 동대문구청 부구청장, 광진구 부구청장, 성북구 구청장을 지내며 행정관료로 30년을 보낸 그는 탁월한 행정능력을 보이며 행정전문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서울시청 주택기획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처음으로 입안, 소외계층을 위한 서민용 영구임대아파트 제도를 창안했고 택지난 해소를 위해 주택재건축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서울시 올림픽지도 담당관으로 재직하면서는 송파구 올림픽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했으며 서울시내 249개 가로를 지역유래와 역사적 위인들의 호를 따서 율곡로, 송파대로, 올림픽대로 등의 가로명을 제정하기도 했다.
1985년 서울시청 법무담당관으로 재직시 시가 5백억원에 이르는 5만평의 송파구 문정동 폐천부지 양여쳥구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국가의 땅을 되찾아 녹조근장 훈장을 받은 바 있다.
동대문구와 광진구 부구청장 재직시에는 서울시 행정실적 심사결과 최우수구로 선정받았으며 광진구에서는 2년 연속 삶의 질 향상 부문에서 전국 최우수자치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북구청장 재직시에는 40여개소에 이르는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사람 중심의 건강하고 쾌적한 도시
송파(松坡)는 ꡐ언덕 위에 소나무가 푸르게 우거진 산좋고 물맑은 강변마을ꡑ이라는 뜻이다. 서북부는 한강과 탄천으로 퇴적된 충적평야가, 동남부는 침식지형이 발달해 논농사와 근교 농업, 양잠 등이 성행했고 주변의 질좋은 찰흙을 이용한 옹기와 기와 제조도 성했던 지역이다. 삼남에서 올라오는 물산유통의 집산지로 조선시대 5대 향시의 하나였던 송파장시가 열린 상업중심지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도 송파는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비롯해 백화점 등 대규모 종합 유통시설들이 입지하고 있어 서울 동남권의 상업 및 유통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경기대회의 개최지로 국제규모의 경기장이 밀집되어 있으며 강남개발에 따라 67만여명이 거주하는 고밀도 주거지역이기도 하다.
송파에 거주한 지 30년째, 올림픽지도담당관 시절 송파구 올림픽공원 조성계획을 세우기도 했던 이유택 구청장으로서는 송파가 여러면에서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이제 가로수 한 그루도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는 그는 송파구를 ꡐ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람중심의 인간도시, 건강하고 쾌적한 도시ꡑ로 만들기 위한 구정을 펼치고 있다. 지방자치제이므로 제일 우선의 가치를 주민중심에 두고 있다는 그는 쓰레기를 잘 치우고 주차를 쉽게 하며 탁아기능을 넓히는 실질적인 사안부터 도시의 근간이 되는 도시계획까지 효율적이고 균형잡힌 행정경력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행정이라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송파구의 거대한 조직과 예산, 도시계획, 교통, 건축, 청소, 복지 등 복잡다단한 구의 살림살이를 능숙하게 창조적으로 해나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 구청의 문턱을 낮추고 모든 일을 주민편에 서서 해결하며 주민이 동참하는 구정을 펼쳐왔다고 자부합니다."
관선과 민선을 모두 거친 지자체장으로 자치행정은 주민들이 지역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것ꡑ이라는 이유택 구청장은 지방자치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주민들의 참여가 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지금처럼 법과 제도, 그리고 재정적으로 빈약한 우리의 자치현실에서는 주민들의 참여가 지방자치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송파구는 구정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가 많고 주민들을 위한 행정이 두드러진다.
골목 호랑이 할아버지제도
송파구의 주민참여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골목 호랑이 할아버지’제도다. 희생봉사정신이 크고 활동적이며 리더십이 강한 65세 이상의 동네 원로들을 골목할아버지로 위촉, 매일 골목을 누비며 쓰레기 무단투기, 불법 주정차 및 광고물 정비, 청소년 선도활동 등을 벌여 골목의 생활환경개선과 질서규범 정립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 골목 호랑이 할아버지들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보다 일반주택가가 많은 18개동 235개 골목에서 활동하며 골목당 2명씩 한 조를 이뤄 매일 오전 8부터 10시까지 정기순찰과 함께 수시로 동네를 순회하며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송파구의 골목 호랑이 할아버지는 4백70여명. 노인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주민 스스로 동네 환경을 돌보는 것은 물론 예절지도를 통해 어른의 위상을 높이고 노인 일자리 창출의 효과까지 거둔 자치행정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골목 호랑이 할아버지’제도에서 알 수 있듯 송파구는 서울에서 가장 모범적인 실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치구이기도 하다. 노인종합사회복지관이 가장 먼저 세워졌고 저소득층을 위한 장례버스 무료운행도 처음 도입했다. 구내 129개 경로당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컴퓨터교육을 실시해 서울시로부터 우수 프로그램 인증을 받았고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집나간 치매노인 찾아주기 운동도 벌였다.
실버악단 운영, 주민자치 실버대학, 컴퓨터경진대회 등 노인들의 삶의 질 지표에서도 서울시내 다른 구보다 크게 앞서 있다. 예산면에서도 이를 반영해 노인복지예산이 전체의 6.4%로 일반 구의 4-5%보다 높다. 골목 호랑이 할아버지나 노인복지 정책은 이를 역점정책으로 삼고있는 이유택 구청장의 역할이 크다.
“98년 구청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소일거리로 2년간 경로당을 출입하다가 점심굶는 노인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며느리에게 밥 차려 달라기 미안해서나 가족들이 모두 외출해 빵이나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는 어르신들을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노인들의 생활기반인 지자체가 노인복지 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는 구청장 당선 후 우선적으로 결식노인을 없애는 일에 나섰다. 구청예산과 후원자들을 모아 후드뱅크 운영에 나섰고 매일 2천700여명분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살고 싶은 동네 1위 송파구청
송파구의 주부구정평가단은 구정전반에 대한 주민들의 여론과 건의사항을 구청에 전달하고 구의 주요시책사업을 주민의 입장에서 평가받는 제도이다. 주부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사항을 수렴해 생활환경을 정비해왔으니 서울에서 가장 깨끗한 구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 된 셈이다. 송파구는 이들 주부구정평가단원과 골목 호랑이 할아버지, 구청직원이 함께 하는 주민환경순찰단을 운영해 행정기관 위주의 환경순찰방법을 주민위주로 개선하고 효과를 거뒀다.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위한 여성복지회관인 여성쉼터도 3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구립여성쉼터는 피해 여성들의 정신적, 육체적인 보호와 치료를 돕고 법률, 의료 서비스, 취업교육 및 알선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지난 1월에는 여성쉼터의 한 프로그램이 여성재단의 2003년 우수프로그램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산업화, 현대화로 전통사회가 붕괴되면서 미풍양속이 파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것의 최대피해자는 여성과 아이들이지요. 사회의 바탕인 가정이 흔들리니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여성쉼터를 마련했습니다.ꡓ
이유택 구청장의 여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송파구의 모유수유실 설치로 이어졌다. 여직원과 구민을 위해 구청과 보건소에 모유수유실을 만든 것은 자치구에서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모유수유실에는 전동 유축기, 냉장고, 보관용 비닐팩을 겸비하고 있어 여성들은 유축기로 모유를 짜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한 뒤 보관했던 모유를 들고 퇴근하거나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이 수유실로 아이를 데려오면 수유를 하기도 한다. 아기를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키우기 위해 모유를 먹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며 작은 부분에서 배려했을 뿐이라는 것이 구청장의 설명이었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송파구가 왜 살고싶은 동네 1순위에 꼽히는지 알만했다.
유년시절
송파구는 한국갤럽이 실시한 서울시의 공무원 청렴도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깨끗한 자치구를 자랑한다. 서울시가 의뢰한 이 조사는 7개 분야의 민원처리를 경험한 1만여명에 대한 전화설문으로 이루어졌으며 건설공사 교통행정 세무위생 주택건축 등 5개 분야에서 자치단체간 비교평가를 실시했다. 송파구는 교통행정 세무 건설공사 등 3개 분야에서 단독 또는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민원사후평가제로 실제 행정서비스를 경험한 민원인을 대상으로 담당자의 친절도와 금품요구여부 등을 수시로 점검하는 송파구는 이미 시민단체들이 실시한 행정만족도 조사에서 여러차례 최우수구로 선정된 바 있다. 자연 구청 소속공무원들의 자부심이 높아 부정의 유혹에서 스스로를 지키려 노력해왔으며 이것은 송파구의 행정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송파구청에 대한 구민들의 호감과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유택 구청장 역시 보유재산이 많지 않은 공직자로 알려진다. 퇴직 직후 송파구청장에 출마했던 그는 당시 퇴직금으로 선거자금을 충당할 수 있었으나 2000년에는 살고있는 집을 저당잡혀 은행융자로 선거를 치렀을 정도로 재정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성장과정이 그런 면에서 배어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안동은 가문을 중시하지요. 내 혼자 잘못해도 가문전체를 욕되게 하는 게 되니 청렴하게 지내려고 노력했고 야당구청장으로도 임기 3년동안 별탈없이 지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도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이 구청장은 비교적 넉넉한 가정에서 5형제 중 맏이로 자랐다. 그는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할아버지를 잊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이 구청장은 비교적 넉넉한 가정에서 5형제 중 맏이로 자랐다. 그는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할아버지를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성격이 괄괄하고 엄격했던 조부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5살때부터 그에게 한문을 가르쳤다. 아직 나이 어린 손주였지만 배운 내용을 알고 있지 못하면 불호령이 떨어졌고 그래서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분이었다고, 동네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분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농사가 바쁠 때면 주민들을 독려하기를 자청했고 조부의 말 한마디면 안되는일이 없었다.
그랬던 조부도 모두가 존경하는 어른이었고 속정은 깊으신 분이었다. 이 구청장이 서울사대에 진학한 후에는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져온 솔밭을 처분해서 학비를 대주시기도 했다. 여러 해 흉년이 들어 등록금도 부담스러운 형편이었다고는 하지만 당시 집안의 전답을 처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도산초등학교 4학년 때 동부초등학교로 전학해서 다니던 중 6․25 사변으로 다시 고향마을로 돌아온 그는 낙동강 옆에 살면서 항상 미역을 감고 고기를 잡아먹었던 동심의 시간이 있었다. 낙동강 상류의 탄광으로 강바닥까지 검게 변했을 때는 어린 마음에도 안타까워했고 댐건설로 옛 논도 산도 집도 물속에 들어갈 때는 망향의 아쉬움에 젖기도 했다. 이제는 집의 뒷산만 남아 돌아올 수 없는 유년시절처럼 그때의 터전도 기억으로만 남았지만 안동은 늘 향수에 젖게 한다.
“안동은 골마다 문중을 차리고 전통을 이어 내려가고 있는 고장이지요. 추로지향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좋은 도량문화의 중심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화보다는 전통을 계승하는 게 안동에는 더 중요하고 가치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깨끗한 자연속에서 고유의 전통문화를 이어온 안동이 이 구청장에게는 인간중심 도시 송파의 모델이 되는 것일까. 그는 취임 후 송파의 자연형태 복원에 나서 지난 4월 성내천 복원공사를 마쳤다. 기존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사람과 다양한 동식물들이 공생할 수 있는 자연하천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대로 마른 하천인 성내천에 지하 1급수 1200여톤을 흐르게 한 것이다. 물깊이가 80-120cm쯤 되어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도 있고 가뭄으로 인한 물고기 떼죽음도 없어질 거라니 삭막한 서울에서 흐르는 내를 볼 수 있는 친환경공간으로 기대를 걸게 한다. 이미 구에서는 성내천 5.4km 구간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조사해 환경생태지도를 제작, 배포했다.
석촌호수 공원 근처의 서울놀이마당은 강남지역 전통문화의 메카ꡑ를 선언하며 역사문화공간으로 명소화되고 있다. 송파구는 1999년부터 이곳을 운영, 그 동안 중요무형문화재 49호인 송파산대놀이와 답교놀이를 공연해왔고 단오날 씨름, 그네뛰기, 투호, 창포머리감기 등의 민속놀이대회를 갖는 등 민속명절에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최근에는 관내의 초,중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중 전통문화학교를 개교했다. 기존에도 방학이면 안동 하회마을의 예절교육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송파구는 30여년동안 활동해온 송파민속보존회를 통해 탈춤과 풍물 등 전통문화체험과 윷놀이, 제기차기, 복식예절 등 다양한 전통놀이와 예절을 가르친다.
“전통사상은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고리타분하다고 사상이 허물어지니 철학의 빈곤이 오지요. 오늘날의 사회란 것은 물질문명과 정신문화가 조화되어야 합니다. 물질이 앞서가면 가치관의 혼란이 초래되어 가정이 붕괴되고 폐륜, 범죄행위가 범람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옛 문화, 미풍양속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의 조부를 통해 골목 호랑이 할아버지를 구상하고 전통문화가 지녀온 고유의 가치를 구정속에서 실현해내는 이유택 송파구청장은 분명 안동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정도 전문화되는 시대에 행정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은 전통의 가치를 인정하고 추구하는 안동사람의 힘이 아닐까. 그러고보니 ꡐ언덕 위에 소나무가 푸르게 우거진 산좋고 물맑은 강변마을ꡑ이라는 서울의 송파(松坡)가 내 고향 안동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