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대학가(글/사진,강정록 글.편집부)
12월이 되자 학생들은 그간의 학교생활을 정리하고 자신의 짐을 꾸려 머물렀던 자취방을
떠난다. 봄이 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재학생도 있을 테지만, 4학년생 졸업생들은
꾸려놓은 짐의 무게만큼 삶의 무게도 어깨에 얹혀져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학생들이 가고 그 자리에 버려진 것들이다. 아무리 살기 좋은 세상이라지만 나이든 할머니가 보기엔 아직 쓸 만한 물건들만 잔뜩 쌓여있다. 아직 멀쩡한 우산이며, 쓸만한 가제도구들까지…버려지는 게 아까워 살펴보고 있지만, 요즘 애들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막상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어디로 갈까? 그동안은 학생이라는 신분증을 달고 부모님 의지하며 안전지대에 있었다지만, 이제 취업대란 전선에 나서야 할 때가 왔다. 취업홍보판을 아무리 뒤적여보아도 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 토익 몇백점에, 키와 외모까지 갖추어야 한다니……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40-50만원짜리 자취방이 좋은 방 축에 끼였는데…어느때 부턴가 학교 주변 방값이 오르고 열달에 200-300만원짜리 원룸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학교측 영업전략에 따라 거대한(?) 기숙사가 내년에 완공이 된다니 ‘방 있습니다’는 벽보는 더 많이 나 붙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