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의 가을빛 유혹(글/한미례)날씨가 차가워지면 사람들은 누군가를 혹은 어떤 것을 유난히 그리워하는 것 같다. 그것이 사랑이든, 따뜻한 차 한잔이든, 여행이든 간에 말이다. 어떤 유혹도 이맘때는 제대로 먹히(?)는 듯 하다. 그래서 인지 요즘 같은 날이면 두 줄로만 연주되는 해금의 매력에 기꺼이 유혹 당하고 싶어진다.
아름다운 기억을 상상하기
서울대학교 국악과, 중앙대학교 대학원 졸업, 1998 KBS국악대상 관악상수상, 2000 문화관광부 선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영화음악 “꽃잎” 녹음, 현 국립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등등 화려한 프로필만큼이나 실력 또한 대단한 정수년씨. 전화기를 통해 배여 나오는 정수년씨의 목소리는 낮고 느리며 따뜻하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느낌은 그녀의 앨범을 통해 미리 내게 길들여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앨범 ‘Beautiful Things In Life’(뷰리플 씽즈 인 라이프)에서 해금의 매력을 하나도 남김없이 보여주었고 그녀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해금의 소리는 대중들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 앨범에선 진주낭군이라는 곡을 편곡한 ‘진주유희’, 또 ‘아리랑’,‘한오백년’ 같이 우리 귀에 익숙한 곡들과 창작곡을 포함해 총 12곡의 해금 곡을 담고 있다.
“전부터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차안에서 운전을 하면서 들을 수 있는 편안하고 조용한 음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라며 말한 바램처럼 마치 대중들이 그 맘이라도 눈치 챈 듯이 몇 년 동안 끊임없이 사랑을 받고 있음이 나 또한 기쁘다.
그녀는 타이틀곡 Beautiful things in life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아름다움이란 실체가 있거나 없거나 그 느낌만으로도 행복을 자아낸다…중략… 아름다움의 하나인 음악이 매개체가 되어 그것들을 항상 느끼고자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 졌다. 곡을 들으면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기억해내고 상상할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도 가끔씩 그것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그것을 기억해 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아름다워 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음악을 넘어선 마술일지도 모른다.
여러가지 색깔의 사랑이야기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연주단원, 중앙대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용인대학교,서울예술대학 출강, 한국청소년국악관현악단 지도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제17호 이수자인 김애라씨.
인터넷 음반매장에서 예약판매를 한다는 광고를 보고 정수년씨를 이은 또 하나의 해금의 유혹이 시작됨에 여간 반가울 수 없었다. 노영심, 홍성규, 곽윤찬, 박재천, 조원행, 이재준 등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해금의 감성을 더욱 더 업그레이드 시켜놓은 앨범 ‘in loving memory’(인 러빙 메모리).
이 앨범을 받아 든 느낌은 ‘시집(詩集)같다’라는 것이다. 30대의 감성적인 사랑이 담긴 음반, 또 20대의 풋풋한 감성으로 바라본다면 미래의 사랑이야기, 40대의 원숙한 나이에서 바라본다면 지나간 추억과도 같은 사랑이야기다. 그래서인지 곡의 해설이 모두 시의 한 구절처럼 애절하다. 오히려 그런 글들이 여러 사람들에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법하기에 수 십 가지의 색깔을 가진 곡이란 생각이다.
‘혼란’ 이라는 곡에 관한 글이다. “수화기 속으로 사라져 버린 그대의 목소리에 다가오는 것은 불안뿐입니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습니다. 바닷가에 쌓아 놓은 기억들이 그리워집니다. 그리워집니다. 안개가 자욱합니다. 벌써 새벽입니다. 그 안개를 헤치고 나서면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김애라씨 해금 이야기의 마무리는 곡의 해설로 남길까 한다. 그 곡의 제목이 뭔지 생각해 보며 수 십 가지의 사랑의 추억에 잠시 머무르기를 바란다..
“그대, 여전히 아름답겠지요. 가지런한 머리에, 보조개는 그대로 남아있겠지요. 그대로겠지요. 제가 그대를 마지막 본 모습 그대로겠지요. 언제 어디선지 한번은 본 듯한 그런 느낌으로 그대를 생각합니다. 보고 싶습니다.”<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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