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댁(글/계철순)안동은 양반의 고장이라고 한다. 조선 시대에 저명한 양반이 이곳에서 많이 배출 되었다 하여 그리 부르는 것 같다. 상놈의 고장이라고 불리우는 것 보다는 나을지 모르나 이왕이면 선비의 고장이라고 불러 주면 더욱 좋겠다. 퇴계선생 한 분만으로도 그렇게 불리울 충분한 자격이 있다.
양반은 동반(東班) 서반(西班) 또는 문반(文班) 무반(武班)의 양(두) 반으로 국가의 통치 세력이요 따라서 지배계급이다. 그들은 권력으로 도금되어 있었고 그 광채는 일가 친척 친지까지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광채가 점차 약화되고 도금 자체도 박리(剝離)됨에 이른다. 도금된 본체는 선비인 경우도 있고 선비 아닌 경우도 있다.
선비는 학문을 좋아하고 덕성을 길러 삼강오륜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바탕이 선비인 양반은 권력의 도금이 벗겨져도 그 덕성 때문에 사람들은 그에게 나부끼고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한다.
오늘날 제도로서의 양반은 없다. 그러나 권력층으로서의 양반은 있다. 그러나 바탕이 선비인 권력층은 몇사람이나 될까. 안동의 양반댁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여본다.<안동>
“계철순 작품집 『자연과 인생』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