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공예가 김기덕씨(글/임종교)지역에서 축제가 열리고, 관광객들과 답사객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정작 안동방문을 기념하는 기념품들은 부실하기만 하다.
그런 중에 안동의 특성을 살린 기념품 만들기에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김기덕씨(37)씨를 만났다. 문천초등학교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그는 한여름 비지땀을 쏟아가며 용접에 여념이 없다.
그는 올해만 해도 공예품 경진대회 금상 수상과 관광기념품 경진대회 지역특화부분에 금상, 일반 기념품 부분에 동상을 차지했다.
상지대 산업디자인과 출신인 그가 금속공예에 뛰어든 이유는 이렇다.
“서울에서 한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다보니까 제품이 만들어지면 디자인하고 틀리게 나오더라고요. 만들 줄을 모르니까 실제로 그렇게 안나오는 거죠. 그래서 직접 하게 됐는데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더라고요, ”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그는 99년부터 아트 쥬얼리 ‘eveart’라는 간판을 내 걸었다. 단순히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 작품에만 한정하지 않고,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한 작품과 현대적인 작품들을 아울러 함께 해 왔다.
그가 한 디자인만 해도 수백 점에 이를 정도다. ‘토끼와 거북이’ 동화의 한 장면이 목걸이로 탄생하기도 하고, 한참전에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짓바르도 발언으로 개고기 먹는 것이 논쟁이 되었는데 그걸 상징하며 개뼈다귀 모양의 팔찌가 그의 팔에 걸려있기도 하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정리되지 않은 작업실 구석구석에서 하나 둘 튀어나온다.
“안동에 있다 보니까 젤 많이 알려진 것이 하회탈이더라고요, 나무랑 수지로 제품이 나와있긴 하는데 잘 이용하면 충분히 관광상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지 않겠냐 해서 시작했지요. 탈로 하는 건 다 해 본 셈이지요. 휴대폰걸이, 목걸이, 반지, 팔찌, 귀걸이, 열쇠고리도 있고요, 향꽂이, 귀이개도 만들었지요.”
단순히 작품으로만 쓰일 것이 아니라 생활에도 편하게 쓰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탈 모양을 활용해 책갈피와 페이퍼나이퍼를 결합시킨 작품으로 2000년도에는 금상을 받기도 했다.
디자인부터 조각 그리고 작품을 만들기까지 모두 수작업이라 혼자 하기엔 버거운 면이 많은 듯 하다.
“은은 몇 도에서 녹고, 잘 흘러 들어가게 할려면 어떻게 한다고 이론적으로 나와있긴 하지만 온도계를 넣어볼 수도 없고, 느낌, 색깔을 보고 알아야 하거든요. 나오기는 다 나오는데 잘못하면 맘에 별로 안 들게 안 오죠. 체험해보지 않으면 모르죠.”
뿐만 아니라 기본 집이 되는 틀을 잘 만들어야 하는데 칼 끝이 엇나갔는지 손가락을 다쳐서 한쪽 손을 들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에게 힘이 든 건 판로개척인 듯 하다. 일반인들이 안동에서 그의 작품을 살 수 있는 곳은 분수대 공예품 전시장 밖에는 없다.
“하회탈 출품작에 대한 반응들은 괜찮는데‥그걸 팔아주는 데가 있어야 하거든요. 전 판매할 목적으로 만드는데… 인사동이나 아트샵에서 보고 전화를 줘서 거래를 하고 있지만 몇군데 안되지요. 순수한 은으로 만들면 재료비가 비싸니까 대량으로 만들진 못하고 있고요.”
어쨌든 공예가들도 작품이 잘 팔려야 재투자도 하고, 새로운 것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인데 그 점이 무엇보다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만드는 것 못지않게 작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걸 젊은 공예가 김기덕씨는 몸소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제가 직접 수출하는 일을 좀 해보고 싶어요. 지금도 조금씩 준비를 많이 해요. 홈페이지 이번에 첨 만들었거든요. 목걸이 디자인 이게 600점 정도 되는데… 작업하고 병행하느라 아직 다 못하고 있어요. 자료정리도 좀 하고 열심히 만들고 팔아야지요.”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