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권투쟁 유감(글/김재왕)의약분업을 계기로 벌어진 의사들의 집단시위가 벌써 일년 가까이 계속되어지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과 자기의 판단에 따라 일하는,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이 금기시 되어온 의사들이 진료실을 닫고 집단시위를 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많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혹자는 일년 가까운 투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하고 어떤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하는 소위 '올바른 의료정책을 위한 투쟁'에 참여하면서 느낀 바는 우선 진료실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곤혹스러운 일인가 하는 것과 정직하고 올바른 의견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란 것이었다. 과거에도 의사들의 의견개진이 없었던 바는 아니지만 좀더 적극적이었더라면, 그리고 관리들이 좀더 일찍이 솔직했었다면 이런 희생을 얼마든지 생략하고도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게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일년 가까운 투쟁과 그에 따른 환자의 희생과 의사들의 상처를 통해 얻은 것은 겨우 의약분업을 내건 정부 정책의 목적이 국민건강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정부의 재원을 아껴보겠다는 엉뚱한 생각에 있었다는 것을 밝혀내는 것에 불과했다. 만약 일년 전 정부가 하려고 하던 의약분업도 아닌 의약분업을 아무 말없이 그냥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정부의 의도가 결국은 국민을 위하기보다 보험재정을 아껴보려는 것에 있었던 만큼 환자는 경제적 부담은 늘어나면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따라서 의료환경도 쇠퇴해지는 결과가 될 것은 뻔한 사실이었을 게다.
결국 의약분업을 주장하면서도 딴생각을 한 몇몇 정책입안자들의 생각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고 바른 정책을 입안하는데 어마어마한 노력과 시간이 희생된 것이다.
원래 의약분업은 환자들에겐 귀찮고 시간과 돈이 훨씬 더 드는 제도임이 분명한데도(물론 그만큼 또는 그 이상의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정부는 정확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대신 오히려 의료비가 적게 드는 제도라며 국민을 현혹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물론 의료정책의 잘못은 의약분업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실험실도 없고, 가르칠 교수도 없는, 실습할 병원도 없는 의과대학을 로비에 말려 무더기로 인가해 준 결과는 누가 책임을 지며 얼마든지 좋은 신약들이 있는데도 교과서적으로 소신껏 쓸 수 없도록 차단된 현실은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나? 하긴 정책의 혼선에서 빚어지는 문제가 어디 의료정책에만 국한된 것이었던가! 교육은? 세무는? 건설은? 환경은?……
정치가 국민을 안심시키고 편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잘못된 정치나 정책까지 챙겨야 하는 현실이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은 나라를 편하게 하는 대의(大醫)가 되어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그간 불편을 겪은 환자분과 가족들에겐 설사 우리들의 주장이 옳았다고 하더라도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