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운동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나?(글/조동진)지역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의 권한과 자원을 지방자치단체로 분산한다는 의미이다. 지방분권은 단순히 지역만 살고 지역의 불만을 해소하자는 것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이 함께 걸어가는 공생의 길이다. 지방분권운동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를 진단해본다.
<피부로 느끼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를 지역민들은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을까? 취재과정에서 만나본 농민과 상인, 학생, 회사원, 주부 할 것 없이 지방의 대부분 지역민들은 경제와 교육, 문화 등 어느 부문 할 것 없이 중앙과 지방의 격차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이 같은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구도가 중앙집권적 체제로 모든 권력이 중앙정부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권력이 모이면 돈이 모이고 돈이 모이면 자연히 사람이 모이게 마련이다.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리는 과밀현상은 지역불균형이라는 심각한 문제점을 낳게 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권력과 자원을 지방자치단체로 분산하자는 여론이 거세게 표출됐으며 그래서 실현된 것이 바로 지방자치제도이다.
지난 91년 기초와 광역의회의원이 선출되면서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95년 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되면서 우리나라도 외형적으로는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지방자치가 되면 각 지방마다 특성에 따른 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권력의 지방분산으로 지역불균형현상이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단순한 희망사항일 뿐 십 년이 지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는 이름뿐인 빈껍데기 지방자치로 혼란과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기대했던 권력과 자원의 분산은 오히려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데 지방자치가 실시된 95년과 지난 2천년까지의 각종 통계자료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수도권의 인구는 전체인구의 46.3%로 오히려 늘었고, 지방은 53.7%로 1.1%포인트 줄어들었다. 지역총생산과 은행거래액 역시 수도권은 46.3%로 늘어나고 0.6%포인트 늘었고 지방은 53.7%로 0.6% 감소했다. 국세와 지방세 역시 수도권은 70.9%로 5년전보다 급격히 늘어난 반면 지방은 29.1%로 6.6%포인트나 크게 줄어들었다. 중추관리기능과 정보기능 역시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은 마찬가지로 2천년 말 현재 국가공공기관의 84%, 백대 기업의 88%, 기업부설연구소와 벤처기업 외국인기업의 75%, 4년제 대학의 41.9%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 같은 수도권의 과잉, 과밀화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을 가져오고 지방은 지방대로 부족과 과소로 침체와 피폐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태동한 것이 바로 지방분권운동이다.
<왜 지방분권운동이어야 하는가?>
첫째 지방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경제는 물론 행정, 교육, 문화 등 사회 모든 영역의 권력과 자원이 중앙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민은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한계가 있다. 실제 지방자치단체와 의회는 말 할 것도 없고 광역자치단체와 의회도 인사와 재정, 제도가 중앙에 집중돼 있어 자생적인 집행능력 없는 2할 자치에 불과하다는 것이 단체장 스스로의 실토이다.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자원을 지방에 분산해 행정과 재정, 경제, 교육과 문화 등 다방면에서 지방의 자율성을 확보해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지방분권이 유일한 대안이다.
둘째 지방자치의 내실화를 위해서이다. 결정권 없는 지방자치, 세원과 인재없는 지방자치는 지난 십 년간의 경험에서 그 허구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방분권 없는 지방자치는 공허한 메아리로 진정한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자치제도가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면 아무리 지방자치를 외친다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셋째 지역혁신을 위해서이다. 지역혁신은 지역의 대학과 기업, 지방정부, 지역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정치, 경제, 문화 등 지역사회의 총체적인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종전의 낡은 모형과 가치관을 과감히 탈피하고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새로운 발전모형을 모색하는 것이 지역혁신이다.
지역혁신을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필요하고 지방분권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지역혁신이 필요하다. 권한과 자원을 부여받는다해도 종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기득권 유지에 안주한다면 새로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지방분권과 지방혁신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속에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넷째 복지공동체의 실현을 위해서이다. 지방분권은 결국 지방살리기 운동이자 서울과 국가전체를 살리는 운동이다. 중앙과 서울집중을 해체해 지방분권을 실현하면 국가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도권과 지역민의 삶의 질이 다같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에서 새로운 중앙과 지방이 함께 사는 새로운 복지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다섯째 민족통합과 지역주의의 극복을 위해서이다. 통일이후 7천만 민족구성원들의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는 계층간 분열과 함께 지역간 분열을 반드시 해소해야한다. 현재의 지역주의는 중앙권력의 쟁취를 위해 중앙의 권력 엘리트들이 각 지역을 볼모로 삼으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권한과 자원을 지역별로 골고루 분산하는 지방분권이 실현될 때 지역화합과 협력이 가능하고 진정한 민족통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의 추진방향>
그렇다면 지역분권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가? 지방분권은 "지방에 결정권을, 지방에 세원을, 지방에 인재를" 이라는 기본적인 정책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방분권 특별법의 제정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지방대학육성, 지방소득세 도입 등 부문별로 구체적인 주요의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구체적인 목표들이 실현되고 지방분권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역혁신과 주민자치와 결합돼 추진되어야 한다.
이렇게 지방분권과 주민자치, 지역혁신 3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유기적인 결합속에 추진되는 지방분권운동은 주민참여와 연대, 생태계 보호라는 방향으로 실천될 때 꽃피울 수 있다. 지방정부의 정치, 경제, 문화 등 각종 정책결정과 평가 과정에서 지역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주민참여 없는 지방분권은 지방정부 관료와 토호들의 권력이 강화되는 엉뚱한 부작용을 양산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일반시민이건,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NGO 즉 민간단체의 참여이건간에, 지역민의 참여와 견제속에 지역발전은 꽃피게 된다.
참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지역민간의 연대없이는 지역발전은 갈등과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비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함께 포용하고 끌어안으며 목표점을 지향할 때 진정한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이 자행된다면 어떠한 형태의 지방분권과 혁신도 지역발전을 지속적으로 보장하지 못한다. 지역개발을 이유로 무분별한 난개발을 자행하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발전의 궁극적인 모델은 주민자치와 지역혁신, 지방분권이 삼위일체로 결합하면서 참여와 연대, 생태보호라는 실천적인 자세로 추진되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99년 수도권 집중은 국가발전의 한계임을 절감하고 지방자치 일괄법을 제정해 지방분권조치를 시행하면서 메이지 유신과 전후개혁에 이은 세 번째 세기적 전환사업이라 할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선진 OECD 국가 역시 지방분권을 주요 과제로 삼아 국가의 효율성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지방분권에 공동의 보조 맞춰야 >
이제 우리도 지방분권을 찾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4월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가 창립된 데 이어 6월에는 포항본부가 창립됐고 안동본부도 창립대회를 마치고 발대식을 앞두고 있다. 특히 지방분권운동은 인구 2-30만명 규모의 지역사회에서 이상적인 모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추진여부가 주목된다.
지방분권운동은 지역의 단순한 불만해소가 아니라 지역도 살고 중앙도 함께 사는 나아가 국가 전체가 함께 사는 공생의 길이다. 이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지방혁신이라는 삼박자 속에 참여와 연대, 생태의 가치로 무장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를 실현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