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문화, 젊음을 찾자(글/권두현)생명이 있는 것은 부드럽다. 부드러우면서도 활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성장과 변화를 시도한다. 생명이 없는 것, 곧 죽은 것은 딱딱하다. 변화가 없으며 굳어 있다가 소멸되거나 화석이 된다. 생명이 있는 것은 따스하다. 온기가 있어 그 기운을 이웃에 전해준다. 생명이 없는 것은 차다. 이웃에게 냉기를 던져준다.
생명력을 가진 사람의 몸은 부드러우면서도 활력이 넘친다. 끊임없이 성찰하고 변화를 시도한다. 운동하고 그 기운은 순환된다. 생명력이 약한 몸은 경직되어 있다. 울타리에 갇혀 고집을 부리고 기운은 순환되지 않는다.
생명력이 있는 문화는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에게 나이에 관계없이 젊고 부드러우면서도 따스함을 준다. 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온기를 던져주며 정겨움을 풍긴다. 생명력이 없는 문화는 박제되어있다. 전해오는 것이 전부인양 간주되어 삶에 체득되어 있지 않고 격식만 있으며 내용은 잊어버리는 것이다.
지금 안동문화는 부드러운가
지금 안동문화는 따스한가? 부드러운가? 그 기운이 순환되고 있는가?
전통문화를 고집스럽게 이어가고 있는 안동문화의 현장에 서면 감동이 몰려온다. 문화, 전통, 습득된 규범속에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발현하고자 하는 모습에서 삶의 끈기를 느낀다. 그 자체로 잔잔한 울림이 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필자는 안동문화에 활력이 있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안동문화의 가치를 역설하고, 지금 삶의 건강함을 주장하는 스스로에게 문화의 생명력, 부드러움, 온기를 가지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외부의 자극을 자양분으로
암울한 근대 일제강점기 안동은 활발한 독립운동으로 안동의 역사성을 이어갔고, 현대 산업사회의 이농현상 속에서도 안동은 그 문화적 이미지를 잃지 않았다. 급급한 역사적 정황속에서도 안동문화는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대응하였고. 보전하고 전승하기에도 버거웠지만 안동의 어른, 선배들은 이를 고고하게 지켜왔다.
그러한 가치는 충분히 인정된다. 그런데 세월의 흐름속에서 안동지역 문화주체들은 피로해 있다. 제례의 현장이나 동제 등 소위 전통문화는 어쩌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선정된 일부만이 언론에 주목받고 있고, 문화를 이끄는 안동사람, 안동문화 전체에 이미 보이지 않는 피곤이 있다. 수많은 유형문화재 공간에서 생활문화, 무형적 문화자산이 생생하게 유희되고 실현되었지만, 이제 나이드신 어른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돌이켜보면 안동문화사는 늘 부드럽게 몸을 풀고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였으며 그것을 자양분으로 더 나은 몸을 만들어왔다. 민속신앙이 활발하게 전승되는 가운데서도 불교철학과 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화엄불교를 꽃피웠고, 안동 읍내가 온통 사찰이었다는 전설 속에서도 중국의 성리학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으며, 마침내 성리학의 정수라는 퇴계철학을 성립시켰다.
처사정신으로 대표되는 안동의 유림은 세상과 담을 쌓은 듯 보였으나 독립운동의 선봉에 섰으며, 동시에 근대문화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당시의 새로운 사상조류인 조선공산당의 성립도 안동문화의 건강성 속에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기독교의 장로교 성립도 또한 근대시기 안동문화의 주체적 측면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역사적 성향은 외부의 문화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안동식으로 재편하고, 새로운 시대적 의미로 창조하였던 건강함을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안동문화는 끊임없이 외부의 공기를 호흡하고, 영양분을 흡수하여 안동문화의 몸체를 건강하게 만들어온 것이다.
안동문화가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화사의 흐름을 이제 다시 되뇌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안동문화의 주체들이 젊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보다 부드러워져야 한다. 시대적 자극을 자양분으로 전통문화를 새롭게 창출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 보다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현재 안동문화의 생산물은 대부분이 과거 추수적인 경향이 많다. 그러다보니 시대적 감각의 틀을 가지는 결과보다는 내려오는 경험이 중시되는 결과물이 많다. 그 부정적 측면으로 젊은 사람이 안동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어렵게 만든다. 안동문화의 현장에 젊은이들이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결국 안동에서 삶의 전망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젊음은 나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부드러움을 말한다. 중심을 잃지 않고 유연하게 흐름을 잡고, 문화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어려움을 전제한 다양한 시도. 그 시도를 통한 작은 성과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문화적 아량이 넘치는 분위기를 말한다.
어른들이 지킨 안동문화의 현장을 향후 누가 그 가꿀 것인지를 이쯤에서 고민하자.
막연히 그냥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1세기 사람들에게 안동문화가 어떤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나를 앞서 질문하고 지금부터 그 생산물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누구나 문화활동을 스스로 추동할 수 있는 발언대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떤 내용으로 할 것인가는 그 다음 문제이다.
새로운 시대에 감응하는 창조활동를 통해 활력을 찾지 않으면 안동문화는 그 온기를 잃어버릴지 모른다. 부드러운 안동문화, 이를 지켜온 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과 나이 어린 사람들의 위치를 비워두고 맡겨두는 젊은 안동문화를 기대한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