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띠 사회초년생 박지은씨(글/김선주)
예로부터 원숭이는 지혜로움과 잔재주를 지닌 섬세한 동물로 인식되어 온 만큼 원숭이띠를 가진 사람 역시 특유의 민첩함과 유연함, 지혜와 재주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보통 자기 띠에 해당되는 해가 되면, 기가 충전해져서 활동이 왕성한 한 해를 보내게 된다고 하는데, 갑신년 새해를 맞아서 자신의 띠를 만난 박지은씨(25)의 소망과 각오를 들어보기로 했다.
원숭이띠 지은씨의 소망
올해 안동대 사학과를 졸업하는 박지은씨는 학원 강사를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되는 사회초년생이다. 지은씨는 99년에 안동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전라남도 광주에서 이곳 안동으로 왔다.
“광주에서 어떻게 안동까지 오게 되었어요?”
지은씨는 이 말을 예전에도, 요즘에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다.
광주에서 안동으로 오기까지는 막연히 집을 떠나보고 싶다는 젊은 호기와 친구의 권유, 그리고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에서 였다.
“집을 벗어난 것이 내 자신에게 가장 큰 변화를 줬어요. 일단 집이 머니까 외로워도 참게 되고 스스로 여기서 제대로 적응하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과 활동뿐만 아니라 동아리 일에도 열심히 쫓아다녔죠. 대학생활을 하면서 선배, 후배들을 많이 만난 것이 저한테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지금 현재 학원강사를 하고 있는 지은씨가 올해를 맞으며 품은 소망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첫째는 올 연말까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교육대학원을 준비할 계획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선생님을 하고 싶어 했단다. 고등학교때 역사 선생님의 영향으로 대학에 와서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는데, 공부를 하면서 지은씨에게 그 꿈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한다. 집안 형편이 힘들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꿈을 미뤄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둘째는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이다. 점점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는 현대 사회에서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이 또 하나의 족쇄로 채워지는 건 아닌가 싶지만 취업대란이라는 현실앞에 그런 요구를 무시하며 살 수는 없는 일, 지은씨는 이제껏 학원 수업이 밤에 끝나다보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생겨 자신이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올해부터는 잠을 줄여서 그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건강이다. 누구나 다 바라는 제일 큰 소망일테다. 건강해야 다른 일들을 다 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 깊은 예비 선생님
지은씨는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고 학교에서 있는 발굴 작업에 동참했다. 그러다가 복학해서는 1학기를 마치고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사회?국사를 가르치는 학원 강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보다 한해 늦게 올해 졸업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어요. 자꾸 하다보니 아이들을 대하는 노하우가 생겼죠. 아이들과 어느새 정이 들었고, 학원 강사에 대한 매력도 느껴요.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하나하나 체크해주면서 나 자신도 많이 배우게 되거든요.”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엉뚱하고 다양한 질문들을 많이 던진단다. 얼마 전에는 어떤 학생으로부터 “시라소니는 지금 무얼 하고 있어요?”라는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다. 당황하긴 했지만 이제는 자신도 아이들이 어떠한 질문을 할지에 대비해서 하나라도 더 챙겨서 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특히 사회와 국사 같은 경우는 주력과목이 아니라서 아이들이 지루해 할 수도 있어, 그는 요즘에 수업을 더 재미있게 가르치는 방법들을 연구 중이다. “장금이가 끌려갔던 데가 어디지?”라며 사극의 한 장면을 끌어들여 설명하기도 한단다.
“하다보면 정말 재밌어요. 애들이 너무 착하고 귀여워요. 같이 하는 선생님들도 다 좋으세요.”
줄줄이 늘어놓은 말들, 학원과 아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목적으로서의 직업이 아니라, 공부를 더 한 후에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선생님이 되기를 바란다는 그의 말 그대로 갑신년 원숭이띠 해에 찾은 앳된 원숭이띠 학원 강사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바란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