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여는 공연(글/한미례/탁상현)새봄맞이 우리가락 우리노래
겨울 내 꽁꽁 얼었던 얼음을 깨는 듯한 공연이 열린 그날, 국악기의 개량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국립국악관현악단과 “무대 위에서는 철저하게 스님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스님으로 녹아들었을 때 세계적인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다짐하는 타악 뮤지컬『야단법석』으로 알려진 야단법석팀, 그리고 봄을 좀 더 빨리 만끽하고 싶은 맘을 재촉이라도 하듯 시민회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새 봄맞이 우리가락 우리노래〉에서 만나 보았다.
꽁꽁 언 겨울을 깬 공연
공연의 첫 문을 연 관현악 서곡 ‘아리랑’은 이용탁 지휘자가 자신있게 추천하던 곡이다. 북한곡을 재해석 한 이 곡을 마치 지휘를 하고 있는 듯 감상에 젖어 곡 소개를 하던 그의 열정은 공연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었다. 얼마나 애정이 있었으면 이용탁 지휘자는 악보도 없이 연주자들과 함께 호흡을 하며 선율에 양손을 얹고 있었다. 첫 프로그램이라서 그런지 모두 긴장되어진 모습에 클라이막스 부분이 제대로 살지는 못했지만 꽁꽁 언 겨울은 대피리 협주곡 ‘새날의 기쁨’, 가수 안치환의 ‘내가만일’ , ‘솔아솔아 푸른솔아’로 점점 녹기 시작하더니 관현악 ‘방황’으로 이어졌다. 이윽고 야단법석팀의 타악 포퍼먼스 ‘공감21’에서 겨울은 모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관객들과 출연진들이 함께 교감하던 그 뜨거운 열정 또한 큰 몫으로 작용하였다.
새봄의 싹이 움트는 공연
매섭던 겨울이 수그러들고선 봄의 새싹이 조심스레 고개를 내미는 듯한 ‘피리삼중주’ 가 이어졌다. 악보를 다 외운 성의는 있었으나 세 종류의 피리를 함께 음미할 수 있는 곡임에도 파트별로 자신있게 치고 나오지 못해 피리의 느낌을 완전히 안기기엔 부족함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 빈틈도 사물놀이협주곡 ‘신모듬’으로 메꾸어져 마지막 장식을 화려하게 하였다. 사물악기의 맛은 소실되고 비디오형으로 치우친 점이 아쉽긴 했어도 ‘야단법석’팀의 사물놀이 협연은 봄을 알리려 움트는 모든 생명의 진동처럼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묵은 겨울을 함께 깨고 화려한 봄을 함께 연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안치환, 야단법석... 그리고 안동의 관객들은 2004년 이른봄을 기억하리라 믿는다.
대중성을 너무 쫓아 별스럽지 못한 아쉬움
모든 공연이 모두 특별나거나 별나야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다가가고자 했던 맘이 컸던 탓에 우리소리에 대한 주춧돌 같은 것이 없음에 못내 아쉽다.
요즘 한창 인기몰이를 하는 해금이라는 악기를 피해 피리라는 악기가 중심 축이 되었던 것은 참 반가운 일인데 프로그램만으로 본다면 구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아니더라도 많은 관현악 단체들이 충분히 소화해 내는 곡들에다 스타일 변화도 전혀 없음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립국악관현악단도 민영화가 될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조심스런 추측이 현실로 맞닥뜨리게 되면 먼 거리 선뜻 와준 그들이 고마운 것이 아니라 불러준 우리를 고마워해야 할 지도 모른다.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안동 문화의 예술적 가치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던 최상화 예술감독, 고향에 온 것 같아 편안했다던 이용탁 지휘자, 안동에서 살고 싶을 만큼 좋아 자주 오고 싶다던 야단법석팀. 이들이 안동에 대한 좋은 첫인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앞으론 좀 더 의미 있는 안동행사에서 판을 벌여주길 바란다.
음악을 좋아하는 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기
타악뮤지컬 ‘야단법석’
지난 3월 27일 안동시민회관 대극장에서 타악뮤지컬 ‘야단법석’이란 공연이 있었다.
우선, 개인적으로 ‘야단법석’이란 작품과 배우들 그리고 연출자에 대해 친분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사람들보다 그들의 생활과 생각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이런 타악적 작품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다. 단원들이 전통타악을 전공한 전공자들이고, 각종 경연대회에서 장원과 대상을 휩쓸다시피 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이러한 경력들이 타악뮤지컬이란 새로운 형태의 예술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소 시민들에게 생소한 타악뮤지컬이란 것과 음악을 좋아하는 스님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모티브로 잡았는가 하는 것에 대해 궁금증이 있을 것이다.
우선, 타악뮤지컬이란 것이 생소한 장르인데, 흔히들 알고 있는 ‘난타’, ‘두드락’, ‘도깨비스톰’등은 “넌버벌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전통음악의 한 장르인 풍물의 장단에 연극적 요소들을 도입하여 언어적 표현을 자제하고 음악과 퍼포먼스적 표현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그러나, ‘야단법석’이 표방하는 타악뮤지컬이란 것은 말 그대로 타악과 뮤지컬을 하나의 형태로 엮어 놓은 것으로 한국적 음악과 서양적 표현 형식의 퓨전적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유행처럼 불고 있는 타악퍼포먼스 작품들과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야단법석’은 기존의 타악퍼포먼스들과 다른 것인가? 개인적 생각을 말하자면, 분명히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다.
또 하나, 음악을 좋아하는 스님들의 수행이라는 모티브에 대한 궁금증이다. 왜 스님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었을까? 그것은 기독교와 천주교의 경우는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넌센스’라는 종교적 모티브를 가지고 작품을 만든 것들이 있다. 그러나, 불교의 경우 작품이 전무한 형태이고, 우리나라의 종교적 근본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불교가 가장 우위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야단법석’의 경우도 이러한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불교적 모티브를 가진 대표적 예술작품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음악을 통한 도의 깨달음
그럼, 그들의 작품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자. 전체적인 내용은 말 그대로 음악을 좋아하는 스님들이 음악을 통해서 도의 깨달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장면의 구성은 축생들의 전생과 인간이 되어 산사에서 생활을 하는 과정들을 통해서 음악적 표현들을 찾아가고 결국에는 음악적 득도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새벽에 나와 마당을 쓸면서 장난끼가 발동하는 것, 경을 읽고 공부하면서도 한 마리 모기 때문에 생기는 에피소드, 참선을 하면서 죽비를 이용한 장난들 등 수행의 과정에서도 전생의 모습들을 떨쳐버리지 못한 모습들이 표현된다.
그 중 대표적인 수행의 어려움이 표현된 것이 ‘밥 공양’ 장면이다. 서로 약간의 밥이라도 더 먹으려고 하다가 결국 그동안 쌓은 공덕은 물거품이 되고 다시 축생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 장면은 짧은 시간동안 진오방진의 긴박한 장단과 함께 표현되는데, 장면이 길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한 장면 중 하나다. 전체 공연 중 축생이었던 자신과의 싸움이 극대화되는 장면이다.
이후 큰 스님과 보살의 현신을 통해 음악적 수행을 화두로 받고 음악을 통해 수행을 완성하는 것을 마지막 장면으로 공연이 끝난다.
그들은 공연에서 단순한 음악적 표현을 나타내기 위한 소품의 이용이 아니라, 소품들 자체를 적극 활용하여 음악적 표현들을 만들어간다. 전통타악기와 절의 사물악기를 비롯한 빗자루, 죽비, 대나무, 밥그릇, 경전, 냄비 등 실제로 절에서 사용하는 것들을 악기로 차용하여 거기에서 음악적 감성들을 찾아내어 표현을 구체화해 내었다. 또한, 대중들에게 익숙한 음악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흥미을 높였고, 철학적 의미를 담은 창작곡들을 통해서 깨달음이라는 주제를 부각시키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잘 사용한 것은 바로 몸이다.
인간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인 것과 극적인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야단법석’은 한국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을 대중들이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끔 만든 작품이다. 종교적 색채가 거부감이 들 정도로 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종교가 뒷전에 처져있는 것도 아닌 적절한 배합을 통하여 극적 감동의 효과를 높였다.
작품을 너무 좋게 평가를 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하지만, 이 공연을 만들기까지 첫 시작부터 그들의 노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작품과 더불어 그들의 노력도 충분히 평가 받을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차후 더 많은 한국적 공연작품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이야기를 줄인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