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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장군 장보고를 찾아서(글/김동욱)

배는 자꾸만 흘러 한국 영역을 지나 황해를 건너고 있다. 얼마전 나는 인터넷을 통해 장보고 답사간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 소감문을 보냈다. 그것이 당첨돼 장보고답사단의 한무리로서 이 역사적 여정에 동참할 기회를 얻었다. 1천200년전 인물인 장보고 장군을 조명하기 위하여 직접 중국으로 가게 된 것이다.

옛날에도 그랬듯 지금 이곳 여객선에도 많은 상인들이 중국으로 가지고 갈 물건들을 가득 싣고 모여있다. 그들 역시 보따리 하나하나마다 자신들의 꿈을 싣고 이 배에 탔을 것이다. 나 역시 이번 여행에서 나를 좀더 채찍질하고 진정한 한국의 참모습을 알자는 다짐으로 항해에 올랐다. 물론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학생들과 같이 새로운 인물을 연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나의 이 미지의 답사에 큰 부분이 될 것이다.

새벽 먼동이 터오는 설레임을 뒤로 하고 광활한 영토의 나라, 새기운의 나라 중국에 도착했다.
위해라는 곳은 중국과 한국의 해상교통의 관문으로 급격한 발전을 하고 있었다. 위해항 밖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굉장히 분주했다. 중국이 공산주의라는 생각은 이제 더 이상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았다. 바쁜 장사꾼들의 목소리와 차들의 시동소리. 이게 바로 첫 중국의 모습이었다.

역사를 바로 아는 길

전날 저녁 동국대 윤명철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장보고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상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나라를 등지고 중국으로 들어가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군인이 되는 길이었으리라. 엄청난 노력 끝에 장수로 산둥지역에서 위엄을 떨친 후 신라에 들어와 청해진대사 자리를 임명받고 청해진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 기타 여러 나라의 해상무역의 중개자 역할은 물론, 상권을 장악함으로써 국익에 막대한 이익과 해상 무역권의 새로운 강자로 이 한국을 우뚝 서게 만든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통일신라의 왕권다툼에 의하여 십수년의 공도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세상을 등진 장보고대사. 우리나라를 동북아시아 무역의 중심지로 우뚝 올라서게 하였지만 이제는 우리들 기억에서조차 사라진 그를 다시 우리가 연구해야 할 이유, 그것은 바로 민족혼의 부활이며 우리 역사를 바르게 아는 것만이 우리 민족이 바로서는 길이라는 분명한 사실 때문이다.

처음 찾아간 곳은 바로 성산각이다. 중국의 신성한 산이며 중국에서 제일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 중국이 한국을 점령하는 출정지로 우리 역사의 상반대된 곳에서 장보고를 처음으로 접했다. 여기서 그는 한국인의 위상을 높였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해졌다. 진시황제도 한무제도 이곳을 찾아와 자신들의 미래를 빌었다는 성스러운 산이라 그런지 신비한 기운마저 들었다. 주변이 온통 돌로 둘러 쌓였지만 갖가지 기암절벽이 성을 이루고 바다에 의해 깍인 주변의 암초들은 영엄함을 더해주었다. 저 멀리 파도 넘어 한국이 손에 와 닿을 것 같았다. 그 옛날 소정방이 우리나라를 더럽힐때도 이땅은 그 많은 것들을 보아왔으리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중국의 위응

발길을 돌려 위해에서 배를 타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중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등세창이 있는 위공도로 향했다. 100년전 중국과 일본 전쟁 당시 끝까지 죽음을 불사하며 전쟁에 임했던 중국의 해군기지는 이젠 그들을 기리는 박물관과 위령지로 변해 있었다.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야기들과 유물들은 모두가 민족영웅을 원하는 국민들의 마음과 국가의 정책이 합해져서 만들어졌기에 더욱 의미를 더했다. 화려한 비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중국인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이 위공도의 영웅들, 우리의 역사에 대한 재평가가 새삼 부끄럽다.

위공도를 떠나 위해에서 하룻밤 여독을 풀고 다음날 찾아간 곳은 광동의 영성시였다. 위해에서 약2시간 거리였다. 여기 중국은 우리와 시 공간의 개념이 달라 2시간 버스거리는 가까운 동네를 이동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동하는 동안 도로는 조용할 정도로 차량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3개월 가량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한 식수난을 겪는 모습이 이곳저곳 눈에 띄었다.

영성시는 중국 유일의 외국인 동상이 세워진 곳이다. 그것도 우리의 기억에선 잊혀지고 있는 다름 아닌 장보고의 동상이다.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도 잊고 있는 일을 여기서 새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했다. 이곳 부시장의 영접을 받으며 우리는 중국이 가지는 한국의중요성과 그들이 받아내려는 잇속까지 느껴야 했다. 그리고 그곳을 통한 학술적 연구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영성시의 환영을 뒤로한 채 예전 장보고의 산동성 세력결집의 중심지인 적산법화원을 찾았다.

얼핏보기에도 바다 바로 옆에 들어선 돌산은 방어하기에 최상의 요지이며 주변의 바다는 항만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어 보였다. 절은 중국 정부가 전시용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절 입구로 들어가는 길은 아직 관광지나 문화재로서의 성격보다는 계속 개발한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위용만큼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어느 저녁 늦은 밤 아마 장군도 저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고향 신라를 생각하며 쓴 잔을 삼켰을 것이다. 그리고 바다 건너 고향을 그리며 언젠가는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리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참 경내를 돌고 난 후 법화사에서 나와 장군의 기념탑에 경건히 참배를 했다.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암산을 중심으로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종교적 단합집결지로 적을 관측하며 방어하기에 용이한 장소로 천하의 요지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내려오는 길에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세운 많은 비석들을 보았는데 마음이 쓸쓸해졌다.

새롭게 떠오르는 중국

오후에는 개발이 되지 않은 유산포를 찾아 이동했다. 긴 여행이라 모두들 지쳐있었다. 유산포를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신라인이 세웠다는 신라방이 있었던 곳. 만이 깊어 방어에 쉬웠던 이곳은 정말 한가한 어촌 그 자체였다. 차에서 내려 유산만을 바라보았다. 절경이었다. 바라보이는 높은 산들은 하나같이 여자의 각선미 그대로인양 너무나 부드럽게 이어지고 있다. 이제까지 본 여느 산과는 달랐다. 여성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곳에 적이 들어온다면 정말 어려운 시련을 겪었을 것이다. 이만을 지나 항구로 진입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어머니 같은 유산포를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지친 몸을 뒤로하고 위해로 돌아가 여장을 풀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야시장을 구경하였는데 개방하의 물결이 완전히 서민 문화에까지 파고들고 있음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채비하고 우리는 드디어 청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동성 제일의 도시로 가는 것이다. 버스로 무려 6시간, 그전에 잠시 동주로 이동해 봉래각을 견학하였다. 지금 쌓여진 성의 크기로 보아 예전의 번성과 화려함과 위용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한 성벽이 쌓여진 방식이나 견고함은 그 옛날 이곳의 확고산 위치를 알게 했다.

우리는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6시간의 긴 여정 끝에 청도에 입성했다. 역시 성이 제일 큰 도시답게 교통량과 인구 그리고 높은 건물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정말 새롭게 떠오르는 중국이 여기서 느껴졌다. 5.4광장의 자유로움과 웅장함, 멀리 보이는 조선소가 이제 만만히 볼 중국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다가왔다. 식후 잠시 청도의 도심지를 구경하였는데 역시 8시 이후에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음날 안개로 인하여 대주산을 가지 못하고 곧장 청도대학 한국어 학생들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거기서 새삼 놀란 것은 1년밖에 되지 않는 학생들이 우리말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놀랐다. 이게 바로 중국의 저력이려니 생각하니 또한번 가슴이 섬뜩해졌다. 그들이 지금은 약간 뒤쳐진 모습이지만 그들의 용기와 해야한다는 성취욕은 벌써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10년뒤 우리가 감당해야 할 중국은 너무나 벅찰 것 같았다.

우리는 다시 청도항으로 향했다. 항에는 역시 올 때와 같이 우리나라 무역인들로 시끌벅쩍했다. 모두가 약간은 얻어가는 것이 있는 듯 상기된 모습이었다. 나 역시 이번 장보고답사단의 일행으로서 한국을 대표하고 방송대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일었다. 1천200년전의 한 인물을 찾아 우리는 이곳까지 왔고, 그로 인해 중국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그리고 장보고의 역사적 해석이 새롭게 되어야 한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저 황해의 주인이었던 조상들의 위상이 지금 어떻게 변하였는가를 생각하면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더더군다나 국토가 막힌 지금 해양으로 나가야 하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각도로 그를 조명해야 할 것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