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장 터줏대감 40년전통을 말한다(글/김선주)선지국밥집 ‘옥야식당’
시끌벅적한 사람들 소리가 정겨운 재래시장인 안동 중앙시장을 찾았다. 서민들의 희노애락이 있는 우리네의 장터는 서로간의 정을 나누던 곳이다. 국밥 한그릇 두둑하게 쌓은 밥 인심에, 사람들과의 부대낌에, 정이 있어 살맛나는 세상이다.
올 여름 한철은 유난히도 더웠다. 여름이 불쑥 찾아들기 전에부터 TV에서는 십년 만에 무더위가 찾아온다는 보도로 떠들썩했다. 때 이른 장마로 잠깐 비가 오더니 그 후론 비소식이 깜깜이고, 연이어 찜통 같은 더위가 찾아왔다. 여름이라 몸이 허해진 탓인지 땀을 뻘뻘 흘리며 신시장 어귀에서 국밥집 잘 하는 데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안동에서 제일 큰 재래시장인 신시장에서 보신탕골목에 들어서게 되면 먼저 문어 파는 아지매들, 생선 파는 아저씨들이 보인다. 골목어귀에 식육점이 하나 있는데 그곳 옆에 소고기 선지국밥집 옥야식당이 나온다. 조금 늦은 저녁시간이었지만, 역시 입소문대로 사람들이 붐볐다. 배가 몹시도 고픈 참에 국밥을 빨리 말아달라고 보채며 들어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에 냉큼 국밥을 말아먹고는 이것저것 여쭤보았다. 주인 할머니께 사람들한테 국밥이 인기가 좋은 비결을 살짝 귀뜸해 달랬더니 손님한테 정성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하며 손사래를 치신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국밥을 퍼 담는 손길에도 정성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인기가 있는 것도 잘 모르겠어. 한그릇 한그릇마다 좋은 것만 해서 드리니 그래서 좋아하시나봐. 내가 밑져도 고기라도 많이 썰어 드려서 흡족하게 보내드려야 내 속이 시원해져요. 실속이 없지 뭐 허허”
신시장 터줏대감, 옥야식당을 경영하는 충청북도 단양이 고향인 최순월(70)할머니다. 시영식육점 옆에 위치한 이 자리에서 40년을 넘게 국밥집을 했단다. 예전에는 식육점과 같이 했는데 이제는 힘이 부쳐서 국밥집만 한다고 했다. 바쁠 때면 주위 친구분들이 와서도 도와주고 막내딸이 가끔 도와주긴 해서 고맙지만 또 막내딸이라 못내 안쓰러우신 모양이다.
“여름에는 많이 먹어야지. 많이 드시면 할머니가 더 좋아해요.”
옆에 일 도와주는 주인할머니 친구 조분술 할머니가 한마디 거드신다.
최순월 할머니가 신시장 옥야식당과 인연을 맺은 것이 6.25 동란 때 경상도로 피난을 왔다가 17살에 안동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는데, 어찌하다 먹고살려고 시작한 게 이 국밥집이었다고.
“이게 40년 됐으니까, 시집와서 고생을 좀 하다가 이 일을 시작했어. 옛날에 어머니가 나이 열다섯 되던 해부터 이런 일을 잠깐 하셨지. 어머니 하시는 거 구경만하다가 그 흉내를 내봤더니, 이렇게 칠십이 되도록 이날 이때까지 하는거지 뭐.”
점심시간에는 사람들이 붐벼서 손님들을 다 못 받는다고 했다. 못 먹고 돌아가는 손님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정성스레 해 주시는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신시장 옥야식당으로 가면 그 얼큰한 국밥을 맛볼 수 있다.
40년 전통 피복점 ‘아시아양행’
신시장하면 포목점 골목이 명물 중 하나다. 이 골목도 현대화사업으로 말끔하게 아케이드가 설치되어서 외관상 보기에도 좋다. 포목점 골목을 들어서면 간판도 없이 오른편에 조그맣게 피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다. 주위 포목점하는 아주머니들께 여쭤보며 여기서 제일 오래된 터줏대감님을 찾는다고 하니 다 거기로 가보라고 한다.
신시장에서 피복점을 시작한지 올해로 40년되는 노부부 이창걸(72)할아버지와 권영순(70)할머니를 만나보았다.
아시아양행, 그 옛날 40년 전에 어떻게 이런 거창한 간판이름을 생각해 내셨는지 여쭤보니, 당시에 인접해 있는 상점명들이 다 보다 작은 규모로 지어져 있어 그 보다 더 크게 되라고 아시아양행이라 이름 지었단다.
요즘은 길거리에 피복하는 점들이 많이 생겨나서 손님들이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장사가 좀 됐지. 점포수가 적었으니까 피복이 지금보다는 반 정도 될까? 요새는 와서 그냥 노는기지. 이 일이 자본도 짧고 해서 그냥그냥 시골서 오는 고향손님들, 그리고 연수가 쌓이면서 단골이 생겼지. 다른 손님들은 많지는 않아. 오늘 장날인데도 하루 종일 놀았어.”
피복점은 예전에 할아버지가 군에서 제대를 한 후 그때 고종사촌 형님이 피복을 했는데, 그 어르신이 알선을 해 주며 해 보라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단다.
40년을 피복점과 함께 생활하면서 7남매를 키우신 할아버지 할머니. 그 어려운 시절에도 자식들 7남매 모두 학사모를 씌웠다고 했다.
“빌딩 수십 채 보다도 더 값진거지요. 자녀들 7남매를 성공 다 시키고 뭔 걱정이로…”
옆에서 포목점하는 아주머니도 와서 한마디 거들며 자랑이 대단하시다.
와룡이 고향인 할아버지, 예천이 고향인 할머니는 할머니가 22살 때 안동에 시집왔는데, 가난은 했지만 하도 인심이 좋아서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고생한 게 없다고 하셨다.
40년을 할아버지와 같이 피복점을 하면서 자식들 다 출가시키시고 이제는 더 바랄 것 없다 하시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이나 힘드신 점은 없는지 여쭤보았다.
“잘 꾸려가나 못 꾸려가나 우리 둘이 해나가야 하는 거니까 늘그막에 그게 좀 아쉽지. 한달에 한번 꼴로 물건을 하러 가는데 이제는 기력도 없어서 자주는 못가. 이제는 여기가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하지.”
그래도 신시장 현대화사업이 준공되고 난 후 달라진 점은 없는지 넌지시 물으니, 외관상으로는 좋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단다. 기대를 거는 거라고. 늙어서도 이렇게 하는 거지만 이왕 하는 거니까 좀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앞으로 달라지길 기대만 하고 있는 거지 뭐. 과거 재래시장은 농촌인구가 상당한 물자를 가지고 밀집돼 있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젊은 세대들은 모두 도심으로 이동된 상태라고. 어디까지나 시장경제라는 것은 자영업인데, 스스로 뭔가 개척되어 자라나가야 하는데 지금 우리들은 그럴 능력이 부족하지.”
신시장의 점포들이 하나씩 폐쇄되어 가고 있다고 안타까워 하셨다.
“젊은 세대들이 사업을 해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곳을 찾아오는 일은 전연 드물고. 그래서 하고 있는 사람이 하다가 끝을 마치는 거야. 다만 기대하는 거는 앞으로 고객들이 많이 찾아줘서 매출이 제대로 일어나게 되면 더 발전적인 경제로는 되지 않더라도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보는거지. 그 외엔 더 기대가 없어.”
어디까지나 시장성이라는 것은 지역적으로 인구와 비례해서 계산이 나오는 법이거늘, 안동시 뿐만 아니라 영주, 예천, 봉화, 의성, 청송 등지의 고객들이 모일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경북북부지역 최대 재래시장인 만큼 과거 5일장이 일어났던 것 그대로 재래시장을 만들어서 외부고객들을 유치하여 활성화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창걸 할아버지, 현대화사업 준공식을 하면서 이제는 중앙시장번영회도 조직이 되었으니 예전보다는 좀 나아지기를 기대해 본다고 하셨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