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의 쇠퇴와 변형,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글/최유근)2001년 10월 세계유교문화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안동시가 공자(孔子)의 고향인 취푸(曲)시와 우호협력관계를 맺고 양 지역의 경제, 문화, 과학, 기술 등 각 부문의 교류에 합의하였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유교이념을 가장 잘 보존 계승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안동에서 세계유교문화축제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퇴계의 태어나신 고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교라고 하면 공자를 받들지 않을 수 없다. 중국 고대의 사상가이며 유교의 개조(開祖)로서 성인(聖人)으로 존경받았다. 이름은 구(丘), 자는 중니(仲尼). 스스로 공부를 좋아하였고 전통적 문화의 습득에 힘썼으며 수양을 쌓아올려 노나라의 정공(定公)에게 중용되어 정치가로서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였다.
공자는 B. C 497년, 56세 때 실각하여 노나라를 떠나야만 했다. 그 후 14년간 문하생을 데리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유세(遊說)를 계속 하여 이상(理想)의 실현을 꾀하였으나, B. C 484년, 69세 때 그 불가능을 깨닫고 고향에 돌아가 제자들의 교육에 전념하였다. 안회(顔回), 자로(子路)의 뒤를 이어 자공(子貢), 증삼(曾參)등 뛰어난 제자들이 있었다. 제자들이 기록한 논어(論語)가 확실한 자료이다.
그의 사상은 인(仁)의 사상으로 개인수양과 정치상의 덕치(德治)를 장조하였다. 인(仁)은 인(人)이라고 하듯이 인간다움을 덕(德)이라고 생각되며, 부모 자식간의 애정, 가족제도에서 사회질서의 근원을 인식하고 성심(誠心)을 질서원리로 내세웠다. 모든 사람이 인덕(仁德)을 지향하고, 인덕을 갖춘 사람만이 정치적으로 높은 지위에 앉아 인애(仁愛)의 정치를 한다면 세계의 질서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부모와 연장자를 공손하게 모시는 효제(孝悌)의 실현을 가르치고 이를 인(仁)의 출발점으로 삼았으며 또한 충(忠), 즉 성심(誠心)을 중히 여겨 신(信)과 서(恕)의 덕을 존중했다.
공자는 또한 인(仁)의 실천을 위해서는 예(禮)라는 형식을 밟을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예(禮)란 전통적, 관습적 형식이며, 사회규범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유교에서 전통주의를 존중하고 형식을 존중하는 것은 바로 이 점에 입각한 것이며, 예(禮)를 따름으로써 인(仁)의 사회성과 객관성이 확실해진 것이다. 시대적으로 춘추말기에는 주(周)나라의 봉건질서가 쇠퇴하여 시회 혼란이 심했던 때 공자는 인(仁)의 사상을 주창했다. 한(漢)나라 때에는 유교가 국교가 되었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이 중공에서 1966년 5월부터 76년 10월까지 마오쩌둥(毛擇東)에 의하여 계획, 추진된 대규모적인 상층구조(上層構造)의 이념투쟁 및 권력쟁탈운동으로 10년동안 중공을 혼란에 몰아 넣었고 장기간 대학을 폐쇄하여 교육, 과학, 기술 등 전문분야의 지도를 비전문가가 장악하여 전문성보다 당(黨)성을 중시하였다. 문화대혁명 과정을 통하여 자기와 의견이 다르면 반역자, 외국의 간첩, 반(反)당, 반사회주의, 반혁명분자 등으로 몰아붙이고 당 정부조직까지도 와해시켜 가면서 권력투쟁을 벌이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실상을 보여주었다. 공자의 직계종손 공덕성(孔德成)도 대만으로 피난하여 오늘까지도 고향에 돌아오지 않고 않다.
오늘의 우리의 형편은 어떠한가?
퇴계의 사상이 모든 국민에게 스며들고 있다고 할 수 없고, 유교사상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물로만 남게 되었다. 퇴계는 공자의 인(仁)사상과 더불어 경(敬)사상을 강조했다. 인간성 내면에 있는 선(善)을 추구하면서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삶을 살았다. 도산서당(陶山書堂)을 짓고 이 곳에서 인격을 수양하고 학문을 연구하여 많은 제자를 교육하였다. 선조에게 성학십도(聖學十圖)를 저술하여 바쳤다. 왕으로 하여금 학문을 존중하고 정치의 근본을 정립하여야 할 것을 글과 그림으로 열거하였다. 유학사상을 집대성하여 한국의 역사를 통하여 퇴계학파를 형성했으며 일본과 중국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유교학이 오늘에 이르러 많이 변형되고, 잠식되어 쇠퇴하고 말았다.
유학을 공부한 사대부들이 개혁이념으로 유교사상을 제시했고, 성리학을 교육의 본질로 삼아 인재를 등용하는 과거시험의 대상이 되었다. 조선시대 유학 교육을 담당하던 교육기구로 중앙에 성균관과 지방에 향교를 설치하였다. 사학(私學)으로 서당과 서원이 설치되어 교육기능을 담당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남에 따라 산업사회가 되면서 도시민들에게는 조상의 제사가 번거롭게만 되었다.
중국에서는 제사는 없고 무덤이 없다. 불교의 영향으로 화장(火葬)이 성행하고 등소평도 사후에 화장하도록 했다는 것은 그 좋은 본보기이다.
일반인들이 한문으로 된 경전을 읽기가 어렵다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정책적으로 한글전용의 교육의 결과도 크다.
국학진흥원이 안동에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곳에서의 기능을 아직 잘 알지는 못하지만 퇴계학정선(退溪學精選)이라는 책을 중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하도록 했으면 싶다. 곡부시 제일중학교에서 논어정선(論語精選)이라는 교재를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토지개혁이 단행되고 대지주의 몰락이 양반계급을 약화시킨 것도 유학을 변형시켰다. 양반문화는 비생산적이고 비경제적이라는 관념이다. 농경사회에서는 종가를 이웃해 동네를 이루어 살았지만 뿔뿔이 떠나가 빈집은 허물어지고 홀로 남은 종가집도 수리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 관리비가 없고 수리할 사람도 없다. 자격 있는 전문가의 손길이 너무 아쉽기에 국가의 공복으로 일할 상근(常勤)기능공의 제도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전통문화의 계승을 위해서는 전통예절, 전통음식, 전통의상 등의 전수자 양성도 긴요하다. 여성해방, 여성평등의 주창으로 종부가 될려는 처녀가 없다는 데에도 해결방법이 없다. 어떻게 하면 부러움과 존경의 자리가 될지 연구해 보아야 할 일이다.
퇴계탄신500주년 기념 세계유교문화축제가 인간성의 황폐화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제시해야 한다. 퇴계종택 주위에 퇴계공원 조성, 국제학술대회, 세계유교문화전시, 안동민속예술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2001 등으로 이어지는 내용이 효과가 큰 것으로 기대된다. 너무 경제문제에 치중하다보니 정보기술, 생물과학 쪽으로 인재양성을 한다고 야단이니 문학, 역사, 철학 등의 정신문화의 홀대가 문화대혁명의 굴레가 되었다. 퇴계학이 살아서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인간의 범죄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길 갈망한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