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뜨락-93(글/권세홍)
구름이 없는 하늘은 얼마나 밋밋하고 비현실적인가?
그러나 토끼 꼬리만한 구름 조각 하나가 유입되면서부터
하늘은 비로소 현실의 궁창이 된다.
그 표정 없던 하늘이 유장한 강물이 되고,
때로는 바다의 심오한 깊이를 획득하기도 한다.
구름과 인생은 오랫동안 同義語였으니,
인생을 한 마디 말 속에 가두어 둘 수 없듯이,
한 폭의 그림이나 사진 속에 구름을 붙잡아 둘 수는 없다.
설령 잡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구름이 아닐 것이다.
古今을 막론하여 구름과 벗했던 선비와 詩人들은 스스로 담장을 허문
나그네였으니, 오늘 아침 동녘에서 설레이다가 내일 저녁엔
서쪽 끝에서 장엄하게 타오를 것이다.(글. 권세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