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70리 생태공원 조성-문화ㆍ생태도시 안동을 위하여(글/이종은)강은 문화이고 역사이다
강은 문화의 발상지며, 삶의 터전이다. 또한 유역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에 순응한 삶을 살아온 조상의 체취가 고스란히 깃든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강은 이수(利水)와 치수(治水)만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변환경 및 오픈스페이스 활용과 하천생태계 및 생물다양성 보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비오톱(생물서식공간) 조성을 통한 수변생태학습장과 수변 공간을 이용한 레크레이션 등의 여가활동의 장으로 유용하게 활용하는 친수(親水)의 개념이 도입된 “자연형하천 만들기”가 보편화되기에 이르렀다. 최근의 시민의식은 물질적인 풍요로움뿐만 아니라, 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와의 접촉 등을 통한 정서적 풍요로움을 요구하는 추세로 그 가치관이 변화되고 있다. 꽃과 녹음 그리고 수변으로 둘러싸인 만남의 장소, 문화예술, 스포츠 공간 등 쾌적한 환경에 대한 우리 시민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공단유치가 곧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등식에서 벗어나 타 지역에 비해 경쟁력 있는 안동 고유의 우수한 자연생태계와 문화적 특성을 바탕으로 <누구나 살고 싶고 가보고 싶은 곳> 또 <안동시민임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쾌적한 도시>를 조성하여 후손에게까지 전승시킬 책무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강과 하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자연과 인간의 공생과 조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안동시에서 계획 중인 “낙동강 70리 생태공원 조성 사업”은 매우 시의 적절한 사업이라 생각되며, 이 사업도 자연친화적으로 시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이미 조성된 낙동강 둔치의 수변공간은 예전의 사행구간과 습지가 혼재되어 있던 자연형 제방에서 직선화되고 콘크리트화 된 인공제방으로 급속히 그 모습이 달라졌다. 언뜻 보기에는 잘 정돈되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하천 고유의 기능인 자연정화 기능과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는 자연보전 기능 등 환경 기능적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도 매우 많이 있다. 자연형 하천조성이나 수변 생태공원 조성에 앞서가는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는 물론,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청계천 복원을 필두로 환경마인드가 한발 앞선 지자체에서는 친자연형 하천공법을 도입하여 직선화된 콘크리트 하천을 걷어내고 다시 하천의 물리적인 원형은 물론, 도시화의 물결에 사라진 하천의 토종 생물종 복원사업과 하천과 이를 중심으로 잊혀진 역사와 문화를 복원시키기 위해 엄청난 예산과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낙동강70리 생태공원 조성사업이 개발논리가 아닌 생태자원 보존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안동시의 개발계획에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양자택일의 극단의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개발과 보존의 조화 즉,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ESSD)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자연이 파괴되고 인공 구조물이 점차 그 자리를 채워 나간다면 그 속에 남아 있는 유서 깊은 유적과 문화재가 보유한 총합적 가치는 크게 훼손될 것이다.
우리 안동은 전국에서 경주 다음으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유서 깊은 문화의 고장이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더 한층 그 가치를 발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자연경관이 잘 보존되고 나아가 문화재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유서 깊은 역사의 고장이 이러한 문화의 특성과 자연생태계와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고 도시개발계획이 무분별하게 세워진다면 그것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가 아니라 과거의 귀중한 문화재의 가치도 인공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도시 경관에 의해 그 가치를 잃게 되는 것이며, 이것은 우리 안동은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안동을 중심으로 한 유교문화권 개발계획과 생태공원조성사업 등 문화와 생태공원조성 사업이 수립 및 진행되고 있다. 낙동강 70리 생태공원 조성 사업도 자칫 잘 보존된 다양한 형태의 비오톱(생물서식공간)이 관광 마인드가 앞선 개발로 인해 잘 보존된 자연의 원형이 훼손되고 생물다양성이 급감하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부분도 있다. 왜냐하면 기존의 생태공원 조성은 조경에 비중을 두고 시행된 예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경사업은 일본의 영향으로 관상적 측면에만 비중을 두고 생태학을 잘 모르는 조경업자에 시행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에너지 순환을 고려하여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고 있다는 정서적 만족감과 안정감 그리고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생태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연자원을 보존하고 청정한 환경을 유지하여 문화와 자연환경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노력과 지혜가 우리 안동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화·생태도시”로 정착시키는데 필수적인 요건인 것이다.
생태공원을 위한 몇가지 제언
“문화와 자연환경이 조화된 ”생태도시 안동” 조성의 일환인 “낙동강 70리 생태공원 조성사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낙동강 70리의 생물다양성 보존, 자연생태적 경관보존 및 역사·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쾌적한 수변환경을 창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둘째, 비오톱(생물서식공간)의 네트워크화, 생태학습 공간 창출, 수변 휴양공간 확보, 생태통로 확보, 역사문화 및 풍수적 원형 회복에 주안점을 둔다.
셋째, 낙동강과 주변 하천의 개수, 보수, 준설 및 호안공사에도 하천의 복원능력을 고려한 다자연형하천(多自然型河川)공법을 도입하여 하천생태계와 수변생태공간이 단절되지 않고 생태통로로 연결되도록 고려한다.
넷째, 도심부의 생태공간을 보존하거나 확보하여 주변의 야산과 계획적으로 그린 네트워크화(Green Network) 시켜 진정한 의미에서의 생태도시로의 전환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NGO·관·학의 협력시스템을 통한 생태학습 프로그램 개발과 생태관광프로그램 개발하여 탐조, 야생화 관찰, 트래킹, 자연생태학습 및 기행 등 생태관광(Eco-Tourism)을 염두에 둔 사업이 진행되도록 고려한다.
낙동강 70리 생태공원 조성사업에서는 주변의 문화재와 경관 및 자연생태계의 보전방안, 생태교육, 생태관광의 네 가지 주요 측면을 고려하여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개발방향을 정해야 한다. 즉, 생태보전 방안에서는 낙동강70리 중 생태적 가치가 높은 수개 지역을 비오톱(생물서식공간)거점지역으로 우선적으로 정하여 이와 주변의 논, 밭, 습지, 초지, 하천, 산림생태계에의 각각의 특색 있는 자연경관과 생물다양성이 확보하고, 개발에 있어서도 자연생태계의 변화를 최소화하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될 부분이다.
이렇게 선정된 생태공원 적지에 대해서는 생태적 안전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해 비오톱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각 소규모 비오톱간의 네트워크화가 필요하며, 다양한 생물이 생태적 적소에 생활할 수 있도록 안정된 서식처 확보와 생태자원에 대한 보존, 보호, 복원 등을 통해 생태적 영속성을 갖추도록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각 거점 비오톱에서는 활동지역, 전이지역 및 핵심보존 지역으로 설정하여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생태학습의 효과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주변의 문화자원과 연계시켜 실질적인 생태관광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고려되어야 한다.
노파심에서 한마디 더 첨언하자면, 낙동강70리 생태공원 조성사업이 관광과 개발에 너무 치우쳐 생태공원 본래의 개념에 벗어나 인공적인 도심공원조성 사업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쪼록 낙동강70리 생태공원이 생물다양성의 거점 및 핵심보존지역으로서 수변생태학습장 및 여가활동 공간의 장으로서 안동시민의 안식처가 되길 기원한다. 나아가 안동시민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문화의 고장인 안동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문화와 자연이 조화된 “생태도시 안동(Eco-Polis Andong)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안동>